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04)
지금이야 노형진과 대룡이 끼어들어서 어느 정도 정화되었다지만 그 당시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람이 거기에 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은 곳이 인천 쪽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시는 것 같네요. 네, 맞습니다. 말 그대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단 말입니다.”
“흠…….”
“그 때문에 우리가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이런…….’
그런 거면 너무 원한이 많아진다.
‘판매 기록이 남은 게 없을 텐데.’
안 좋은 방식으로 팔았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원한을 가진 사람부터 그 바닥에서 만난 원한을 가진 사람까지 그 폭이 너무나 넓어진다.
“그나마 애가 좀 생기고 나니까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서도.”
“정신을 차렸다고요?”
“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돈을 조금만 더 벌면 이 짓을 그만두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고 한다. 자식에게 차마 부끄러운 부모가 되기는 싫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다니. 후우.”
그는 답답한 지 담배를 꺼내서 꼬나물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동생이 죽고 난 후 수많은 동정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몇 번이나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럼 원한에 대해서는 잘 모르신다는 소리군요.”
“알 수가 없지요. 원한을 가진 녀석이 너무 많아서요.”
“혹시 여자들에게 원한을 산 일은 없습니까?”
“여자들요?”
“네, 저희는 범인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노형진이 생각하기에는 직장으로 연결된 범인일 가능성은 낮다. 그런 곳에서 고객과 일이 틀어졌다고 하더라도 여자가 그렇게 공격적인 보복을 할 가능성은 낮다.
“글쎄요…….”
“혹시 과거의 여자라거나…….”
“그런 여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녀석, 애가 태어나고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런가요?”
“네.”
아이의 나이가 다섯 살. 임신 기간까지 생각하면 6년 정도. 어떤 여자가 그 기간 동안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복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리고 여자가 두 명이란 말이지.’
두 명한테 바람피워서 만나서 보복한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데.’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알 리 없다. 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보복하는 것은 여자의 복수 스타일이 아니다.
“진짜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십니까? 혹시 유품이라도 있나요?”
“15년이나 지났는데 있을 리가요.”
유품이라고 받은 것은 모조리 태워 버렸다고 한다. 가진 건 사진 몇 장 정도.
‘사진에서는 기억이 나올 리 없잖아.’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 접촉할 때 생각이 읽혀야 하는데 과거의 사진 보관 방식을 생각하면 필요한 정보가 나오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는 사진첩이라는 커다란 책에 끼워 넣어서 덮어서 보관했으니 말이다.
“뭐든 좋습니다. 하나라도 작은 것 하나라도 생각나는 거 없습니까? 살해당할 당시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거나 스토커가 붙었다거나.”
“어…….”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술을 마시고 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은 있네요.”
“술을 먹고요?”
“네, 집주인이랑 싸웠다고요.”
“집주인이랑 싸워요?”
“네.”
그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이유가 뭐랍니까?”
“쫓아내려고 했다는군요.”
“쫓아내요?”
“네.”
“세입자였나 봅니다.”
“그거야 그렇지요. 집을 가지고 있을 만큼 성공했으면 그 녀석이 거기서 나왔겠지요.”
씁쓸한 얼굴이 되는 그였다.
‘고작 그거란 말이야?’
그걸 가지고……. 노형진은 그렇게 말을 하려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쫓아내려고 했다고요?”
“네.”
“혹시 말입니다. 그 당시에 세입자들끼리 뭉쳐서 저항하거나 하지 않았습니까?”
“안 그런 곳도 있습니까?”
대부분 재건축을 한다는 것은 그 도시가 낙후되고 더 이상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다. 그곳이 재건축되면 건물주들은 떼돈을 벌지만 거기에 세 들어 사는 가족들은 쫓겨나는 수밖에 없다. 돈을 돌려받기도 하겠지만 그 지역은 낙후된 지역인 만큼 집값이 싸서 그 돈으로 다시 정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가니 자연스럽게 세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건축한다고 하면 세입자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 혹시 나 방향을 전혀 엉뚱한 쪽으로 잡고 쫓는 거 아냐?’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뭔가를 깨닫고는 서둘러서 그곳에서 나왔다. 그리고 차로 오면서 뭔가를 손가락을 따져 가면서 계산하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계산하세요?”
“아니, 그냥…… 좀 건축 기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네? 하지만 거기에 아파트가 올라간 건 12년 전이잖아요. 살인 사건이 난 건 15년 전이구요.”
“그렇지요.”
노형진은 대략 상황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그런 표현을 할 때는 완공을 기준으로 합니다.”
“완공을 기준으로 하기는 하죠.”
“그리고 그곳에 가 봐서 아시지 않습니까? 그곳은 대단위 단지입니다. 단순히 한두 동짜리가 아니라요. 그건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지요.”
“아!”
“계산해 보면 아무리 못해도 3년 전에는 집을 비워 주기 시작줘야 합니다. 그래야 집을 부수고 정리하고 다시 아파트를 올릴 수 있지요.”
“그럼?”
“네, 우리는 어쩌면 방향을 잘못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은 그의 원한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사실 직업적으로 좋은 소리 못 듣는 중고차 딜러인 만큼 어쩌면 자신들이 색안경을 끼고 봤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김소라 역시 노형진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최소 몇억은 왔다 갔다 하는 사업이니까요.”
“맞습니다.”
단순히 재건축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끝이 아니다. 그때는 재건축이라고 하는 것이 말 그대로 노다지라고 할 만큼 엄청난 돈이 되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인 만큼 사람들은 혈안이 되었고 당연히 그 당시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는 여자라는 점에서 그냥 불륜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여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 재건축 시장이기는 하지요.”
“복부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지요.”
한국에서 보통 남자들은 일하고 여자들은 살림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게 하나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나가서 일하러 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일에 여자들이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그쪽으로 조사하면 뭐든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군요.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런 일은 필연적으로 고소·고발이 진행이 되니까요 후후후.”
* * *
아니나 다를까, 노형진의 말대로 그 당시에 사건 기록을 조금만 조사하자 폭행부터 명예훼손이나 모욕같이 재건축 현쟁에서는 당연하다고 할 정도 많은 사건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주 극렬했나 보군요.”
노형진은 고문학이 가지고 온 자료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상상보다 많은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갑만에 대한 고소·고발도 있군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기록에 따르면 조갑만이 그 당시에 대책위원장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집주인들에게 밉상이었겠군요.”
“네.”
사건 기록은 그가 대책위원장이 되어서 협상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고소했던 사람들 중에 대부분은 여자들이었고요.”
“아무래도 남자들처럼 주먹으로 안 되니까.”
일단 뭐 하나만 걸리면 신고하고 고소하고 그런 건지 수십 건의 기록이 있고 그들은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끝나고 있었다.
“아마도 조갑만도 절박했을 겁니다. 그의 상황을 보아하니까 말이지요.”
“그런가요?”
“네, 그 당시 그의 집은 월세였습니다. 보증금 1천만 원에 월 12만 원. 그런데 1년 동안 세를 내지 못했더군요.”
“흠…….”
그것은 그가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주면에서 죄다 사기를 쳐 가면서 손님을 끌어가는데 자신은 바르게 돈을 벌려고 하니 장사가 될 리 없다. 당연히 돈도 안 벌리고 결국 세도 내지 못한다.
“보증금에서 까인 상황에서 그 돈으로 어디 가서 방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겠군요.”
“네.”
그렇다고 시골로 내려갈 수도 없다. 다섯 살이라고 하면 얼마 후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가면 언제 올라올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그는 투쟁하는 길을 선택한 모양이네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는 결국 이곳에 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당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을 모아서 집주인들과 건설사와 극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최소한 세입 기간이라도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다 기다려 주기에는 집주인들의 욕심이 너무 과하지.’
그들의 집은 비워 주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기다리기에는 주인들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엉뚱한 쪽으로 나가는군.”
“아무래도…… 우리도 사건 기록에 속아 넘어간 거죠.”
“하아.”
초동수사라는 말이 있다. 사건 초기 사건에 대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제대로 초동수사가 되지 않았지.’
사건을 수사를 시작할 때 지문이 나왔고 그 지문은 전과자 지문이었다. 당연히 그가 잡혔고 그 후에는 모든 수사 기록을 그를 범인을 만들기 위해서 이루어졌다.
‘우리도 그거에 속았고.’
자신들은 그걸 감안하고 봤지만 반대로 그걸 감안해서 개인적인 원한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그 주변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집주인이 범인일까요?”
“글쎄요…….”
노형진은 다시 마음을 비우고 그 당시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집주인은 부부로 되어 있어요. 남자가 있는 경우, 여자는 보통 이런 일에 전면에 나서지 않지요.”
그 말에 김소라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국이야 자주적이고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여성이 많다고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남자에게 종속적인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과거에는 그런 분위기가 더 심했다.
“그러면 모녀일 가능성이 높군요.”
“모녀요?”
“네, 이렇게 극단적인 일을 같이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 거기에다 한 명이 주도적이고 한 명은 종속적이죠. 제가 읽어 낸 사건과 딱 맞아떨어져요.”
“그러면 이 사건을 주도한 것은 어머니 쪽이겠군요.”
“그렇겠지요.”
남자가 없는 모녀 사이가 그 당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가정의 어머니들은 좋게 말하면 억척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독하다.
‘한편으로는 살인도 불사할 만큼 안 좋은 쪽으로 갈 수도 있지.’
그렇게 한평생 고생해서 집을 샀다. 그리고 그걸 재건축하면 그 모든 고생이 끝난다. 수억의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결사반대하는 사람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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