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9)
‘해병대 좋아하시네.’
자기 말로는 해병대를 나온 남자의 자부심이라고 하는데 노형진이 봐서는 그냥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없는 녀석일 뿐이었다.
“자자, 진정하시고.”
“뭐? 진정? 진정하게 생겼어?”
송국만이 길길이 날뛰는 사이 노형진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슬슬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지금까지 폭력 사건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매번 신고가 들어갈 때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도 안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건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노형진은 계획을 바꿨다. 고소장을 경찰서가 아닌 검찰로 넣은 것이다. 경찰에 넣는 경우 자기들이 걸러 낼 수도 있지만 검찰의 경우 일단 검찰에서 수사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포 안 합니까?”
“뭐라고?”
“아니, 증인이 몇 명이고 거기에다 보복 폭행인데 체포 안 해요?”
“…….”
김 과장이라 불린 남자는 당황했지만 변호사까지 끼어 있는 상황인지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형님, 일단 경찰서로…….”
“이봐요. 형님, 형님 하지 말고 현행범에 보복 폭행까지 한 강력 범죄인데 수갑도 안 채웁니까?”
“…….”
노형진은 집요하게 수갑을 채우기를 요구했다.
“그건 좀 일단 당사자가 같이 경찰서에 간다는데…….”
“누가? 내가? 미쳤냐? 이 새끼가 해병대 후임이라고 봐줬더니 감 잃었냐? 누가 누굴 데려가?”
“형님, 상황이 안 좋으니까 일단은…….”
“일단이고 나발이고 저 개년들부터 잡으라니까.”
“형님.”
“썅…… 안 데려가? 내가 데려간다. 씨발.”
진정시키는 김 과장을 밀어내고 보복 폭행을 하려고 하는 송국만. 노형진은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김 과장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이거 보복 폭행 방관하려고요? 이거 진짜 빼도 박도 못할 감찰 거리네.”
“하아.”
결국 김 과장은 한숨을 쉬면서 수갑을 꺼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뭐야?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수갑? 이 새끼가 미쳤나? 형님한테 수갑을 채워? 엉?”
송국만의 두꺼운 손이 허공을 가르면서 김 과장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쳤다.
철썩.
엄청난 소리가 들리고 난 후 노형진은 그 소리에 살짝 빈정거렸다.
“어이구, 요즘 경찰은 가해자한테 맞고 다니나 봅니다?”
“이…….”
김 과장은 이쯤되자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느꼈다. 신고자에 대한 보복 폭행에 경찰 폭행까지.
“수갑 채워.”
“네.”
“야! 너 이 새끼, 미쳤냐? 미쳤어! 엉? 죽을래?”
같이 온 다른 형사들에게 시켜서 결국 수갑을 채우는 김 과장. 노형진은 그런 김 과장에게 다가가서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미소를 보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끄응…….”
* * *
소광태은 눈이 번뜩거리고 있었다.
‘한 장만 더……. 한 장만…….’
그는 눈일 벌개진 채로 카드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나만…….’
그는 입 밖으로 하나만이라는 말이 도무지가 나오지 않았다.
17. 애매한 숫자였다.
‘젠장…….’
블랙잭 21을 맞추는 게임. 그런데 17이라는 숫자는 운이 더럽게 없는 숫자다. 더 받자니 원하는 숫자가 나올 가능성은 너무 낮은데 안 받자니 아무래도 21에 근접한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거야?”
“으으으.”
“죽지, 그냥…….”
하지만 그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죽으면 눈앞에 있는 수백만 원이 그냥 날아가기 때문이다.
“하…… 한 장 더.”
애써 입을 연 그는 다음에 나온 숫자를 받고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4!’
하트 4. 17과 합하면 정확하게 21이다.
‘내 거야……. 내 꺼. 흐흐흐.’
그는 탐욕 어린 시선으로 쌓여 있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이런 젠장.”
그런 그의 시선에서 광기가 느껴지자 다들 글렀다는 생각에 입맛을 다셨다.
“씨발, 파토 나면 좋겠네.”
누군가 한 말. 그러는 그때였다.
“그 소원, 내가 들어주지.”
“응?”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오늘 처음 왔다는 인간이었다.
“무슨 수로?”
“이렇게.”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귀에서 뭔가를 꺼내서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문이 부서지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꼼짝 마! 경찰이다!”
“이런 썅!”
그들은 본능적으로 소원대로 판을 뒤집고 튀려고 했다. 하지만 입구뿐만 아니라 창문까지 모든 입구를 이미 경찰이 틀어막은 상태였다.
“뭐야, 씨발!”
그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지난 몇 년간 여기는 걸리지 않는 안전한 하우스라 생각했다. 철저하게 오프라인으로만 운영했고 수시로 장소도 바꿨다.
‘뭐, 어려운 건 아니지.’
물론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건 아니다. 소광태의 자리에서 기억을 읽어 내는 것만으로도 이 장소와 들어오는 비밀 암호 같은 것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놔놔! 이 썅!”
소광태는 발악했지만 경찰들은 가차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요.”
노형진은 녹음기와 이어폰을 꺼내서 다시 경찰에게 건네주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저것들이 확실한 증거가 되어 줄 것이다.
“자, 이쯤이면 되려나?”
지난 며칠간 수많은 중간 계층 사람들이 잡혀 갔다. 폭행부터 도박 성추행 같은 강력 범죄도 있었고 모욕이나 명예훼손 같은 경범죄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모두 전과를 달게 되면서 제대로 된 회사 운영은 힘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 그럼 다음 타깃을 노려 볼까나? 흐흐흐.”
아직 노형진의 사냥은 끝난 게 아니었다.
* * *
“빨리빨리 움직여!”
성탁에서 나오는 상품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걸 배달하는 일종의 배달 업체도 있기 마련이다.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배달 업체중 한 곳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단 말이다.”
태양유통의 배 사장은 마음이 급했다. 봄이 되면서 막걸리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다 끝나고 막걸리 한잔하자고.”
“오오!”
“빨리 움직여.”
그들이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그때였다. 입구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그들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뭡니까?”
“식품안전처에서 나왔습니다.”
“식품안전처에서는 왜…….”
그렇게 말하면서도 배 사장은 진땀을 흘렀다.
“식품 위생법 위반 보고가 들어와서요.”
“그럴 리가요. 우리는 모든 걸 다 지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진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그 식품안전처 직원이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
“보면 알죠.”
사실 안 봐도 안다. 한두 번 이런 일을 해 보는 게 아니니까.
“일단 신고가 들어왔으니 확인 좀 하겠습니다.”
“네…… 잠시만요……. 잠깐만…….”
“뭐 감추는 게 있습니까?”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는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러고는 지갑에서 있는 대로 돈을 긁어모았다.
“힘드신데 이걸로 식사나 한 끼…….”
“이런, 그냥 지나가다 들른 건데 그거 뇌물?”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들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 그런데 그의 모습을 보면 절대로 지나가다 들른 게 아니었다. 카메라를 들고 찍으면서 지나가다가 들렀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왜 이런 걸 줍니까!”
습관적으로 손을 뻗으려던 직원은 황급하게 돈을 뿌리쳤다. 가끔 신고가 들어와도 한번 나와서 적절하게 받아 가는 것도 좋지만 재수 없어서 걸리면 자신은 잘리기 때문이다. 적당한 용돈도 좋지만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 자리에 비할 수는 없었다.
“일단 찾아보고 나중에 말씀드리죠.”
직원은 부랴부랴 자리를 떴고 배 사장은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 뭐야!”
“나 신고자인데요.”
“뭐?”
“신고자라고요. 여기서 현행법 위반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는 신고했죠.”
“뭐라고? 무슨 헛소리야! 우리는 법 잘 지켜!”
“그래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가까이에 있는 차량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문을 열고는 손을 내저었다.
“제가 알기로는 막걸리같이 부패하기 쉬운 물건은 냉장차으로 운송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배송용 차량은 냉장이 꺼져 있었다. 당연하다. 봄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더운 정도는 아니니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그…….”
“그런데 안지킨다고요? 아, 그리고 인사하세요.”
“인사?”
그의 뒤에서 들어오는 한 남자. 그는 주변을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치류 전문가세요.”
“설치류 전문가?”
“네, 아마 여기에 쥐가 제법 많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요?”
“딱 봐도 그러네요. 여기저기 쥐똥 보이는 거 보아하니.”
그 말에 배 사장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 *
“김 이사,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성탁의 조문만 사장은 떨어지는 매출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게…… 아무래도 사람이 없습니다.”
“없다고?”
“네.”
“무슨 소리야?”
“그게…… 거래처가 다들 영업정지를 받아서.”
“그렇다고 이렇게 매출이 떨어져?”
조문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거래처들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몇 군데가 영업정지를 받았다는 소리는 들었다. 하지만 매출이 40%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도 함께 들었다. 그런데 매출은 과거의 36% 수준, 즉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그게……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상한 소문?”
“네, 우리와 거래하는 기업들에게는 불이익이 간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거래하는 영업소가 정지 먹은 정도가 아니다. 심지어 파는 곳조차도 법적으로 걸리는 게 있으면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영 흉흉한 소문 때문에 찝찝해하던 영업주들은 너도 나도 성탁과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글쎄요…….”
그들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진짜 배후는 누군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시각 진짜 배후는 다른 작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 * *
“이건 완전히 꼼수 아닌가?”
“꼼수라니요?”
“난 인권 변호를 맡긴 거지, 깡패 노릇을 맡긴 게 아닐세.”
서승진은 불편한 얼굴을 하고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해결책이 나왔다고 해서 왔더니 그 계획이라는 게 터무니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가 법을 어겼습니까?”
“뭐?”
“제가 법을 어겼느냔 말입니다. 제가 누구를 협박했나요? 아니면 돈을 빼앗았습니까? 현행법을 어기는 녀석들을 신고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면 강도도 봐줘야 합니까? 만약 성탁의 사장들이 먹고살자고 한 짓이라고 하면 어쩌실 겁니까?”
“…….”
“애초에 저들이 어긴 법들은 지키기 어려운 법들이 아닙니다. 청소 조금 잘하고 물건 정리 조금 잘하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귀찮다고 안 해서 영업정지 먹은 겁니다. 안 그런가요?”
“음…….”
노형진이 노린 부분은 그거였다. 어떤 식당이든 어떤 영업소든 사업적인 편리성 때문에 영업할 때 법적으로 누락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고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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