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90)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보군요.”
노형진은 그런 유민택의 얼굴을 보고 직감적으로 뭔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게 티가 나나?”
“네.”
“하긴 자네랑 있으면 왠지 편하게 드러낸단 말이지. 다 걸릴 것 같아서 그런가?”
노형진은 그 말에 순간 뜨끔했다. 설마 자신의 사이코 메트리 능력을 아나 싶었던 것이다.
“그럴 리가요.”
“뭐, 자네가 워낙 유능해서 말이지. 후후후. 그래, 거짓말은 안 하겠네. 다른 게 좀 있지.”
“도대체 뭐가 있는 겁니까?”
당장 대룡의 주식은 왕창 떨어지고 있다. 타격이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웃고 있다니.
“이번에 지배권 강화를 위해서 시중에 풀린 주식을 좀 사기로 했네. 아무래도 성화와 싸우기 위해서는 지배권을 강화해야 하니까.”
“지금이 싸니까 기회라 이거군요.”
“그렇지.”
싼 가격에 나온 주식들을 사면 그만큼 이득이다. 그 부분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 웃는 것이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거 말고 또 있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사실은 말일세, 작업 들어가기 전에 보험을 들어놨거든.”
“보험요?”
“그래, 해외 보험사들에 제법 큰 보험을 들어 놨지. 총 보험금이 1조쯤 될 걸세.”
“쿨럭.”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기침했다. 1조면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그 돈을 보험을 들어놨다니?
“잠깐…… 애초에 저 건물들 사는 데 들어간 돈이 1조가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저기 있는 수많은 장비들과 실험 기록들이 다 날아가지 않았나. 공식적으로는 말이야.”
“허…….”
공식적으로는 그 모든 기록이 날아갔다. 그런 만큼 그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저 땅을 날로 먹은 셈이 되는 군요.”
“후후후.”
1조도 안 주고 산 땅과 건물들이다. 그런데 보험이 들어져 있으니 당연히 배상금이 나올 것이다.
“아니, 안 주면 어쩌려고요?”
“테러 아닌가. 테러. 하하하.”
“끄응…….”
확실히 그렇다. 단순 화재로 인해서 일어난 사고도 아니고 테러로 인해서 벌어진 사고인데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안 줄 수는 없다. 당연히 그 보험료는 나온다. 물론 약간의 조정은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8천억은 나온다.
“그리고 덕분에 철거 비용을 아꼈지.”
“거참…….”
노형진은 유민택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만만한 사람은 아니야.’
확실히 자신이 그 공기 청정 방향제를 막기 위해서 준비한 것을 제안하기는 했다. 그런데 아무리 부술 예정이라고 하지만 위험한 행동을 순순히 허가한다 싶었더니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지금이야 떨어진다지만 과연 그게 얼마나 가겠나.”
“그렇겠네요.”
어차피 땅은 그대로고 들어간 돈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많아 봐야 10억 정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1조에 가까운 보상금이 나온다고 하면 대룡의 주가는 엄청나게 올라갈 게 뻔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불쌍하군.’
패닉에 빠졌을 해외 보험사를 생각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더군다나 철거비용까지 아낀 셈이다.
“그리고 이미 협상팀을 준비해 뒀다네.”
“협상팀?”
“그래도 대한민국 최초의 테러로 인해서 건물을 잃어버린 기업인데 정부에서 세제 혜택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군요.”
“난 사업가일세.”
보험료에 철거비를 아끼고 세제 혜택까지 노리는 유민택은 확실히 사업가이기는 했다.
“자네는 뭐 준비 다 된 건가?”
“다 되었지요. 이제 피바람만 불면 됩니다. 후후후.”
그가 돈을 벌면 노형진도 좋다. 어차피 그들과 노형진은 동반자이니까.
“얼마 후면 아마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겁니다.”
* * *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블랙박스를 회수하여 재생한 결과 이번 사건은 사고가 아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사고가 아니었다고요?”
“네, 해당 감시 카메라의 대부분이 폭발의 충격으로 날아가서 일부 장면만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테러임이 분명합니다.”
“테러?”
“잠깐? 테러라고요?”
“그렇습니다.”
기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노형진은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플레이시켰다.
“저건?”
“그 당시 저장 장치에 남아 있는 영상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소실되어서 복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노형진의 설명과 더불어서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은 복면에 검은 옷을 입고 기름통을 들고 사방에 기름을 뿌려 대고 있었다.
“진짜네?”
기자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더군다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말하는 것이었다.
-빨리…… 움직…….
-어서…….
-끝났……. 나가.
충격 때문인지 화질도 나쁘고 소리도 끊어졌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명백하게 한국인이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사태에 저희 대룡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에, 그리고…….”
“누군지 아십니까!”
“테러범의 성명서는 발표가 되었습니까!”
갑자기 난리를 치는 기자들. 그들은 잔뜩 흥분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테러 안전국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런데 테러 안전국이라 불리는 이곳이 테러를 그것도 한국인의 테러를 당한 것이다. 단순 화재 같은 게 아니라 폭탄 테러로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 게 있겠냐?’
애초에 폭탄 테러를 일으킨 것은 노형진이었다. 정확하게는 폭탄 테러가 아니라 건물 폭파 공법을 이용하여 주요 지점에 폭발물을 설치해서 무너트린 것이다. 어차피 무너질 건물이니까 아까운 건 없었다. 물론 대룡이 그걸 자기 몰래 보험든 건 몰랐지만 말이다.
“조사 중입니다. 아직 발표가 안 끝났습니다. 해당 연구소에 있던 물질에 대해서도 발표해야 합니다.”
“물질? 아, 전에 말한 그거?”
“네, 해당 물질은 보안동에 보관되었고 다행히 이번 충격으로 외부에 새어 나간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테러범들이 보안동에 들어가지 못한 듯합니다.”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불을 지르기 위해서 바쁜데 보안을 뚫고 가는 위험부담까지 감수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면 된 거 아닙니까?”
“된 게 아닙니다. 그곳에서 있던 다른 사고가 있습니다.”
“다른 사고?”
“네, 해당 물질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그곳에 보관하는데 그 옆에는 실험용 동물들을 보관하는 우리가 있었습니다.”
“다 죽었나요?”
“네.”
사실 그 정도 충격이면 아무리 건물 지하라고 해도 동물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걸 말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다행히 보안동은 멀쩡했습니다만 그 사고의 충격으로 해당 물질이 다량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물질로 인해서 동물들이 죽었다고 보입니다.”
“그 물질로 인해서 말입니까?”
“현재 해부 결과로는 해당 물질로 인해서 급성 폐섬유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요?”
다들 그 말에 그저 무심하게 넘어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한국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이 그렇게 사건이 무마되게 둘 리 없었다.
“잠깐만요.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 물질이 지난번에 말씀하신 그 물질인가요?”
“그렇습니다만.”
여기자 한 명이 일어나서 질문을 던졌다. 유소미였다. 그녀는 마치 기자인 척 스윽 끼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제가 화학과를 나와서 그 물질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만 그거 공산품 맞죠?”
“맞습니다.”
“그거 공기 청정 방향제에 들어가는 물질 아닙니까?”
그녀의 질문에 무슨 소리인가 하던 사람들은 공기 청정 방향제라는 말에 움찔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번에 질문은 노형진이 아니라 유소미에게 향했다. 물론 유소미는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 예상했고 그래서 충분한 대답을 공부한 상태였다.
“폐에 급속한 섬유화로 인해서 사망했다고 하면 그건 결국 공기 중으로 흡입했다는 건데 흡입해서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독극물이잖아요?”
“그렇지요?”
“그런데 그거 한국에서 공기 청정 방향제 만들 때 쓰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럼 공기 청정 방향제를 뿌린다는 게 실질적으로는 공기 중에 독극물을 뿌린다는 말밖에 더 됩니까?”
“어?”
그 말에 기자들은 뭐가 문제인지 알아차렸다. 짐승이 그 물질 때문에 폐섬유화가 왔다면 인간도 올 수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실험 중이고…… 다른 결과는 도출된 게…….”
노형진은 마치 당황한 듯 말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넘어갈 기자들이 아니다. 아니, 그렇게 느껴야만 했다.
“그러면 그 연구소에서 실험하던 것은 뭡니까?”
“네?”
“뭘 준비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실험하고 안전도 테스트를 위해서 동물까지 들여온 거 아닙니까? 뭘 실험하던 겁니까?”
“그건 저도 잘…….”
“혹시 공기 청정 방향제 아닙니까?”
유소미의 날카로운 질문. 노형진은 짐짓 당황한 듯 재빨리 종이를 챙겼다.
“크흠…… 이번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마디만 해 주세요!”
하지만 노형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후다닥 그곳을 뛰어나왔다.
* * *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신문들. 그것들의 차이는 하나뿐이었다. 테러가 1면이냐, 아니면 공기 청정 방향제 사태가 1면이냐.
“반응은 어떻습니까?”
“반응 말인가? 뭐 우리한테 뭐라고 하겠나?”
애초에 대룡은 생산한 것도 아니고 생산을 위해서 실험을 시도한 것뿐이다. 그나마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폭탄 테러범의 테러로 실패했고 말이다.
“다른 기업들은 난리가 났지.”
해당 물질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한다는 보고가 나오자 갑자기 모든 공기 청정 방향제들이 황급하게 회수되었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사회 단체들은 난리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몇몇 실험실에서 이미 실험을 시작했다네. 아마 조만간 확실한 결론이 나겠지.”
‘결론이야 뻔한데.’
그건 이미 미래에 나왔던 결론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그걸 감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테러라는 거대한 사건과 함께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조준혁은 얼떨떨한 시선으로 뉴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리고자 했던 진실이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었으니까.
“결국은 공포죠.”
“공포?”
“네, 사람들은 뭔가 두려워야 반응합니다. 테러를 두려워하듯이요.”
“그렇지.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사실상 테러 이상이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만일 해당물질이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게 맞다면 이게 진짜로 테러이고 그게 터졌다면 근방 몇 킬로미터 안에 실질적으로 화학탄이 터진 꼴이 된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자신들이 화학 테러에나 사용될 만한 걸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황급하게 그걸 회수한 것이다.
“문제는 성화일 겁니다. 이 공기 청정 방향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아무리 회수한다고 해도 흔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회수해서 실험을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 목적인데 성화의 경우는 그게 안 된다. 사방에 너무 많아서 회수 자체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가정에 있는 것까지 회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중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두들겨 맞게 되는 것도 성화일 겁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신나게 웃었다. 성화는 아마 이번 사건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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