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58)
“그거도 그렇지만…….”
유소미는 안쓰럽다는 듯 차민규가 도망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변호사님.”
“엥?”
노형진은 출근하다 말고 자신을 붙잡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성차길 부장님, 이 시간에는 어쩐 일이세요?”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도움?”
노형진은 설마 지난번 같은 일이 또 벌어졌나 싶었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럴 리 없는데?’
차민규는 지난번 사건 이후에 인기가 제법 많아졌다. 믿고 기다려 줬는데 알고 보니 사랑했던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비련의 이미지가 생기면서 여자들의 동정표가 몰린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이 좀 충격적이었는지 요즘은 여자를 만날 때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유소미 양 좀 설득해 주십시오!”
“소미 양을?”
“제가 그때는 눈이 멀었습니다. 유소미 양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제발 보내 주십시오.”
“아니……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노형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한 번만!”
“아니, 전 아무런 힘도 없다니까요.”
“제발 한 번만 설득해 주시면…….”
“저 말고 소미 씨한테 말하세요.”
“하기 싫답니다. 저희가 오디션에 떨어트린 것은 실수입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노형진에게 매달리는 성차길. 그리고 그런 노형진에게 다다오던 서승진.
“여, 노 변호사, 오늘은 뭐하는…….”
그리고 성차길을 발견한 그는 빙 돌아서 모른 척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아니, 왜 나한테만 그래요!”
노형진은 반갑지 않은 데자뷔에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7장. 부전자전>
나비효과라는 것은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원래는 망했어야 하는 대룡. 그리고 그런 대룡을 집어삼켰을 성화. 이 둘은 노형진이 회귀함으로써 장기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건 생각지도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김일성이 전면에 나섰네.”
김일성 회장. 성화의 패왕이라 불리며 돈만 된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성화를 엄청난 로비와 뇌물 그리고 범죄까지 동원해 가면서 엄청난 규모로 키운 장본인.
“자신이 없나 봅니다?”
유민택은 그 말에 한숨을 쉬었다.
“사업을 하려면 자기 능력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필요하지. 솔직히 말해서 난 그 녀석한테 안 돼.”
물론 그도 대룡을 이 자리에 키운 장본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는 대대로 잘살았던 가문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김일성은 아니야. 성화가 3대 기업, 3대 기업 하지만 사실 1대 기업이자 창업주가 세운 성화는 코딱지만 한 고물상이었네. 그걸 지금의 성화로 키운 게 김일성이야.”
자신은 김일성처럼 범죄까지 동원해 가면서 기업을 키울 자신도 능력도 없었다.
“그런 녀석이 전면에 나서다니 좀 곤란하기는 하네.”
“그래서 절 부른 겁니까?”
“그래, 그 녀석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어.”
“어떤 겁니까?”
“택시.”
“택시? 운수업요?”
“그래.”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택시? 운수업이라니? 아니, 어째서?’
물론 택시 쪽이 상당한 돈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성화가 노릴 만큼 큰 시장은 아니다. 더군다나 기존에 있던 업체들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왜 그럴까?”
“흠…….”
노형진은 머릿속에 남아 있는 택시와 관련된 사건들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크게 돈이 되는 게 없었다.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렇지?”
“네.”
“하지만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일성일세. 그 녀석이 이유도 없이 운수업에 뛰어들 리 없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정도 입니까?”
“이런 말 하기는 그렇네만, 바둑으로 치면 그 녀석은 세 수 이상은 생각하고 두는 놈이야. 절대로 심심하고 돈이 될 것 같아서 하는 놈이 아니란 말일세. 위법을 저지르는 한이 있어도 돈을 벌려고 하는 녀석이 그 녀석만 있는 줄 아나?”
“그럴 리 없지요.”
위법을 해서라도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사람은 그들과 다른 뭔가가 있다.
‘그리고 보니 밤의 제왕이 생각나네.’
노형진이 회귀 전 잠깐 알았던 사람. 그가 소유한 서울 한복판 강남의 건물이 여섯 채에, 룸살롱이 서른 개가 넘었다. 그런데 그는 나이트 삐끼로 시작해서 그 자리까지 오른, 그 바닥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그 인간이 하던 말이 있지.’
다른 사람들이 경찰과 싸울 때 그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보통 화류계에는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배운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 아니니까. 그런데도 그는 고학력을 가지고도 그곳에 들어가서 그런 성공을 일군 것이다.
‘확실히 뭔가 있어.’
그런 타입의 사람이 상대라면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다.
“우리로서는 왜 그런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겠어.”
“단순히 운수업 쪽의 경제권을 가지고 싶은 건 아닐까요?”
“그럴 리가. 아무리 성화라고 해도 운수업을 그냥 집어삼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대부분의 운수 업종은 정치인들과 결탁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말이다. 그 증거가 바로 사납금이다. 사납금이란 택시를 운영하는 사람이 그 택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택시 회사에서 어느 정도 주는 돈이다.
‘그건 명백하게 불법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단 한 번도 사납금에 대해서 단속한 적이 없다. 단속 의지 자체가 없다. 그쪽에서 들어오는 뇌물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사납금은 하루 12만 원선. 문제는 그걸 매일같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착 택시 운전기사는 대부분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수익도 내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매일같이 택시 회사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생계가 어렵다면서 택시비를 올려야 한다고 징징거리지만 정작 택시비가 오르면 바로 다음 날 사납금이 올라 버린다.
“움직인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 같네. 너무 뜬금없는 쪽이라 나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네. 벌써 두 개 회사가 성화 쪽에 넘어갔어.”
“두 개요?”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두개나 넘어갔다고요?”
“그래.”
“이상하군요.”
일반적으로 택시 운영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인의 경우 개인택시 면허를 구입해야 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운수 사업 면허를 가진 기업을 구입해야 한다.
“그걸 그렇게 순순히 넘겨줬다고요?”
“이상하지?”
“네, 이상하군요.”
그들도 정치권에 손이 닿아 있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들은 별 저항 없이 기업을 넘겼다.
‘무슨 뜻이지?’
단순히 성화가 더 많은 돈을 준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돈이 되는 것을 그냥 순순히 넘겨줄 리 없다.
“일단은 그쪽을 확인해 봐야겠군요.”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방법이 없는데?”
“택시를 감시하는 방법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죠?”
“응?”
분명히 유민택은 노형진이 택시 회사에 들어갔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들은 운수업이니까 운수업에는 당연히 고객님이 있는 법이지요.”
“택시를 손님으로 타겠다는 건가?”
“네.”
“그런다고 그 내면을 볼 수 있을까?”
노형진은 그 말에 빙긋 웃었다.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는 좀 심심한 직업이거든요. 후후후.”
* * *
“광화문 사거리 갑시다.”
“네.”
노형진이 택시를 타고 바로 출발하자고 신호를 주자 택시 운전기사는 바로 출발했다. 여기서 광화문 사거리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기 때문에 간만에 장거리 손님이 탔다고 좋아하면서 말이지.
“으휴, 요즘 날씨가 너무 덥죠?”
노형진은 슬쩍 택시 운전기사를 보면서 말을 건넸다.
“더워요. 그렇다고 에어컨을 스물네 시간 틀어 놓을 수도 없고 장사는 안 되고, 죽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 운전기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꾸해 왔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하루 종일 혼자 일하는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하고자 하는 생각은 있지만 대화하는 사람들은 드물어서 대화하는 사람이 타면 말이 많아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상당히 많은 정보가 모이지.’
사람들은 모른다. 택시 안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모이는지. 택시 운전기사들도 그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버려지지만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미국에서 어떤 남자의 의뢰를 받아서 그의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추적한 적이 있다. 그때 추적한 것이 다름 아닌 택시였다. 사람들은 택시에 타면 그 운전기사를 무슨 공기 취급해서 없다고 생각해서 자기들끼리 쉽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 택시에서 자주 가는 모텔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현장을 덥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한번 찔러볼까?’
물론 조용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슬쩍 날씨로 찔러봤더니 생각보다 말이 많은 운전기사 타입인 모양이었다.
“장사가 안 돼요? 아니, 왜요?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탈것 같은데요?”
“아휴, 그거야 옛말이지요. 경기가 영 안 좋아서요. 그리고 뭐, 손님도 태워야 돈이 되죠.”
“손님이야 뭐 많이 모이는 곳이 있잖아요?”
노형진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택시가 사방을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이 많이 타는 장소가 있고 보통은 그곳에서 기다리는 걸 선호한다. 돌아다니면 기름값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런 곳에 가서 태우고 그랬죠. 그런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럴 수가 없다?”
“네.”
“왜요?”
“별 거지 같은 새끼들이 이쪽 바닥에 들어와서요. 안 그래도 택시 운전한다고 하면 인생 막장이라고 욕하는데 이제는 아주 개판이라니까요?”
“개판요?”
“네, 요즘 자기들끼리 패거리를 짜고 같은 패거리 아닌 사람들을 쫓아내요.”
노형진은 그 말에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게 됩니까?”
“되죠. 어쩌겠어요.”
운전기사는 계속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불만을 터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돈이 되는 장소는 따로 있다. 그런데 그런 곳을 꽉 잡고 접근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신고는요?”
“신고요? 안 해 봤겠어요? 그런데 그 새끼들이 다 택시를 운전하는 놈들이니 경찰이 온다고 하면 번개같이 튀어요. 도대체 어떻게 경찰이 오는 걸 아는지 모르겠어요. 어제도 아는 운전기사가 역 쪽에 있다가 봉변을 당해서 전치 4주나 나왔다니까요.”
“4주요?”
“네.”
단순히 역에 택시 승강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4주가 나왔다는 건 상당히 많이 팼다는 소리다. 일반적으로 전치 4주면 멍이 드는 수준 이상의 타박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힘없는 우리는 뺑뺑 돕니다.”
“그래요?”
“네.”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기억에서 돈과는 상관없는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가?’
몇 년 후 질 나쁜 택시 기사들이 조직을 구성하고 그 조직에 대항하는 운전기사들을 폭행하거나 장사가 잘될 만한 곳에서 손님을 받으면 구타를 하고 심지어 손님에게 몇 배에 달하는 바가지를 씌우는 등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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