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02)
그랬다면 교통사고가 난 동생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개자식…….”
“개자식이지요.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노형진은 피해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고발을 하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끝입니까?”
“아닙니다. 당연히 손해배상을 받으셔야지요.”
“돈 필요 없습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복수해야지요. 그리고 소송은 단순히 복수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복수……할 겁니다. 당장…… 경찰서로 가서 하겠습니다.”
“네.”
노형진은 마지막 피해자를 설득하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해결할 테니까요.”
이제 진실을 찾기 위한 소송은 지금부터였다.
>6장. 나이 처먹은 게 벼슬이냐>
“그럼 잘 알겠습니다. 믿도록 하지요.”
김성식은 웃으면서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방에 있던 사람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들은 말대로라면 자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이 되기 때문이다. 뭐 김성식이 그걸 신경 써 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노 변호사.”
김성식이 바깥으로 나오자 때마침 노형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해자분들은 다 설득했나?”
“네.”
“거참…… 사건인 차고 넘치는구만.”
“그런 거죠. 그게 현실입니다.”
기존에 멍하니 기다리던 변호사 시스템에서 새론의 직접 찾아가는 변호사 시스템은 말 그대로 사건이 끝도 없이 들어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그건 단점이기도 했다. 미친 듯이 바빠지니까.
“뭐랍니까?”
“자기는 몰랐다는 거지.”
“모르기는 개뿔.”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지역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의 대표인 소방청장이 그것도 고발을 중간에 막아 버린 소방청장이 그로 인해서 사람이 죽은 걸 모른다? 물론 모를 수는 있다. 노형진처럼 출동 내역과 사건 결과를 비교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설마 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 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닙니다.”
설마 누가 죽겠거니 했을까? 이런 사건의 대부분은 ‘설마 죽겠어?’라고 생각하는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설마는 안 좋게 꼬이기 시작하면 엄청 안 좋게 꼬이는 마법의 단어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자기는 몰랐다고 딱 잡아떼더군.”
“일단 뭐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걸 방해는 못하겠군요.”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겠지.”
노형진이 김성식을 데리고 온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사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할 테니까.
“일단 내가 명함을 건네줬으니 섣불리 사건을 덮으려고는 안 할 걸세.”
“죽기 싫으면요.”
더군다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까지 끼어 있는 상황이다.
“그냥 둘 건가?”
“미쳤습니까?”
이철수를 처리하고 나면 저들도 그냥 둘 생각은 없다. 그들은 그냥 국민 세금으로 수영장 물 채우는 정도 일이라 생각했겠지만 명백하게 누군가에게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노 변호사, 일단 노인네를 처리하고 나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거 알지?”
“알죠.”
언론사. 궁극적으로 신진혁을 돕기 위해서 언론사를 상대해야 한다. 지금 이철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그들의 기사의 당위성을 없애려고 하는 것뿐이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이거참…… 사건 진짜 복잡하네. 별거 아닌 사건인데.”
“원래 비리는 말입니다, 빙산 같은 겁니다.”
“빙산?”
“네, 머리 위에 삐쭉 나온 것만 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 아래를 보면 수백 수천 배 큰 덩어리가 있지요.”
“흠…….”
“그리고 그 덩어리는 나라를 자빠트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과거에 타이타닉을 침몰시켰듯이 말입니다.”
“이해하겠네. 그래도 이건 너무 손해 아닌가?”
“뭐, 만두가 알아서 섭섭하지 않게 수임료 주겠지요.”
“만두?”
“큭…… 아닙니다. 그런데 있습니다.”
노형진은 그냥 씩 웃고 말았다.
* * *
“노형진이 누구야! 나와!”
노형진은 일하다 말고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 서 있었다.
‘뭐야?’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불어져서 지팡이를 휘두르는 노인. 그 노인은 이철수였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미친 거 아냐?’
노형진이 놀라는 것은 그가 여기까지 찾아 왔다는 것이 놀란 게 아니라 그가 지팡이를 짚고 쩔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새끼.’
그는 분명 자기 차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운전도 한다. 그런데 다리를 절뚝거리다니.
‘누굴 죽이려고 작정했나.’
노형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틈에도 이철수는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너냐? 응? 너냐?”
마구 난장판을 만드는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더 이상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깥으로 나갔다.
“그만하시죠.”
“넌 뭐야?”
“당신이 찾는 사람.”
“오냐. 잘 만났다. 너 죽고 나 죽자.”
“절 죽일 수 있으면 죽이세요. 하지만 그러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여야 하는데 자신 있으세요?”
달려들던 이철수는 생각도 못한 말에 움찔했다.
“뭐, 절 죽이시려고 칼이라도 가지고 왔습니까?”
“이이익…….”
노형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주변에서는 노형진이 그렇게 도발적으로 나오자 말리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
척보니까 주변에서 말릴수록 더 난리법석을 떠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이런 인간은 도리어 주변에서 안 말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여기는 왜 온 겁니까?”
“네가 고소했냐, 이 새끼야!”
“고소?”
“그래!”
“했지요.”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민사 소장이 먼저 간 모양이네.’
형사 고소와 민사 고소를 동시에 했다. 그런데 형사 고소를 했다면 자신을 찾아왔을 리 없다. 즉, 민사 소장이 먼저 갔다는 뜻이다.
“어디 새파랗게 어린 게 어른을 고소해!”
그 말에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내 말이 안 들리냐?”
“들리기는 하는데 어른이 안 보여서요.”
“뭐라고?”
“전 그냥 범죄 가해자를 고소한 거지, 어른을 고소한 적 없는데요.”
“너 이 새끼, 너 몇 살이야! 앙! 새파랗게 어린 것이!”
“새파랗게 어려도 당신보다는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하는 족족 반격당하자 이철수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너 이 새끼, 어른한테 꼬박 꼬박 말대꾸야!”
“어른?”
노형진은 어른이라는 말에 절로 썩소가 올라왔다.
“나이 먹은 게 벼슬입니까?”
“뭐라고?”
“나이 먹은 게 벼슬이냐고요. 최소한의 상식도 안 지키면서 나이 먹은 게 무슨 벼슬입니까?”
“너…… 너…….”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 존경받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져서 존경받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나이를 먹을수록 탐욕스러워진 것 같네요.”
“이놈의 새끼가…….”
이철수는 화가 났지만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싸움이라는 것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먹으로 하는 싸움이고 하나는 말로 하는 싸움이며 나머지 하나는 논리로 하는 싸움이다. 하지만 주먹으로 하는 싸움이 먹힐 리 없다. 당장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그럴 수도 없다. 논리로도 절대 노형진에게 못 이긴다. 그는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뭐가 나쁜 짓인지 모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득만 되면 상관없을 뿐이었다. 결국 말싸움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게 최선인데 노형진이 그런 저급한 싸움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두고 보자.”
결국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 나가는 이철수를 보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뒤에 서서 그걸 구경하던 송정한은 혀를 쯧쯧거리면서 찼다.
“이러니 꼰대 소리를 듣지.”
“그렇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재판 준비는 다 되어 가나?”
“이미 다 끝났습니다.”
노형진은 이철수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영혼을 털어 버릴 일만 남았네요.”
“쯧쯧, 얼마 남지도 않은 생명, 일찌감치 저승사자 만나겠구만.”
송정한은 그 말에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개정하겠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피고 쪽으로 쏠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노인네 한 명이 간신히 후들거리면서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끝내주네요.”
“저거 뭔가?”
“뭐겠습니까? 나 불쌍해요 퍼포먼스지.”
그 말에 김성식 변호사는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돈 좀 있다 이거군.”
“네.”
나 불쌍해요 퍼포먼스란 돈 좀 있는 녀석들이 재판 때 극도로 아픈 모습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회장님들이 재판이 열릴 때면 맨날 휠체어나 병원 침대 타고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지랄을 하네요, 아주.”
“끄응…….”
당장 죽을 것 같이 후들거리는 몸 그리고 신음 소리.
“와, 너무하네.”
“새론이 어떻게 이렇게 독해졌지?”
“그러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새론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노인은 당장 죽어도 이상한 게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준비했나 보네.”
“그렇겠지요.”
피고 측 변호사는 노형진과 김성식을 보면서 비웃음을 날렸다. 하긴 제 딴에는 나름 선공이 먹힌다고 들었겠지.
“그래도 많이 준비하기는 했네요.”
단순히 휠체어를 타고 온 정도가 아니다. 그는 분장 전문가를 동원해서 병자처럼 분장까지 하고 왔다. 가까이는 모르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누가 봐도 병자였다.
“그래, 어쩔 건가?”
“글쎄요. 전 저쪽에 놀아나 줄 생각이 없어서요.”
노형진은 싱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오늘 재판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다들 당황해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서 이철수에게 다가갔다.
“현재 피고 이철수는 심각한 건강의 이상 증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피고 이철수의 변호인인 서병식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습니다. 당장 재판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오늘 재판은 피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연기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흠…….”
판사는 그 말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피고 측뿐만 아니라 원고도 그렇게 말하는데 연기 안 하기는 좀 뭐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이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재판에서 확실하게 피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진단서를 요청하고자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원고 측 변호사의 의견은 잘 받아들였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도 동의한 만큼 오늘 재판은 연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다음 재판 때를 대비해서 건강진단서를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서병식은 입을 쩍 벌렸다. 졸지에 자신들이 건강진단서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그걸 제출하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노형진이 서병식을 보면서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제출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노형진이 말을 끝내고 들어갔다. 하지만 어차피 재판이 연기된 거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 돌아갔고 원고 측은 뒤에 있다가 당황해서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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