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96)
“이번 일은 사실 돈 때문보다는 존재감의 문제죠.”
“존재감?”
“지금까지 사무장은 회장의 그림자에 떠밀렸습니다. 그러니 싸우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번 일은 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단으로 저지른 일이죠.”
그 말에 노문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도 사회생활을 알고 또 노형진이 말한 작전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참에 그가 총대를 멘다는 걸 외부에 표시한 거군.”
“네, 아버지 말씀대로예요. 그렇게 되면 반대파들은 이쪽으로 몰리게 되죠.”
회장이 독식하는 것을 그냥 바라보던 사람들은 기회만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딸랑거리면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먹던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 일파에게서 완전히 소외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기려고 전쟁을 만들다니.”
그 말에 노형진은 씩 웃었다.
“이기면 장땡이죠 후후후.”
* * *
“다음 안건을 진행하겠습니다.”
회의 내내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회장파와 반회장파의 대립이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
“잠깐. 다음 안건이라니.”
회장인 구식만은 다음 안건이라는 말에 발끈했다. 다음 안건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에 관련된 건입니다.”
“무슨 개소리야?”
“얼마 전에 회장님이 사고 치신 거 있지 않습니까?”
“그게 왜 사고야! 그 새끼들이 돈독이 오른 거지!”
“어찌 되었건 그걸 배상해야 하는 건 사실 아닌가요?”
“끄응…….”
그건 맞다. 금액이 얼마가 되었던 농장을 망가뜨린 것에 대한 배상은 해야 한다. 아직 판결이 안 나왔지만 말이다.
“그 건에 대해서 하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우리 산악회에서 막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그건 회장과 일부 회원들이 저지른 행위입니다. 현행법상 불법이기도 하죠. 그걸 왜 우리 산악회에서 공동 책임을 집니까?”
“너 이 새끼!”
차규헌의 말에 구식만은 발끈했다. 물론 금액은 얼마 안 된다. 하지만 그걸 자신이 책임지라는 건 자신에 대한 정면 도발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걸 안건으로 올리자는 거야!”
“그래야지요.”
“이 새끼가 미쳤나!”
회장이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를 추종하는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우리가 배상 안 하면 누가 하는데?”
“회장이 곧 집단이야! 몰라!”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말이다.
“회장이 왜 집단입니까? 회장은 대표일 뿐입니다. 그리고 대표가 책임지고 저지른 일인데 왜 우리가 책임을 집니까?”
“뭐라고?”
몇몇 사람들이 일어나면서 정면으로 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새끼.’
그리고 구식만은 그걸 보고 차규헌을 노려보았다. 갑작스럽게 안건을 올린 것에 이유가 있다 싶었더니 일부를 자기편으로 해 둔 모양이었다.
“그곳에 있던 회원분들이 그러시더군요. 회장님이 거기 들어가면서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그럼 회장님의 책임이지요.”
“뭐? 이 새끼야!”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점점 대립하는 두 사람. 그렇게 그들의 싸움이 심해지자 다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게…….”
구식만은 당황했다. 지금까지 잘 감춰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역시.’
차규헌은 자신을 찾아왔던 노형진의 말대로 이루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늦은 밤 자신을 찾아온 노형진은 그에게 몇 가지 조언을 했다.
“다짜고짜 그를 밀어내려고 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일단 공식적으로 그는 몇 년간 회원들을 잘 관리를 해왔으니까요.”
“그럼 어쩝니까? 이번에 그 녀석을 밀어내지 못하면 우리가 죽습니다.”
자신도 쳐 내질 대상이고 회장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쳐 낼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사람들에게 회장의 악행에 대해서 알려야지요.”
“어떻게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알리란 말인가요? 하지만…….”
그건 명백하게 현행법상 명예훼손이 된다. 대한민국 법은 이상해서 범죄 사실을 주변에 알려도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게 하면 안 되죠.”
“그럼요? 그냥 당해요?”
노형진은 그 말에 자신의 계획을 알려 줬고 차규헌은 그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안건을 무단으로 올리는 것은 확실하게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게 법적인 처벌을 받을 건수는 아니다. 그리고 그건 다음 작전을 위한 포석이었다.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라니요? 안 그래도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입니까?”
대의원들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지자 당황한 것이다.
‘이쯤에서…… 떡밥을 던져 볼까?’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대의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다. 대의원들 중에는 회장파도 있으니까.
‘그럴 때는 자신들이 입을 손해를 생각하게 하란 말이지.’
노형진의 조언은 그거였다. 누구든 자신의 손해를 생각하면 절대로 편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회장을 밀어내는 게 목적이니까.’
사실 이번에 회의 주제로 배상금을 꺼낸 건 진짜 안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주든 안 주든 그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다음 공격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투표로 합시다.”
“뭐라고?”
“아니, 회장이 사고 친 걸 우리가 배상하려면 당연히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투표해서 만일 배상하자고 하면 배상을 하죠.”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당연히 배상해야지!”
구식만은 당황해서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의원 입장에서는 그렇게 넘어갈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회장이 회원 스무 명을 데리고 담을 부수고 들어가서 절도를 했습니다.”
“뭐라고!”
“무슨…….”
대의원들은 놀라서 회장을 바라보았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다. 담이 지나치게 약했고 절도한 게 포도 몇 개라는 것 빼고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거지.’
노형진은 그에게 그 부분은 쏙 빼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고 듣기에도 순식간에 강력 범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저기서 편들어 주는 대부분이 그때 함께 저지른 사람이지 싶은데요?”
“회장! 그게 무슨 말이야!”
구식만은 당황했다.
“그거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에요. 배상금 얼마 안 나옵니다.”
“배상금이 얼마 나올지는 모르죠. 아직 민사 중이니까. 그런데 절도죄가 그렇게 가벼운 건 아닐 걸요? 더군다나 벽까지 부수고 들어가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대의원들은 발끈했다.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그런 범죄에 대한 배상은 못해도 수천은 나온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민사가 결정이 안 되었단 말이지. 흐흐흐.’
민사가 끝난 상태라면 그거만 갚으면 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민사재판은 끝나지 않았으며 정확한 금액은 결정된 게 아니다. 그러니 얼마 안 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회장! 왜 우리한테 그런 걸 말하지 않았소!”
“그게…….”
구식만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떻습니까? 투표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건 절대 안 돼!”
투표를 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자신이 진다. 하지만 이미 칼은 뽑힌 후였다.
“난 그거에 동의하오!”
“나도!”
“우리가 왜 당신이 저지른 범죄를 배상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현장에서 발의된 안건에 대해서도 바로 투표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찬성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흐흐흐.’
차규헌은 그런 당황하는 회장을 보면서 잔인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 * *
“이제 우리가 할 건 끝났네요.”
안쪽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에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조만간 차규헌이 구식만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그렇게 될까요?”
“애초에 이번 회의를 한 목적이 그거니까요.”
당장 회장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회장이 범죄를 저지르고 그 배상을 공금으로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걸 투표를 통해서 그것도 대의원 투표가 아니라 전체 투표를 통해서 배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 다들 그걸 반대하겠지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얼마 후면 회장 선거거든요.”
지금까지는 대체할 만한 다른 카드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권력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비리에 얼룩진 게 드러났으니 당연히 사람들은 그쪽 편을 들어 줄 겁니다.”
더군다나 노형진이 농촌과 합심해서 돈을 주는 식의 농촌체험을 제공했으니 사람들 입장에서는 차규헌의 편을 들어 줄 수밖에 없다. 한쪽은 돈을 주는데 한쪽은 그 돈으로 자기 범죄를 감추려고 했으니 말이다.
“대충 알겠나요?”
“알 것 같네요.”
손예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곳 중에서 저항하는 곳은 규모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 이런 식으로 내부에서 흔들면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합의를 할 겁니다.”
“흔들기라…….”
“결국은 돈의 문제죠.”
내부에서 흔들리기 싫다면 그러니까 회장 같은 사람들이 자기 권력을 잃어버리기 싫다면 합의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합의할까요? 어차피 재판으로 가도 배상금은 얼마 안 되잖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이런 여행을 하는 산악회 같은 곳은 중복 가입이 많습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소문이 많이 돌지요.”
“아!”
중복 가입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그곳에 소문이 돌 것이다. 실제로도 벌써 다른 산악회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고 있는 상황.
“결국 합의는 공포의 문제입니다.”
“공포라…….”
“네.”
자신들에게 생각보다 큰 피해가 온다면 인간은 합의하게 되어 있다.
“알겠습니다.”
손예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된 것이다.
“자, 그럼 우리는.”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가득 쌓여 있는 포도 상자를 바라보았다. 농부들이 너무 고맙다고 준 포도들이었다.
“이거 가지고 갈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우리 차로는 좀 부족할 것 같죠?”
가득한 상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4장. 기레기는 거꾸로 해도 기레기>
“으하함.”
노형진은 피곤한 듯 눈을 문질렀다. 시민의 발이라고 하는 지하철. 그 안에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이 많았다. 늦은 퇴근을 하고 가려는 사람들.
“피곤하군요.”
“그렇네요.”
무태식도 피곤한 얼굴이었다.
“차 가지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렇게요.”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은 차를 가지고 움직인다. 하지만 차의 가장 큰 문제는 정체가 걸리는 상황에서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그걸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계획된 장소 근처에서 축제가 있었기 때문에 노형진과 무태식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짐은 많고…… 사람은 바글바글하고……. 우우우…….”
“하하,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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