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33)
“요즘 들어 성화가 대룡과 싸우는 건 알고 있지. 하지만 그래도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해서 뒤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내가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양이군. 이런 쓰레기를 사장이라고 앉혀 둔 걸 보니.”
“…….”
그 말에 주민악은 입술을 깨물었다.
‘망했다.’
저 사람은 자신이 지금 자신을 탓하는 것은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에 대한 실수를 탓하는 게 아니었다. 그가 탓하는 것은 그걸 제대로 감추지 못하고 일을 터트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수고했네, 주 사장.”
마지막 사형선고.
“가 보게.”
그 말에 주민악은 고개를 푹 숙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변명이라도 해 보겠건만 김일성 앞에서는 도무지 말할 수가 없었다.
‘역시 패왕이다 이건가?’
누구도 그를 바라보는 걸 인정하지 않는 그였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참은 것도 어떻게 보면 많이 참은 것이기는 하다.
“가 보게.”
명백한 축객령.
그렇게 주민악이 건물 로비로 나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수많은 기자들과 경찰들이었다.
“주민악 사장님, 그 살인 사건을 교사한 것이 맞습니까?”
“이번에 새로운 증거들이 나왔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짜로 운전기사들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이 맞습니까?”
“현재 열아홉 건의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자신을 바라보는 경찰들과 기자들의 눈빛. 그리고 한구석에서 자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경비원들.
‘끝났구나.’
저들이 회사의 로비에 들어 왔다는 것은 회사에서 방치했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경비원들이 그걸 선택할 힘이 없으니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은 뻔했다.
“주민악 씨.”
주민악 앞으로 다가오는 경찰들. 그들은 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열아홉 건에 대한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그 장면을 연신 찍어 대는 기자들. 그리고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경찰들에게 팔짱이 껴진 채로 건물 바깥으로 끌려 나갔다. 그리고 같은 시각 회사의 맨 윗층에서는 그걸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비어 있던 회장실. 그 회장실의 주인을 바라보면서 김두필은 연신 눈치를 살폈다.
“멍청한 놈.”
“죄송합니다. 아버…… 아니 회장님.”
김두필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김일성은 전형적인 독재자 스타일이다. 그는 자식이라고 해도 기업에서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성화가 고작 대룡 따위에 끌려다닌 게 말이 되느냐?”
“죄송합니다.”
“김화자 그 멍청한 년이 일을 제대로 할 거라 믿은 내가 실수한 거지.”
그는 고개를 돌려서 수갑을 찬 채로 끌려들어 가는 주민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사이 김두필은 애써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성화전자의 사장이고 차기 회장으로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해도 결국은 아버지의 말 한마디면 거지가 되는 게 현실이니까. 권력투쟁? 그건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대룡의 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좋습니다. 특히 새론이라는 법무 법인과 거기서 일하는 노형진이라는 변호사가 문제라.”
“결국은 변명인 걸 알고 있겠지? 모든 일을 흐리멍덩하게 하니 일이 이 지경인 거다.”
“죄송합니다.”
“물러가라.”
“네.”
김두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말해 봐야 아버지의 분노를 자극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룡이라…….”
사실 김화자가 그곳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짠 작전을 들고 왔을 때는 한편으로는 기대했지만 한편으로는 주의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통으로 걸리는 바람에 도리어 큰 싸움만 생긴 것이다.
‘새론과 노형진이라.’
그는 노형진의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하늘이 내린 천재 변호사. 가난한 자들의 친구. 정의의 신. 상대방에게는 고기 분쇄기라 불리는 노형진의 보고서는 벌써 몇 번이나 봤다.
“어디 한번 얼마나 꿈틀거리는지 기대 좀 해 봐야겠군.”
김일성의 얼굴에 잔혹한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음…….”
유민택은 한 장의 서류를 노형진에게 건넸다.
“김일성의 복귀라니요?”
“전임 회장이야. 사실 성화를 지금의 거대 그룹으로 키운 건 그였지.”
“그래요?”
“그래.”
“독한 사람인가 보군요. 좋은 사람도 아닌 것 같고요.”
“그래…… 이건 심각한 문제야.”
유민택의 말을 듣고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아.
‘애초에 독한 사람이 아니면 성화를 이렇게 키울 수도 없지.’
대룡도 작지 않은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대룡은 과거부터 부자 집안의 사람들이었고 최대 주주도 집안이다. 유민택 역시 장손으로서 그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복귀했다면…… 이 싸움은 힘들어질 걸세.”
“그런가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지. 나와 비슷하게 시작했고 비슷하게 성공했지만 능력만 보자면…… 솔직히 김일성 회장이 더 앞선다네.”
그럴 수밖에 없다. 대룡의 유민택은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대룡을 일군 데에 반해 성화는 오로지 김일성의 힘으로 일어난 기업이니까.
“아마도 다음 재판은 힘들 걸세. 그는 다른 아이들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는 않으니까.”
“승리를 위해서는 뭐든 다 한다 이건가요?”
“필요하다면.”
노형진은 유민택이 긴장하는 걸 보고 왠지 우려가 되었다.
‘김일성이라…….’
자신이 아는 정보는 전혀 없다. 그는 원래 역사에서는 이대로 은퇴한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별명이 패왕이라.’
은퇴를 위해서 물러났던 그거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한 가지 목적밖에 없다.
‘끝을 보겠다 이거군.’
지금까지 자신 때문에 성화는 몇 번이나 패배했다. 그리고 그걸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싸움이 어려워질지도 모르겠군.’
노형진은 왠지 미래가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7장. 의리? 그딴 게 있나?>
“안녕하세요.”
“오, 유소미 양. 반가워요.”
“오늘은 뭐해요?”
“도와주면 좋지요.”
노형진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빙긋 웃었다.
‘소미 양이 왔나 보네.’
유소미는 성격이 진짜 좋았다. 지난번 활약에 감동한 송정한은 그녀를 정식으로 고용했다. 아직 정보 능력을 부족하지만 그대로 그 재능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다른 의미에서 새론에 힘이 되고 있었다.
“성격이 저렇게 좋기도 힘든데요.”
“그렇게 말입니다.”
고문학은 여기저기 참견하고 다니는 유소미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법을 알았다. 진짜로 끼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정보부 일은 아직 없어서 배우지 못하고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아주 쉽게 빠져들고 있어 사무실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저런 활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좋기는 좋네요.”
노형진의 말에 고문학은 피식 웃었다.
“그렇기는 하죠. 새론은 법무 법인 아니랄까 봐 너무 무거워요.”
아무리 새론이 다른 법무 법인에 비해서 좀 더 자유로운 편이라고 해도 법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는 특성상 분위기가 가벼울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지기는 했어요.”
“이거 민폐 아닌지…….”
“아닙니다. 좋기만 한걸요, 뭐.”
물론 너무 가벼워도 문제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앞에서 너무 무거운 분위기만 잡으면 그가 부담을 느끼고 그렇게 되면 가슴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한다.
“적당히 분위기를 띄우는 건 좋습니다. 나쁜 게 아니죠. 소미 양도 그렇고 다른 직원도 그렇고 다들 적정 수준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고요.”
고문학은 약간은 걱정스럽게 유소미를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그런데 저한테 부탁하실 게 있다고요?”
아침나절 고문학은 노형진에게 부탁할 게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 그래서 노형진은 오후에 시간이 나면 와 달라고 했다.
“네.”
“뭔가요?”
“시간 있습니까?”
“네.”
“그럼 잠시만 안으로.”
휴게실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자는 고문학의 말에 노형진은 회사 일이 아니라 업무에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시작된 이야기는 아니나 다를까, 고문학의 흔치 않은 부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꺼내 주고 싶은 녀석이 있다고요?”
“네.”
고문학의 부탁은 간단했다. 현재 살인으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놈이 있는데 그 녀석을 꺼내 주고 싶다는 것.
“왜요?”
“쓸 만한 녀석입니다. 넉살이 좋아서 마당발로 통하죠. 그 녀석을 영입하면 아무 정보 계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겁니다.”
“흠…….”
확실히 요즘 정보 계통은 무척이나 바쁘고 인력도 부족해서 고문학이 사람을 확충하고는 있다. 새론에서 한 번이라도 정보의 힘을 느껴 본 사람은 과거처럼 단순히 법만 가지고 장난치는 식의 변론은 못한다. 재미도 없거니와 승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긴 정보 부서를 늘리기는 해야 하는데.’
공식적인 명칭은 전략정보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 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 변호사들이 직접 뛸 때보다 빠르고 확실하며 효과적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실 정보 계통에 일하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새론은 정규직인지라 거기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감옥에서 살인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이라니?
‘평소의 고문학 팀장님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노형진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 사람과 관련된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말씀하세요. 어차피 필요한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정보 팀 업무의 절반은 인맥 관리 아닙니까?”
“휴우, 사실은 그 녀석은 넉살이 좋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요.”
“너무 잘 믿는다?”
“네, 어떤 녀석 부탁을 들어줬는데 하필이면 그게 살인이랑 엮여서…….”
“네에?”
노형진은 그 말에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설마 ‘감옥 갔다 오면 가족들을 보살펴 준다.’ 같은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고문학의 말에 따르면 그가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돈을 주러 갔는데 그 돈을 받기로 한 사람, 즉 채권자가 가 보니까 죽어 있었더란다.
“그게 무슨…….”
“함정에 빠진 모양이더군요.”
황급하게 도망쳤는데 자기 흔적은 사방에 남아 있고 주기로 한 돈을 알고 보니 위조지폐였단다.
“얼마 후에는 그곳에서 그 녀석의 지문이 묻은 칼까지 나왔습니다. 거기에다 그 칼은 상처랑 정확하게 들어맞았구요.”
“그래요?”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계획적으로 누명을 씌운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공을 들였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변호했지만 다들 어쩌다가 누명을 쓰거나 오해로부터 누명을 쓴 거지, 이렇게 계획적으로 누명을 쓴 것은 처음이었다.
“거기에다 CCTV에는 그 녀석만 찍혀 있고 의사가 검시한 시간도 그 녀석이 도망쳐 나온 시간이랑 얼추 맞습니다. 경찰에서는 이번 사건을 그 녀석이 위조지폐로 돈을 갚으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준비해 둔 칼로 죽인 걸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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