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06)
“그런데 그 후에 안말숙의 딸이 정신병원에 들어갔다네.”
“정신병원에요?”
“그래. 무슨 일종의 피해망상이라고 들었는데…….”
“음…….”
대충 상황을 알 것 같다. 안말숙은 표독스러운 사람이라서 괜찮을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정상일 수가 없다. 하물며 자신이 예뻐하던 아이를 죽이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못할 짓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성립되는군요.”
딸은 그 상황을 이겨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모르지. 대법원이 확정된 후에는 전혀 만난 적이 없으니까.”
“대법원까지 따라왔단 말입니까?”
“그래. 난 그 당시에 원한이 엄청나다고 생각은 했네만…… 단순히 원한은 아니었군.”
“후우.”
이런 사건은 대법원 확정까지 아무리 빨라야 2년이다. 그런 걸 따라다녔다는 것은 완전히 끝장나는 것을 보고야 말겠다는 뜻이었다.
‘성격도 프로파일링에 맞아.’
자기 지배적이고 집착이 강한 스타일이라니.
“대충 범인의 존재를 알았으니…… 찾아야겠지?”
대책이 서지 않는 듯한 서승진이었다.
“찾는 거야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난 자네가 말한 그 팀의 힘을 요즘 느끼고 있다네.”
이전에는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뛰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문학에게 부탁하기만 하면 그가 금방 구해서 가져다준다. 그 덕분에 그는 일하기 훨씬 편해져서 사건에 훨씬 잘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네. 증거도, 증인도 없는데 그 여자가 죄를 어떻게 인정하게 할 건가?”
“겁을 좀 주려고 생각중입니다.”
“겁을 준다고? 하지만 그건 불법 아닌가?”
“협박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런 타입은 협박한다고 먹힐 것도 아니고요. 다만 그런 타입은 자기 자신을 너무 믿기 때문에 실수하기 마련이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보시면 압니다. 후후후.”
노형진의 머릿속에서 이미 작전이 구상되고 있었다.
* * *
안말숙은 자신의 빌딩 앞에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있었다.
“제대로 일 못해? 엉?”
“죄송합니다, 사모님…….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전기가 나갔으면 교체해야 할 거 아냐!”
“관리비가…….”
“돈이 없으면 사서 하든가! 까짓 몇 푼이나 한다고 그래?”
“단순히 퓨즈 문제가 아닙니다. 차단기를 통째로 바꿔야…….”
“누가 몰라서 그래! 갈아!”
“하지만 관리비가…….”
“내가 준 거 있잖아!”
“…….”
경비원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주는 관리비는 말 그대로 딱 건물이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준다. 주요 관리 퓨즈를 바꿀 만한 돈이 안 된다.
“잘리고 싶어?”
결국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나왔다. 저 말이 나왔다는 것은 자기 월급으로 사다가 바꾸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르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경비원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교체하겠습니다.”
“그럴 것이지.”
그녀가 멀어져 가자 경비원들은 모여서 한숨을 쉬었다.
“그게 얼마라고 했지?”
“58만 원.”
“네 명이니까…… 14만 5천 원씩인가? 하아.”
“어쩌겠어.”
이 나이 먹고 일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경비원 자리는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돈을 모아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때마침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 거기에는 한 남자가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저 사람이 고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누구요?”
“아, 이 건물에 볼일 보러 온 사람인데요.”
“그러면 볼일 보고 가요.”
경비들은 괜히 짜증을 부렸다.
“글쎄요. 볼일을 볼 당사자가 나가 버려서요.”
“사모님이?”
“네, 그런데 이런 일이 자주 있나 봐요?”
“…….”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일로 온 건 아니니까.”
그 말은 그다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걸 알아들은 건지 경비원들은 한숨을 쉬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있어요?”
“기계라는 게 수명이 있는데 그걸 이해를 못해. 아니, 하기 싫은 거겠지.”
기계의 수명이 다해서 교체해야 하면 안말숙은 관리 부실 운운하면서 그 책임을 경비원들에게 돌리는 게 일이었다. 아무리 설득해도 도무지 말이 안 통했다.
“오죽하면 우리가 수리용 계를 다 들겠수?”
“계?”
“안 그럼 잘리니까. 이 나이 먹고 잘리면 어딜 가겠어요?”
그들은 포기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노형진은 그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뭐, 조금 있으면 나아지실 겁니다.”
“나아진다고?”
“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방법이 있지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저 사람 언제 오나요?”
“글쎄요…… 7시쯤 되면 올 것 같은데요.”
“그래요?”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 이따가 다시 와야겠네요.”
“그러시든가요.”
그들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자, 노형진은 다시 차로 돌아갔다. 그 차에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어떤가?”
“확실히 주변에서 유리한 진술을 할 만한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
“네.”
“하긴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자수했겠지요.”
그 말에 서승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형진은 김소라를 바라보았다. 김소라는 외부에 드러난 안말숙의 행동을 보면서 그를 분석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일종의 통제 중독이군요.”
“그렇지요?”
“네, 예상대로예요. 저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통제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사건 당시에도 그런 게 있었을 거지만 사건 이후로 더 심해진 듯합니다.”
“그렇겠지요.”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그런 것이 외부에 나가면 자신의 인생은 파멸한다. 당연히 모든 것은 관리하고 통제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는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할 게 뻔했다.
“함정에 빠질까요?”
“빠질 겁니다. 저런 사람들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것을 참지 못하니까요.”
“그러면 좋겠네요.”
노형진은 건물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 * *
“후우.”
노형진은 건물 앞에서 깊은 심호흡을 했다. 그의 모습은 아까 전 깔끔한 모습과는 달랐다. 후줄근한 복장의 티셔츠와 싸구려 청바지.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추운 듯한 복장. 그중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그는 40대 후반의 아저씨처럼 완벽하게 분장한 상태였다.
“들립니까?”
그는 잠시 허공에 대고 말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가장 위층에 있는 임대 사무실로 향했다.
‘보통은 이 정도 건물은 임대 사무실을 따로 두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임대 사무실을 둔다는 건 뻔했다. 누군가에게 드러내기를 좋아한다는 것.
“누구세요?”
노형진은 한쪽에 있는 임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힘들어 보이는 여자가 고개를 들어서 물어봤다. 시커먼 얼굴을 봐서는 무척이나 힘든 하루를 보낸 모양이었다.
‘아니, 매일이 그러려나?’
“무슨 일이시냐고요?”
“아니, 별건 아니고 여기 사장님 만나러 왔는데.”
히죽거리는 노형진의 모습. 그런데 그 모습은 기존에 보여 준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의 모습은 껄렁거리는 생 양아치의 모습이었다.
‘어디서 이딴 인간이…….’
자신을 느끼한 눈빛으로 살피는 노형진을 보면서 여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그냥 사장님한테 도움을 좀 받으십사 하고 말이지. 후후후.”
“약속은요?”
“없는데?”
“그럼 나중에 약속 잡고 오세요.”
자신이 들여보내 주면 무슨 꼴을 당할지 너무나 뻔했기 때문에 그녀는 노형진을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노형진이 그냥 나갈 리 없었다.
“그러면 후회할 텐데?”
“안 나가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불러 봐. 내가 경찰 한두 번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끽해야 빵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밖에 더 있겠어?”
그 말에 여자는 움찔했다. 양아치 같다고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전과자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위유, 아가씨 몸매 좋은데?”
노형진이 은근한 눈빛으로 위아래로 살피자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이거 어쩌지?’
경찰을 부를 수는 있지만 그래 봤자 쫓아내는 것이 한계다. 그러면 저 남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겁이 덜컥 난 것이다.
“뭐, 이해 좀 해 달라고. 나온 지가 얼마 안 되서 여자를 굶어서 말이지. 오입질도 돈이 있어야 하지.”
노형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쩍 더 겁을 줬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덜컥 겁이 났는지 재빨리 전화기를 들었다.
“사장님한테 물어볼게요.”
일단은 사장에게 물어보면 100% 경찰을 불러서 쫓아내라고 하겠지만 책임은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위해서 작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재건축할 때 있었던 일 때문에 왔다고 해.”
“뭐라고요?”
“재건축 당시 일 때문에 왔다고 말이야. 나도 같이 좀 먹고살자고.”
“그게 무슨 말인지……?”
“그렇게 하면 알아들을 거야.”
노형진이 대답은 안 하고 더욱 징그러운 미소로 자신을 위 아래로 살피자 여직원은 서둘러서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손님이 왔는데요? 이름이?”
“알아서 뭐하게?”
“저기, 말 안 하겠다고……. 쫓아내라고요? 근데 재건축 때의 일로 왔다고 하는데요?”
그 순간 전화기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여직원은 고개를 들어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재건축 때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묻는데요?”
“그 덕분에 내 친구가 따뜻한 곳에서 국가에서 주는 밥 먹고 있다고 전해 드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리고는 서둘러서 전화기 너머로 말했고 잠시 후 들어오라는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들여보내라고요?”
“거봐. 아는 사이가 될 거라니까. 후후후.”
노형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는 안말숙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사장님.”
노형진은 안말숙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턱하니 탁자 위에 발을 올려놨다.
“너 뭐야?”
“에이, 그러시면 쓰나요.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그런데 여기는 손님이 왔는데 차도 안 줍니까?”
“너 같은 새끼가 손님 웃기고 자빠졌네. 뭐 때문에 온 거야?”
그녀의 사나운 공격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원래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지.’
안말숙이 예민하게 구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언급하는 녀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꼬리를 말고 들어가면 약점을 인정하는 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진짜 좋은 대응은 도리어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게 약점이 맞나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안말숙은 그럴 수가 없었다.
“사장님, 되게 다급하시네.”
“넌 뭔데 와서 깽판이야!”
“전 깽판 친 거 없는데요? 그냥 같이 먹고살자고 온 것뿐인데.”
“뭔 소리야? 네가 뭔지 알고!”
“사위가 될 사람인데 이제 차차 알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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