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78)
“미국에서 이 저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20억 이상의 변호사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당사자는 원기수 현 회장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 사람의 개인 사건 비용을 냅니까? 그걸 용납했다가 지면 우리가 수백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비용을 대신 물어내야 한다는 소리가 됩니다. 이건 명백하게 원기수 회장 개인의 사건입니다.”
“뭐라고?”
“뭐야! 왜 말을 안 한 거야…….”
노형진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자 다들 어이가 없어서 원기수를 노려봤다. 물론 원기수는 말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돈을 안 들여서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으니까.
“결국 이 모든 게 원기수 회장만 퇴출시키면 되는 겁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회장님을 지켜야지, 이 새끼들아!”
“배신자!”
발끈하는 몇몇과 대조적으로 군소 주주들은 노형진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모든 게 다 원기수 때문이라면 그만 물러나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난 찬성이오!”
누군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회장의 잘못 때문에 우리가 망할 수 없지 않소! 난 원기수 회장 해임안 회부에 찬성하오!”
“나도!”
“나도 찬성하겠소!”
여기저기서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원기수는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기서 찬성을 던지는 사람들은 당연 자신의 해임안에서 해임 쪽에 표를 던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흥! 그래 봤자 너희들이 어쩔 건데!”
하지만 원기수는 자신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너희들은 개미 아냐? 개미는 주식시장에서 버러지야. 알아? 너희들이 뭘 어쩔 건데!”
“크윽…….”
아무리 개인이 돈이 많아도 기업보다 많기는 힘들다. 당연히 이런 주주총회에서 가장 주식을 많이 가진 곳은 다 기업이다. 특히 은행이나 투자회사들. 그리고 그들은 오랜 커넥션 덕분에 원기수 회장의 든든한 아군이었다.
“경비원, 쫓아내!”
결국 아주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고 개미 주주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원기수. 노형진은 경비원이 들어오자 그들에게 손을 들어서 멈추게 했다.
“기업 주주들이 당신 편을 들어 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의견은 들어 봤습니까?”
“뭐?”
“의견은 들어 봤냐고요.”
“그게 무슨…….”
“여기서 지금 말한 사본을 주요 기업 주주들의 본사로 미리 보내 놨죠. 지금쯤 그쪽에서 방향이 잡혔을 텐데 여기 기업 대리로 오신 분들, 전화해서 한번 확인해 보실래요? 뭐, 본인이 책임지고 저쪽을 편드실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 일이 틀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그 말에 기업 주주들의 대리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그런데…….”
“이건…….”
자신들이 봐도 이 상황에서는 원기수가 해직당하는 게 맞다. 그런 만큼 본사에 확인해 보는 게 좋았다. 물론 원기수와 친하고 그들에게 많은 대접을 받기는 했지만 잘못 그에게 편들었다가는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 잠깐……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얼마나 잘해 줬는데…….”
원기수는 다급하게 그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그런다고 그들이 전화하는 걸 말릴 수는 없었다.
“네네…….”
그중 첫 번째 사람이 전화를 끊자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향했다.
“저희 로빅 투자에서는…….”
그는 심각한 얼굴로 원기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다음 말을 힘겹게 꺼냈다.
“전기수 회장에 대한 해임안 표결에 찬성합니다.”
“나이스!”
“만세!”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고 천천히 대리인들의 통화가 끝나기 시작했다.
* * *
원기수 회장, 회장직 상실
신임 회장, 원기수 전 회장 횡령 혐의로 고발
원기수 회장, 개인 사건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 해.
남영의 기사회생. 에세코사, 계약 사항 그대로 이행하기로 해…….
남영, 주가 급등
수많은 뉴스들이 나왔지만 노형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원기수가 잡혀가는 장면이었다.
구속되는 원기수 회장
원래 역사에서도 그는 엄청난 금액을 횡령했다. 하지만 회장직에 있었기 때문에 그걸 무마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장직을 상실하고 난 후에 횡령이 터지는 바람에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가게 된 것이다.
“일단 원기수 회장의 자산에 대해서는 모두 동결 처리가 되었습니다.”
원기수의 재산은 회사에서 가압류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법원에서 가압류를 요청해서 결국 전 재산을 압류당했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눈치입니다.”
“그런가요?”
“네, 미국인들이 자기네 이득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철저하거든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원기수는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할 겁니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이유로 그의 주식을 모조리 압류한 데다가 가진 재산은 미국 정부에서 압류하는 바람에 그는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재기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지요.”
물론 가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때는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이다. 더군다나 원기수는 좋은 사람도 아니다.
“윤영자는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돈과 권력을 잃어버린 윤영자는 바로 개인실에서 공동실로 쫓겨 갔다. 정치인들이 더 이상 받을 게 없는데 그녀를 지켜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은 자업자득이죠.”
멋모르고 그곳에 가서 다른 죄수들을 노예처럼 부리려고 하다가 된통 당한 후 도리어 자신이 노예가 되어서 그들의 양말과 속옷 등을 대신 빨아 주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크흑……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김광민은 눈물이 가득했다. 자신은 절대 할 수 없었던 복수를 완벽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안 갚으셔도 됩니다. 저 이미 받았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기수한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게 누구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곳은 노형진이 미국에 세운 회사. 그러니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해서 원기수의 돈을 가지고 오면 그 돈은 노형진의 것이 되는 셈이다.
“못해도 120억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사건과 다르게 들어간 돈에 비해서 짭짤하게 많이 남은 사건이네요.”
노형진은 손가락을 부비면서 씩 웃었다. 처음에는 투자 비용이 좀 많이 들어갔지만 원기수를 자르기 위해서 구입한 주식이 그를 자르고 나자 급상승해서 무려 다섯 배의 시세 차익이 생긴 데다가 징벌적 배상까지 있으니 상당히 많이 남은 셈이었다.
“이런 사건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미소를 보이면서 김광민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제 부모님을 잘 챙기세요. 돌아가신 동생분은 아마 그걸 원하실 겁니다.”
“그럴 겁니다.”
김광민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속이 완전히 시원한 얼굴은 아니었다.
“왜 그러십니까?”
“복수하면…… 속이 시원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허하죠.”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는 김광민. 노형진은 그런 그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원래 그런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복수가 부질없다고 하지요.”
“…….”
“하지만 말입니다. 복수는 해야 합니다. 공허하고 힘들어도 해야 하지요.”
“어째서요?”
“그래야 누구도 똑같은 짓을 안 당하니까요. 복수가 부질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똑같은 짓을 할 겁니다.”
“그런가요…….”
“복수는 자신을 위한 게 아닙니다. 다시 생길지 모르는 다른 희생자들을 위한 거지요.”
그 말에 김광민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물론 법적으로 개인적 복수는 허용되지 않지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내에서는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노형진은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게 이미 떠난 사람을 위한 추모의 방식이니까요.”
‘그리고 그 복수가 우리 변호사가 존재하는 이유지.’
노형진은 그렇게 하늘을 보면서 마음을 바로잡았다.
>6장. 인권 주의자 나부랭이>
“노 변호사.”
“네?”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나?”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서승진 변호사는 같은 새론의 변호사이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조금 다른 변호사다. 그는 인권 변호사로 인권 사건을 주로 한다.
“도와 드릴 일요?”
“그래, 솔직히 말해서 도움이 좀 필요하네.”
“요즘 인권 사건이 들어온 것 중에서 좀 어려운 게 있나요?”
“그건 아닐세.”
“그럼요?”
“좀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했으면 하는데.”
노형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를 따라서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들어가서 맞은편에 앉은 노형진에게 향긋한 차 한 잔을 내놓았다.
“자스민 차라네.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좋지.”
“감사히 먹겠습니다.”
노형진은 그걸 조심스럽게 먹으면서 과연 서승진 변호사가 자신에게 요청할 만한 것이 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이러면 곤란한 입장이라서 말이지.”
“곤란한 입장요?”
“그래. 하지만 내가 봐도 너무 도를 넘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상황일세.”
“무슨 일이십니까?”
“얼마 전에 있던 부산 폭행 사건 기억나지?”
“아, 기억나죠.”
부산에서 의대생 네 명이 휴가 온 일가족을 폭행하는 사건이 터졌다. 서울에 있는 의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휴가 기간을 맞이해서 부산으로 휴가를 갔다가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사소한 시비를 빌미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초등학생 두 아들을 폭행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 때문에 말이야.”
“그거요? 그건 서승진 변호사님의 사건도 아니잖습니까? 애초에 인권 사건도 아니고요.”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심지어 그 사건은 자신들의 사건도 아니다. 다른 곳에서 그 사건을 담당한 사건이라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 그걸 도와 달라고요? 혹시 그 가해자 쪽과 아시는 사이신가요?”
“그건 아닐세.”
“그럼 피해자 쪽?”
“그쪽도 몰라.”
“네? 그럼 뭘 도와 달라고 하시는 건지?”
보통은 한쪽을 알고 있어서 그쪽을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서승진은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가 도와 달라는 건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닐세.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면서 차를 마시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사건에 끼어드는 파리들을 좀 처리해 달라는 거네.”
“파리요? 무슨 파리요?”
“인권 주의자 나부랭이들 말일세.”
“네에?”
노형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서승진이 누군가? 그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유명한 인권 변호사이다. 그런데 인권 변호사 나부랭이라니?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말씀하시자고 한 건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상당히 기분 나뿐 일이 있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노형진은 자세히 묻기로 했다.
“인권 변호사이시잖습니까?”
“그렇지. 난 인권 변호사지.”
“설마 인권은 지킬 만한 사람에게만 지켜야 한다 그런 건가요? 원래 그런 타입이 아니셨잖습니까?”
노형진과 서승진이 유일하게 부딪치는 것. 그건 노형진은 범죄자에게 인권 따위란 사치라고 생각하고 서승진은 범죄자라고 해도 인권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자기 생각을 바꿀 리 없다.
“그게 아닐세……. 후우, 이거 우리 치부를 드러내는 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인권 주의자들도 두 가지 타입이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