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7)
“그 말은 그들에게 일종의 감시를 맡기자는 건가요?”
“아니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들의 행동에서 배우고 또 신념을 지켜야 한다는 것.
“후우.”
결국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요즘 인권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
안 그런 척하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인권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되기는 하지만 변호사라는 양심이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
“전 찬성하려고 합니다. 애초에 새론은 상위 지향이 아니었습니다. 인권 변호사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국민을 위해서 노력해 왔지요. 그렇다면 어쩌면 인권 변호사를 들이는 것이 정해진 수순일 수도 있습니다.”
“음…….”
그 말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나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직접 인권 변호사 노릇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인권 변호 팀을 들인다는 것뿐이니까요. 우리가 직접 할 일도 아닙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하시오.”
“하긴…… 세상은 동전의 양면 같은 거니까요.”
사람들은 결국 노형진의 말대로 인권 변호 팀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어렵게 서로 동의를 얻어 냈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문제는 누구를 들이냐는 건데.”
“애초에 누구를 들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들이느냐가 문제 아닌가요?”
“그건 그러네.”
인권 변호사들은 대부분 홀로 일한다. 세력을 만들기 위한 돈이 없기도 하거니와 워낙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보니 인권 문제 가지고도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장 인권 변호사를 모집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데?”
그 부분은 송정한조차도 우려할 정도로 인권 변호사는 각자 플레이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럴 때는 강력한 미끼 상품이 있어야지요.”
“미끼 상품?”
“네, 강력한 미끼 상품요. 이 경우라면 유명한 인권 변호사를 들인 후에 그가 집단으로서 인권을 지키는 것을 보여 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거라 생각합니다만.”
노형진은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을 이사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명한 인권 변호사라……. 누구 말인가? 사람들을 모을 만한 사람이 있나?”
“서승진 어떻습니까?”
“서승진 변호사님”
“아! 그분!”
“그분이라면 가능하지.”
다들 서승진이라는 말에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승진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 중에서 원로에 속하는 사람이고 심지어 현재까지 현역을 활동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인권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분이 오실까?”
송정한은 솔직히 문제가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사람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그가 유명한 인권 변호사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다른 인권 변호사들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즉, 절대로 이런 곳에 몸담아서 휘둘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부분은 제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가능하겠나?”
“네.”
노형진은 결심을 굳힌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거절하네. 집단은 타락하기 마련이야. 내가 왜 그곳에 들어가야 하는가?”
서승진 변호사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절해 버렸다.
“서 변호사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개인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인권 변호사분들도 집단을 이뤄서 세력화해야 합니다.”
“우리 같은 인권 변호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거대 세력이야. 그래서 다들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거고. 그런데 거대 세력 아래로 들어가라고?”
“들어오시라는 게 아닙니다. 새론에서 팀을 만들어서 활동해 달라고 하는 거지요.”
“그게 그거 아닌가.”
서승진은 단호했다. 지금까지 그런 의견을 낸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타락하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걱정스러운 건 압니다. 도리어 그 세력의 맛을 들려서 인권 변호사의 본문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하고 계신 것도 압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세력은 점점 커지는데 변호사 혼자서 하는 건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으음…….”
그 말에 서승진은 차마 부정하지 못했다. 당장 법적으로는 이쪽이 맞아도 대기업이나 상대방이 엄청난 뇌물을 써서 판사를 매수해 버리면 자신들은 그냥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처럼 올바른 사람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 현실.
“하지만 인권 변호사가 세력을 만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뇌물은 안 주더라도 압력은 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압력을 받으면서도 뇌물을 받아서 판결할 만큼 판사들이 부패한 경우는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해직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인권 재판을 개별적으로 하면서 이기신다는 것 거의 불가능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끄응…….”
서승진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자신들은 애써 인권을 이야기하고 탄원서를 내지만 재판에 들어가면 지기 일쑤였다. 설사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 배상액이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이번에 세력을 만드셔서 제대로 된 저항을 한번 해 보십시오. 인권의 침해는 법의 부족함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법이 부족하면 세력을 만들어서 그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의 법으로 인권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끄응…….”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서승진은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법이 잘못된 상황에서 아무리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인권에 대해서 말해 봐야 이빨도 안 먹힐 소리다.
“서 변호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없는 거? 진짜 인권을 챙기고 싶으시다면 세력을 만들어서 정치권에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끄응…….”
너무나 현실적인 말이었기 때문에 서승진은 심각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는 한데…….”
우리나라에서 나도는 말 중에 틀린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되어 있지만 애초에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일본의 어떤 학자가 자신들의 일제 침략기 당시 자신들의 법적인 근거를 위해서 만들어 낸 허위 사실일 뿐이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문자로 뭔가를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가 한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결국 세력을 만들어서 그 힘을 보여 주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세력을 보면 사람들은 알아서 뒤로 물러나지 않습니까?”
“후우.”
그 말에 서승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은 자네가 그럼 그 집단의 능력을 보여 주면 좋겠군.”
“네에?”
“난 세력이 없다고 해도 생각하는 사람이야. 아니, 인권 변호사에게 세력이란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세. 하지만 자네가 그렇다면 세력이 진짜 필요한 이유를 증명해 보게.”
홀로 일하는 독고다이 스타일이었던 그였기 때문에 집단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강했다.
“음…….”
노형진은 그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지요.”
“그런다고?”
서승진은 살짝 놀랐다. 사실 자신의 이름 때문에 자신을 고용하거나 끌어들이려고 하던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홍보를 위한 것이라 이렇게 조건을 달면 꼬리를 마는 게 대부분이었다. 진짜로 인권 변호사의 길로 가면 그 끝이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 변호사님은 집단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집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어지고 그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지요.”
“그래서 스스로 인권 변호사 노릇을 하겠다 이건가?”
“필요하다면요. 필요하다면 범죄자를 지키는 게 우리인데 하물며 인권 변호사 노릇 못하겠습니까?”
“흠?”
그 말에 서승진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더니 구석으로 가서는 한 가지 서류 뭉치를 가지고 왔다.
“그렇다면 이걸 한번 해결해 보게. 이게 해결된다면 내 자네 말대로 하지. 만일 이걸 해결 가능하다면 그 집단의 힘이라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이니까.”
“뭡니까?”
“성탁주조 사건일세.”
“성탁주조라면?”
“말 그대로 지옥 같은 곳이지.”
김성식은 그곳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탁주조는 지방의 주류 회사다. 하지만 제대로 임금도 안주고 직원에 대한 복지는커녕 노예 취급을 하는 곳이다.
“내가 몇 번이나 해결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한 곳이지.”
“성탁요?”
노형진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골 때리네?’
그런 노형진의 얼굴을 보고 서승진은 노형진이 그곳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는 곳인가 보군.”
“조금은 압니다.”
성탁주조사건은 상당히 먼 미래인 10년 후까지 해결되지 않는 골치 아픈 사건 중 하나다.
‘하긴 미래에도 그 꼴인데 지금이라고 좀 더 나을 수가 없지.’
성탁의 비인간적인 행위는 도를 넘어서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상을 치르느라 출근하지 않았다고 해직하기도 했고 직원 식비라고 지원해 주는 게 고작 250원인데 식비 지원해 준다고 임금을 깎기도 하는 등 천민자본주의를 넘어서 심각한 인권침해까지 벌어지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도무지 해결할 수가 없지.”
“그렇겠지요.”
성탁은 주식회사다. 그리고 서른세 명의 최대 주주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서른세 명의 최대 주주들의 대부분이 현재 국회의원이 세 명, 시장이 두 명, 경찰 고위 관계자가 세 명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죄다 정치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걸 해결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죄다 이권이 연관되어 있어서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
“흠…….”
“어떤가? 할 수 있겠는가? 자네 말대로 새론이 그걸 해결한다면 집단의 힘이 효과적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새론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집단이라는 것도 타락의 단초가 될 뿐일세.”
‘이거 너무 고난이도인데?’
성탁은 십수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걸 해결하라니.
‘아니야……. 이 정도는 해결해야 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겠지.’
인권 변호사계의 대부라 불리는 서승진이다. 그를 품을 수만 있다면 새론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좋습니다.”
“좋다고?”
“네, 그건 우리가 해결하지요. 대신 그걸 해결한다면 우리 쪽에 들어와 주신다는 약속은 해 주셔야 합니다.”
그 말에 서승진은 잠깐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인권 변호사라는 존재는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니까.”
만일 집단을 만들고 그게 제대로 운영된다면 인권 변호사가 집단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네.”
서승진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노형진은 앞이 참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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