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08)
“아니, 이것들이 미쳤나?”
기자라는 이름의 권력을 가진 그는 이렇게 고소를 당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사회부 사람들은 자주 당하는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적이 가진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연예부는 자신들이 절대적 갑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고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고소라니?
“어이, 장 선배! 장선배도 이거 받았어요?”
“너도?”
“네, 저뿐만 아니라 자기한테 나쁜 기사를 쓴 기자들을 모조리 고소했어요.”
“이 새끼가 미쳤구나.”
장성만은 자신을 고소한 신진혁을 생각하고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아무리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이라고 하지만 이 바닥에서 갑은 자신이다. 그런데 자신을 고소하다니.
“당장 가서…… 이 새끼를 까 버려야겠어.”
그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 신진혁을 쓰기 까기 위한 기사를 마구 써 내리기 시작했다. 연예인 한두 명쯤 매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써서 넘긴 그는 이제 내일이면 기사가 나가고 당장 달려와서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애걸복걸할 신진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자신을 맞이한 것은 잘못했다고 비는 신진혁이 아니라 자신을 부른 편집장이었다.
“이거 못 올린다.”
“네? 아니, 왜요! 저 새끼가 우리한테 도발했단 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신진혁이 싸움을 건 이상 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생매장을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못 올린다니?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법원 명령이 떨어졌다.”
“법원 명령?”
“그래. 소송 당사자가 기자인 만큼 언론을 이용해서 외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당분간 그 신진혁 관련 글은 금지하라고 금지 신청했더라.”
“뭐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딴 게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지……. 그리고 법원에서도 허가가 났고.”
“허? 그게 말이 됩니까! 이건 언론 탄압입니다! 언론 탄압!”
그 말에 편집장이 약간 쓴웃음이 올라왔다.
“언론 탄압은 아니야. 일단 너랑 소송 당사자들이 신진혁에 관한 것만 올리지 말라고 한 거야. 다른 기자들이 신진혁에 관해서 쓰거나 네가 다른 안건에 관해서 쓰는 것은 아무 제한이 없다는 거지.”
그런 거라면 상식적으로도 맞고 언론 탄압이라고 볼 수도 없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거…… 도대체 누굽니까?”
“새론.”
그 말에 장성만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뭐라고요?”
“새론이라고.”
“새론요?”
“그래. 그것도 담당이 노형진이다.”
“씨발…….”
아무리 연예부 기자라고 하지만 노형진을 모르지는 않는다. 아니, 노형진을 모를 수가 없다. 그가 만든 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은 이 바닥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여간 그 때문에 우리라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젠장.”
노형진이 바보도 아니고 분명 상대방이 기자인 만큼 자기들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리고 판사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인 데다가 아예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도 아니고 신진혁에 관한 기사만 안 쓰면 된다는 점에서 언론 탄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허가를 내린 것이다.
“그럼 다른 기자 이름으로 내놔요.”
“넌 기사도 안 보냐?”
“네?”
“기자라는 새끼가. 쯧쯧.”
편집장은 장성만을 손을 까닥거려서 불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 기사를 보여 줬다.
“이건?”
“그 당시 기자들이 기자회견 한 거다. 아무리 느리다고 하지만 이쪽에서 먼저 기사를 터트렸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다 대고 신진혁 개새끼라는 기사 터트려 봐라. 우리 꼴이 뭐가 되냐?”
“헉!”
설마 노형진이 이런 식으로 막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장성만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뭡니까? 그냥 있으라고요?”
“글쎄다……. 당분간은 그냥 있어야지.”
“편집장님!”
“이 새끼야, 그러니까 제대로 했어야지.”
“…….”
편집장은 장성만을 쏘아붙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장성만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너무 뻔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들이 일하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장성만은 너무 심했다.
“일단은 상부에서는 이 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란다.”
“젠장…….”
인터넷으로 진실이 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만일 자신들이 잘못 건드리면 무서울 정도로 퍼지는 것이 인터넷이다.
“차라리 소리 소문 없을 때 자극하지 말고 그냥 덮어 두는 게 나을 수도 있어.”
편집장의 말에 장성만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 * *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는 기자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입니다! 그런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니요!”
발끈하는 기자들. 그들은 노형진을 보면서 곤란한 듯 물었다.
“저기, 그쪽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왜요? 구라를 친 건 저쪽인데.”
“구라라니요! 우리는 제대로 취재해서 국민들의 안 권리를 알려 주고 있어요!”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알권리? 지랄을 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일이 틀어지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협상하는 자리이다. 노형진은 형사 고소를 함과 동시에 언론중재위원회를 신청했다.
‘네가 안 나올 수가 없었겠지.’
일반적으로 중재만 신청하면 기자들은 만만하게 보고 안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형사를 동시에 신청한 것이다. 그리고 노형진이 형사소송까지 걸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물론 노형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안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의 이름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그 말, 확신할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기자들의 대표인 장성만은 당당하게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기자 생활만 10년이 넘게 했다. 이런 소송을 해 본 게 적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소송을 안 한다고 해도 1년에 한 번은 들어온다.
“뭐가 켕겨서 이렇게 우리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지만!”
“켕기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확인차 부른 거죠.”
“뭐, 마음대로 해 보세요.”
마치 자신들이 갑이라도 된 것처럼 노형진을 노려보는 기자들.
“자자, 진정하시고. 노 변호사님도 이쯤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조정관님, 도대체 우리가 뭔 이야기를 했는데 물러납니까?”
조정관은 일방적으로 기자의 편을 들어 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중재를 요청한 사람은 한번 보면 끝이지만 기자들은 계속 봐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럴 거면 왜 중재위원회를 만든 거야?’
언론중재 위원회는 말 그대로 언론에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전혀 그런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 그러면 제가 한 가지씩 짚어 보지요. 일단 여러분들의 취재를 하셨다고 하셨죠?”
“당연하지요!”
“누구한테서 취재하셨습니까?”
“당연히 그 주변에서 했지요.”
“그러니까 그 주변 누구 말입니까? 여러분들도 아시죠. 제가 얼마 전에 그 사건 담당한 거. 그런데 소방관분들은 기자들이 온 적이 없다는데요?”
“…….”
그 말에 기자들이 서로를 마구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래, 이럴 줄 알았다.’
노형진은 최초에 유포시킨 기자가 누군지 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여기 없다. 쏙 빼놨으니까.
‘결국 마구 퍼 나른 거지.’
기자들의 고질적인 버릇은 퍼 나르기.
‘정작 그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네.’
저들은 애초에 기사를 쓰러 그곳으로 간 적도 없다. 그러니 어디선가 누가 취재해서 나온 건 알지만 사방에서 너도 나도 마구 퍼 나르다 보니 어디서 맨 처음 봤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흐흐흐.’
그런 상황에서 최초 작성자가 없으니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말씀해 보세요. 취재하러 언제 가셨고 어디서 어떻게 만나셨는지?”
“이 중에 누군가는 간 겁니다.”
“그래요? 그래서 그 누군가가 누굽니까?”
“어…… 김 기자 아냐?”
“무슨 소리야? 난 박 기자…… 크흠…….”
딱 봐도 박 기자라는 사람의 뉴스를 퍼 나른 게 걸린 건지 그는 잽싸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들어간 박 기자는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어? 난 아냐? 난 안 기자 뉴스를 참조해서…….”
돌고 돌아서 안 기자한테 왔는데 그 안 기자는 최초에 김 기자가 아니냐고 물어봤던 사람이었다.
“결과적으로 글을 쓴 사람은 없는데 서로 열심히 퍼 나르기만 했다는 뜻이네요?”
“…….”
“보통 그런 걸 허위 사실 유포라고 하지 않습니까?”
“크흠…….”
그 말에 그들은 얼굴이 살짝 변했다. 기사 퍼 나르기의 문제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조정관님, 보다시피 그 취재 소스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현장에 있던 증인들은 기자는 오지도 않았다는데 취재요? 제가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 안 하게 생겼습니까?”
“…….”
조정관들도 어이가 없는 듯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누가 그 취재 원천인 겁니까?”
“너 아냐?”
“난 아냐. 난 너인 줄 알았지.”
“난 아냐…….”
결국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단 한 명도 그 소방서에 간 사람이 없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간 적도 없는 인간들이 기사를 써 댄 것이다.
‘한 명이라도 거기에 갔으면 거기에 쓰인 내용이 얼마나 개소리인지 알았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냥 베끼기 급급했으니 누구도 안 갔던 것이다.
“결국 취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거네요? 아, 내가 했다고 나서면 최초 책임지셔야 하는 거 아시죠? 그리고 회사에다가 법인 카드 사용 내역 청구할 겁니다.”
누군가 총대를 멜 것에 대비해서 살짝 겁을 주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면 이걸 한번 보세요. 그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일주일간 촬영한 장면입니다.”
컴퓨터로 동영상을 재생시키자 나오는 도로의 상태. 그런데 도로는 완전히 꽉 막혀서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뭐요? 시속 100킬로미터? 아니, 여든 살 먹은 노친네가 무슨 톰 크루즈 입니까? 시속 100킬로미터 차량에 매달리게?”
“…….”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알아들은 건지 서로 눈치를 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날 증언에 따르면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답니다. 그런데 허위 사실 유포가 아니라고요?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이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겁니다.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결국 논리적으로는 말이 밀린다고 생각한 건지 장성만은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을 꺼내 들었다. 바로 언론의 자유.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뭡니까?”
“네?”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장성만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당신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가 뭐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언론의 자유는…….”
장성만은 그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사실 제대로 개념을 설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맨날 무기로만 사용했지, 그 단어에 대해서 깊숙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대신해서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 말했다.
“언론의 자유는 사실에 대해서 가감 없이 말하고 외부의 압력이나 협박에 굴하지 아니하며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아닙니까?”
“그렇지요.”
노형진의 말에 수긍하는 조정관.
“그런데 여기 이 사건에서 어떤 부분이 언론의 자유인데요? 우리가 압력을 행사했습니까? 아니면 협박했어요? 애초에 사건을 곡해하면서 엉뚱한 이야기만 퍼 나른 건 당신들 아닙니까?”
“그거야…… 취재 과정에서…….”
“그러니까 취재하셨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시라고요. 언론의 자유를 말하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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