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91)
물론 대한민국의 법률상 배상금을 조금 뿌리면 끝날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벌어지겠지.”
그리고 대룡과 성화는 싸우는 중이니 그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반사이익은 대룡이 가지고 간다.
“이번 일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네. 후후후.”
웃으면서 일어나는 유민택.
“어디 가십니까?”
“회장단 회의에 가네.”
“회장단 회의?”
“아무래도 사태가 사태인 만큼 회장들이 모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왜 거기는 가십니까?”
“뭐, 공식적으로는 나도 피해자니까.”
유민택은 씩 웃었다.
* * *
“도대체 왜 공격받은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유민택은 아까 전 노형진과 다르게 침통하고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가 엄청납니다. 해당 건물은 무너졌고 주변에 다른 건물들도 충격으로 인한 2차 안전 문제로 철거해야 할지도 모른답니다.”
“끄응…….”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부의 척도다. 대기업들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걸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그런 건물이 한 채도 아니고 수십 채가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관련 자료는 넘기기는 했지만…… 경찰도 단편적인 기록만 가지고는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목소리로 추적해 보겠다는 건데…….”
“목소리? 허…….”
사람을 목소리로 추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그게 가능한 나라가 없다.
“경찰의 말로는 극단적 환경 단체 중 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극단적 환경 단체라……. 그런 게 있습니까?”
“모르지요. 대한민국이 테러 안전국이라는 것도 이번에 허상으로 드러났지 않습니까?”
“끄응…….”
당장 그렇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 표적이 대룡만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도대체 누가 대룡을 표적 삼아서 공격한 겁니까?”
누군가 한 말.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쏠렸다.
“제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음…….”
하지만 회장단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회장단이란 어느 순간 부여되는 자리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일하면서 자신이 올라온 자리다. 그리고 그들은 성화의 김일성 회장의 성향을 알고 있었다. 다만 증거가 없을 뿐.
“억울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우리 성화가 얼마나 고통 받는지 아시잖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그러니 성화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겠지요.”
피해자인 대룡의 유민택 회장이 측은한 시선을 성화의 회장인 김일성 회장을 바라보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피해자가 아닐 거라 하는데 자신들이 공격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쌰앙…….’
하지만 김일성 회장은 이를 박박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물러난다고 하지만 그들 안에서 생긴 의심의 씨앗을 없애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젠장…….’
이렇게 되면 대룡과 싸울 때 도움 받는 것은 무리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확실하게 처리해야겠습니다.”
“추적을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요.”
회장단은 이야기하면서 열심히 따져 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경찰도 찾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나마 이야기한 것이 해당 물질을 퇴출시키자는 것이 다였다. 물론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성황일 것이다.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회장단 회의가 끝나고 난 후 다른 회장단의 인사를 받는 유민택을 바라보던 김일성은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운전하라고 손을 까딱거렸다.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바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이 비서, 나다.”
“네, 회장님.”
“그놈들 처리해.”
“네?”
“제대로 일해야 할 거 아냐? 앙? 지금 일이 얼마나 커진 줄 알아? 한계를 몰라! 한계를! 적당히 멈췄어야지!”
김일성이 말하는 사람은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누구인지 모를 리 없는 이 비서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전에는 잘했다면서…….’
물론 폭탄을 쓸 거라고 예상은 못했다. 그 녀석들은 자기가 안 썼다고 하지만 증거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폭탄 말고는 그 건물이 그렇게 무너질 이유가 없다.
“내 말 알아들어?”
“네, 회장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들은 사고를 치고 바로 해외로 떠나 있다. 지금쯤 동남아에서 몸을 피하고 있을 것이다.
‘처리는 어려운 게 아닌데…….’
동남아는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다. 적당한 돈만 쥐여 주면 그들을 처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자신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틀어졌으니 김일성 회장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기 때문이다.
“하아.”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이 아니면 이런 일을 처리할 사람이 없어서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차라리……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온 처지였기 때문에 이 비서는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김일성은 아까 전 유민택에게서 느꼈던 그 눈빛을 생각하고는 이를 뿌드득 소리가 나게 갈고 있었다. 측은함과 통쾌함 그리고 경멸이 함께 들어 있는 그 유민택의 눈빛.
“개새끼…… 언젠가 죽여 버리겠어.”
김일성은 그렇게 맹세하고 있었다.
>2장. 인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1년 내내 농사를 지어서 곡식을 거둬들이는 계절. 물론 요즘은 시대가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시사철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가을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상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형진아.”
“네?”
노형진은 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로 휴식을 취할 겸 내려와 있었다. 여름 내내 열심히 뛰었으니 늦게나마라도 휴가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형진을 붙잡고 심각한 얼굴을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노형진은 왠지 쉬기는 글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네가 좀 도와줄 수 있느냐?”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말에 노형진은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인데요?”
“내 일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 문제다.”
“다른 사람들?”
“그래.”
“무슨 일인데요?”
“도둑놈 때문에 죽을 맛이야.”
“그거야 잡으면 그만 아닙니까? 못 잡아서 그래요? 저라고 해도 도둑을 잡는 능력은 없는데요.”
“못 잡은 건 아니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문제야.”
“규모가 커서 문제?”
“그래.”
그건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 자신이 나설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런 대규모 절도단이면 경찰의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할 건수인데 말이다.
“경찰이 처벌을 못하겠단다. 적당히 합의하라고만 하더구나.”
그 말에 노형진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세력이기에 경찰이 처벌을 안 한다고 한단 말인가?
“그 녀석들이 누군데요?”
“보통 부녀회나 산악회지.”
“네?”
무슨 범죄 조직이나 정치권 조직 같은 걸 생각하던 노형진은 귀를 의심했다. 거대 단체도 아니고 부녀회나 산악회?
“부녀회요?”
“그래.”
“아니, 부녀회가 왜?”
“요즘이 포도철이잖니.”
“그건 그렇지요.”
이제 여름이 지나고 슬슬 선선해지는 가을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잘 익은 포도들이 수확할 시기이다.
“그런데 가을 되면 또 부녀회니 산악회니 그런 곳에서 많이 놀러 다니거든.”
“그런데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대책이 없다는 거지.”
“대책이 없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진지?”
“서리.”
“서리? 아아아…… 서리…….”
서리란 한국에서 말하는 일종의 장난 비슷한 도둑질을 이야기한다. 과거 한국이 못살던 시절에 가난한 아이들이 과일 한두 ㅁ개 정도 훔쳐 먹는 것을 서리라고 한다.
“그런데 뭐가 문제죠?”
“동네 사람들 중 몇몇이 포도 농사를 짓는데 그 부녀회니 산악회니 하는 인간들이 와서 서리랍시고 싹 쓸어 간다고 하더구나.”
“네에?”
노형진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자세하게 듣기를 원했고 노형진의 아버지인 노문성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쪽 동네가 좀 조용하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가을에 놀러 오기는 좋거든.”
문제는 그러게 단풍놀이 온다고 오는 인간들이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지나가면서 밭 같은 곳에서 서리를 한답시고 조금씩 뜯어 간다는 게 문제다.
“자기들은 서리라고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고 그러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지.”
당장 보통 부녀회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적게는 스무 명, 산악회 같은 경우는 이백 명 단위로 움직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조금씩 뜯어 간다고 모조리 뜯어 가면 농사를 지은 농부의 입장에서는 돌아 버리는 것이다.
“지금 포도 가격을 알지 않니.”
“알죠.”
지금 열 송이가 들어가는 한 상자가 3만 원이다. 그런데 200명짜리 산악회 하나가 지나가면 한 송이씩만 해도 이백 송이. 그러면 60만 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더군다나 그들만 움직이는 게 아니지.”
“끄응, 대충 알겠네요. 경찰에 신고했더니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는 거죠?”
“그래, 그래서 그쪽에서 아주 돌아 버릴 것 같은 표정이더구나.”
“흠…….”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많이 훔친 것도 아니고 고작 한 개, 많아야 두 개 정도 훔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소는 너무하다는 것이다.
“시골이 인심을 잃었다고 아주 욕을 하고 다니더군요.”
“인심요?”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인심이란 주인이 손님이나 주변에 베푸는 것을 뜻하지, 도둑이 도둑질을 하고 나서 걸린 후에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인심이 아니라 자비를 구걸해야 한다.
“더군다나 그 사람들 그것만 뜯어 가는 것도 아니니.”
“아니라고요?”
“그 사람들이 익은 거 구분할 줄 알겠니?”
그럴 리 없다. 그들은 그냥 들어가서 적당히 맛있어 보이면 뜯어서 입에 넣는다. 문제는 그게 맛이 없는 안 익은 과일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럼 그걸 버리고 다른 걸 뜯는다. 자기는 그게 한 개일지 모르지만 버려진 과일은 시간이 지나서 익혀서 내보낼 수 있는데 그렇게 뜯어 내면 결국 그것도 손해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왜 처벌을 못한데요?”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너무 적다 이거지.”
“흠…….”
하긴 절도라고 하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포도 한 송이 정도이다. 그런 상황에서 애써 고소해 봐야 100% 훈방으로 나올 테고 경찰 일만 많아질 게 뻔했다.
“그래서 근절이 안 된단다.”
자신들의 합리화도 심하고 처벌도 안 하니 당연히 근절될 리 없다.
“그래서 몇몇은 아예 도로 쪽 밭은 농사도 안 지으려고 한단다.”
해 봐야 우르르 몰려와서는 싹 뜯어 가니 속이 안 터질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저한테 부탁하시는 거예요?”
“방법이 있겠니?”
“글쎄요……. 확실히 이런 건 너무 건수가 적아서…….”
아무리 합친 것이 작다고 해도 개인당 한 송이, 또는 두 송이 정도의 포도이다. 그렇다고 범죄 조직으로 묶자니 부녀회나 산악회는 범죄를 목적으로 모인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범죄에 연루된 셈이라 범죄 조직을 묶을 수도 없다.
“피해자분들이 많으신가 봐요?”
“많지.”
노문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이 은퇴해서 여기서 살지만 그래도 자신도 농사를 짓는다. 물론 크게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텃밭에 들어와서 훔쳐 가는 사람들도 있는걸.”
“네? 뭐를요?”
“뭐…… 상추 같은 거.”
“헐…….”
그런 건 도심지에서도 돈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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