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599)
“하여간 그래도 덕분에 네 이름이 유명해서 간간히 소식은 들었지.”
“그런데 연예인은 어떻게 된 거야?”
“뭐, 어쩌다 보니.”
커서 만두집을 이을 거라고 하던 놈이 연예인이라니 기가 막혔지마 일단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뭐, 일단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지난번에 말한 그것에 대해서 좀 듣고 싶은데.”
“그날 사건?”
“그래.”
“그때도 말했지만…….”
신진혁은 노형진에게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노형진도 본인에게 확실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다시 듣기 시작했다.
‘비슷하네.’
하지만 딱히 다른 것은 없었다.
“그래서 그 노인은 뭐래?”
“병원에서 누워서 살려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지.”
“살려 달라고?”
“응.”
“누가 죽인데?”
“뻔하지.”
상대방이 돈이 많아 보이니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돈이 300억이나 있으면서 그러고 싶을까?”
“뭐? 300억?”
“그래, 그 동네 유지더라.”
이런 것은 절대 서류상에 나오지 않는 사항이다. 당연히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정보였다.
“나도 나중에 알았는데 그 동네 진상으로 아주 유명하데.”
“진상?”
“그래.”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재산이 400억에 독일산 수입 차를 끄는 노인이 주차장이 없어서 소방차 앞에다가 차를 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나도 어이가 없다니까.”
하여간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당시 말리던 소방관의 말에 따르면 아주 동네에서 소문난 진상이라고 한다.
“흠…….”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래서 그쪽에서 뭐래?”
“4억.”
“뭐라고?”
“합의금으로 4억 달래.”
“뭔 개소리야?”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조금 다친 것이다. 그런데 4억이라니.
“내가 돈 엄청 많은 줄 아나 봐.”
“아니냐?”
“물론 내가 성공하기는 했지. 하지만 너도 뭐 소문 들어 보니까 기획사 좀 있다면서?”
“내 기획사는 아니고 뭐, 투자는 한 셈이지만……. 대충 알겠네.”
아무리 노형진이 표준 계약서를 고치려고 한다고 해도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투자 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소속사의 입장에서는 그게 회수될 때까지 연예인에게 줄 수 있는 돈이 아무래도 한정되어 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렇기 때문에 노형진이 만든 표준 계약소도 초반에는 절대적인 비율이 아니라 최소한 10% 정도는 주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연예인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살아야 일단 연예인도 활동이 가능하니까.
“뭐, 나도 좀 받기는 하는데 그게 수억이 되겠냐?”
“하긴.”
아무리 그가 성공했다고 해도 그는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다. 가수는 행사가 많아서 단시일 내에 수익을 내고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지만 연기자는 그게 쉽지 않다.
“일반인은 그런 걸 모르지.”
“그렇지.”
“그래서 4억?”
“그래.”
“전형적이구만.”
상대방이 유명하면 갑과 을은 바뀐다. 상대방이 유명하고 공인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들은 이미지 관리가 우선이니까.
‘아무리 이미 망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해도 말이지.’
노형진은 일단은 그 부분은 넘어가기로 했다. 줄 리 없으니까.
“그나저나 그 말이 사실이야?”
“뭐가?”
“사람을 타우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 했다며?”
“무슨 미친…… 거기서 100킬로미터? 장난해? 거긴 30킬로미터이나 나오면 다행인 동네야. 시내 한복판에 무슨. 거기가 무슨 고속도로냐?”
“하긴.”
소방서는 교통의 요지에 설치된다. 그래야 사방으로 바로 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소방서가 있는 곳은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제대로 속력을 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막 출발하는데 앞으로 뛰어들어서 매달리더라. 기겁해서 브레이크 밟았다. 한 20미터나 갔나?”
“끝?”
“그래.”
그런데 기사에서는 신진혁이 노인을 매달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도주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아.”
“왜?”
“그냥…… 뭔가 이상해서.”
이렇게 악의적으로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노형진은 직감이 오기 시작했다.
“야! 벌써 어디가? 간만에 만났는데 좀 이따가 가지?”
“이봐여, 아저씨. 나 지금 네 사건으로 머리 아픈 변호사거든? 너랑 놀면 뭐 하냐? 사건 해결해야지.”
“쩝.”
신진혁은 입맛을 다셨다.
“야, 나중에 술 한잔하자.”
“나 술 안 마셔.”
노형진은 그에게 손을 흔들면서 대기실에서 나왔다.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확인해 봐야겠어.’
노형진은 나오자마자 바로 소속사로 방향을 돌렸다.
* * *
신진혁의 소속사는 노형진이 만든 협회에 속한 곳 중 하나였다. 그래서 노형진은 오자마자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요.”
신진혁의 소속사는 신진혁을 비롯해서 성공한 연예인을 세 명쯤 데리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에 사무실을 구해서 일하는 중이었다. 공동 사무실을 사용하기에는 일단 이제 일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동 연습실은 쓰고 있는 상황. 아직도 연습생은 많으니까.
“노 변호사님이 이 사건을 담당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노형진은 그 말에 그냥 씩 웃었다. 그걸 모르기는 했겠지만 기대는 했을 것이다. 일단 노형진이 거기에 투자한 사람이니까.
“뭐, 어려운 사건이니까요.”
“으음…….”
그걸 알고 있는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그건 자신도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건을 보니 좀 이상해서요.”
“이상?”
“기자가 아무리 봐도 너무 극단적으로 악의적이라서요.”
물론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것도 기자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자들이라고 해도 섣불리 이렇게 악의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 더군다나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넣어 가면서 말이다.
“제가 모르는 뭔가 있지요?”
“그게…….”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가 뭐든 알아야 대응할 거 아닙니까?”
노형진의 말에 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이건 비밀로 해 주십시오. 이거 드러나면…… 우리 망합니다.”
“망한다고요?”
“네.”
“뭔데요?”
“사실은…… 기자가 처음 와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네? 돈이요?”
“네.”
기자는 ‘라이트 비전’이라는 인터넷 신문의 기자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신진혁이 드라마 촬영이 있는 걸 알고 취재하러 갔다가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요?”
“그런데 다음 날 와서 우리한테 광고를 좀 달라고 하더군요.”
“광고요?”
“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언론사는 광고로 먹고산다. 그러니 광고를 파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다. 그건 대형부터 소형까지 언론사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얼마나요?”
“사흘에 1억 5천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요.”
“네.”
1억 5천만 원이 작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그걸 다짜고짜 와서 요구하다니. 더군다나 라이트 비전은 노형진도 처음 들어 보는 회사다. 노형진이 뒷북 뉴스를 준비하면 언론사에 대해서 좀 아는 편인데도 몰랐다는 건 터무니없이 규모가 작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사흘에 1억 5천이라니,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안 그러면 어저께 있었던 일을 터트리겠다고요.”
“라이트 비전?”
“그다지 질 좋은 곳은 아닙니다.”
“흠…….”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이 인터넷 신문사들과 연합해서 일종의 공동체를 만들자고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곳들 때문이다.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협박하는 놈들을 퇴출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제대로 기레기한테 걸린 셈이군요.”
“네.”
그들은 기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협박한다. 돈을 달라 그러면 나쁜 기사를 안 써 주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당연히 거절했지요. 그렇게 악의적으로 쓸 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쩝…….”
송정한과 이야기했던 기레기 문제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자 노형진은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지금은 뭐랍니까?”
“뭐라고 하긴요. 우리를 죽이려고 달려들고 있죠.”
“그렇겠지요.”
그래야 다른 소속사들이 거절하지 못할 걸 아는 것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집요하다고 할 정도로 악의적이라고 생각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해결 가능하겠습니까?”
“혹시 녹음 파일 있습니까?”
“있을 리가 있나요? 그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거 터트리면 보복이 들어옵니다.”
“하긴…….”
그런 언론사들은 나름대로의 라인이 있다. 카르텔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기들의 비밀을 까발리는 곳을 그냥 두지 않는다.
“그걸 까발리면 다른 기레기들이 공격하겠군요.”
“네.”
“흠…….”
결국 그건 증거도 없고 그러니 절대로 공개할 수도 없고 공개해서도 안 된다는 소리가 된다.
“오죽 갑갑하면 제가 새론에 도움을 청하겠습니까?”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제가 방법을 강구해 보지요.”
그렇게 노형진은 기레기들과의 전면전을 시작했다.
>5장.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노형진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사건이 발생한 소방서였다.
“좁네.”
소방서에는 구급차 한 대와 소방차 두 대가 있는 규모였다. 그리고 입구는 왕복 4차선 도로.
“100킬로미터? 미쳤구만.”
노형진은 그곳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신진혁의 말대로 30킬로미터도 내기 힘든 곳이었다. 바로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저속 운행 구간이 있는 데다가 신호등까지 많아서 심심하면 신호에 걸리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인가?”
노형진이 입구에 서서 사건이 벌어진 곳을 바라보고 있자 바깥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소방관 한 명이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신진혁 씨 변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신진혁 씨요. 하아, 죄송해서 어쩌죠.”
소방관은 그의 말에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들 때문에 신진혁이 고생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있었던 일을 좀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요.”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하루 이틀이 아니다?”
“네, 그 노친네 완전 진상이에요.”
이 지역 유지인 그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고발이라고 하고 싶었다고 한다.
‘흠…… 그 부분은 진혁이의 말이 맞네.’
신진혁도 자신이 듣기로는 그 노인이 엄청나게 진상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럼 그날 왜 소방서 앞을 가로막은 겁니까?”
“그게…….”
“말씀하세요.”
“사실은……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는데 저희가 거절했거든요.”
“말도 안 되는 부탁?”
“네.”
“무슨 부탁요?”
“자기네 실내 수영장에 물을 채워 달라고 하더군요.”
“네?”
노형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기 실내 수영장에 물을 채워 달라니? 그런 노형진의 표정을 본 소방관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니까.
“그 노인은 부자입니다. 재산이 한 400억쯤 되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집에 수영장이 두 개가 있습니다. 여름에 쓰는 실외 풀장이랑 봄, 가을, 겨울에 쓰는 실내 풀장.
“헐.”
그 정도면 엄청난 고가 주택이라는 소리다.
“그런데요?”
“이제 가을이라서 실외 수영장은 사용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러니까 실내 수영장에 물을 채워 달라고 하더군요.”
“아니, 그 부탁을 왜 소방관한테 합니까?”
그 말에 고개를 까딱하면서 뒤에 있는 차량을 가리키는 소방관. 노형진은 그 차량을 보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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