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32)
그와 동시에 해당 진술서를 언론사로 보내는 한편 피해자들을 모아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주민악 대표님!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음모가 있는 겁니다! 말도 안 돼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화의 교통사고가 모두 사망 사고라는 점에서 의문점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증거 있습니까! 증거!”
주민악은 발악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문제는 자수한 사람이 무려 열세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장님이 명령했다고 하던데요.”
“법률 전문가들은 확실히 죽은 사람이 더 싸다는 문제에 이견이 없다고 하는데요.”
“왜 사망자가 많은지 설명을 해 주십시오!”
“그거야 살인범 새끼들한테 물어봐야지, 왜 억울한 나한테 합니까! 그 새끼들이 나한테 노리는 게 있는 모양인데 웃기지 말라고 그래요! 정의는 언제나 승리합니다!”
노형진은 방송에서 그렇게 말하는 주민악을 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정의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노형진은 텔레비전을 꺼 버렸다.
“왜 노 변호사는 정의라는 것 싫어하나?”
“싫어한다기보다는 대부분의 정의가 결국 기회주의자들의 변명이라는 게 싫은 거죠.”
“변명?”
“네.”
물론 정의라는 것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에 정치인들뿐이다.
“진짜 정의로운 사람들은 위로 올라가기 힘듭니다.”
“그건 그렇지.”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도 이 자리에 올라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결코 정의롭지 못한 행동도 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정의로우면 좋지만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진 정의는 변명일 뿐이죠.”
“왠지 씁쓸한 소리군. 그래도 자네는 정의로운 편 아닌가?”
“정의로운 편이지만 정의로운 놈은 못됩니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화장실 청소를 하려면 몸에 똥을 묻혀야 한다는 건가?”
노형진이 가끔 했던 말이다.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더러워져야 한다는 말. 그게 노형진의 신념이니까.
“맞습니다. 상대방이 더러운 방법을 쓰는데 이쪽에 깨끗하게 이긴다는 건 불가능하죠.”
‘그리고 그렇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
돈은 더럽다. 하지만 세상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뭐, 좋네. 그나저나 성화에서 엄청나게 로비를 하는 모양이더군.”
“그럴 겁니다. 성화건설은 작다고 하지만 알짜 회사고 현정부에서 많아 밀어주던 곳 중 하나니까요.”
성화는 현 정권에 적지 않은 로비를 한 덕분에 많은 국가 공사를 따내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성화건설은 이번 정권에서 상당히 많이 성장할 텐데.’
하지만 성화건설이 지금 무너지면 성화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문제는 저 녀석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공식 문서는 모조리 조작되어 있더구만.”
유민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룡의 힘이면 성화건설에서 벌어진 열다섯 건의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당연히 공식적인 기록을 벌써 확인한 상태였다. 열다섯 건의 사건 중 한 명은 자살했고 한 명은 고발을 거부했다.
‘멍청한 놈이지.’
자신이 고발을 안 한다고 해도 열세 건의 고발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그도 조사받게 된다. 결국 살인 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수한 게 아니니 감형될 리 없고 대룡에게 협조한 것도 아니니 대룡에서 도와줄 리도 없다. 결국은 자기 무덤을 자초한 것이다.
“압니다. 그래서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지금 양측 다 총력전일세.”
“그렇겠지요.”
대룡은 성화에게 치명타를 먹일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성화는 여기서 밀리면 그나마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흔들리기 때문에 양측은 전력을 다해서 로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로비력이 아니라 증거죠.”
“그게 문제야. 공식 증거는 대부분 성화에게 유리하거든.”
당연하다. 애초에 성화가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이니까.
“그래서 제가 나서는 거 아닙니까?”
“증거를 구할 수 있겠나?”
이미 끝난 사건을 증거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형진은 자신이 있었다.
“기다리십시오.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요. 후후후.”
* * *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노형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상대방은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겠지.’
그는 진성만과 마찬가지로 손해 사정인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 중 두 건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정은 들었습니다만…… 솔직히…… 좀 곤란하네요.”
“이봐, 낙현이.”
“성만이. 나도 알지 그런데 난 자네 같은 프리가 아니잖아. 이거 곤란해진다고 알잖아?”
성낙현은 프리랜서가 아니라 보험사에 속한 손해 사정인이라 그곳에서 일을 받아서 한다.
“보험사에서 안 좋아한단 말일세.”
“그렇다고 이걸 덮으려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하아, 모르겠네.”
“그냥 사진만 주시면 됩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그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지 않소?”
노형진의 예상대로 그는 그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디카로 찍다 보니 찍는 사진이 제법 많았고 위에서는 성화의 사주를 받고 사건을 덮기 위해서 현장이 제대로 안 나온 사진만 골라서 썼다.
‘즉, 제대로 현장이 찍혀 있는 사진이 저 사람한테 있다는 거지.’
만일 그걸 가지고 간다면 로비고 뭐고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이거 여럿 다쳐. 알잖나?”
이런 사건 은폐를 보험사가 해 줄 리 없다. 살인이면 자신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그에 반해 사고라면 돈을 줘야 한다. 당연히 보험사가 나서서 해 줄 리 없다.
“내 위로 몇 명이나 다칠지 알면서 그러나.”
성낙현은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이걸 공개하면 당연히 성화로부터 돈을 받고 사건을 감췄던 사람들에게 징계가 떨어질 것이다. 당연히 자신에게 보복이 올 것이다.
“만일 이걸 공개하면 내가 곤란해져. 그 인간들이 바보도 아니고 날 쓰겠나?”
그게 문제였다.
“끄응…….
진성만 역시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전에 보험사 소속으로 일해 봐서 성낙현이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물론 저기 변호사님이 하는 말씀도 맞아. 틀린 건 아니지. 하지만 내가 죽겠는데 남한테 신경을 쓰게 생겼나.”
그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역시 그런 건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람에게 공짜로 올바른 일을 하라고 했을 때 그걸 하는 사람도 적을 텐데 만일 올바른 일을 했을 때 그게 불이익을 돌아온다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뭐, 애초에 공짜로 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노형진은 성낙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적당한 조건이 있다면 주실 수 있습니까?”
“조건?”
“네.”
그 말에 성낙현은 갑자기 관심을 보였다. 노형진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진성만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사실 조건만 맞는다면 주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나도 자유롭지는 않으니.’
이번 조작 사건을 일으킨 건 자신의 윗선이다. 자신의 보고서를 조작한 것도 그들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걸 알고 모른 척했다.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나한테도 책임을 묻겠지.’
그렇다면 자신은 더 이상 거기서 일하지 못하는 게 확실하다. 그래서 노형진이 만나자고 했을 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자리에서 안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참 웃기네.’
노형진은 약간 씁쓸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거래해야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뺄 생각은 없지.’
노형진은 성낙현을 바라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새로운 거래처라면 어떤가요?”
“새로운 거래처?”
“네.”
“흠…….”
“대룡이요.”
“대룡?”
“네.”
대룡이라는 말에 그는 솔깃해졌다. 대룡이면 요즘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원래는 9위였지만 성화와 전쟁하면서 그들이 하던 것을 야금야금 집어삼키더니 벌써 재개 8위까지 올라간 상황.
“아시다시피 대룡에는 수많은 차량이 있지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 대룡에는 보험회사가 없습니다. 모두 타사 상품이지요.”
“그거야 알고 있지요?”
“그러면 제가 무슨 조건을 달고자 하는지도 알고 있겠군요.”
그 말에 성낙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룡에 속해 있는 차량은 많다. 당장 건설 회사에 속한 것도 있고 각 기업체별로 소위 말하는 업무용 차량이라는 것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노형진이 말했다시피 대룡은 따로 운영하는 보험사가 없어서 모두 다른 보험사에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그냥 넘어갈 대룡이 아니지.’
대룡이 바보도 아닌데 보험사들이 자기들끼리 짜고 지분을 조절하는 걸 모를 리 없다. 우리나라에는 사고가 나면 100 대 0이 없다는 말이 있다. 사고라는 게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것도 원인이지만 다른 원인은 보험사들의 일종의 협잡이다. 양쪽 다 사고가 있는 것으로 처리하면 그만큼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룡은 사고가 나면 당연히 손해 사정인을 부릅니다. 그리고 대룡은 기본적으로 손해 사정인을 고용하지요.”
“꿀꺽.”
그 말에 성낙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룡은 대기업이다. 당연히 보험사보다 연봉도 많다. 더군다나 보험사는 그 특성상 가입되어 있는 차도 많고 그래서 쉴 틈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그에 반해서 대룡은 딱 자기들 차들만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차들이 매일 사고가 나는 것도 아니다.
“어떻습니까?”
“음…….”
성낙현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이미 그가 넘어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 넘어올 리 없지.’
어차피 이번 사태로 보험회사에서 팽 당할 것은 당연 한 일. 그런 상황에서 성낙현의 선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거절하신다면 어쩔 수 없고요. 저희도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요.”
그가 시간을 끌려고 하는 듯하자 노형진은 슬쩍 발을 빼는 척했다. 그리고 그걸 느낀 성낙현은 덥석 미끼를 물었다.
“확실하게 보장해 주실 수 있는 겁니까?”
“그럼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약간은 양심에 찔렸다. 사실 이 약속은 즉흥적으로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대룡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뭐, 자리는 만들어 주겠지.’
그래도 노형진이 믿는 건 대룡이 성화라면 이를 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화에게 한 방 먹이는 데 필요한 증거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좋습니다.”
그 말에 성낙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진, 드리죠.”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후후후.”
* * *
주민악은 사건을 어떻게 수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제대로 일도 처리하지 못하는데 내가 자네를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회장님…… 저는 그게…….”
“깔끔하게 처리하라고 했을 텐데?”
김일성의 목소리를 듣고는 주민악은 숨이 턱 막혔다.
‘아…… 큰일 났다.’
김일성. 성화의 사장단인 4남매의 아버지이자 성화를 일으킨 사람.
‘으으으…….’
그의 소싯적 별명은 패왕이었다. 그는 회장의 직함은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은퇴해서 뒤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젠장…… 젠장…….’
그런 그가 전면으로 나섰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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