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22)
일반적으로 그런 인간이면 당연히 사퇴시키든가 해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그가 로비로 벌어 오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임상 실험 역시 그런 로비로 받아 온 것 중에 하나고요.”
“끄응…….”
“일단은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더 이상 때릴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서진규 씨의 상태를 봐서는 미안해서라도 못 때리겠는데? 하하하.”
“웃을 일이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하하. 하지만 눈에 멍든 게…….”
“끄응…….”
서진규은 한숨을 쉬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이제 다음 약속 장소로 가지요.”
“제발 이번에는 안 때렸으면 좋겠네요.”
그는 그렇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 * *
“다큐가 나왔습니다.”
“벌써?”
“네.”
송정한은 깜짝 놀랐다. 다큐에 들어간 지 채 2주도 안 되었다. 그런데 벌써 다큐가 나왔다는 것이다.
“날림으로 만든 거야?”
“그럴 리가 있나요.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한번 보셔야지요.”
“흠…….”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무태식이 다큐를 상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 무 변호사, 어때? 잘 나왔어?”
“글쎄요? 잘…….”
“자네도 못 본 거야?”
“노 변호사님이 철저하게 비밀로 하셔서요.”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보시면 압니다.”
노형진은 씩 미소를 지으면서 웃었다. 사실 비밀로 한 것은 다음 준비를 위해서였고 그다음 준비가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걸 시작하기 위해서 사전에 이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제대로 만들어졌을는지…….”
송정한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자료를 주고 피해자들이 억울한 마음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또한 물적·심적으로 지원해 줬다고 해도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이번 주제는 급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급한 게 아니었다고?”
“네.
“자네, 이번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압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거든요.”
“……?”
송정한과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후 천천히 다큐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처음 흐르는 것은 다름 아닌 제목. 그것은 >21세기 마루타, 아직 살아 있는 731의 망령> 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그들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나타났다.
“어?”
갑자기 그 제목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처럼 흩어지더니 새로운 제목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 친일파의 민낯? 이게 뭐야?”
전혀 다른 제목이 나오자 어리둥절한 두 사람. 노형진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냥 두고 보세요.”
그 말에 두 사람은 조용히 그걸 보기 시작했다.
내용은 다큐치고는 짧고 단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주 심각해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략 20분 정도의 짧은 다큐였지만.
“이건…….”
“이번에 그 마루타 사건을 찍으면서 친일파나 그들과 이권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위협한 것을 찍은 겁니다.”
“이게 단순 위협이라고?”
하지만 단순 위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협박은 예사고 몇몇은 아주 대놓고 폭행하기도 했다.
‘이럴 줄 알고 있었지.’
노형진은 사전에 홍보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다큐를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봐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뭔가가 있어야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전 사실 알았습니다. 다만 폭행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요.”
다큐의 내용은 짧고 간단했다. 사실 내용이랄 것도 없었다. 그들이 대놓고 협박하거나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적절하게 편집되어서 나레이션과 함께 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광고와 나레이션을 빼고 나면 내용 자체는 채 15분이 안 되었다.
-친일파들이 막고 싶었던 진실. 일주일 후 당신을 찾아갑니다.
“어떤가요?”
그걸 본 송정한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탁 내쉬었다.
“끝내주는구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뚜껑 제대로 열리겠어.”
“그렇지요?”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 폭행으로 점철된 내용. 그리고 그들이 막으려고 하는 단 하나의 다큐.
“완전 궁금해지는데요?”
무태식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런 걸로 관심을 끌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보통 예고편이라고 하면 그 내용 중 자극적인 것을 발췌하거나 유명한 사람들의 추천사를 넣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건 아예 생각을 바꿔서 반대파들의 노골적인 행동을 광고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친일파의 이미지가 좋지 않지요.”
“그리고 그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진실이라고 포장한다.”
“네.”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문제가 있네. 이걸 어디에 상영할 건가? 솔직히 말해서 대기업이 틀어 줄 것 같지는 않네만?”
“아, 상영요?”
“그래. 인터넷으로 무료로 뿌릴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그게 좋아 보이지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을 겁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보잖아?”
“네, 하지만 그건 공짜니까 보는 거니, 움직이지는 않아요.”
“움직이지는 않는다?”
“네.”
일단 인터넷에 공짜로 뿌리면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짜로 뿌려졌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 가치가 공짜가 된다는 소리다.
“많은 사람들이 보겠지만 공짜로 그걸 본 사람들이 과연 그걸 보고 충격을 받을까요?”
“음…….”
“그리고 ‘인터넷에서 외치는 사람은 현실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가 제 지론입니다.”
“현실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라…….”
“네, 물론 그마저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지만…….”
그렇지만 현실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여전히 글로벌 대기업들은 국민들을 호구로 알고 뜯어 갈 뿐이다.
“그래서 상영관에 걸어야 한다 이건가?”
“네.”
“하지만 저런 걸 누가 해 주려고 할까?”
“저 영상은 그냥 인터넷에 뿌릴 겁니다. 말 그대로 광고니까요. 하지만 진짜 다큐는 상영관에 걸어야 합니다.”
“어디에? 그걸 틀어 줄 곳이 있나?”
“대룡요. 그곳과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대룡?”
“네.”
대룡도 영화 상영 체인을 가지고 있다. 성화가 진출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극장들과 동맹을 맺고 하나의 영화 체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허…… 참 빨리도 움직이는군.”
송정한은 노형진의 과감한 결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니까요.”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한 청년들이 마루타로 이용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막아야 한다.
“기대되는군.”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후후후.”
>3장. 분노하라>
“우와…….”
서진규는 눈앞에 있는 기록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예매율이 30%?”
“놀랍습니까?”
“놀랐지요. 다큐에 예매율이 30% 넘는 거 처음 봤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싫어한다는 거지요.”
인터넷에 공짜로 뿌려진 친일파의 민낯은 말 그대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들이 국민을 아주 개처럼 대하고 구타하는 영상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특히나 사람들이 실험체로 사용되는 걸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말은 극도의 분노를 불러왔다.
“말도 안 돼!”
“친일파 개새끼들.”
사람들은 그걸 보고 그들이 막고자 했던 것이 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자 했는데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이다.
“대단하네요.”
서규진은 영화관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벌써 그렇게 놀라면 안 됩니다. 이번 사건으로 서규진 씨는 한국 내에서는 독보적인 자리에 올라설 겁니다.”
“음…….”
서규진은 노형진의 말에 안타까운 눈빛이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런데 남의 힘으로 되었다는 것이 영 찝찝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마음을 안다는 듯 이야기했다.
“결국 기회를 잡는 사람이 승리하는 거니까요.”
“기회라…….”
“네, 서규진 씨는 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를 정확하게 잡지 못하더군요.”
“주제요?”
“네.”
노형진은 회귀 전의 서규진, 즉 서규진 감독을 알고 있었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특히 사회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재능이 있었지만 그 주제를 고르는 감각이 영 부족했다.
“정치적인 것은 국민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네? 하지만 정치가 잘되어야 나라가 잘사는 건데…….”
“그건 꿈같은 이야기죠. 당장 국민들은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지, 당장 내가 피해를 입는지를 가지고 그 가치를 판단합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어쩌고저쩌고해도 결국은 백성이 굶으면 소용없는 겁니다.”
“…….”
“서규진 씨는 모든 것을 너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것도 마지막에 고치라고 한 거구요.”
“그랬군요…….”
노형진의 말에 서규진은 자신의 작품들을 조용히 곱씹었다. 확실히 모든 것이 정치적 신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들이었다.
“좀 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직접적인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네.”
서진규이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이 되자 노형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무대 인사를 하러 갈까요? 첫 상영인 만큼 인사는 드려야지요.”
“네.”
당당하게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노형진은 걱정스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잘되어야 할 텐데…….’
* * *
-그래, 의사들의 공식 의견이다! 어쩔래!
어떻게 해서든 임상 실험을 유지하기 위해서 폭행과 협박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그 의사가 그러더군요. 약이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실험 중인 약이 있다……. 그래서…… 그거면 아이가 나아질 거라고……. 그래서 임상 실험에 응했어요……. 그런데…… 그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서 쓰이는 약이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검증도 되지 않은 일본의 약을 추천해 준 거였어요. 임상 실험에 써야 하는 대조군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리고 임상 실험과 관련된 수많은 비리들.
-허어, 허어……. 전 그 약이 절 살려 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습니다. 전 위약 대상이더군요. 네, 그들이 저에게 준 것은 진짜 치료제가 아니라 그냥 영양제였던 거죠……. 비교 대상이 필요했으니까요. 전 그걸 모르고 열심히 먹었는데……. 그때문에 암이 말기까지 진행되도록 방치했던 겁니다……. 차라리 그냥 수술을 했더라면 전 내일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 단순히 숫자로 볼 뿐이었어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실험할 때는 위약 대상을 넣어야 한다.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을 비교해야 하니까.
문제는 그걸 지원하는 사람들은 병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위약을 먹으면서도 진짜 약인 줄 안다는 뜻이다.
-전…… 죽습니다……. 살 기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의사들이 절 죽이는 겁니다. 그들은 살인자예요.
깡마른 채로 죽어 가는 환자의 마지막 유언.
그 모든 것을 본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것들이 진짜!”
“너무한 거 아냐!”
다큐를 보면 결론은 하나였다. 그들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과거 일제시대 731 부대가 하던 생체 실험을.
“의사협회회장은 물러나라!”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
* * *
“소송 인원이 엄청나네요.”
“한번 실험할 때마다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니까요.”
그들 중 상당수는 이상 징후를 겪었다. 물론 단순히 순간적인 것도 있었지만 이슈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서 몰려온 것이다.
“일단 그들이 위해를 가했다는 증거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싸움에 필요한 증거는 넘쳤다. 그들이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질료 기록, 그 약에 대한 결과지 등등.
“문제는 전관을 막는 거죠.”
“전관을 막는다?”
“네, 지금쯤이면 소장이 그린 스타 쪽으로 넘어갔을 겁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전관을 고용하려고 하겠지요.”
“음…….”
한번 전관으로 재미를 봤으니 그들은 다시 한 번 그걸 노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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