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34)
“흠…… 그 사람, 이름이 뭡니까?”
“강성태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은요?”
“그게…….”
약간은 주저하는 고문학.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주저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빵 동기…… 아니 후배입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그가 왜 부탁하는 걸 힘들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녀석이 아주 나쁜 놈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 빵에 들어온 것도 부모의 학대를 피해서 가출했다가 라면을 훔쳐 먹는 바람에 3개월을 살게 돼서 그런 겁니다.”
“그래요?”
“네.”
고문학이 저런 식으로 부끄러워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정보 팀은 사실상 가끔은 불법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노형진이 정보 팀을 꾸리기 전부터 그쪽 계통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어쩌다가 경찰과 엮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가출한 녀석치고는 넉살이 좋더군요.”
교도소에 들어와서 슬퍼하거나 그럴 줄 알았더니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운동도 시켜 준다며 자기 부모도 못해 준 걸 해 준다고 피식거리면서 웃던 녀석이란다.
“그래서 정보 계통으로 끌어들인 겁니까?”
“제가 끌어들였다기보다는 제가 그 녀석에게 끌린 거죠. 그런 사람 있지 않습니까? 사람을 당기는 힘을 가진 녀석.”
“있지요.”
누군가는 아무 짓도 안 해도 싫은 반면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녹아들어 간다.
“이쪽에 재능이 있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그렇겠네요. 사람을 당기는 힘이라.”
난세에는 영웅이 될 수도 있는 타입이 바로 그런 타입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사람.
“그럼 뒤집어씌운 녀석은요?”
“오마중이라고 합니다. 뭐, 이 바닥 녀석이기는 한데 질이 좋은 녀석은 아닙니다. 실력도 없고요. 소문으로는 경마에 빠져서 산다고 하더군요.”
“경마?”
“네.”
노형진은 그 말에 잠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경마에 빠져서 돈을 빌렸는데 갚을 방법은 없고 그를 죽이면 자신이 범인인 걸 천하가 다 알게 된다.
“그 피해자가 사채놀이를 했나 보군요.”
“네.”
“멍청했네요.”
“멋모르고 그런 거죠.”
피해자인 박두민은 경마에 빠진 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다. 나름 고이자라고 좋아했겠지만 사채놀이를 하는 인간들이 조폭을 끼고 일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누군가 만날 때 꼭 조폭과 동행한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그런데 돈을 받겠다고 집까지 끌어들이다니.”
“그러니까 문제죠.”
“흠…….”
노형진은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건 상당히 재미있는 사건이네요.”
“재미있는 사건?”
“사실 한국에는 외국과 다르게 이렇게 체계적으로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사건이 많지 않거든요.”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은 우발적인 살인이나 계획범죄다. 하지만 계획적으로 살인하고 난 후 그걸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문학 팀장님은 강성태가 안 했다고 확신하십니까?”
“네, 확신합니다. 다른 녀석은 몰라도 그 녀석은 절대로 살인할 녀석이 아닙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어울리기 좋아할 뿐이지, 사람을 해칠 성격은 아닙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이번 사건은 제가 도전해 보지요.”
이렇게 노형진은 처음으로 누명을 씌운 사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 *
“내가 하겠네.”
“송 대표님이요?”
“나는 재미 좀 보면 안 되나?”
송정한은 히죽거리면서 웃었다.
“돈놀이는 지겨워.”
“희망자 많은데.”
“내가 대표야.”
“끄응…….”
어디서 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무태식은 아예 자기 시켜 달라고 찾아왔고, 손예은은 슬쩍 눈치를 보면서 주변을 뱅뱅 돌았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따로 있는 듯했다.
“아니꼬우면 승진하라고 해! 그래 봤자 나보다 더 승진은 못하겠지만! 으하하하!”
“그렇게 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사건이 어디 흔한가?”
누군가에게 체계적으로 죄를 뒤집어씌우는 사건은 흔하지 않다. 당연히 그걸 깨는 일종의 승리감도 있다. 더군다나 다들 노형진의 영향으로 사건을 파고드는 그 느낌을 알게 되면서 이번 사건은 참으로 재미있어 보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평소에 대표임을 잘 티를 내지 않는 송정한조차도 대표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걸 보니 하고 싶기는 한 모양이었다.
“으하하하! 역시 가끔은 이런 추리물도 좋지!”
‘축구 잘하는 꼬맹이랑 할아버지 이름 팔아먹는 놈 때문이군.’
노형진은 이런 반응의 뒤에는 요즘 유행하는 두 만화책이 있다는 걸 알기에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 보니 꼬맹이는 몇 명을 죽인 거야?’
자신이 회귀하기 전까지 그 완결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든 노형진이었다. 더군다나 그때까지 아직도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
‘이건 주 단위가 아니라 거의 하루 단위로 사람 죽는 꼴이네.’
“뭘 그렇게 생각하나?”
“아닙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과거를 떠올리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가?”
“당연히 피해자인 강성태 씨부터 만나 봐야지요.”
“그러세. 바로 움직이자고. 내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꼭 해결하겠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잖아요?”
“그러니까 걸지.”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송정한이 과거에 어떤 책을 본 건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 *
“반갑습니다.”
강성태는 30년 형을 받은 사람치고는 무척이나 혈색이 좋았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송정한 변호사입니다.”
“아이고, 말씀 낮추세유. 문학이 형님한테 이야기 들었어유. 저를 도와주신다면서요. 저야 감사하쥬.”
씩 웃는 그의 모습은 마치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모습이었다.
“그렇습니다만.”
“아이고, 말씀 낮추시라니까유. 제가 훨씬 어린디.”
“노 변호사는 성태 씨보다 더 어릴 텐데요?”
“그래도 어찌 도움 받는 처지에 형님 노릇을 해유. 원래 유비도 막내였잖아유. 그러니까 노 변호사님도 형님이쥬.”
그의 넉살은 거의 뻔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려고 그러는 거지,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의뢰인인데.”
“일 해결되면 거기서 일하게 된다면서유. 그럼 제 상관인데 어떻게 제가 존대를 받아유. 자자 발 놓으세유. 편하게 편하게 ‘성태야.’ 하고 부르면 돼유.”
“흠흠…… 그러면…… 그럴까?”
송정한은 어쩌다 보니 그렇게 홀라당 넘어갔고 노형진도 그걸 보면서 피식 웃었다.
‘넉살 한번 좋구만.’
이런 사람은 어디든 환영받는다. 분위기를 이끌어 주고 자신을 낮추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니까. 그러니 인맥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인덕이라는 건가?’
“뭘 생각하세유, 형님?”
“네?”
“말씀 낮추시라니까유. 제가 불편해유.”
“어…… 음…… 그럴까…….”
노형진이 어색하지만 말을 놓으려고 하자 강성태는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씩 웃었다.
“그래,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떻게 된 건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주겠어?”
“그거야 어렵지 않쥬. 그 오마중 그놈의 시키가 하루는 절 부르더라구유.”
그렇게 시작된 강성태의 진술 그의 말에 따르면 오마중에 자신을 불러서 돈을 대신 갚아 달라고 했단다.
“원래 갚아야 하는 돈보다 적어서 그쪽에서 뭐라고 할까 봐 무섭다고 하더라구유.”
사채다 보니 돈을 적게 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제3자가 가져다주면 뭐라고 못한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핑계는 좋네.’
“그래서 그 가방을 들고 갔다는 거지?”
“야.”
문제는 도착해서였다. 도착해 보니 문은 열려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시체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도망쳤고?”
“그랬쥬.”
“경찰에 신고는?”
“하려고 했쥬. 그런데 경찰이 먼저 들이닥치더라구유.”
그 말에 노형진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누군가 보고 있었군.’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타이밍에 들이닥친 경찰이라.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당한 거군.”
“네, 그렇게 뒀구먼유.”
“흠…….”
노형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던 송정한은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물어봤다.
“자네가 봐서는 어떤가? 아무래도 누군가 본 것 같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그 돈을 받아서 바로 움직였어? 아니면 다른 곳을 먼저 갔어?”
“바로 갔쥬. 저도 무려 1억이나 되는 돈을 들고 있었더니 심정이 벌렁거려서 오래는 못 가지고 있겠더라구유. 그게 가짜인 줄은 몰랐어유.”
그 말에 노형진은 대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도와줬다.
“오마중 혼자 한 건 아닌 것 같군.”
“네, 이 작전을 실행하려면 아무리 봐도 세 명은 필요합니다.”
“세 명이나유?”
“그래. 일단 돈을 줘야 하는 오마중. 돈을 주고 나서 따라오면 위험해. 더군다나 네가 얼굴을 알고 있으니 따라가면 의심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움직이는 걸 따라가면서 시간에 맞게 전화해서 움직임을 통제할 녀석 한 명. 아마 그 녀석은 네가 모르는 사람일 거야. 그리고 살인을 실행할 한 녀석. 그 녀석은 기다렸다가 네가 도착할 때쯤 되어서 피해자를 죽이고 도망갔겠지.”
아무리 해도 이 사건은 세 사람이 필요하다.
“어쩐지? 기가 막히더라니. 이야…… 대단들 허시네.”
“넌 걱정 안 되냐?”
“전 걱정 안 해유. 성님들이 알아서 꺼내 줄 건데 뭘 걱정해유.”
“실패할 수도 있어.”
“에이, 그래도 괜찮아유. 먹여 주고 재워 주는데유, 뭘.”
히죽 웃는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왠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넉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낙천적인 건지.’
“하여간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세 명, 혹은 그 이상이 동원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애초부터 강성태를 범인으로 몰아갈 작정이었다는 거다.
“아무래도 좀 깊이 파고들어 봐야겠네.”
노형진은 왠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강성태는 범인이 아닌 것 같더군요.”
“그렇지요?”
“네.”
물론 아주 철저하게 가면을 잘 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그가 사건을 뒤집어썼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이 사진을 보세요.”
바닥에 쓰러진 살해당한 피해자 박두민의 신체를 찍은 사진 경찰이 수사하면서 찍어 둔 것이다.
“여기 보면 여러 차례에 걸쳐 칼을 찔러 넣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상태인데도 말이죠.”
“그래, 확실히 그런 것 같네.”
“이런 형태는 상대방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을 때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강성태는 박두민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지요.”
원한이 없는 살인이라면 보통은 살 수 없는 부위를 단발적으로 찔러서 끝내는 것이 보통이다.
“역시 상대방은 원한이 있다는 뜻이군.”
“네.”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사진을 보았다. 여기저기 찍혀 있는 사진에 따르면 분명 살인자는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들어가서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으면 좋은데.’
현재는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는 상황인지라 자신이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