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85)
“그러면 대룡이 표적이 될 겁니다. 그렇다고 조준혁 씨가 혼자 연구해서 발표한 걸 그들이 믿어 줄 리는 없지요.”
“그럼 조준혁 씨가 외부에 의뢰해서 연구하면?”
“과연 개인을 위해서 진실을 말해 줄 곳이 있느냐고 문제이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덮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세 군데입니다.”
“끄응…….”
유민택은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하긴 자신조차도 혹시나 일이 터졌을 때 대룡에 문제가 될까 해서 몰래 이곳으로 왔다. 그런데 조준혁이 일을 터트렸을 때 과연 그걸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노 변호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이건 참 애매하군요.”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성능이 다른 건 공격하는 게 쉽다. 성화가 공격당하면 그 대체재를 가진 기업의 물건이 잘나가니까. 그래서 다른 곳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너무 비슷한 거란 말이지.’
한쪽에서 만들어서 잘되니까 여기저기서 비슷하게 만들어서 팔아먹는 물건.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성분 자체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신들이 공격하기 애매해진다.
“일단은…… 그 성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 * *
“완전 이거 골 때리는데요?”
무태식은 기록을 찾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찾아도 관련 기록 자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전혀 실험도 안 된 물건을 그냥 막 쓴다고요?”
“그게 현실입니다.”
“와, 이거 미쳤네. 미쳤어.”
그는 질려 버렸다는 얼굴이 되었다. 당장 얼마 후에 아버지가 되는 그는 이러한 일에 대해서 엄청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으로 쓰면 땡이라는 겁니까? 무슨 대기업이 이래요?”
“기업은 사람이 없습니다. 양심이 없지요. 오로지 이익만을 따릅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건 사람인데.”
“우리나라 재벌가들이 얼마나 비양심적인데요.”
“끄응…….”
“사실 그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좀 심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심지어 미국 같은 나라의 기업도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많다. 아무리 법을 강하게 처벌해도 그들은 돈을 위해서 거리낌 없이 행동한다.
‘아무리 강도를 처벌해도 강도가 있듯이 말이다.’
다만 그 숫자를 줄이고 피해를 막는 것은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의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런 의지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고 그게 안 되면 지금까지 번 돈에서 한 2억쯤 찔러주면 끝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기업들도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많이 하지.’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 이게 산업계에서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전 세계에서 뭔가 나오면 가장 먼저 실험 대상이 되는 것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소리가 된다.
“역시 이건 의미가 없는 것 같군요.”
노형진은 논문들을 뒤졌지만 관련 증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긴 애초에 수년 후에 정부에서도 관련 기록을 찾았을 때 관련된 자료가 전혀 없었는데 지금 그런 것에 관련된 자료가 있을 리 없다.
“일단은 우리가 직접 실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일단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는 않군요.”
“네? 왜요?”
“보통 이런 실험은 짧아도 6개월, 길면 1년 이상 걸립니다. 그 미만은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죠.”
“아!”
“제약 회사에서 신약이 그렇게 쉽게 안 나오는 게 이런 실험 때문입니다.”
이런 공산품과 다르게 제약은 사람에게 직접 먹이는 거라 무척이나 정밀하게 실험한다. 당연히 그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그래서 제약 회사에서 어떤 약이 성공적으로 실험이 끝나간다고 하면 주식이 오르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다.
“만일 이루기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제약 회사와 비슷한 실험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하아.”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 변호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둬요?”
“글쎄요?”
노형진으로서는 상당히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법적으로는 완벽하게 저쪽이 맞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뭘 그렇기 고민하세요?”
“소라 씨? 어쩐 일입니까?”
노형진이 무태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빼꼼하게 고개를 내미는 사람이 있었다.
“요 며칠 안 보이시더니?”
“아,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도움을 요청해서요. 그래서 외근을 좀 했지요. 딱 봐도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잡아서 족치고 있더만요.”
“그래요?”
“네.”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프로파일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니 그럴 때는 새론에서 소정의 비용을 받고 그들을 파견하는 것이 일상이라 김소라는 생각보다 사무실에 들어오는 날이 적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나 본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누군지 잊으셨나요? 내가 너무 오랜만에 출근했나?”
그 말에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문제가 좀 있기는 하지요.”
“어어.”
노형진이 말하려고 하자 무태식은 당황했다.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면서 현재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 막 들어온 김소라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 사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단 세 명, 노형진과 무태식 그리고 송정한 뿐이다.
“무슨 일인데요?”
“무 변호사님, 이럴 때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김소라는 그 특성상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무태식이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걸 걱정하지 않았다.
“김소라 씨가 그렇게 쉽게 말할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프로파일러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거운 입입니다. 보이는 대로 다 말하면 주변에 불신만 뿌리고 다니는 꼴이니까요.”
“맞아요.”
김소라도 고개를 끄덕거렸고 무태식은 결국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현재로써도 답이 안보이기는 하네요.”
현행법상 이쪽은 완벽하게 저쪽에 유리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무슨 문제인데요?”
김소라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가왔고 노형진은 그에게 지금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지금까지 벌어진 사실에 대해서 한참 듣고 있던 김소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거 완전 테러 아닌가요?”
“테러요?”
“그렇잖아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공기 중에 뿌린다는 게 테러지 뭐예요?”
“하긴…… 테러일 수도 있겠네요.”
돈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테러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김소라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법이 없네요. 어지간한 건 다 합법 라인 안쪽이고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걸 공표할 수도 없고. 대룡의 힘으로도 이번에는 좀 위험하고.”
“그렇지요?”
“뭐, 어디서 여럿 죽어 나가면 모를까.”
“그게 문제입니다.”
이 사건이 터진 것은 몇 년 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나서야 문제가 된다. 더군다나 그렇게 죽은 대부분의 대상들이 아직은 약한 미성년자나 신생아들이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분란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누굴 죽일 수는 없잖아?”
“그렇지요. 누굴 죽일 수는…….”
노형진은 그 말을 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이 났다.
“오오오.”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저 표정, 저 표정. 노 변호사님이 꼼수를 생각해 냈을 때 짓는 표정이야.”
“그런 것도 있어요?”
무태식은 기가 막히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나보다 오래 같이 있었던 사람이 그걸 모르면 어떻게 해요?”
“아니, 제가 김소라 씨처럼 무슨 심리를 읽어 내는 요술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프로파일은 요술이 아니라 과학이라고요!”
막 떠드는 그들 때문에 노형진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쉿! 조용히 좀 해 보세요!”
“아, 네…….”
“으험…… 네…….”
조용해진 두 사람. 그리고 노형진은 한참을 생각에 빠졌고 그들은 결국 그런 노형진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천천히 그의 사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노형진은 그렇게 몇 시간을 더 생각하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어?”
그러나 보이는 것은 컴컴하게 해가 진 자신의 사무실뿐이었다.
* * *
“방법이 있다고요?”
“네.”
“어떤 말인가? 나도 아무리 생각해도 법적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유민택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물론 법무 팀, 심지어 송정한이나 머리 좋다는 놈들은 죄다 달라붙었지만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싸운다는 것 자체가 큰일이라고 절대 하지 말라고 다들 유민택을 말렸다. 그런데 노형진 혼자서만 방법이 있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속임수를 쓰면 됩니다.”
“약간의 속임수?”
“네.”
“어떻게? 속임수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리 없지 않은가?”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단순히 거짓말하는 걸로 이걸 해결하려고 할 생각은 없었다.
“일종의 심리 전술을 이용하는 거지요.”
“심리 전술?”
“네, 저희 회사에 김소라라는 직원이 있습니다. 그녀가 그렇더군요. 이거 완전히 테러라고.”
“테러?”
“네.”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판매해서 공기 중으로 뿌리는 건 사실상 테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게 독가스일 수도 있으니까.
“거기서 생각이 든 겁니다.”
“어떻게?”
“과연 진짜로 테러가 생기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응?”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진짜로 그걸 테러하자는 소리는 아닐 테고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그게 테러라고 알리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닐 테니 말이다.
“사람들의 반응?”
“네, 기억하십니까? 몇 달 전에 불소 사태?”
“불소 사태? 그 불소 누출 사고 말인가?”
“네.”
“기억하지. 한참 시끄러웠지 않나?”
불소는 흔하게 사용되는 화공 약품이다. 하지만 뭐든 그렇듯이 양이 만하지면 사람들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 주변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난리가 났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때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불소 함유 치약의 판매량이 급감했지요.”
“그랬나?”
“네.”
워낙 미미하게 지나간 뉴스라 다들 기억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노형진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 언론은 불소가 발암물질이라고 마구 이야기했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그 정도에 이르려면 하루에 한 스푼씩 먹어야 한다는 부분은 쏙 빼 버렸죠.”
“그랬나?”
“네.”
언론은 자극적인 부분만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기준 같은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발암물질이라고 한마디 던져 줄 뿐이다.
“즉, 무차별적인 공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테러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그 무차별적인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지요.”
“음…….”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아무리 사업가라고 하지만 싸우다 보면 테러범이 있는 나라에 진출할 때도 있다. 당연히 그들의 목적도 충분히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