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67)
“아, 별거 때문에 왔습니다.”
“별게 아닌 게 아니라요?”
“별거니까 왔죠. 별거인데 오겠습니까?”
“헐?”
노형진의 말장난에 안기부는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왠지 우리 쪽 사람인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사는 사람. 자신의 정의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느낌이 노형진에게서 느껴졌고 그 덕분에 안기부는 훨씬 얼굴이 친근해졌다.
“뭐, 중요한 일로 오셨다면야. 우리야 땡큐죠. 우리한테 불리한 것만 아니라면 말이죠.”
“불리한 건 아닙니다.”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안기부가 묻자 노형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이곳의 타이틀이 필요합니다.”
“명의 대여요? 우리는 명의 대여는 안 하는데요?”
“압니다. 우리가 말씀드리는 타이틀은 딴따라일보의 이름이 아니라 언론사라는 자격이죠.”
“언론사라는 자격?”
“네.”
“뭐, 우리가 언론사 자격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언론사는 어느 정도 자격만 맞춰서 신고 하면 허가가 나온다. 그러니까 가지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널리 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건 이곳의 B급 문화입니다.”
“네?”
“우리가 추구하는 언론사는 좀 다르거든요.”
“다르다구요?”
노형진의 말에 안기부는 관심을 보였다. 자신들이 제일 자신 있어 하는 것이 바로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매일 월급도 못 주고 맨날 쫓겨 다니지만 말이다.
“네, 언론사를 만들고 싶은데…… 아니 아니, 언론사라기보다는 한 가지 장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데 다른 곳들은 안 하거든요.”
“장기 프로젝트요? 뭐 좋네요. 단 하나만 빼고. 우리는 돈이 없어요.”
장기 프로젝트를 하려면 돈이 필수다. 그런데 그들은 돈이 없다. 당장 안기부 본인만 하더라도 무려 2억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압니다. 그래서 여기를 온 거죠. 돈과 상관없이 언론의 자유를 말할 곳을 찾아서요. 만일 돈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곳을 찾았으면 대형 회사에 찾아가면 되지요.”
“그래서 얼마 줄 건데요?”
아주 대놓고 말하는 안기부. 노형진은 그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10억요. 그리고 사무실은 무상 제공. 어떻습니까?”
“그래요?”
그런데 의외로 안기부는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뭐, 돈 준다는 사람은 많았거든요. 지켜진 적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돈을 가지고 그를 회유하려고 한 사람은 많았다. 물론 10억이라는 큰돈으로 하려고 한 사람은 없었지만 1억 정도는 말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하긴 아무리 군소 언론사라고 하지만 자기 치부를 대놓고 까발리는 데 부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다지 돈에 끌려 다니지는 않아서요.”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뭔가를 감추려고 돈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드리는 주제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달라는 거지요. 돈도 일시불로 할 겁니다. 사무실은 제가 가진 빌딩에 내 드리지요. 물론 공짜로.”
그 말에 피식 웃는 안기부였다. 딱 봐도 자기 정적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뭐, 정적을 파묻어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거 아니거든요. 우리는 언론사지, 흥신소가 아니라서요.”
그는 자신의 규칙이 있었다. 자신의 사람들이 B급 언론사라고 욕해도 그리고 수준 낮은 사람이라 생각해도 자신의 규칙을 어긴 적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래서 여길 온 거지.’
만일 단순히 돈 때문에 노형진과 일하는 사람이라면 돈이 떨어지거나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면 뒤통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신념에 부합한다면 절대 뒤통수를 치지 않는 사람들이지.’
그리고 현재로써는 자신의 신념이 이들과 같다.
“정적을 파묻으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좀 바른 언론사를 만들고 싶어서요.”
“바른 언론사?”
“네.”
“한번 들어 보지요.”
지금까지 돈이나 혜택에 관심이 없던 안기부는 노형진이 바른 언론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드디어 관심을 보였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위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거 꼼수 아닙니까?”
마지막 말을 다 들은 안기부는 꼼수라는 말로 노형진의 작전을 설명했다.
“꼼수죠.”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나를 뭘로 보고 그런 꼼수를 쓰자고 이야기하는 겁니까? 그딴 거 진짜 마음에 듭니다. 존나 내 취향.”
그러면서 킥킥거리기 시작하는 안기부.
“아니, 변호사라면서 왜 그렇게 꼼수에 능해요?”
“진짜 능력 있는 변호사는 꼼수에 능합니다.”
“헤에.”
안기부는 그 말에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하긴 그런 문제는 해결하는 게 쉬운 건 아니죠.”
“네, 법적으로는 솔직히 힘들죠.”
“하지만 언론의 힘으로 가능하다라…….”
“물론 이런 언론이 힘을 쓰는 거 싫어하는 거 압니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녀석들도 하잖습니까?”
그 말에 안기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른 언론사들도 자신들의 힘을 자랑하면서 선량한 사람들을 찍어 누르는 데 쓴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힘이 없어서 못 쓴 게 아니다.
“우리도 그러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 있죠? 전 그런 사람들에게 병신이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똑같이 해서 그들을 밀어낸 다음에 자신이 이상대로 해야지, 자기만 법 지킨다고 누가 알아줍니까? 정작 그 법은 적들이 만든 건데?”
그 말에 안기부는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당신 완전 내 취향인데.”
“어어…… 저 남자는 싫은데요.”
“나도 남자 싫어요. 하여간 그거 한번 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고 안기부는 그런 노형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나…….
“아니, 악수 말고 돈 좀 주세요. 어차피 줄 거, 일찍 주면 나야 땡큐죠. 일시불이라고 했지요?”
“네? 아, 네…….”
그러자 바로 바깥으로 튀어나가서 소리를 지르는 안기부.
“어이! 기자들! 오늘 총수님이 쏜다! 오늘은 한우다!”
그 말에 기자들은 난리가 났다.
“우와! 드디어 우리 총수님이 미쳤다!”
“내일부터 다른 직장 알아봐야 하나?”
“이것들이!”
그렇게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면서 서승진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정상인가?”
“네?”
“아니, 사람이 좀 가벼워 보여서…….
아무래도 서승진은 변호사로서 진중하고 무거운 문화에 익숙하니 이런 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입니다. 솔직히 우리 변호사들이 좀 진중하고 무거운 걸 추구한다고 그게 다는 아닙니다. 소위 B급 문화라고 하지만 이런 문화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더 잘 먹히지요. 쉽거든요.”
“그런가?”
“네.”
노형진은 그런 면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변호사들의 세계가 진중하고 진지하며 무겁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도 알아야지요.”
그리고 노형진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아마 조만간 여러 사람들 등골이 쭈뼛해질 겁니다. 후후후후.”
>2장. 최강의 방패 VS 최강의 창>
김영환 교수는 요즘 이상한 느낌을 많이 받기 시작했다.
“뭐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보는 것이다. 물론 그가 정교수이고 언론에도 많이 나가다 보니 누군가 알아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과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상해…….
그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도대체 왜……?”
며칠 전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시선. 그는 몸을 일으켜서 회의실로 향했다.
“아이구, 반갑습니다. 다들 잘들 지내셨나요?”
김영환은 반갑게 인사하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응?”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했다. 그들은 뭔가 이야기하는 듯하더니 김영환이 들어오자 깜짝 놀란 시선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으응…… 김 교수 왔는감?”
‘왜 그러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주변에서 다들 그를 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아닐세. 자, 그럼 회의 시작하지.”
동료 교수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시작했고 김영환은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그 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 * *
“어떻습니까?”
“확실히 그러네.”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 서로 저녁을 먹으러 가자면서 분분히 흩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김영환 교수만 홀로 나오고 있었다. 김영환 교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은 모양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대수로운 게 아니지. 흐흐흐.’
노형진은 김영환 교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는군.”
“인간이란 뻔하거든요.”
인간이란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더군다나 남 때문에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더 싫어한다.
“그리고 인간은 끼리끼리 뭉치는 법입니다.”
“그렇지.”
서승진은 놀랍다는 듯 탄성을 지르면서 대답했다. 자신이 다 아는 것들이다. 아니, 전 세계 누구나 다 아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건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들이 서로의 편을 들어 주는 건 당연한 겁니다. 똑같은 녀석들이니까요.”
“그렇지”
그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자신들이 나가떨어졌을 때 다른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를 보호해야 자신은 손해 보는 게 없고 만일의 사태에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피해가 온다고 생각하면 과연 그럴까요?”
“그럴 리 없지.”
그걸 위해서 노형진은 언론이라는 이름을 이용한 것이다. 언론이 김영환을 포착하고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그를 지키려고 할까?
‘아니지.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는 도리어 선을 그으려고 하겠지.’
왜냐하면 끼리끼리 뭉치는 법이고 괜히 그런 상황에서는 김영환을 보호해 주면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김영환을 취재하고 있다는 걸 안 이상 다른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김영환과 거리를 두려고 할 겁니다.”
“같이 죽기는 싫으니까.”
“네, 이미 닥쳐온 걸 함께 해결하는 것은 자기들이 손해가 없지만 닥쳐올 예정인 건 잘못하면 자기도 휘말리기 마련이거든요.”
“좋은 생각이기는 하네. 하지만 이걸로 과연 막을 수 있을까?”
“아니요. 이걸로는 막을 수 없지요.”
저들의 방패인 인맥은 아주 오랫동안 공고하게 저들을 보호해 왔다. 그런 만큼 그들을 뚫기 위해서는 최강의 창이 필요하다.
“지금이야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조심하는 수준이지 진짜 사건이 터지면 자기들끼리 뭉칠 겁니다. 자기들도 이런 사건이 없는 게 아닐 테니까요.”
“그럼 어쩔 생각인가? 저 사람들이 못 뭉치게 하려고 협박이라도 할 건가?”
“협박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원래 자기 말을 하는 걸 가장 효율적으로 막는 게 뭐 같습니까?”
“음…… 명예훼손?”
서승진 변호사는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을 생각했다. 말을 막고 싶으면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을 많이 쓴다. 명예훼손은 진실을 말해도 처벌하기 때문이다.
“아니요.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자기 검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