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31)
“그래서요?”
“본사에서는 그로 인해서 2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였고 차량 수리비로 2천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귀하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구상권요?”
백택선은 이해하지 못한 채 유소미, 아니 이수정을 바라보았다. 낯선 단어였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구상권이라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귀하의 사고로 인해서 본사에서 지불해야 했던 배상금 2억 원과 차량에 대한 수리비 2천만 원 전액을 귀하에게서 받아 낼 생각입니다.”
그 말에 백택선은 기가 먹혀서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나한테 청구를 해요?”
“말 그대로입니다. 귀하가 안전 운전을 하기로 한 회사 내규를 위반하고 무단으로 과속 운전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화건설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 귀책사유는 귀하에게 있으니 그 배상 책임 역시 본인이 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귀하의 실수 때문에 본사에서 피해를 입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백태성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 당시에 사고가 난 건 실수였기 때문이다.
“그건 실수로 일어난 건데…….”
“그런 거랑 상관없지요. 현행법상 귀하의 법률행위로 인하여 차량이 운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그 배상금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백택선은 그 말에 입을 쩍 벌렸다.
“잠깐만, 뭐라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 사건은…….”
“당신의 과실로 인해서 생긴 사건이지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들이 요구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과속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책임을 지라니. 더군다나 그 책임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다.
“내 차도 빼앗아 가고서는 그런 소리가 나옵니까?”
“차를 빼앗아 가다니요? 차량은 본인 스스로 회사에 기증한 거 아닌가요?”
“이봐요! 애초에 그 목적이 뭔데! 취업이 목적이었잖소!”
“그건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귀하가 사고를 일으켰으며 그로 인해서 손해배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개 같은…….”
그 말에 유소미는 차분하게 서류를 덮었다.
“당신이 일으킨 사고로 인한 배상금 2억과 차량 수리비 2천만 원이 최하한선이 될 것입니다.”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버럭 화를 내는 백택선.
“이제 와서 하는 게 아니라 회사 내부의 결정입니다.”
“애초에 그렇게 요구한 건 사장님이었단 말이오!”
“증거 있습니까?”
그 말에 백택선은 숨이 턱하니 막혀 왔다. 할 말이 없었다.
“당신이 사람을 죽이고 뒤집어씌우려고 하지 마시지요.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일하다가 사고가 나서 불쌍해서 아드님이나마 계약직으로 근무시키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주주분들은 그 부분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십니다. 귀하가 수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것이 사실인데 왜 배려해 줘야 한다는 거지요.”
“그…….”
자신이 사고를 일으켰을 때 성화에서 제시한 조건이 그거였다. 자신이 감옥에 가 있는 사이 아들을 근무하게 해 준다. 자신이 감옥에서 나오면 복직시켜 주고 계약직인 아들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멍청한 약속이다. 복직시켜 주지 않는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아들이 정규직이 될까? 애초에 정규직을 시켜 줄 거면 처음부터 시켜 주면 된다. 그런데 왜 계약직부터 시작할까?
“이……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잠시만요. 제가 회사를 위해서 희생한 건데…….”
“희생이 아니라 피해를 입힌 거겠죠.”
“차량도 드리고 그런 건데…….”
“누차 말씀드리지만 그건 자발적인 헌납입니다. 그건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지요.”
실제로 모 대학교에서는 경비원이 몇 년간 모은 4천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학교에서 그에게 한 짓은 몇 달 후 그를 강제로 해고한 것뿐이었다.
“기업은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수정 변호사를 보면서 백택선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하……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사장님이 시킨 겁니다. 이거 사장님이 시켜서 한 짓이고 제가 다 뒤집어쓴 겁니다.”
“그건 사장에게 따지세요. 주주님들이 결정할 게 아니니까요.”
기업에서는 사장이 대빵이라고 하지만 주식회사에서는 주주들이 대장이다. 그리고 주주들이 그렇게 결정하면 자신은 할 말이 없다.
“다만 합의의 의사는 있으므로 만일 합의할 생각이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을 주십시오.”
차갑게 노려보면서 명함 한 장을 던지고 가는 이수정을 보면서 백택선은 손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 * *
“으으으…….”
백택선은 엄청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억울한 마음에 잠도 잘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자신은 그 차를 사기 위해서 수천만 원의 빚을 졌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배상금까지 주려면 가지고 있는 전셋집뿐만 아니라 전 재산을 다 팔아도 부족하다. 더군다나 거기서 일하고 있는 아들까지 해직당하면 가족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으으으…… 망했어……. 망한 거야…….”
그가 머리를 붙잡고 고민하던 그때였다.
“백택선, 면회다.”
“면회?”
‘설마 가족이 온 걸까?’라는 생각에 백택선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온 집안이 자신 때문에 망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해진 것이다.
“변호사라는데?”
“변호사요? 설마 전에 온 그 여자 변호사인가요?”
“아니.”
“네? 그럼?”
“노형진이라는 변호사.”
그 말에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던 백택선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 * *
“이거, 유소미 씨가 일을 잘해 줬나 본데?”
동석할 수 없으니 노형진은 유소미가 뭐라고 했는지, 잘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백택선의 얼굴을 보니 일이 잘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반가움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백택선 씨, 반갑습니다. 제가 온 건…….”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거죠?”
“사실은…….”
백택선은 유소미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그걸 들은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음…… 법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들의 행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네에? 그럼 막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니, 왜요!”
“법적인 과정이니까요. 직원의 과실로 회사에 책임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구상권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 정도까지는 안 합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영업하는 것도 있고 또 법적은 책임이 기업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구상권 청구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 말에 백택선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지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변호사는 노형진뿐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니.
하지만 노형진은 다음 말을 위해서 그걸 이야기한 것이었다.
“사실은 그 사실은 다른 분을 통해서 이미 들었습니다.”
“이미 들었다니요?”
“설마 그 성화에서 사고를 일으키신 분이 백택선 씨 혼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아!”
건설업은 사고가 많다. 더군다나 어쩔 수 없이 과속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도 많다. 거기에다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 같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 그랬지.’
노형진은 대룡이라는 거대 기업 소속이라고 했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올 정도면 다른 사람 역시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누군가 성화에게 고소당한다는 사실을 알려 줬을 것이다.
‘물론 그건 거짓말이지만.’
사실 백택선이 처음 찾아간 것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지금쯤 유소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소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씀인데, 만일 사실을 말하면 최소한 생활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당사자가 일으킨 사고라면 백택선 씨 혼자서 책임지지만 사장이 시켰다면 그건 기업에서 사주한 겁니다. 종업원으로서는 사장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구상권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지요.”
그 말에 백택선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생각도 못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백택선 씨는 사고가 아니라 살인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형량은 늘어날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판례를 보면 두 배 정도 될 겁니다.”
“두 배요?”
“네, 일단 자수한 부분도 있고 거기에다가 사실상 거대 기업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다는 부분도 있고요.”
그 말에 백택선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형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있지요.”
“좋은 것?”
“네, 일단 그나마 있는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차량을 찾을 수도 있지요.”
“차량을요?”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드는 백택선이었다. 차량의 가격은 1억. 자신들이 사는 전셋값만큼이나 비싸다. 몇 년간 감옥에 있더라도 그걸 되찾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다. 1억을 더 벌기 위해서는 못해도 5년은 아무것도 못하고 돈을 모아야 하니까.
“이런 경우, 증여는 회사에 입사를 조건으로 증여한 것입니다. 즉, 조건부 증여가 성립하지요. 하지만 상대방은 백택선 씨에게 살인을 청부합니다. 실질적으로 그게 고용 유지라고 볼 수 없지요.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조건부 증여에서 그 조건을 스스로 파기한 겁니다. 그렇다면 그 차량을 회수할 수도 있지요.”
그 말에 백택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말입니다.”
“네?”
노형진은 몸을 낮추고 고개를 최대한 백택선에게 가깝게 했다.
“대룡에서 조건을 달더군요.”
“조건?”
“자신들의 싸움에 도움을 준다면 자녀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준답니다.”
“정규직!”
정규직. 요즘 같은 시대에 꿈과 같은 단어다.
‘뭐,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사실 이들은 명백하게 살인범이다. 그걸 자백하는 조건으로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세상은 더러운 법이니까.’
기본적으로 나쁜 짓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더 큰 악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도 있다. 성화건설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발생할 피해자들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피해자들은 성화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살인에 끼어든 것이니 기존에 받았던 배상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아서 유가족의 힘든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살인범으로서 정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는 좀 어긋나지만.’
이 순간 기분 나쁜 것은 노형진 한 명뿐이다. 확실히 정의로운 방법은 아니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기분이 나쁘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 방법을 취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떻습니까?”
노형진은 지그시 물었다.
“그…….”
백택선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선택할 카드는 그것뿐이었다. 짧게 살고 나가서 모든 것을 잃느니 차라리 자신이 희생해서 가족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하겠습니다.”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노형진은 백택선을 비롯한 가해자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자수 형식으로 진술서를 받아 내서 경찰서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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