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68)
“네, 애초에 명예훼손 자체도 그 사람을 처벌해서 입을 다물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특히 정치인들이나 사업가들이 명예훼손을 하는 이유는요?”
“그럼?”
“바로 자기 검열의 함정에 빠지게 만들기 위해서이지요.”
노형진은 무심하게 자기 차로 돌아가는 김영환을 바라보았다.
“김영환은 이미 함정에 걸려들었습니다.”
* * *
“뭐라고요?”
김영환은 한밤중에 자신의 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네. 언론에서 자네를 취재하고 있더군. 결코 좋은 목적은 아닌 것 같아.”
“좋은 목적이 아니라면…….”
“자네가 알 거 아닌가?”
‘젠장…… 그런 게 한두 개야?’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언론에서 자신을 관심을 가지면서 들쑤시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노형진의 함정이었다. 어차피 이런 취재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몰래 취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서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훨씬 낫다.
‘연구비를 횡령한 것 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애들 월급을 반납시킨 거? 아니면…… 성추행 때문인가……? 아오, 씨발…….’
무엇 때문에 언론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도 모르게 취재한다는 것은 결코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못 된다는 뜻이다. 취재기사가 무슨 서프라이즈 생일 이벤트도 아니고 좋은 거라면 자신 몰래 취재할 리 없지 않은가?
“도대체 어디랍니까?”
“딴따라일보라는데?”
“딴따라일보요?”
“그래, 인터넷 신문사일세.”
“인터넷 신문사.”
그 말에 고민하던 그는 순간 기가 막혔다. 무슨 거대 신문사인 줄 알고 잔뜩 겁을 집어먹었는데 고작 인터넷 신문사라니.
“그 새끼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렇게 조심합니까?”
“요즘 인터넷이라는 게 위험해서 말이지.”
딴따라일보가 작은 인터넷 신문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
“자네도 알지 않나? 요즘 기사 퍼 나르기 심한 거.”
“음…….”
인터넷 신문이 많아지면서 나온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기사 퍼 나르기이다. 인터넷 신문사중 작은 곳이 많다 보니 그들은 지면을 채울 만큼 충분한 뉴스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지면을 채우는 다른 방법이 무엇이냐? 바로 다른 신문사의 뉴스를 조금만 바꿔서 자신들이 쓰는 것이다.
“그게 생각보다 많단 말이지.”
“끄응…….”
딴따라일보에서 이걸 맨 처음 내보내면 분명 다른 곳에서 이걸 퍼 나르기를 할 것이다. 그럼 처음에는 작은 곳 한 곳이지만 곧 작은 곳 수십 곳이 되고 그 후에는 이슈가 되어 대형 신문사나 공중파에까지 나가는 것이다.
‘젠장…….’
그리고 자신은 그런 가십거리가 되기 쉬운 자리에 있다. 정치적인 거야 정치권에서 알아서 막거나 언론사에서 조심한다지만 자신은 그런 것도 아니다.
“하여간 취재한다고 주변을 들쑤시고 다녀서 교수들이 곤란해하고 있네.”
‘그럼 그때…….’
김영환은 얼마 전 회의에서 자신을 보고 묘하게 피하는 교수들이 생각났다. 사실 그것 말고도 이상한 건 많았다. 요즘 들어 교수들이 거리를 둔다 싶었더니.
“아니, 이걸 그냥 두실 겁니까?”
김영환은 다급했다. 아무리 작은 곳이라고 하지만 언론사라는 곳이 자신을 건드리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럼 어쩌자는 건?”
“한 소리 해야지요.”
“아직 뭐에 대해서 조사하는지도 모르지 않나?”
“그러니까 막아야지요. 우리 치부를 드러내서 뭐가 좋겠습니까?
“우리 치부?”
상대방은 그 말을 듣고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언론에서 취재하고자 하는 것은 김영환 혼자다. 그런데 우리 치부라니. 그렇다는 건 그 안에 담긴 뜻이 하나뿐이다. 만일 지켜 주지 않으면 다 까발리겠다는 뜻이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우리가 서로 도와줘야 힘들 때 힘이 되지요.”
지금까지처럼 말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알지 못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지금의 권력과 기득권을 꽉 쥐고 있을 수 있다.
“서로 돕고 사는 겁니다, 학장님.”
드디어 상대방의 존재가 나오고 상대방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 한참을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단은…… 내일 회의해 보세. 일단은 학교의 명예가 달려 있는 것이니까.”
그 말에 김영환의 얼굴이 환해졌다. 회의해 보자는 것. 그건 자신에 대한 징계 회의가 아니다. 그리고 학교의 명예를 지키자는 것은 어떻게 이번 사건을 덮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말이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전화를 끊으면서 김영환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 개자식들 내가 누군지 알고 날 취재해? 어디 주요 일간지도 아닌 개미 눈곱만 한 자식들이 싸움을 걸어? 어디 한번 죽어봐라.’
김영환의 눈에서는 분노가 불타고 있었다.
* * *
안기부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서요?”
“명확한 증거도 없이 취재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 말에 피식 웃는 안기부.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까 취재하죠.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취재가 아니라 고발을 하겠죠.”
학장이라는 말에 그는 마치 올 걸 알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사실 노형진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작은 언론사다 보니 취재한다고 하면 와서 압력을 넣는 것은 흔하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였다.
“이봐요. 이런 거 서로에게 별로 좋은 거 없습니다. 보아하니 그다지 크지도 않은 조그만 언론사인 것 같은데.”
학장은 점잖게 이야기했다. 서로 좋은 게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물러나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서 오판하고 있는 것을 그는 몰랐다.
“적당히 물러납시다, 우리 말고도 일도 많으신 분이.”
“이거 말고도 일이 참 많지요. 그래서 슬픈 것 같아요. 이놈의 나라는 캐도 캐도 끝이 없어요. 끝이.”
“그러니까 더 큰걸 해야지, 뭐 사소한 걸로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글쎄요……. 우리 회사가 보다시피 뭐같이 작아서 큰 건은 무리고 우리 수준에 맞는 뭐같이 작은 사건이나 캐야지요.”
“허.”
그 말에 학장은 기가 막혔다. 안기부의 말은 쉽게 말해서 이거다. 우리가 너무 규모가 작아서 큰 건은 건들기 힘들고 뭐같이 작은 사건을 캐야 하는데 그게 너희들이라는 것이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보통 이런 사건은 자신이 가서 적당한 돈을 찔러 주면 알아서 무마해 주거나 중간에서 잘라 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안기부는 딱 봐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룹의 총수인데 어떻게 제가 아랫사람들의 취재를 자르겠습니까?”
“총수?”
“네, 딴따라그룹의 총수이지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룹이라는 게 뭡니까? 그냥 이것저것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래 보여도 저희 집에 작은 구멍가게도 하는 재벌가입니다. 거기에다 제 동생이 배추 장사도 하거든요. 저희 집 재벌가예요. 문어발식 재벌가.”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김영환은 듣고 있다가 발끈했다. 보자 보자 하니 점점 더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안기부는 누가 봐도 반골 기질이 넘치는 놈이 틀림없었다. 아니, 이름이 안기부라니 누가 봐도 이상한 이름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걸 직접 개명한 거란다.
“야, 이 새끼야!”
결국 김영환은 발끈했다.
“어디서 품격도 모르는 개뼈다귀가 굴러들어 와서 협잡질이야! 협잡질이!”
“개뼈다귀?”
발끈하는 김영환을 보면서 안기부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협잡질이 아니라 취재질인데요?”
“이런 개 같은 새끼를 봤나. 너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이름이 안기부? 장난해, 이 새끼야? 내가 안기부에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는 줄 알아? 너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어!”
그 말에 안기부는 피식 웃었다. 이런 협박이야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지루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김영환의 말에는 한 가지 언어도단이 있었다.
“교수님.”
“왜!”
“안기부 없어진 지가 언제인데 안기부 찾습니까? 친구분들이 연세가 좀 되시나 봅니다.”
“뭐라고?”
끝까지 지지 않고 깐죽거리는 그를 보면서 김영환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이 새끼가 증말!”
안기부의 얼굴로 쏟아지는 차가운 커피. 하지만 안기부는 마치 익숙한 듯 옆에 있던 휴지로 얼굴과 몸에 쏟아진 커피를 닦았다.
“제가 이래서 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달라고 한다니까요. 이거 뭐 한두 번도 아니고 세탁비는 어디다 청구할까요?”
“이 새끼가 증말! 야 이 새끼야, 취재해 봐! 취재? 그래 해 봐, 이 새끼들아! 우리가 입 다물면 어쩔 건데? 좆도 없는 새끼들이 말이야!”
“어허! 김 교수, 품격 없게시리.”
“아…… 죄송합니다, 학장님.”
“죄송합니다. 우리 김 교수가 흥분한 것 같으니 다음에 오지요.”
학장은 김영환을 데리고 나갔다. 미안하다는 말도 언제 오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아무리 취재해 봤자 소용이 없을 거라는 그 표정.
“더럽게 고상한 척하네.”
사람들은 안기부를 보고 저급하네 반골이네 욕하지만 사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힘없는 사람들의 문화는 비급이고 힘 있는 자들의 문화는 A급이라는 말 자체가 웃긴 거다. 역사적으로 힘없는 쪽이 언제나 다수였다. 즉, 숫자가 더 많은 사람들이 주류지, 힘이 있다고 주류인 건 아닌 것이다.
“쯧쯧, 그러니까 적당히 좀 도발하죠.”
안으로 들어온 기자 한 명이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왜?”
전에 돈이 없어서 저런 녀석들한테 고개를 안 숙였는데 이제는 노형진이 준 10억이 있다. 물론 그것도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인 이 언론사를 유지하는 데는 충분한 돈이다.
“어차피 저쪽은 협상의 여지가 없어. 안 그래?”
“그거야 그렇지요.”
저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자신들이 취재를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언론사들이 그런 협박을 받을 때마다 취재하지 않으면 신문은 언제나 백지로 발간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좋은 이야기만 가득하든가 말이다. 과거 벽돌 신문들처럼 말이다.
벽돌 신문이란 과거 국가에서 신문을 검열할 때 쓰던 말로, 국가에서 갑자기 저 뉴스를 빼라 하면 그 부분을 따로 채울 수가 없어서 그 부분만 시커먼 색으로 나가고는 했는데 그런 걸 바로 벽돌 신문이라고 했다. 그 부분이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린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뭐, 이건 미끼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안기부는 그들이 나가고 나자 전화기를 들었다. 노형진의 부탁이 있으니 그걸 실행할 때였다.
“어, 노 변호사님? 저, 안기부입니다. 네. 노 변호사님 말씀대로 왔다 갔는데요?”
그렇게 그는 자신들도 모르게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 *
“친애하는 언론인 여러분.”
노형진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 언론이라는 것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이 종이 신문을 밀어내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지요.”
“음…….”
실제로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 중 상당수가 종이 신문을 포기하고 인터넷판으로 넘어가는 추세였다.
‘스마트폰이 퍼지면 퍼질수록 인터넷 언론사들의 파워는 점점 강해질 거야.’
아직 한국은 스마트폰보다는 피쳐 폰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많은 상황. 스마트폰은 성장하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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