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65)
>1장. 잘못 된 인맥은 때로는 범죄다>
[25권 시작]“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아직까지 아무런 관련 증거를 발견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용의자들은 살인 사건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에서는 수십 명의 피가 나온 상황에서······.”
노형진은 인터넷을 뉴스를 보다가 경찰에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일 좀 제대로 하지. 쩝······.”
요즘 경찰은 점점 동네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수십 명의 피가 묻은 살인 연장이 백 개가 넘게 나왔는데 사건에는 진전이 없는 데다가 노형진이 제보한 뉴스에는 그들이 다른 기사들을 쫓아낼 때 경찰이 모른 척하는 게 그대로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보기에는 경찰들이 살인범들과 결탁해서 사건을 덮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는 좀 억울하겠지만.”
결국 이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서 해당 지역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해당 지역의 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의 5분의 1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살인 증거를 찾지 못하니 아마 경찰 수뇌부는 죽을 맛일 것이다.
“다 자초한 거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인터넷 뉴스를 껐다. 때마침 실내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띠리링, 띠리잉.
“네, 노 변호사입니다.”
“노 변호사님, 사건 하나 배정하려고 하는데요. 괜찮으시겠어요?”
“사건요?”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사건 배당부의 직원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허락을 받다니?
“다행히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건은 없습니다만? 제 사건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아시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말이죠. 사건 자체가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해서요.”
“사건이기는 한데 사건이라고 보기가 애매하다?”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강력 사건입니까?”
“굳이 말하자면 강력 사건은 아니기는 한데······ 노 변호사님이 담당해 주셨으면 해서요.”
“흠?”
보통은 이런 사건은 사건을 배당받은 변호사가 판단해서 노형진에게 가지고 온다. 그래서 가능한 한 노형진에게는 사건을 배당하지 않는다. 새론에서의 노형진의 포지션은 다른 변호사를 돕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배당부에서 연락이 온 것도 처음이었다.
“무슨 사건입니까?”
“성추행이라고 봐야 하나요?”
“성추행이라고 봐야 하나요?”
질문 형식의 답변에 노형진은 똑같이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지?’
아무리 배당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쪽에서 종사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건을 배당하려면 사건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변호사별로 전문 사건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정하지 못한다는 말이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좀 복잡한 사건인가 보네.’
“사건 자체는 복잡한데 문제가 심해서요.”
“문제가 심하다?”
“네.”
“일단 서류를 가지고 와 보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담당 직원은 바로 서류를 가지고 왔다.
노형진은 그걸 받아 들고는 대충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이거······ 현실이 문제군요.”
“네.”
직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건 자체는 무척이나 쉽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의뢰인이 피해를 안 받을 수가 없어서요.”
“흠······.”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사건은 그렇지요.”
사건 자체는 간단했다. 대학원에서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성추행한 거다. 이런 경우 이건 명백하게 성추행에 들어가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잘못 된 사회구조다.
“이대로 진행하면 매장당할 겁니다.”
“그렇겠지요.”
교수라는 직업은 어느 정도 안정된 자리이다. 좋게 말하면 안정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이미 학연과 지연으로 끈끈하게 엮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걸 잘 아시나 보군요.”
“제 주변에 이렇게 당한 사람이 있거든요. 결국 그 사람도 학업을 포기하고 그만뒀지요.”
“대충 이해가 갑니다.”
교수를 비롯하여 소위 말하는 선생이라는 작자들의 문제는 많다. 월급을 빼앗는 것은 흔한 일이고 어떤 경우는 잠자리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만일 거절하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린다.
“아무래도 이분도 무리한 요구를 받으신 것 같군요.”
“잠자리 요구를 받으셨답니다.”
“끄응······.”
사실 대학원생쯤 되면 세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성추행 정도는 이를 악물고 버티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이 넘어가면 그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법으로 어쩔 수가 없어서요.”
담당직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잘 가지고 오셨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건 일반적인 변호사들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애초에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법은 그 사건만 해결해 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범죄에 대한 보복은 해결해 주지 않는다. 물론 그 보복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폭력이나 협박이라면 해결해 주지만.
‘이런 사적인 보복은 대책이 없지.’
노형진도 회귀 전에도 이런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모 의과대학의 레지던트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해 신고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냐고? 교수는 성추행으로 벌금 200만 원을 납부하고 끝났다. 반면에 그녀는 학교에서 퇴교당했고 다른 학교에서 받아 주지도 않아 재입학하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의사가 되지 못했다. 레지던트를 끝내지 않으면 의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실수였어.’
그냥 그 사건만 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기초적인 실수 말이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요······. 이건 좀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 * *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
송정한의 말에 서승진 변호사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본적인 인권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우리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지요.”
“인권 변호사들에게도 이런 사건이 많이 오나 봅니다?”
“네, 많이 옵니다. 이런 단순 성추행이 아니라 인권 말살 행위예요. 그런데 올 때마다 방법이 없더군요.”
송정한과 서승진 변호사는 약간은 특이한 사이다. 송정한은 대표 변호사로서 서승진 변호사에게 존대를 받지만 서승진 변호사는 송정한 변호사의 대선배이자 인권 변호사계의 큰 어른인지라 송정한에게 존대 받는다.
“그래서 노 변호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네가 이런 걸 가지고 온 거 보면 방법은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물론 노형진은 직급으로도, 연륜으로도 하위직이라 반존대를 받지만.
“일단은 이건 법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습니다.”
“법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어?”
“네, 이견 법적으로 해결하는 순간 의뢰인은 사회적으로 매장됩니다.”
“그건 그렇지.”
두 사람 다 이런 사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심각하게 했으면 의뢰인이 신고를 결심하고 변호사를 샀는지 이해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우리는 변호사일세.”
“우리는 변호사지요. 그렇다고 피해자의 고통을 모른 척하라는 건 말도 안 됩니다.”
“후우.”
법적으로 하자니 분명 피해자의 인생은 망가지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그것도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이런 문제는 분명히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그렇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소리는 내가 변호사 노릇 하면서 내내 들었네.”
서승진 변호사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심지어 변호사들도 자기 직원에게 성추행하기도 해. 변호사뿐만 아니라 검사나 판사 역시 그 짓을 하는 놈들이 많아.”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나 강간 말씀이죠?”
“그렇네. 그런데 이런 사건은 일반 성추행과 강간과는 상황이 너무 다르단 말이지.”
위계에의 한 범죄란 그 사람이 피해자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어서 그 힘으로 겁을 줘서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 위계에 의한 범죄가 법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맞지만 이걸 신고 하면 그 사람이 자신의 사회적 힘으로 보복하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처벌이 강해진 것도 아니고 말이다. 도리어 위계에 의한 이런 범죄는 어느 정도 동의가 있다고 가정해서 처벌이 약해진다.
‘전형적인 가진 자를 위한 법 해석이지.’
가장 확실한 것은 그렇게 위계에 의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범인의 그 사회적인 힘 자체를 빼앗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교수면 교단에서 추방해야 하고 고위 공무원이면 해직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리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신고했다면서 피해자의 인생을 박살을 내 버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사건은 계속 일어날 테니 이참에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방식?”
“네, 저들이 사회적인 힘으로 피해자들을 억압하고 이득을 챙기니까 반대로 우리가 들의 사회적인 힘을 잘라 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지요.”
“그게 가능하겠나?”
송정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수십 년 동안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계속 발생했다. 한 해에만 못해도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고쳐지지 못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노 변호사의 말이 이해는 가네. 하지만 말이야, 무슨 수로 말인가? 법적으로 그들을 자르라고 할 수도 없고 우리가 거기에 관련된 자들을 몽땅 쫓아다닐 수도 없는데 말이야.”
“맞는 말이야. 솔직히 우리나라 인맥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어.”
무언가 잘못 된 것들. 그걸 조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왜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냄비 근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냄비 근성?”
“네.”
“그거야 유명한 말 아닌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발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지 못하면 인식도 못 하고 인식을 못하면 고치지도 못한다. 인정한다는 것은 잘못을 고치겠다는 첫 번째 과정인 것이다.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이런 사건이 어디 이번 한 번뿐입니까?”
“그건 그래.”
벌써 수십 년째 벌어진 일이니 당연히 그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보하고 고소하고 신고했다. 심한 경우 결혼한 지 3개월도 안 된 신부에게 잠자리를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그건 그렇지.”
송정한도 그걸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고쳐진 적 있습니까? 애초에 고쳐지기나 합니까?”
“그럴 리 없지······.”
우리나라의 인맥 문화는 심각하다. 대표적인 예가 의대에서 강간이나 성추행을 저질러도 미래가 창창하다는 식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그 뒤에는 엄청난 로비와 뇌물 그리고 인맥이 자리 잡고 있다.
“그걸 고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무슨 수로?”
“말 그대로 그들의 수족을 잘라 내야지요.”
“수족을?”
“네.”
“그게 가능하겠나?”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까지 그 많은 방법을 썼지만 그게 성공한 적은 없다. 힘을 가진 녀석이 벌금 조금 내고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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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재 담당자입니다.
시간이 지체된 점, 사과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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