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8)
“이걸 해결해야 한다고?”
송정한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네.”
“이건 완전 골 때리는데?”
“이건 길이 안 보여.”
송정한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조차도 성탁의 기록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정치권과 밀접한 집단이라면 우리가 건드리는 데에 한계가 있네. 알고 있지 않나?”
“알고 있지요. 그렇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녀석들과 싸우려고 인권 변호 팀을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음…….”
노형진의 말에 다들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데?”
처음에 성탁의 지분을 가진 사람들이 이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성탁의 지분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한 지역의 우두머리이며 정치인들이다.
“이래서는 신고고 뭐고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신고 같은 걸 안 해 봤을 리 없죠.”
서승진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고소나 고발을 안 해 봤을 리 없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그쪽도 이미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처벌이 터무니없군. 벌금이 300만 원을 넘어간 적이 없어. 매달 이런 식으로 챙기는 돈이 수억은 될 텐데?”
“해당 지역 판사들 역시 그들에게 매수당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걸 그냥 둔다고?”
“지역끼리 뭉친다는 거죠.”
“끄응…… 경찰에 신고해 봐야 차단당할 테고…… 다른 곳에서 재판하자니 그것도 안 될 테고…….”
남상주 변호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태식 역시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긁적거렸다.
“그냥 대규모로 다른 지역 술을 공수하면 어떨까요?”
“그건 안 됩니다. 현행법상 지방 주류 회사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대기업의 주류는 지방에 들어가는 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끄응…….”
원래 법의 취지는 대기업 때문에 고사하는 지방 주류 회사를 살리겠다는 목적이었으나 현재는 지방 주류 회사들의 독점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었다. 특히나 그런 주류 회사들의 운영권이나 주식이 정치인들에게 몰리면서 그 특징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입맛은 참 간사합니다.”
“간사하다니요?”
“무태식 변호사님 말씀처럼 대량으로 공수한다고 해도 이미 해당 지역의 사람들은 성탁 주류의 맛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즉, 들어간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는 거죠. 단순히 싸다고 먹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좀 싸게 팔면 시장 판도는 휙휙 바뀌겠지요.”
“그럼 주식을 사 모으는 건 어떤가?”
“주식회사이기는 하지만 상장회사는 아닙니다. 자기들끼리 뭉쳐 있지요. 그러니까 주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설사 살 수 있다고 해도 그건 우리가 변칙적으로 하는 겁니다. 우리의 목적은 인권 변호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인 만큼 그들이 추후 쓸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합니다. 물론 제 돈이면 그 주식을 어떻게든 끌어모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제가 쓸 수 있는 방법이지, 다른 인권 변호사들은 쓸 수 없는 방법입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은 한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부자다. 그저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권 변호사들은 가난하다. 당연히 한두 건도 아니도 계속 그들이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이다.
“그럼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다는 건데…….”
송정한의 말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생각에 빠진 것이다.
“힘들군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대부분의 방법은 썼다가 실패하거나 인권 변호사들은 쓸 수 없는 방법이었다.
“낙선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고 싶지만 지금은 해 봐야 의미도 없지요.”
“끄응…….”
김성식마저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때였다.
“혹시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노형진은 한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건 좀 많이 변칙적인데?”
“변칙적이기는 하지만 효과적이기는 하죠.”
“그럴 것 같기는 한데…….”
“그리고 이건 그다지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뭐, 아예 안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새론에서 지원해 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지요.”
“흠…….”
“원래 싸움의 기본은 손발을 자르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그렇겠지?”
“네, 손발이 없으면 머리는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상당히 변칙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의 형태는 대부분 뻔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자네가 잘해 주기를 비네.”
“네.”
노형진은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3장. 일단 손발 자르고 시작하자>
성탁 한국의 주류 기업으로 대형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는 상당한 매출을 몰리고 있으며 그 수익 역시 적은 것은 아니다. 노형진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섰을 때 가장 먼저 알아내려고 한 것은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뭐라고요?”
안국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중간 관리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왜요?”
안국민은 성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선 일종의 운동권 사회운동가였다. 정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욕할지언정 사실 그들이야말로 진짜로 국민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성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겁니다. 중간 관리자들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뭐,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지요. 그들과 협상해 봤으니까요.”
서른세 명의 대표는 절대로 협상하러 오지 않는다. 상무를 대표하여 소위 말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협상하러 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은 협상이 아니라 그저 서른세 명의 의견을 전달하다 가는 것이 다였다.
“일단은 손발을 다 자르고 시작할 생각입니다.”
“손발을 다 자르고 시작한다?”
“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운영 체계를 가집니다. 뇌가 있고 그 위에 일하는 신경계가 있고 그다음에 직접 일하는 손과 발이 있지요.”
“그래서요?”
“뇌가 말이 안 통한다면 우리는 그다음에 있는 신경계를 노리면 됩니다.”
“신경계?”
안국민은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위해서 조금은 쉽게 설명해 주기로 했다.
“위에서는 절대적인 갑질로 아래 사람들을 쥐어짭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은 중간 보직의 묵인이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죠.”
“그건 그렇지요.”
“아마 여기 있는 대부분의 중간 보직들은 아주 오래 일했거나 낙하산으로 온 사람일 겁니다. 내부 승진 형태라면 절대로 이 꼴이 안 날 테니까요.”
“맞습니다. 대부분은 낙하산이죠.”
사장의 친인척이나 아는 사람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그게 이 기업의 중간 형태다.
“그런 녀석들이 과연 제대로 된 인간일까요?”
“음?”
“위에서 갑질을 하면서 찍어 누르는데 그 사람들이 과연 인간적으로 대우해 줄까요?”
“그럴 리 없죠.”
“맞습니다. 그런 중간 관리직들은 위에서 찍어 누르는 걸 배워서 그대로 써먹습니다. 하지만 위와는 다르게 힘이 없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안국민은 눈을 크게 떴다. 노형진의 말이 드디어 이해된 것이다. 중간 관리직은 성탁이 아니다. 하지만 성탁의 사장들과 하나가 되어 직원들을 찍어 누른다.
‘그건 범죄지.’
위 놈들은 힘이 있으니까 그걸 무마한다. 하지만 중간 계층은 과연 무마할 수 있을까?
“그런 걸 무마하기에 녀석들의 힘은 아무래도 약합니다.”
“중간을 공략한다라……. 글쎄요…… 그런다고 놈들이 바뀔까요?”
“안 바뀔 겁니다. 그리고 안 바뀌어야 하구요.”
“네?”
“후후, 두고 보세요. 조만간 녀석들의 가장 큰 약점이 드러날 테니까요.”
노형진은 자신이 있었다.
* * *
“여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무슨 짓이라니?”
송국만 부장은 일을 하다 말고는 집에서 걸려 온 전화에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일할 때 집에서 전화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전화하자마자 화부터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왔다 갔단 말이야! 당신이 회사에서 여직원들을 성추행했다면서? 미쳤어? 아니, 딸 같은 애들을 왜 성추행하는 건데? 엉?”
“무슨 개소리야?”
송국만은 애써 발뺌했지만 심장이 털컥 내려앉았다.
“내가 그럴 인간이야?”
“안 그런 거면 도대체 왜 경찰이 당신을 찾는데!”
“일단 내가 좀 알아볼 테니까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가만히 있게 생겼어?”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어!”
송국만은 전화기를 끓어 버리고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런 개 같은 년들이.”
자신들을 귀여워해 주는 것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생각에 송국만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러고는 바로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야! 김 양하고 이 양! 최 양 어디 있어!”
“네? 글쎄요…….”
“당장 안 끌고 와?”
그 말에 부랴부랴 부하들이 바깥으로 나가더니 아직은 어려 보이는 아가씨들을 강제로 끌고 왔다.
“너희지?”
“네?”
“너희지? 이 개 같은 년들이 귀여워해 주니까 주지도 모르고 기어올라?”
“꺄아악!”
그는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그대로 세 사람의 뺨을 후려쳤다. 세 사람이 바닥을 나뒹굴자 송국만은 그들에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주제도 모르는 년들이 주인을 고소해? 미쳤지? 응? 너희가 미쳐서 아주 죽고 싶지? 이 동네에서 살기 싫지?”
미친 듯이 밟아 대는 송국만.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붙잡았다.
“뭐야! 어떤 새끼야! 뒈지고 싶어!”
“자자, 진정하세요, 형.”
“뭐야?”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서는 한 사람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야? 김 과장, 잘 왔어. 이 개 같은 년들을 당장 집어넣어!”
“형님.”
김 과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일 때문에 온 거예요.”
“무슨 소리야?”
“형한테 고소 들어간 거 모르셨어요?”
“그러니까 이 개 같은 년들이 넣은 거 아냐!”
“그건 말 못 해요.”
“뭐? 김 과장, 우리가 그런 사이야?”
하지만 김 과장은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진정하시고 일단은…….”
“진정? 지금 집에 사는 똥개 새끼가 주인을 물었는데 진정하게 생겼어?”
“그런 게 아니라…….”
김 과장이라 불린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송국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들려온 말에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현행범인데 체포 안 합니까?”
“넌 뭐야?”
“나요? 변호사요. 보아하니 가해자랑 아는 사이인데 아무래도 이거 감사 청구 한번 해야겠습니다.”
그 말에 김 과장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하필이면 이 순간 변호사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무슨 개소리야! 변호사가 왜 나와?”
“아니, 의뢰인 만나러 온 건데 잘못인가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다가갔다.
‘이럴 줄 알았지.’
노형진은 직원들에게 중간 계통의 범죄 사실을 물으면서 심리 분석도 진행했다. 기왕 하기로 한 거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툭하면 주먹을 휘두른다고 하더니.’
송국만의 경우 낙하산으로 떨어진 녀석인데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