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73)
“내려가서 대기하게.”
“네.”
표면적으로는 내려가서 대기하란 거지만, 사실 지금 음식을 시킨 곳에서 인터뷰를 따 오라는 뜻이었다.
그 기자는 모른 척 다시 내려갔고 안기부는 그걸 가지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유소미는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된장국이 거기로 날아갈 줄은…….”
“아닙니다. 그 덕분에 더 철석같이 믿는 것 같던데요. 후후후.”
윤영자는 누군가 오면 마치 죽을 것같이 소리를 내면서 누워 있었다. 그래야 감옥에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쪽도 의심을 풀 수밖에 없지요.”
노형진이 비싼 돈을 들여 가면서 유소미를 입원시킨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처음 며칠간은 의심할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병실에서도 안 나오고 있지요.”
“그렇지요.”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의심이 풀어질 겁니다. 행동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자기 부류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 말에 안기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되면 바깥에서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찍을 수도 있으니 명확한 증거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조금 답답해서 당분간은 참아야 합니다.”
“답답? 완전 짱 좋은데요?”
스테이크를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리던 유소미의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하긴 놀면서 만난 것도 먹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적당히 하세요.”
“네네, 압니다.”
유소미에게 봉지를 주자 황급하게 그 안에 있는 스테이크를 꺼내는 그녀. 그걸 한입 썰어 먹은 그녀는 감동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우와…… 이 집 스테이크 진짜 맛있다. 진짜 오리지널 스테이크라는 게 이런 맛인 거구나.”
“그렇게 맛있습니까?”
“네, 완전…….”
감동적인 시선으로 스테이크를 썰던 그녀는 갑자기 아차 싶은 듯 자신의 목소리를 다듬었다.
“아아.”
“왜 그래요?”
“아, 그래도 일은 해야지요.”
“일?”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하이 톤의 찢어지는 고함을 질렀다.
“내가 스테이크는 미디엄이라고 했지!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기에 미디엄 웰던으로 해 온 거야! 고기도 먹을 줄 모르는 것들이라니까!”
그렇게 바깥에 다 들리라고 소리를 지른 그녀는 다시 행복한 미소로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헤헤, 역시 고기는 미디엄 웰던이야.”
>4장. 뒷북 뉘우스!>
“새로운 언론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언론사?”
“네.”
“아니, 지금도 언론사는 많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왜 언론사를 만들어요? 지난번에는 연합하라면서요?”
“맞습니다. 하지만 연합해서 조사한다고 해도 필요한 언론사는 있죠. 정확하게는 그 연합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안기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연합해서 세력을 만드는 건 좋은데 거기에다 새로운 언론사를 만들자니?
“아, 물론 독자적인 언론사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언론 공급사라고 해야 할까요?”
“언론 공급사? 아아.”
모든 언론사들이 자기 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언론사들은 자기 매체보다는 뉴스를 공급하는 초점을 맞춘다. 애초에 자기 매체로 판매량이 안 오니 차라리 뉴스를 공급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대충 알겠네요. 하지만 과연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언론사거든요.”
“다르다?”
“네, 안기부 사장님은…….”
“어허,총수라니까요.총수”
그 말에 노형진은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하긴 자기가 총수라는데 노형진이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여간 총수님은 지금 대한민국 여론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 여론의 가장 큰 문제요?”
안기부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망각이죠.”
“맞습니다.”
사실 좋게 말하면 망각이고,보통은 냄비 상이라고 한다. 그 순간은 잊지 말자 난리 법석을 떨어도 채 한 달도 안가서 잊어버리고 몇 달이 지나면 도리어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욕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거죠.”
친일파가 주장하는 논리와 같은 것인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가 아닙니다. 과거는 미래로 가는 초석이지요. 그 초석을 잃어버린 사람은 절대 올바른 미래로 가지 못합니다. 그저 깊은 늪 으로 빠져들 뿐이지요.”
“그래서요?”
“제가 만들고자 하는 뉴스는 새로운 것이 아닌 과거의 것을 추적하는 뉴스입니.”
“과거?”
“네, 과거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는 않으시지요?”
그 말에 안기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대한민국에는 과거의 문제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안 쓴다.
“확실히 그거 때문에 대한민국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기업의 불법행위이다. 그 당시 걸릴 때는 불매운동을 한다고 난리 법석을 떨지만 현실은 그 순간만 지나면 다시 그 회사의 매출은 올라간다. 같은 일본의 경우 기업 자체가 사라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도리어 그렇게 불법행위가 걸렸을 때 적당히 행사를 좀 해 주면 매출이 사상 고를 찍기까지 한다.
“맞습니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쓰레기를 만든 건 기억하시죠?”
“아, 쓰레기 만두 사건요? 기억하지요. 하긴…… 그거 문제이기는 하네요. 이런 거 엄청나게 문제죠. 이건 거대 언론사가 아니라 거대 깡패 집단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뉴스가 필요한 겁니다.”
어떤 게 문제냐면 언론사에서 자기 말을 안 듣는 쪽을 때려잡거나 정치적 숙적을 제거할 때 쓰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쓰레기 만두 파동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을 기억하지만 그 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사실 현실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그 당시 경찰이 만두 공장에게 뇌물을 요구했는데 만두 공장은 거절했다. 그리고 그 보복으로 경찰은 그 공장의 폐기 대상으로 방치되고 있던 쓰레기를 찍어 가서 기자에게 그걸로 만두를 만든다고 기사를 쓰게 만들었다. 결국 그 사건으로 수십 개의 만두 공장이 문을 닫았고 막 시작된 대한민국의 만두 수출 사업은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사건과 관련해서 처벌받은 인간은 하나도 없지요.”
“하긴…… 그렇지요.”
그 당시에 제보했단 경찰도 그걸 확인도 안 하고 무차별적으로 유포한 거대 언론사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수십 명이 자살하고 수천억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는데 말이다.
“사실 문제는 이 진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네요……. 생각해 보면 제 주변에서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 당시 수사 결과 만두 공장에는 결국 무죄가 떨어졌다. 하지만 어떤 언론사도 그건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쓰레기 만두 사건은 억울하게 수만 명의 피해자가 생겼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고정되어 버렸다.
“그리고 만두 시장은 그대로 대기업의 손아귀에 떨어졌죠.”
“맞습니다. 그 사건 이후 중소 규모의 사업이 통째로 대기업에 넘어갔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그런 사건도 많네요. 우지 사태도 그렇고.”
우지 사태란 모 기업이 다른 기업을 공격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조작 사건이다. 라면을 공업용 소기름으로 튀긴다고 언론 플레이를 해서 라이벌 기업을 망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수입한 소기름이 공업용 세금이 붙어 공업용 기름으로 착각한 것뿐이었다.
“그 사건 때문에 우리나라라면 시장이 뒤바뀌었죠.”
그 당시 한국계 기업이 1위였는데 그 사건으로 일본계 기업으로 순위가 바뀐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건을 계속 파고들어서 현실에 알려야 합니다. 이번 사건도 그렇고요.”
“동감합니다. 뉴스는 언제나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노 변호사님의 말이 맞네요. 새로운 것도 필요하지만 집요할 필요도 있겠어요.”
과연 이런 추적 전문 언론이 있다면 윤영자가 병원에서 호의호식할 수 있을 리 없다.
“우리나라 거대 기업들은 방식을 간단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기부한다 고친다 하고 언론 플레이 하죠. 언론이야 그쪽에서 광고받고 돈 받으니 그거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잘 써 주고요.”
“그러고는 끝이지요.”
몇 달 후 사건이 잠잠해지면 기부하기로 했던 것도 취소되고 개혁안도 취소된다. 그저 다시 과거로 돌아갈 뿐이다.
“그걸 막기 위한 언론사라는 건가요?”
“네, 그들이 그런 걸 전문적으로 취재해서 인터넷 언론사에 뿌리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계속 환기하겠지요.”
분노하지는 않겠지만 잊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사람이 잊지 않으면 바뀔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이런 계획이었지요?”
안기부는 말하다가 미심쩍은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우연히 계획이 나왔다고 하기에는 처음부터 너무 치밀하게 짜여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나온 사건 자체도 딱 사람들을 열 받게 만들기 좋은 사건이다. 아마도 이 이름으로 나가면 사람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될 것이다.
“부정은 안 합니다.”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대기업 입자에서는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이지요.”
“하긴.”
대기업중에서 그런 꼼수를 안 쓰는 기업은 드물다. 그런데 그런 꼼수를 못 쓰도록 언론이 감시하면 말 그대로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각인시켜줘야 합니다. 그래야 똑같은 짓을 안 하죠.”
“거참…… 이거 애초에 노 변호사님의 손에서 놀아났군요.”
안기부는 입맛을 다셨다. 처음에는 그저 전략적 우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노형진의 계획에 놀아난 셈이다.
“그래서 하기 싫습니까?”
“아니요. 완전 하고 싶은데요?”
안기부는 히죽 웃었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이기는 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과거의 사건을 끊임없이 파고들어서 세상을 바꾸는 것.
“세상을 바꾸는 건 순간의 분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감시니까요.”
그 말에 안기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회사 이름은 생각해 봤습니까?”
“네.”
“뭡니까?”
“뒷북 뉘우스요.”
“뒷북?”
“딱 좋지 않습니까?”
뒷북. 어떤 사람이 반응이 좀 느려서 나중에 반응하면 뒷북을 친다고 한다. 그건 박자에서 조금씩 늦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좋군요.”
기존에 있던 속력 위주가 아닌 한 박자 쉬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바라보는 뉴스.
“뒷북 뉴스! 하하하!”
안기부는 활짝 웃었다.
“그래요. 우리도 화려하게 뒷북 한번 쳐 봅시다. 하하하.”
* * *
얼마 후 인터넷에는 동시에 뒷북 뉴스라는 곳에서 한 가지 충격적인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사실이야?”
“이런 미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윤영자가 대기업과 정부의 비호 아래 병원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광분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네요.”
“그렇지요?”
당장 언론에 공개되고 나자 병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화가 난 시위대와 그리고 엄청난 수의 기자들 그리고 윤영자를 키기기 위해서 온 경찰들과 회사에 파견한 직원들까지 로비는 사람들로 꽉 찼다.
“아주 제대로 걸렸는데요?”
안기부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