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82)
“얼마나요?”
“제게는 500만 원이라고 이야기하던데요?”
“제게는 4천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서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흠칫했다. 전혀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후원금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비슷한 게 보통이다.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서 좀 더 능력이 되면 더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보아하니 거의 반 강제적으로 받아 간 듯했다.
“그에 대해서 느낀 거 있습니까?”
“음…….”
노형진의 말에 그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그냥…… 느낌이기는 한데.”
“말씀해 보십시오.”
“그쪽에서 말한 합의금에서 자신이 깎은 돈의 대략 20% 정도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자신이 깎은 합의금의 20%?”
“전 그런 느낌이 있어요.”
“어? 나도 그 정도인데?”
“저도 그래요.”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세상에 비율까지 따져 가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노형진은 그 말을 듣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합의금의 20% 라고 해도 적지 않은 돈인데 거기서 자신이 깎은 돈의 20% 라니.
“저기, 아까 4천만 원이라고 하신 분.”
“네.”
“무슨 사건입니까?”
“그게…….”
그는 한참 주저주저했다.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어차피 저한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실대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하아.”
이들은 범죄자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당연히 취업도 힘들고 돈도 없다. 그러니 노형진이 도와주겠다는 말을 거절할 수도 없다.
“그게…….”
“말해요. 어차피 우리도 다 말해야 하는데.”
결국 옆에 있던 사람이 그에게 용기를 주자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음주운전입니다. 그걸로 사람을 죽여서…….”
“흠…….”
나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상했다.
“저기, 이상한 거 못 느끼십니까?”
“네?”
노형진은 듣다 보니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었다. 그가 4천만 원을 줬다면? 그가 합의금으로 2억 이상 깎아 줬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그건 말이 안 된다. 어떤 사람이 합의금을 2억씩 깎아 준단 말인가?
“그래서 합의금은 얼마 주셨습니까?”
“합의금요?”
“네.”
“1억 8천만 원 줬습니다.”
“1억 8천요?”
“네.”
“이상하군요.”
“뭐가요?”
“생각해 보세요. 20% 비율이라고 치면 깎은 돈이 2억이니 합의금이 3억 8천을 이야기했다는 건데. 사고로 죽은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노인이었습니다. 나이가 80세였지요.”
“흠…….”
“왜 그러십니까?”
“잔인한 이야기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합의금을 정산할 때는 그 사람이 평생 벌 수 있었던 돈도 그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80세 노인이면 더 이상 벌 수 있는 돈이 그다지 많지 않지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요.”
“그래서요?”
“그러면 보통 합의금이 그렇게 많이 안 나오는데요? 그런 높은 금액은 아주 어린 미성년자들, 그것도 고의성이 아주 강한 경우에만 나옵니다.”
“네에?”
그 말에 남자는 어리둥절했고 노형진은 직감이 오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도 이야기를 좀 해 보시죠.”
노형진은 차근차근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통점이 몇 개 있었다. 첫째, 피해자들과 접점이 전혀 없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이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맞다. 서로 극단적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싸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과도하다고 할 정도였다. 두 번째, 처음에 사건을 담당할 때는 말이 없다가 한참 지나서 그 후원금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왠지 상황을 알 것 같군요.”
“어떤 거 말입니까?”
“인권 운동가의 타이틀을 이용해서 절묘하게 장난치는 것 같습니다.”
“장난?”
“네, 여러분들은 상대방이 요구한 합의금이 일반적인 수치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 말을 상대방에게 직접 들은 분 계십니까?”
“네? 아니요.”
그 말에 다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직접 말을 들은 적은 없네요.”
“저도.”
“나도 그래요.”
다들 직접적으로 피해자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게 왜 문제가 되죠?”
“그게 말이죠…….”
노형진은 얼마 전 정아진이 보여 준 그 행동이 미심쩍었다. 그는 피해자들이 3억이나 요구한다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그들을 무슨 인권 침해자나 양심 불량인 사람들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피해자들이 요구한 금액은 3천만 원이거든요.”
“3천요?”
“네, 그런데 왜 3억이 나왔냐 하면 정아진이 피해자 측 대리인이라고 하면 집요하게 괴롭히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니까 화가 나서 3억을 줘도 합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합의 요구금으로 둔갑하더군요.”
“네에?”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럼 처음에는 합의금을 얼마 이야기했습니까?”
“정아진은 400만 원 이야기했습니다.”
“허?”
다들 어이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 돈으로 합의해 줄 수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당장 병원비만 1,200만 원이 나온 상황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고의적으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주장할 리도 없거니와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사이를 틀어 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일 제 생각이 사실이라면 정아진은 엄청나게 큰돈을 벌고 있는 셈이 됩니다.”
당장 3억에서 원래 금액인 3천으로 깎으면 2억 7천을 깎는 셈이 되고, 그게 20%라고 하면 정아진은 손해배상 금액인 3천보다 훨씬 많은 5,400만 원을 받는 셈이 된다.
“허…….”
“그 후에 피해자들과 이야기해 보신 적 있습니까?”
“아니요.”
“없지요.”
합의가 끝났고 형을 살고 나온 그들이 과연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할까? 할 리 없다. 당장 대한민국에서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들을 보면 전혀 상관없는 국민이나 기자들 그리고 검사나 재판관들에게 고개를 숙일지언정 절대로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범죄자들의 성향이다. 왜냐하면 사건 자체에서 철저하게 피해자는 배제당하니까 그럴 이유가 없어서다.
“결과적으로 그들과 여러분들 사이에서는 그 여자밖에 없었다는 거네요?”
“그렇……지요?”
그들은 말을 하면서 자신이 그녀의 손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다들 이를 악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제가 피해자분들을 만나 봐야겠군요.”
노형진은 이 모든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 * *
“얼마요?”
남자는 노형진의 말을 들으면서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3억 8천 정도 주장하셨다고요?”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남자는 자신의 가게에서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다가 터무니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물론 우리 노모가 돌아가신 건 슬픈 일이죠. 하지만 그분 나이가 80세입니다. 거기에다 치매가 있으셔서 밤마다 돌아다니셨습니다. 솔직히 슬픈 건 슬픈 거지만 그렇다고 그거로 사람 인생 망칠 정도로 나 나쁜 놈 아닙니다.”
남자는 대번에 기분 나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사고로 인해서 돈을 뜯어내는 인간이냐는 식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절대 그런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다만 확인차 드리는 겁니다. 그때 얼마 요구하셨나요?”
“1억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8천 받으신 거 맞지요?”
“네.”
1억 원을 요구해서 8천을 받았다. 그러면 일단 중간에 빼돌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네.’
합의서에는 합의금이 얼만지 들어가니 그걸 빼돌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 3억 8천 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 건 뭡니까?”
“어…… 그게…….”
그 당시 사건을 더듬던 그는 기억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처음에는 그 대리인인지 인권 운동가인지 하는 여자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니까 화가 나서.”
“터무니없는 짓?”
“합의금으로 300만 원 이야기하더이다.”
그 돈이면 장례를 치르기에도 부족한 돈이다. 그런데 그걸 합의금으로 제시했다고?
“당연히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합의를 거절했더니 온갖 패악질을 하지 않겠습니까? 와서 시위도 하고 그래서 어이가 없어서 합의를 거절했죠. 나중에는 합의하자고 하도 찾아와서 합의금을 터무니없이 올렸구요.”
“그런데요”
“그 후에 갑자기 찾아와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빌더군요.”
“그래서…….”
“하아, 그렇죠, 뭐.”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약하다. 상대방이 일단 고개를 숙이면 모른 척 봐주는 성향이 강하다. 그게 냄비 근성으로 전달이 된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그래서 결국 8천이다?”
“네.”
‘이런 미친년.’
노형진은 그 여자의 방법을 알 것 같았다. 일단 사건에 끼어들어서 둘 사이를 극단적으로 갈라놓는다. 그래야 서로 연락을 안 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자신이 중간에 끼어들어서 잘 설득한 것처럼 하고 합의금을 깎는다. 아니, 그렇게 느끼게 만든다. 그 후에 그중 일부를 후원금이라는 명목하에 받아 내는 것이다.
‘이건 사기잖아?’
누가 봐도 사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기이다. 원래도 피해자와 가해자는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는다. 보통은 변호사 아니면 보험사 같은 곳이 끼어든다. 그런데 거기에다 그녀가 사이를 갈라놨으니 절대로 이야기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뭐라고?”
서승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은 몰랐던 정아진의 진짜 목적이 터무니없이 황당했기 때문이다.
“형사 단계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활동하는 브로커는 처음이군요.”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일반적으로 브로커는 부자 손님을 전관 변호사에게 붙여 주고 그 대신에 일부를 가지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건 아예 변호사도 빼 버리고 자신이 다 먹어 버리는 타입.
“아니…… 이런 방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저도 몰랐습니다.”
회귀한 노형진조차 이런 방법을 사기를 치는 녀석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아 하나……. 이거…… 그냥 둘 수도 없고.”
고발하자니 자신이 직접 인권 운동가를 감옥에 넣는 꼴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자신을 존경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들은 그녀를 유명한 인권 운동가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이건 명백한 범죄다. 그것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였다. 이런 범죄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것은 피해자 가해자 양쪽 다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제가 봐서는 우리 손을 더럽힐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손을 더럽힐 이유는 없다고?”
“네.”
“하지만 그러면 그녀가 계속 이런 짓을 하지 않겠나?”
“글쎄요. 제가 봐서는 이런 행동을 하는 그녀를 봐주려고 하지 않을 사람들은 제법 많거든요.”
“……?”
* * *
“이번 달은 영 후원금이 적네.”
정아진은 이번 달 후원금을 정산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좀 더 큰 건을 노려야 하나. 망할 그 피해자들이 도망만 안 갔어도 한 건 더 할 수 있는데.”
공을 들이던 사람들이 자신을 피해서 도망가는 바람에 그쪽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큰 피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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