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07)
“뭐? 사위? 이게 미쳤나?”
수시로 정신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딸이다. 그리고 아무리 딸이 미쳤어도 이런 놈을 만날 이유가 없다. 설사 만났다고 한들 상식적으로 장모가 될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구는 남자는 없다.
“너 뭐야!”
“저요? 말했잖수? 사위가 될 남자라고.”
“이게 미쳤나?”
“미친 게 아니라 정당한 거래지. 설마 이 재산을 날로 먹으려고? 내 친구를 학교로 보내셨으면 그에 대한 책임은 지셔야지.”
“학교라니 무슨 학교!”
“교도소라고 하면 아시려나? 살인 뒤집어씌우고 보냈잖아요? 안 그래요?”
노형진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절대로 남이 알아서는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가 아니라 내 친구가 다 말했다우. 그때 안방에 있었다면서?”
“무…… 뭐라고?”
“에이, 내 친구가 바보인 줄 알아요? 하긴 바보 맞아서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대가리에 눈깔은 달렸거든요.”
노형진은 최대한 건들거리면서 그녀에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그 빈정거림을 당하면서도 안말숙은 화를 내지 못했다.
“무슨 개소리야?”
“안방에 당신하고 딸 둘이 있었잖아요.”
“증거 있어?”
“있지요. 내가 마침 집 앞에 있었거든요.”
“뭐라고?”
한 장의 사진을 꺼내서 살랑살랑 흔드는 노형진. 그걸 본 안말숙은 재빨리 그걸 낚아채려고 했지만 노형진이 잽싸게 손을 빼는 바람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안 되지. 그리고 이걸 빼앗는다고 내가 원본 필름을 주겠어요? 후후후.”
“너 뭐야?”
“말 그대로. 도둑놈이지. 당신 딸 도둑놈. 그리고 그날 멍청하게 잡혀간 도둑놈 친구.”
“…….”
안말숙은 상황을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녀석들은 두 명이었던 거다. 한 명이 바깥에서 망을 보는 사이 다른 한 명이 털러 들어갔던 것이다.
“역시 걸렸군.”
끊임없이 돌아가는 안말숙의 눈동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사실 이 작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 안에 그 두 사람이 있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50 대 50이니까.’
강찬술이 들어갔을 당시에 아내는 살아 있었다. 안말숙의 성격상 그걸 그냥 두고 갈 리는 없으니 강찬술이 보지 못했을 뿐,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증거 사진에서는 화장실은 깨끗했단 말이야.’
화장실은 피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에 반해서 안방과 작은 방은 피범벅이었다. 그렇다면 화장실에 숨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안 묻을 수가 없으니까.
‘결국 남은 것은 안방뿐.’
거기에다가 강찬술 안방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도 일을 끝마치려는 순간에 강찬술이 온 것이겠지.’
그래서 급한 마음에 다시 안방으로 도망갔을 테고 말이다. 그리고 노형진의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의 미끼를 꼴깍 삼키고 있었다.
“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우? 어차피 친구라고 해 봐야 사형수한테 의리를 지킬 이유는 없고 당신 딸내미도 헤까닥 돌아서 뻔질나게 정신병원 다니기 바쁜데 당신 뒈진 후에 이 재산 지키지는 못할 테고. 그냥 나랑 당신 딸이랑 혼인신고만 시켜 주면 최소한 내가 딸 길바닥에 나앉지는 않도록 해 줄게. 어때요?”
“너 이 새끼.”
“싫으면 나란히 감방으로 가시든가. 친구가 아마 사형을 언도받았지?”
히죽거리는 노형진.
“내 조만간 연락할 테니 결정하슈.”
노형진은 일어나면서 책상에 놓인 그녀의 명함을 하나 슥 챙겼다.
“아, 그리고 다음 달까지 돈 1천만 구해 줘 보슈. 내가 당신들 찾느라고 돈을 좀 썼거든. 얼마나 잘 숨어 계셨는지 사진만으로 사람 찾는 게 좀 걸리더라고.”
마지막까지 히죽거리고 나가는 노형진을 보면서 안말숙은 이를 뿌드득 갈고만 있었다.
* * *
“왜 그랬나?”
“뭘요?”
“왜 딸을 요구했나?”
“그래야 무너지니까요.”
“무너져?”
“네, 저 여자에게 딸은 일종의 관리 대상이에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그걸 빼앗는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지요.”
더군다나 자신과 결혼하게 되면 자신의 재산은 딸에게 가지만 딸이 정신병을 가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결혼한 사람이 그걸 관리하게 된다.
“당연히 안말숙의 성격상 그걸 용납 못하지요. 아마도 분노로 길길이 날뛰게 될 겁니다. 그리고 화가 날수록 사람은 더 큰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요.”
“음…….”
처음에 몰래 들어가서 뭔가 녹음해 올 거라 생각했던 서승진이었다. 그런데 단순 녹음을 넘어서 도발이라니.
“녹음 파일만 가지고는 약합니다. 아시다시피 대법원까지 갔던 사건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재판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게 얼마나 인색한지는 아시지요?”
“그건 그렇지.”
지금 녹음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능한 변호사라면 그걸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안말숙은 그런 변호사를 고용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다시 실수하게 만들어야지요.”
“자네를 노리는 걸로 말인가?”
“네.”
안말숙은 한번 사람을 죽여서 자신의 욕심을 챙겼던 사람이다. 그런 걸 다시 못할 리 없다.
“그리고 그 정도 증거면 확실하게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겁니다.”
“위험하네.”
“어차피 인권 변호사라는 게 위험한 직업 아닙니까?”
잘못하면 정권에게 찍혀서 제대로 인생 종칠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인권 변호사다.
“미안하군. 무리한 사건을 맡긴 건 아닌지…….”
“아닙니다. 이런 사건도 우리가 해야 할 사건이지요. 사실 저도 이번 사건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가지고 사건을 분석하고 있었다. 만일 재개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자신은 아마도 여전히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뒤를 쫓고 있었을 것이다.
‘하긴…… 숨어 있는 것도 이해가 가지.’
그 당시 집주인들이 피해자를 엄청나게 싫어했을 건 뻔한 일이었으니 엄청나게 위협받았을 것이다.
“일단은 준비가 끝나면 정리하도록 하지요. 피날레는 가능하면 화려한 게 좋겠지요? 하하하.”
* * *
안말숙은 이를 빠드득 갈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 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 뭐든 해 왔다. 그게 살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어디서 시정잡배가 나타난 것이다.
“망할 놈…….”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 녀석은 자신들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물론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그저 추론한 것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노형진이 보여 주지 않은 사진이 그들이 방 안에서 나오는 모습이라는 것을 안말숙이 예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저기, 사장님…….”
문이 빼꼼 열리면서 직원이 들어왔다. 구색 맞추기 용으로 고용된 여자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녀가 허락하기 전에는 퇴근도 못 하는 게 현실.
“가 봐.”
“네, 안녕히 계세요.”
그녀가 인사하고 가려는 찰나였다.
“잠깐.”
“네?”
“혹시 그 녀석에 대해서 좀 아는 거 있어? 이름이라든가 그런 거 몰라?”
“어…… 그건 모르겠어요. 대충 봐서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던데요.”
“그래?”
“네.”
“그렇단 말이지.”
안말숙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가 봐.”
“네.”
그녀가 가고 난 후 안말숙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서 이번 일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 녀석이 왜 찾아오지 않았는지 말이 돼.’
사진만 가지고 자신을 찾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들어간 녀석에게 친구 운운하는 거 보니 그 녀석도 도둑일 가능성이 높다.
‘뭔가 일을 저지르고 감방에 들어갔던 모양이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자주 들어갔든가.
‘어느 쪽이든 그 녀석이 날 찾았단 말이지.’
처음에는 그저 돈이나 뜯어내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 알아차리고는 아예 집어삼킬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나온다면.’
안말숙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한번 해 본 거, 두 번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렇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그녀였다.
* * *
“아주 열심히 돌아다니더군요.”
“그렇지요?”
“네, 주로 사람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야 걸리지 않으니까요. 살인이라는 것도 결국은 익숙해지는 것이니까요.”
처음에는 다급한 마음에 한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죽이고 난 후 끊임없이 문제를 곱씹으면서 후회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겠지.’
연쇄 살인범은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곱씹고 추억하면서 점점 더 완벽한 형태를 잡아 가는 것.
‘그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분명 뭔가 생각을 해낼 거야.’
안말숙은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그때 일을 곱씹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에 하게 된다면 더 완벽하게 하겠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설프기는 하더군요.”
“프로는 아니니까요.”
한번 사람을 죽여 봤다고 프로가 되는 건 아니다. 당연히 고문학이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모를 것이다.
“제가 연락하면 아마도 조용한 곳에서 절 제거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까 절 불러낼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게 쉬울까? 자네는 여자고 상대방은 남자인데? 다시 딸의 도움을 받으려나?”
“그건 무리일 겁니다.”
노형진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딸은 안말숙과는 다릅니다. 한 번의 살인 때문에 결국은 평생을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지요.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다시 쓴다는 것은 사실상 살인을 실패하겠다는 소리입니다.”
“그렇겠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진짜로 그녀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수할 수도 있다. 당연히 안말숙은 그걸 그냥 두고 볼 리 없는 사람이다.
“만일 그런 낌새를 보이면 딸이라고 할지라도 죽여 버릴 겁니다.”
“설마. 딸을 위해서 살인까지 불사하는 사람인데?”
“그건 변명입니다. 자식을 위해서 살인을 불사한다니요. 자식이 무슨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위기 상황도 아니고 자식이 가지고 가야 할 돈 때문에 한다는 것은 진짜로 그 자식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자식을 이용하는 것뿐입니다.”
“음…….”
“애초에 자식을 위했다면 애초에 살인하러 갈 때 자녀는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겁니다.”
만일 성공하면 그 재산은 자녀가 가게 되는 것이고 실패하게 되면 자신만 처벌받는 것이 정상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경우라면 자녀를 살인할 때 데려가지 않는다.
“결국 그는 남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그 대상은 자녀도 포함된다. 그런 사람은 만일 자녀가 사실을 증명하거나 밝히려고 한다면 충분하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는 자녀란 그저 도구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독한 여자로군.”
“다들 평이 그렇더군요.”
그녀는 독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당장 친해지려고 하면 온갖 의심을 하니 친해질 수가 없었다.
“결국 도발해서 실수하게 만들 생각이로군.”
“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고발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녹음 내역 역시 변호사에 따라서는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더 정확한 내용을 녹음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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