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62)
결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는 좋지만 조합원들이 돈을 낼 수 없다면 만들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제일 힘들었지.’
노형진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 돈은 3%의 저리로 대룡에서 빌려 드릴 겁니다.”
“뭐라고요?”
“대룡은 여기에 투자를 한 주주임과 동시에 채권자입니다. 차량에 대해서는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지분의 4분의 1을 가지게 되고 차량 기지와 주차장 그리고 시설에 대해서는 100%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그에 대해서 대룡에 그 사용료를 내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차량이…….”
“맞습니다. 차량이 문제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대룡에서는 여러분들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비용을 빌려 드릴 겁니다.”
“헐?”
사람들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만일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들은 차에 대한 지분을 빼앗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손해 보는 게 없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차량은 감가상각이 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조금은 갚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에 반해서 대룡 역시 문제가 안 되서 좋지.’
만일 누군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간다면 대룡은 다른 운전기사에게 그 지분을 받아서 팔면 그만이다. 대룡으로서는 초기 자금이 좀 들어가기는 하지만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리고 유민택 회장은 그 정도 자금으로 성화만 날려 버릴 수 있다면 기꺼이 투자하지.’
오로지 단 하나, 성화 타도만을 위해서 수백억을 투자하는 그다. 수억 정도는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 운수 업계를 자신들이 제패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싫으면 기존에 사납금을 받던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일단 우리는 사납금은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니까요.”
“음…….”
운전기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조건이면 파격적이다 못해 거의 퍼 주는 조건으로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럼 진짜로 그 조건으로 하는 겁니까?”
“그럼요. 다만 우리 통제에는 잘 따라 주셔야 합니다. 근무는 3교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로 돌아가면서 주간 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불만은 없을 겁니다.”
노형진은 천천히 운영 시스템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대룡도 적지 않은 수익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사납금을 가지고 가던 기존 업체보다는 훨씬 수익이 작아지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여전히 월급제보다는 많이 가지고 가지.’
노형진이 단순히 택시 운전기사들 좋으라고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게 아니었다. 만일 단순히 성화와 싸워야 하는 것이라면 이런 노동조합 형태보다는 법대로 월급제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룡에서 가지고 가는 돈이 너무 적어진다. 세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노동조합 형태가 되면 세금도 줄어들고 양측이 가지고 가는 돈도 많아지지.’
뭐, 정부의 입장에서는 가지고 가는 돈이 적어지는 게 불만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운수업 자격은 대룡이 가지고 있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운수업 자격은 대룡이 쥐고 있다. 얼핏 평등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들은 절대 대룡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한다. 운수업 자격을 가진 대룡이 없으면 영업을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대룡은 협동조합에서 탈퇴하고 그냥 새로 조합을 만들어서 사람을 다시 모으면 된다. 어차피 차량을 관리하는 시스템과 시설에 대한 권한은 대룡이 가지고 있으니 택시 운전수들은 차량에 대한 지분이 있다 하더라도 운행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고, 머리야…….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나.’
그렇게 양측에 윈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단은 핵심 세력인 대룡의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노형진은 며칠씩 밤을 지새워야 했다.
“거절하시면 나가시면 됩니다.”
물론 택시 운전기사들도 그걸 모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노형진이 내건 조건은 이 업계에서는 진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당장 사납금이라는 것이 없다는 게 얼마나 충격적인가?
“자, 그럼 이제 희망자분들은 개인 면담을 해 볼까요?”
* * *
“석준만이 일을 잘해 주는 것 같더군.”
“어련하겠습니까?”
애초에 석준만은 이런 갈등 없이 안정된 상태에서 일을 잘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뽑아서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유민택이다.
“아직도 그걸 가지고 꽁해 있나?”
“은근슬쩍 일감을 저한테 떠넘기셨잖습니까? 법적인 조언이 변호사의 업무지, 나서서 떠드는 건 업무가 아닌 것 같은데요?”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해 주게나.”
“너무 과한 서비스인데요.”
그 말에 유민택은 피식 웃었다. 자신의 예상대로 노형진이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래 놓고도 그냥 물러나면 속 터지니까 나서서 해결한 것이고 말이다.
“그럼 다른 건 어떻게 해야 하나? 자네의 고견이 있으면 듣겠네.”
“고견요?”
“그래, 방금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변호사라며? 그러면 이런 문제도 해결해야지. 안 그런가?”
슬쩍 말을 돌리는 유민택이 노형진은 얄미웠지만 일단은 조용히 넘어가 주기로 했다.
‘뭐, 대룡을 이용할 기회는 여전히 많으니까.’
그런 거에 비하면 지금의 말 그대로 사소한 은혜 만들기 정도일 수도 있다.
“깡패 운전기사들 말씀이시군요.”
“그래. 아무리 어플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걸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있거든.”
어플을 개발한다고 해도 그걸 사람들에게 널리 퍼트리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몇몇 지역은 어플으로 택시를 부르느니 차라리 택시 승강장으로 가서 대기 중인 택시를 타는 것이 빠르다. 역이나 공항버스 터미널, 또는 번화가 등 소위 말하는 손님이 많고 돈이 되는 곳은 말이다.
“어플을 개발해서 주변에 뿌리는 건 장기적으로는 좋은 아이템이야. 그와 관련된 수익 모델은 우리 쪽에서 개발할 예정이니 문제는 없네. 문제는 그놈들이야. 우리 쪽에서 계속 조사하는 중인데 그 녀석들이 계속 영업을 방해하는 모양이야.”
“경찰은…… 역시나죠?”
“그래. 그리고 촬영해서 신고도 했는데도 별로 반응이 없더군.”
“이미 뇌물이 들어갔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해도 별로 소용없을 겁니다. 잡혀가 봐야 기껏해야 한두 명입니다. 이건 성화에서 조직적으로 벌이는 일이구요.”
“흠…….”
“그리고 보니 성화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습니까?”
분명 성화에서도 대룡이 택시 업계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두 공룡이 진출한다는 말에 택시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노형진은 그동안 자정 노력은 안 하고 운전기사들을 노예 취급한 그들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아직 없더군. 우리가 들어간 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아마도 우리가 단순히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들어간 거라 생각할 겁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네.”
지금 대룡과 성화가 전쟁 중이다 보니 한쪽이 시작하면 다른 한쪽도 거기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성화는 아마 지금도 그런 상황일 거라 생각할 것이다.
‘설마 자신들의 속셈이 드러났을 거라 생각하지는 못하겠지.’
물론 확실한 것은 김일성 회장을 만나 보면 읽어 낼 수 있겠지만 김일성 회장이 미치지 않는 이상에야 노형진을 만날 리 없다.
“그러면 어쩔 생각인가? 이대로는 계속 피해가 커질 텐데.”
이미 조폭 운전기사들은 자리를 잡고서 자기네들 소속이 아닌 운전기사들을 협박하면서 쫓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권력으로 해결하기는 힘들 겁니다.”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미래에는 이런 일이 매년 한 번씩 터지고는 했다. 무슨 뜻이냐면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런 게 걸리면 기본적으로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는다. 그리고 그게 문제다.
‘기존에 택시 회사들이 욕먹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런 일이 있으면 그런 사람들을 퇴출시켜야 정상이건만 택시 회사들은 사납금만 채워 준다면 범죄자라도 상관이 없다는 마인드로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식이다 보니 그런 자들은 사납금의 압박 때문에 더욱더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쩌지?”
“글쎄요…….”
노형진은 히죽거리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노형진은 이미 그런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 둔 상태였다.
“저어도 자아알 모오르으으겠네요오오오.”
유민택은 노형진이 자신을 부려 먹은 것에 대한 복수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무척이나 어른스럽다가도 가끔은 이렇게 유치찬란해지는 게 노형진이었다.
‘노 변호사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단 말이지.’
어찌 되었건 자신이 그에게 말도 안 하고 부려 먹으려고 했으니 당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네. 다음번에는 내 미리 말이라도 해 주지.”
“맨입은 안 되는 거 아시죠?”
“끄응…… 하여간…… 돈도 많은 사람이.”
“세상은 돈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죠. 돈이 아닌 힘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노형진은 확실히 돈이 많다. 하지만 힘 자체는 거대 기업인 대룡이 셀 수밖에 없었다.
“알았네. 내 충분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지. 그럼 저 녀석들을 해결할 방법을 말해 보게.”
“간단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거죠.”
“……?”
유민택은 노형진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 *
조진만은 요즘 들어 등골이 오싹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도대체 왜…….’
문제는 그런 기분이 결코 그냥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젠장…… 젠장…….’
며칠 전부터 자신의 택시를 집요하게 따라붙는 한 대의 차량. 그들은 무심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를 태우든 누구를 만나든 어디서 손님을 받든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뒤에 있었다.
“어이, 조 형. 형도 느꼈어?”
“뭐 말이야?”
“저들 말이야.”
자신에게 다가와서 고개를 까딱하는 동료 운전기사의 말에 조진만은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은 눈치 빠르잖아? 알 것 같은데?”
“설마 너도?”
“그래.”
“젠장, 저 새끼들은 뭐야? 너 얼마나 된 건데?”
“닷새.”
“난 벌써 일주일째야.”
“그럼 나도 일주일이겠네. 내가 알아챈 게 닷새째니까.”
자신을 따라다니는 불안한 그림자. 그들이 벌써 일주일이 넘게 자신들을 추적한다고 생각하자 조진만은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저 새끼는 뭐야? 조 형, 아는 거 있어?”
“있으면 내가 이러겠냐? 혹시 운전기사 새끼들이 보낸 거 아냐?”
“그 병신들이 그렇겠어? 설사 그랬으면 벌써 싸움 났지.”
하지만 그들은 운전기사들에게 겁주면서 협박해도 그저 구경만 할 뿐 절대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젠장…… 이거 무슨 수를 써야 하는 거 아냐?”
“맞아. 내가 늦었다고 생각하면…… 저 새끼들이 우리 집도 알 수 있다고.”
그 말에 조진만은 등골이 오싹했다. 자신이 남을 구타하고 돈을 빼앗는 깡패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 저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생각을 하자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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