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06)
“망할 놈들 같으니라고.”
이철수는 이를 박박 갈았다. 사람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병신 흉내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쓰던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시간씩 있는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일단 집유 나오면 그때는 그냥 다니셔도 됩니다.”
집행유예가 나오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서 추가적인 조사나 처벌은 없다. 그러니 그때는 마음대로 다녀야 한다.
“그 망한 새론인지 그놈들은 어떻게 하나 엉? 그 새끼들 때문에 내 돈이 얼마나 손해 보는지 알아?”
“압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민사 부분에서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명백하게 이철수가 소방차와 구급차의 출동을 방해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자신이 아무리 해도 뒤집을 수는 없다.
“그 부분은 일단 최대한 깎는 쪽으로 하면 됩니다. 사실 회장님의 입장에서는 푼돈 아닙니까?”
“아까운 건 아까운 거라고.”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교도소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신 겁니다.”
“끄응…….”
하긴 교도소에 있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 봐야 의미가 없다. 물론 그가 돈을 가지고 있으니 대우가 좀 더 나아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확 바뀔 수는 없다.
‘젠장…… 이런 줄 알았으면 좀 더 관리를 해두는 건데.’
그냥 동네에서 좀 살면 된다고 생각해서 중앙 부처에 로비를 안 해서 만일 교도소에 들어가면 자신의 편의를 봐줄 만한 사람이 없다. 이 지역 유지들은 좀 알지만 새론 때문에 그들도 도와주는 게 힘들다고 손을 저을 뿐이었다.
‘망할 놈들.’
자신이 챙겨 준 게 얼만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하다니.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신들이 권력이 강해도 결국 지방에서 콧방귀 뀌는 수준이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 부장 출신인 김성식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번에 끝나면 중앙에 로비를 좀 해야겠어.’
돈이 아까워서 중앙에는 로비를 안 했더니 정작 심각한 문제가 터지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일단은 사람들이 올 때는 누워서 온몸을 비트시면 됩니다.”
“알았다고! 알았어! 망할 새론 새끼들. 내가 나가면…… 죽여 버린다.”
이철수는 이를 박박 갈았다. 그렇게 이를 박박 가는 그때였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네?”
“무슨 냄새 안나?”
이철수의 말에 서병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코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뭔가 탄 냄새가 나는군요.”
“아니, 뭐가 타나?”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었다.
“불이야!”
갑자기 터져 나오는 고함소리. 그리고 울리는 비상벨.
따르르르릉.
“헉!”
“불?”
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황급하게 창밖으로 향했다.
“불이야!”
여기저기서 들리는 불이야 하는 소리. 그리고 병원에서 우르르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건물을 꽉 채우는 연기들.
“헉!”
“진짜 불이 났나 봅니다!”
서병식은 황급하게 1인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에게 닥치는 뜨거운 바람.
“으윽!”
당장 그 뜨거운 바람뿐만 아니라 복도에 꽉 찬 연기로 봐서는 불이 여기 전체에 퍼진 모양이었다.
“늦었습니다.”
그는 이미 연기 너머로 보이는 붉은색 불빛을 보고는 절망적으로 얼굴이 시커매졌다. 이미 불이 최상층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소리야…….”
다급하게 자기 지팡이를 짚고서 쩔뚝거리면서 나온 이철수 그 역시 가득한 연기와 아른거리는 불빛 때문에 문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다.
“어서 문 닫아!”
연기가 들어오려고 하자 다급하게 문을 닫는 서병식. 그러는 사이 이미 사람들은 다들 건물 바깥으로 나간 상태였다.
“불이야!”
“여기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저 멀리 소방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으아아!”
“살려 줘!”
서병식도 이철수도 다급해졌다. 진짜로 불이 난 것이다. 그것도 전 건물에.
애애앵.
저 멀리 달려오는 소방차. 소방차는 황급하게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여기야!”
“여기야 여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두 사람. 하지만 사다리차는 한 대뿐이었고 그건 다른 쪽으로 먼저 구해 주고 있었다.
“여기라고 이 새끼들아! 여기부터 구해 줘!”
그들은 탈출하고 싶었지만 탈출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최상층이다. 당연히 여기서 떨어지면 죽는다. 그래서 뛰어내릴 수도 없다.
앵앵앵.
황급하게 건물에 있는 사람을 태우고 다른 병원으로 멀어지는 구급차. 그러는 사이 연기는 꾸역꾸역 그들의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그들이 막 비명을 지르는 찰나였다.
“여기! 여기!”
드디어 창문으로 다가오는 사다리차. 그곳에 있던 소방관은 고함을 질렀다.
“한 사람밖에 자리 없어요. 천천히 한 분씩 나오세요!”
그 말에 절뚝거리면서 앞으로 나가는 이철수. 하지만 나이가 있어서 절뚝거리는 그보다 당연히 멀쩡한 변호사가 빨랐다.
“저부터 구해 주세요!”
“아니, 어린놈의 새끼가!”
이철수는 발끈했다. 나이도 어린 놈의 새끼가 갑자기 자신을 제치고 먼저 나선 것이다.
“이놈의 새끼!”
“으억!”
이철수는 자신의 지팡이로 서병식의 다리를 후려쳤고 부지식간에 서병식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놈의 새끼!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어디 어른보다 먼저 살겠다고 뛰어!”
“으악!”
지팡이에 걸려서 쓰러진 서병식을 지팡이로 마구 후려치는 이철수.
“으악!”
쓰러진 서병식은 이철수가 지팡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하자 몸을 둥글게 말고 비명을 질렀다.
“이 새끼야!”
마구 치던 이철수는 연기가 점점 들이닥치자 황급하게 사다리차로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망할 늙은이가!”
“어억!”
벌떡 일어난 서병식이 이철수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죽으려고 환장했나!”
아무리 돈 때문에 계약되어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목숨이다. 그런데 위험한 순간에 자기 살겠다고 자신을 쓰러트린 이철수를 서병식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어억!”
“조용히 있었더니 누굴 호구로 아나!”
“아이고! 젊은 놈이 사람잡네!”
비명을 고래고래 지르는 이철수. 그리고 그런 이철수에게 다가가는 서병식.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다음 순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해요! 안 오고!”
소방관의 말에 그 둘은 황급하게 창가로 뛰어갔다. 소방관은 이철수를 보더니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미…… 미안하네.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살려 주게.”
그걸 보고 움찔하는 이철수.
“그거랑 상관없이 구해 드릴 겁니다. 우리는 소방관이니까요. 이리 오세요.”
“저부터 구해 주세요!”
“노약자가 우선입니다. 이리 오세요.”
결국 이철수를 먼저 데리고 내려간 사다리차.
“쌰앙!”
점점 가득 차는 연기에 서병식이 절망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주춤주춤 창가로 가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아래로 내려간 이철수는 구급차를 타고 멀어져 갔고 그제야 서병식은 사다리차를 타고 탈출할 수 있었다.
“으으으…….”
그는 바닥에 내려와서 다리가 풀려서 부들부들 떨었고 김성식은 그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일단 다른 병원으로 갑시다.”
“당신은…….”
새론의 변호사였다. 그런데 자신을 도와주다니.
“급한 건 우리 관계가 아니니 내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갑시다.”
“가…… 감사합니다.”
구급차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성식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서병식. 그런데 그렇게 그들이 멀어지고 난 후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웃는 사람들.
“오늘 소방 훈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소방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무슨 소방 훈련을 이렇게 진짜처럼 해요?”
“그래야 제대로 되니까요. 이건 공공시설이라서요.”
“하긴. 날림으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겠네요.”
사람들은 오늘 벌어진 일이 소방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공식적으로는 소방 훈련이 맞다. 다만 이철수와 서병식에게만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원장이 최상층으로 가자 노형진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완벽하게 속은 듯합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그 말에 웃었다.
“속을 수밖에 없지요.”
발연탄을 터트려서 연기처럼 꾸며 놨으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연기보다는 저거 때문에 속았을 겁니다.”
원장은 복도에 놓여 있는 거대한 온풍기 두 대를 바라보았다. 저 두 대가 엄청나게 열기를 뿜어 댔으니 이철수와 서병식의 입장에서는 불이 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노형진은 그것도 부족해서 붉은색 전등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마치 불이 번지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냈다.
“그 둘은 사정도 모르고 다른 병원으로 갔지요.”
“네.”
노형진의 계획은 생각보다 잘 먹혔다. 이철수와 서병식은 다른 병원으로 갔다. 그래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을 못하니까.
“솔직히 싸우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기는 했지만요. 후후후.”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들은 살기 위해서 싸웠다. 그리고 사이가 틀어져 버렸다.
“아마도 사이가 틀어진 이상 제대로 대응하지는 못할 겁니다.”
“저, 그, 그러면…….”
땀을 뻘뻘 흘리는 원장.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신들을 고발하면 자신들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뭐, 이쪽 병원은 별일 있겠습니까?”
노형진이 이철수와 서병식을 따로 보낸 것은 그냥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이철수는 공식적으로 뇌졸증으로 인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걸로 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 화재를 이유로 검사하면 다른 소견이 나올 게 뻔했다. 그리고 혹시나 그 과정을 서병식이 막을까 봐 따른 병원으로 보낸 것이다.
“뭐, 여기 병원은 별일 없을 겁니다. 고발만 하신다면요. 하지만…….”
“압니다. 알아요.”
허위 진단서를 써 준 의사에 대해서는 따로 징계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럼 그 부분은 맡기도록 하지요. 후후후.”
노형진은 병실에 들어가서 감춰진 카메라를 꺼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보면서 과연 이철수가 뭐라고 할지 기대해 보지요. 후후후.”
* * *
“이철수가 구속되었다는군.”
“그렇겠지요.”
노형진은 김성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니까요.”
무려 두 번이나 재판관을 기만하려고 했다. 재판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구속해 수사할 것이다.
“그리고 서병식이 배신을 때린 모양이야. 선임 취하를 했다고 하더군.”
“그건 생각하지 못한 이득인데요? 하하하.”
그들의 사이가 갈라지면서 결국 서병진은 이철수의 변호를 그만뒀다. 그리고 아주 적극적으로 자신이 아는 이철수의 비리를 까발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힘들지 않게 이길 것 같네.”
“그럴 겁니다.”
이미 두 번이나 재판부를 속이려고 했다가 걸려서 괘씸죄로 걸려들은 데다가 그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변호사가 배신을 때렸으니 아마 살아생전에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이제 우리 일은 끝난 건가?”
김성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아직 아닙니다. 반 정도만 된 겁니다.”
“반이라…….”
“아직 언론이 남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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