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14)
팬심이란 일방적인 것이다. 팬들이 가수에게 뭔가를 요구하게 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저들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이거, 아무래도 쇼크를 좀 줘야겠구만.’
덕질은 약간은 환상이다. 원래 연예계는 환상을 파는 직업이다. 당연히 저들은 환상을 보고 움직인다. 그러니 저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저들은 가수와 자신들 사이에 끼어 있는 기획사라는 존재를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다.
“저도 덕질하는 놈입니다. 전 탑코어라는 가수들의 덕질을 하죠.”
“탑코어? 신인이군요.”
“네. 뭐, 덕질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하여간 그래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그런 마음에 얼마나 악용되는지 알고 있지요.”
“악용이라니요?”
“여러분의 사랑은 순수합니다. 그리고 연예인들은 그 순수함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그 중간에 낀 연예 기획사들? 그들의 입장에서는 여러분들은 그냥 금전 출납기에요.”
직설적인 말에 다들 얼굴을 찌푸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들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덕질을 하면서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사이에 누가 끼었다고 싫어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나오기까지 그들의 노력도 무시할 건 아니니까요.”
애써 담담하게 말하려고 하는 사람들. 하지만 노형진이 생각한 쇼크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글쎄요. 그들의 노력과 그들의 착취는 다른 문제 아닌가 싶네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들이 조직적 성 상납을 하려고 한다면 어쩌실 겁니까?”
“뭐라고요?”
“자신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여러분들이 그렇게 우상으로 삼는 연예인들을 위안부처럼 성 노예로 삼겠다는데 그걸 용납하시겠다는 건가요? 그게 여러분들의 팬심이신가요?”
“뭐라고요?”
“그 말 사과하세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하지만 노형진은 더욱 강하게 나갔다.
“그럼 여러분들은 연예계가 무척이나 투명하고 깨끗하고 밝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 말에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덕질을 한다는 것은 그 세계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것이고 세상을 안다는 것은 결코 세상이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니까.
그 순간 한쪽에 술집 한쪽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한 노인이 나와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조용해진 사람들 사이로 그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노형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들은 저 사람 아시죠?”
노형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저 사람은?”
“알죠.”
알다 뿐이겠는가? 유명한 사람이다. 유명 정치인이며 작년에 성 상납 스캔들의 한복판에 섰던 사람.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가 저런 남자와 함께 밤을 지낸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그걸 말도 안 되는!”
“우리 미미 씨는 안 그래!”
“확신할 수 있어요? 스물네 시간 따라다닐 겁니까? 무슨 권한으로요?”
“…….”
그럴 수가 없다. 자신들이 스물네 시간 감시하면 그건 팬이 아니라 스토커다.
“모르죠. 지금도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어떤 남자 아래에서 신음 소리 내고 있는지.”
“이 새끼가!”
결국 참지 못하고 노형진의 멱살을 잡아 올리는 남자.
‘그래, 화를 내라.’
세상은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불타올라야 한다.
“여자 연예인만 성 상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남자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보자 보자 하니까! 터진 입이라고 막 지껄이네요!”
노형진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 노형진은 이쯤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로 했다.
“전 터진 입이라고 막 지껄이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그 현실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건데 현실은 모른 척하면서 시선을 돌리는 여러분은 그럼 뭡니까? 팬요? 무슨 팬이 그래요? 무슨 팬이 자신의 우상이 고통스러워하는데 그걸 모른 척합니까? 그거 종교로 보면 사이비 종교 아닌가요, 신을 팔아먹는?”
“…….”
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은 알고는 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여러분들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건데, 그걸 고칠 수 있는 힘을 주겠다는 건데 그게 싫으시다면서요? 싫으면 나가세요. 당신들이 나가도 그 우상의 팬 중에는 여러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 말에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렇지. 여기라고 권력 관계가 없을 수가 없지.’
권력 관계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다. 팬클럽이라고 없을 수는 없다. 특히 팬클럽 회장은 가수 쪽과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자신을 빼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노형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판들과 접촉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점차 자신의 권력은 그쪽으로 가게 된다. 팬들 역시 그쪽을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가수 역시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
상식적으로 자신이 성 상납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사람과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는 사람 중 누구에게 마음이 갈지는 뻔한 일이다.
“나갈 분은 나가세요. 말리지 않습니다. 다만 다시는 팬이라는 이름 쓰지 마세요.”
좌중에 흐르는 침묵. 그들은 결국 한숨을 쉬면서 노형진의 멱살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까지는 중구난방으로 되어 있던 팬클럽이라는 것을 하나로 묶어서 활동하는 거죠.”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요? 팬클럽을 모조리 사단법인화한다는 게…….”
“모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팬클럽 연합회입니다.”
“팬클럽 연합회?”
“네, 가칭이죠.”
노형진의 계획은 간단했다. 팬클럽을 하나로 묶어서 팬클럽 연합회를 만든다. 그리고 그걸 사단법인화한다. 그리고 가수에 대한 지분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여러 가지 굿즈 사업이나 관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가수가 한두 명도 아니고…….”
“각 가수들은 팀별로 구분될 겁니다.”
“팀별로요?”
“네, 새로운 가수가 생기면 새로운 팀이 생기는 거죠. 사실 팬들 역시 허공에 뜬 구심점보다는 확실하게 고정된 공식 팬클럽이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음…….”
확실히 그런 것은 있다. 가끔 연예인들 세계에서는 팬클럽 회장이라는 녀석이 조공을 바친답시고 돈을 모아서 횡령하거나 잠수 타는 일이 있다. 그러다 보니 팬클럽 활동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극단적 팬들 때문에 도리어 일반인들은 그 가수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빠가 까를 만든다 라는 말이 있지. 후후후.’
팬클럽 세계에서 통하는 현실을 비꼬는 말이다. 빠란 어떤 가수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을 뜻한다. 문제는 그들이 그 사람을 위해서 주변에 폐를 끼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 그룹의 팬들이 그들의 콘서트 티켓 구매 연습을 한다면서 모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구매한 일이 있었다. 물론 인터넷으로 구매했지만 갈 생각이 없으니 당연히 결제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정작 그 가수의 팬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그 사건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가수에 대한 까, 즉 안티로 돌변했다. 안티가 많은 가수는 오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인터넷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지.’
전에는 인터넷 결제가 시간이 넉넉했다면 지금은 길어야 이틀 정도밖에 안 준다. 결제하지 않으면 바로 다른 사람이 구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걸 통제하기 위해서는 중심이 있어야 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공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몇몇 곳은 공식 팬클럽을 운영하지만 지원은 전무하죠.”
공식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공식 팬클럽은 기업이 지원해 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만을 그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수나 소속사도 어느 정도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식이니까.
“하지만 운영비는요?”
“글쎄요. 팀별로 나누면 사무실 운영비는 얼마 안 나오죠.”
기껏해야 팀별로 책상 네 개나 나올까? 그런 식으로 나눠서 한 층을 쓰면 한 팀당 사무실 운영비는 10만 원 미만이다. 물론 일하는 사람에게 임금을 줘야 하지만 팬클럽인 만큼 일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 정도도 유지 못할 정도의 팬클럽이라면 사라지는 게 정상이고.’
“가수에 대한 지분이라…….”
“물론 그게 가수의 수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온다거나 투자분에 대한 돈을 받는다는 개념은 아닙니다.”
재단법인은 기본적으로 재산을 투자해서 그 재산에 인격권을 부여한다. 쉽게 말해서 장학금 재단 같은 곳이 재단법인이다. 장학금이 중심이며 사람은 그걸 운영할 뿐이다. 하지만 사단법인은 사람이 중심이며 재산은 그걸 운영하는 것 정도면 된다.
“어떻습니까?”
“하지만 운영 장소는 그걸 해 본 적이 없는데 그걸 쓰는 방식은?”
“그 부분은 대룡에서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대룡에서?”
“네.”
그 말에 사람들은 솔깃했다. 그렇다면 손해 볼 것이 없다. 물론 어느 정도 돈을 내야 하기는 하지만 팬클럽이라고 하는 만큼 그 숫자는 적은 것이 아니니까. 물론 소규모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는 연합해서 활동하면 된다.
“하실 생각 있습니까?”
그 말에 사람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국 최초로 팬클럽 사단법인이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8장. 팬을 위한 세레나데>
“사단법인인 팬클럽 협회에 발촉을 축하하면서.”
사회자가 사회를 보는 것을 보면서 유면택은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좋습니까?”
“좋지. 안 그래도 골칫거리였거든.”
지난번에 폐교를 구입해서 사무실과 연습실을 만드는 작전은 효과는 좋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대룡에서 이 방법을 쓰면 성화 역시 그걸 쓸 거라는 것. 그걸 막기 위해서 대룡은 서울과 경기도권의 모든 폐교들을 싹쓸이해 버렸다. 몇몇 곳은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을 이번에 팬클럽 협회에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제법 짭짤하네.”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지, 팬클럽의 규모는 생각보다 큽니다.”
공식 팬클럽. 거기에다가 사단법인화해서 가수에 대한 일정 지분을 준다는 것은 팬으로서는 최고의 선물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신청했다. 기본적으로는 테이블 네 개당 20만 원 선이었지만 대형 팬클럽은 몇 개씩 신청해야 했고 그 덕분에 그렇게 쥐고 있던 폐교나 비어 있는 사무실을 임대할 수가 있었다.
“대룡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닙니다.”
“우리 좋으면 된 거지, 뭘. 하하하. 자네가 뭐 츤데레인가? 그런 말을 하게?”
“츤데레라는 말은 또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그래도 팬클럽 문화는 10대 위주 문화 아닌가? 내가 좀 공부했지.”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나름 존경스러운 사람이기는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