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76)
“남영사료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료를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뭐, 개 사료 정도는 일부 타격을 입겠지만 개 사료는 주력도 아니죠.”
“그러니까 저러죠.”
사료는 불매운동을 하자니 그걸 쓰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고 사료를 쓰는 곳에 대한 불매운동은 애매해지죠.”
일단 어떤 농장이 어떤 사료를 쓰는지 알 방법이 없다. 설사 불매운동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길어야 1년이야.
“우리나라의 특성상 불매운동은 한계가 있을 겁니다. 특히나 이렇게 대상이 불명확할 때는요.”
“으음…….”
노형진의 말에 안기부는 한숨을 쉬었다.
“언론의 힘으로 안 되는 게 있기는 하군요.”
“언론은 용가리 통뼈가 아닙니다. 법으로도 안 된 녀석들인데 언론의 힘으로 되겠습니까?”
“젠장.”
그 말에 안기부는 한숨만 쉬었다.
“뭐, 내가 정의니 뭐니 하고 싶지는 않은 이렇게 개무시당하니 엄청나게 기분 나쁘네요.”
“그렇지요?”
“그런데 노 변호사님은 기분 안 나쁘세요?”
“나쁘죠.”
정의라는 것이 지켜질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정의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주가는 떨어졌잖습니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이 판국이면 가만히 있으면 다시 오를 텐데.”
“나야 좋지요.”
“네?”
노형진의 말에 안기부는 깜짝 놀랐다. 나야 좋다니? 그 말뜻은 한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설마 남영사료 주식 모으세요?”
“네.”
“아니, 왜요? 미쳤습니까?”
“미친 게 아니라 정의를 지키려면 그래야지요.”
“허?”
노형진의 말에 안기부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말 하면 죄송한데 애초에 언론에 공개된 걸로 저들이 망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습니다. 솔직히 언론도 이번 사건에서는 저한테는 하나의 패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그거야 이번 사건을 하면서 다 그러셨잖아요.”
“네, 그랬지요.”
“그렇다고 뭐가 바뀝니까?”
“바뀌지요, 아주 많이.”
“엥?”
“아, 그러고 보니 돈 있으면 남영사료 주식을 좀 사 두세요. 조만간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안기부는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 *
“미스터 브라운!”
“미스터 노!”
노형진은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들어오자 그를 손을 들어서 환영했다.
“반갑습니다, 브라운.”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미스터 노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만 계획대로 될까요?”
“될 겁니다.”
“하하하.”
그들이 대화하자 옆에 있던 김광민은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힘들게 휴가를 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자신을 부른 노형진은 정체 모를 외국인과 이야기하고 있으니 기분이 안 나쁠 리 없다.
“아, 죄송합니다. 이쪽은 김광민이라고 이번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브라운 쇼입니다. 그냥 브라운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아…… 네…….”
약간 발음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브라운은 능숙하게 한국말을 했기 때문에 대화하는데 이상은 없어서 김광민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미스터 브라운은 미국에 로펌에서 일하고 있지요.”
“네? 미국 로펌요?”
노형진의 말에 김광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남영사료 사건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 변호사가 온단 말인가?
“일단은 조용한 곳으로 가지요 우리가 할 이야기는 많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미스터 브라운? 그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거요? 어려운 건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약속한 것은 지켜 주셔야 한다고.”
“그거야 어려운 것도 아니죠.”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자, 그럼 피날레를 하러 갈까요?”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었다.
* * *
“저기요, 노 변호사님……. 도대체 왜 미국에서 한국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겁니까?”
김광민은 조용한 회의실에서 결국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억울해서 위임하기는 했지만 전혀 상황을 알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저희한테 해 준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언론을 이용해서 저들에게 압력을 주고 고발도 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자, 포기하지 마세요.”
안기부는 그런 김광민을 다독거렸다.
“정부에서 조사한다고 하잖습니까?”
“그건 사건이 막 일어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안 그런가요?”
“…….”
그 말에 안기부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김광민의 말대로 그때도 그랬지만 바뀌는 건 없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솔직히 정부에 고발이 들어갔다고 해도 아마 의미가 없을 겁니다.”
“의미가 없다니요?”
“감옥에 간다는 게 끝이 아닙니다. 아마도 시간이 잠잠해지면 최고급 시설이 있는 특급 교도소로 옮겨질 겁니다.”
“설마요.”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보고도 ‘설마.’라는 말이 나옵니까?”
“아…… 씨발…….”
안기부는 그 말에 데자뷔를 느끼면서 욕을 했다. 절대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랬고.’
실제로도 그녀는 최고급 감옥에서 편하게 여생을 보냈다.
‘그렇게 쉽게 용서해 줄 수는 없지.’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돈만 빼앗을 수 있다면 저들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자, 그럼 마지막 작전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지요.”
“하하하, 기대됩니다. 전 이런 식으로 저스티스…… 아, 한국어로는 정의라고 하죠? 정의가 지켜지는 건 처음 봐서요. 아메리카에서도 상당히 보기 드무네요.”
잔뜩 기대하는 브라운의 표정으로 보고 김광민과 안기부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이 브라운 씨가 왜 여기 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브라운 씨는 미국의 변호사지요.”
“그건 알겠습니다.”
누가 봐도 한국인은 아니니까.
“그런데 여러분들의 말씀대로 남영사료는 한국 기업입니다. 그런데도 브라운 씨가 여기 온 것은 한국 기업이라고 해도 주식이 한국에 있으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에요.”
“네?”
김광민과 안기부는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그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외국의 투자 자금을 받기 위해서 주식의 경우 해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외국인이라고 해도 국내에 투자해서 돈을 받아 갈 수 있지요.”
“그렇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미국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뭐, 두 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가 돈이 좀 많습니다.”
“돈요?”
김광민은 모른다는 표정이 되었다. 처음에 대충 듣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진 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기부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알죠.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나 싶네요.”
“쉽게 말씀드리죠. 사건의 관할지는 총 세 군데입니다. 첫 번째는 사건 발생지, 두 번째는 원고의 주소지, 세 번째는 피고의 주소지.”
“그래서요?”
“그런데 미국인이 한국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요?”
“응?”
그 말에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 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브라운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인이 한국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 있는 회장의 행위로 인해서 주식의 가격이 심각하게 떨어지면 그 한국의 회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요.”
“그래요?”
“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좀 복잡해지는데 기존에 있던 범죄로 주식이 떨어진 상황에서 그걸 은폐하고 조작하기 위해서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미국에서는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요.”
“징벌적 배상!”
안기부는 그 말에 노형진이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작전을 알아차렸다.
“진짜입니까?”
“네, 이런 경우 징벌적 배상이 들어가면 못해도 100억 이상의 손해배상은 청구될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미국에서…….”
말을 하려던 김광민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남영사료를 알고 주식을 살 리는 없다. 그렇다면 미리 누군가 사 두는 수밖에 없다. 그 정도 자산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말이다.
“맞습니다.”
노형진은 김광민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명의를 분산해서 미국인 이름으로 남영사료의 주식을 구입해 놨지요.”
“그…….”
설마 그렇게까지 해 줄 거라 몰랐던 김광민은 감동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까지…….”
“어차피 전 손해 볼 생각이 없으니까요. 안기부 씨나 김광민 씨의 말씀대로 이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를 주식입니다. 한국에서는 오르겠지요. 하지만 그사이에 그들을 응징할 수는 있지요.”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건 일단 이론적인 겁니다. 이런 사건이 처음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 받아 줄지 안 받아 줄지는 알 수가 없지요. 그리고 미국 정부에서 받아 준다면 한국에서 이 사건을 덮지 못할 겁니다.”
원기수와 남영사료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한국 내부의 힘이다. 미국이라는 초거대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만일 안 받아 주면요?”
안기부는 그 작전을 듣다가 결정적인 문제를 생각했다.
“이론적이라는 건 말 그대로 법적으로 이론에 가까운 거지 실전은 아니잖습니까? 미국이 많이 안 받아들여지면 결국 방법이 없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노형진은 이런 작전을 준비하면서 그렇게 허술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건 언론의 특징을 이용한 이중 작전입니다.”
“이중 작전?”
“네, 전에 말한 언론의 특징 아시죠?”
“알죠.”
이슈가 될 때는 엄청나게 때리다가 이슈가 안 되면 해명 따위는 안 한다.
“정식으로 소송이 들어가면 인터넷 언론을 통해서 미국에서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들어갔다고 때릴 겁니다. 그러면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겠지요.”
“그렇지요.”
“그 상황에서 두 번째 작전이 실행됩니다.”
“두 번째 작전?”
“네, 남영사료에 대한 불매운동은 이미 의미가 없지요. 아시죠?”
“알죠.”
일반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료를 쓰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니다. 농부다 그런 사람들이고 갑자기 사료를 바꾸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남영사료의 소비층이 아니라 남영사료의 공급층이 불매운동을 하면 어떨까요?”
“네?”
“남영사료는 분명 한국의 사료 회사입니다. 하지만 그 재료는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수출하고 있지요. 애초에 한국에서 나는 재료로 사료 사업의 수지타산을 맞출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요?”
“미스터 브라운.”
노형진은 대답하지 않고 브라운을 바라보았다.
“오기 전 그들에게 사료의 재료를 수출하던 기업과 담판을 지었습니다. 노 변호사님이 3년간 투자 자금을 동결해 준다면 거래 취소 의견을 내줄 수 있답니다.”
“3년간 투자 자금 동결?”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돈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못 알아들으시는군요.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브라운은 그들에게 나름 설명해 주기로 했다.
“미스터 노의 별명은 미다스의 손입니다. 투자한 모든 사업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겼지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말입니다.”
“하하하…….”
그거야 그럴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알 수밖에 없다. 노형진은 변호사이고 변호사는 세상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신문을 종류별로 보는데 그중에는 경제 신문도 있어서 경제적 정보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큰 건에 대해서는 더욱 잘 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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