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09)
“…….”
기자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맞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자유는 자신이 취재한 것에 대해서 보장받는 것이다. 남의 한 말을 그냥 베낀 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멋모르는 사람들한테 너무 쉽게 말했지.’
뭔 일만 있으면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으면서 언론 탄압이라고 외쳐 댄 그들이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상대를 만나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과학적으로도 그리고 사실적으로도 당신들이 말한 건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요?”
“언론의 자유는 과학으로 말할 수 없는 겁니다.”
‘얼씨구? 그래서 실험한답시고 게임 중인 피시방 전원을 내리냐?’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물론 언론이 무조건 이론과 과학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의 가장 기본인 진실이 저들에게는 빠져 있었다.
“조정관님? 한 말씀 하시죠?”
노형진은 조정관을 바라보았다. 조정관은 그 말에 힘겹게 씩 웃었다. 평소라면 기자들의 편을 들어 주겠는데 오늘은 상대방이 너무 안 좋았다.
“이런 경우는 명백하게 명예훼손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 맞습니다.”
“조정관님!”
“그게…….”
조정관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아무리 봐주려도 해도 이번에는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다. 애초에 취재라는 것 자체를 하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그걸 퍼 나른 기자들의 잘못이다.
“크흠…… 아무래도 이건 좀…….”
장성만은 조정관의 말에 짜증이 났다.
“그래, 얼마야? 얼마면 돼? 몇 푼이나 던져 줄까? 응?”
“어허, 장 선배.”
“썅, 우리가 누군지 알아? 누군지 아느냐고! 기자야! 대한민국 기자! 알아!”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기자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들은 직업은 기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기자가 아니라 기레기일 뿐이다. 남을 뜯어먹고 사는 쓰레기 말이다. 그들은 진실을 찾기보다는 남을 몰락시키고 그걸 뜯어먹으면서 연명하는 좀비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진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기자들에게 민폐지.’
수많은 기자들이 자신의 목숨과 미래를 걸고 진실을 추구한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가십으로 조회 수나 따지는 주제에 기자라니.
“기자라……. 뭐, 조만간 과거형을 쓰셔야 할 겁니다. ‘기자였다.’라고 말입니다.”
“뭐라고?”
“설마 당신들한테 당한 사람이 신진혁 한 명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그 말에 사색이 되는 장성만.
“당신들 정식으로 기자협회에 제소할 겁니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그 후에 당신들이 제명당하면 과연 신문사에서 뭐라고 할까요?”
그 말에 사색이 되는 기자들. 그럴 수밖에 없다. 기자협회가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반대로 기자협회가 철저하게 한쪽을 망가트릴 수는 있다.
‘흥하게 하는 건 힘들지만 망가트리는 건 쉽지.’
노형진의 계획은 간단했다. 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기자협회에 제소해서 그들의 소속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리고 그 점을 들어서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한다.
“그러면 언론사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제가 봐서는 대룡에서는 그러 사이비 기자가 있는 곳은 광고를 넣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사색이 되는 기자들.
‘맞다…….’
그들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노형진이 대룡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다고 우리가 물러날 줄 알아!”
“압니다. 여러분들은 불타는 기자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안 물러나겠지요. 하지만 과연 신문사들도 안 물러날까요? 그 점은 참 궁금하네요.”
“…….”
그 말에 격하게 떨리는 사람들. 무슨 사회문제도 아니고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다. 더군다나 이번 잘못은 자신들이 했다.
“과연 기업에서 당신들을 도와줄까요?”
그럴 리 없다. 그들은 안다. 스스로 그 안에서 일했기 때문에 언론이라는 조직이 돈이 안 되는 경우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대룡이라는 거대한 광고주를 잃어버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제가 가진 주식도 좀 되지요?”
그 말에 장성만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와들와들 떨렸다.
‘맞아……. 잊고 있었어……. 노형진…… 그의 다른 모습을…….’
노형진. 투자계의 미다스. 엄청난 이득을 내면서 엄청난 돈을 가진 부자. 그가 투자하면 바로 다음 날 오른다. 그가 투자했으니까. 반대로 그가 팔면 다음 날부터 주가는 추락한다. 그가 팔았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존재 자체가 회사의 생사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만일 노형진이 그 힘을 미끼로 다른 기업에 자신들의 신문사에 광고를 넣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안 봐도 자신들의 신문사는 1년도 넘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사실 언론사의 수익은 신문 자체를 파는 것보다는 광고를 파는 것에서 나온다. 그런데 노형진 말 한마디면 회사들은 자신들의 언론사에 주는 모든 광고를 끊어 버릴 테고 그러면 자신들은 말 그대로 끈 떨어진 연이 된다. 세상에 소속사도 없는 기자를 받아 주는 곳은 없다. 물론 언론사가 노형진과 총력전을 한다면 이길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언론사가 실력도 없는 기자 몇몇 때문에 거대 기업과 총력전을 할까? 그렇게 정의롭게 자신의 사람을 지키는 곳이었다면 애초에 이들은 남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노형진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다 압니다. 특별히 감사도 해 드릴 의사가 있지요. 당신들이 과연 취재비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빼돌렸는지 회사에서도 참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
아무런 말도 없는 그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렇지.’
저들은 취재하려고 발로 뛰지 않는다. 하지만 매달 꼬박 꼬박 나간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 갈 곳은 뻔하다.
“자…… 잘못했습니다.”
정상만은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은 언론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퍼 나르기가 언론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자신들의 약점도 말이다.
“뭐를요?”
“그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장성만.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노형진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조정 결렬인 것 같군요.”
“헉! 법원에서 봅시다. 아, 그리고 여기서 나가는 대로 다른 분들도 제소할 테니까 한번 두고 봅시다. 재산이 넉넉하기를 빌겠습니다. 민사로 인한 손해배상은 적지 않을 테니까요.”
“헉!”
그 말에 숨을 집어삼키는 기자들. 결국 그들은 노형진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확인도 안 해 보고 그냥 퍼 날랐습니다.”
“뭘 잘못했는지 아십니까?”
“네…….”
사실 이렇게 뉴스를 퍼 나르는 것은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최소한의 점검도 하지 않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언론은 그 최소한의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자, 그러면 다시 말씀을 나눠 볼까요?”
노형진은 싱글거리면서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저쪽에서 잘못을 인정했으니 자신이 선택할 카드는 많아진다.
“크흠…… 그럼 신청인 쪽의 요구 조건이 어떠신 건지.”
조정관 쪽은 노형진을 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원하는 금액이 있으시면…….”
“돈요? 돈은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다고요?”
“네.”
노형진의 말에 조정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적당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럼 생각하시는 거 있습니까?”
노형진이 돈을 요구하지 않자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돈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 원하는 것은 결국 하나뿐이다. 바로 사과 기사. 문제는 이거다. 도리어 돈을 주는 게 나을 만큼 곤란한 요구다. 언론사에게 신뢰가 절대적으로 주요한데 사과기사를 내면 언론의 신뢰도는 급격하기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과 기사는 좀…….”
장성만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만일 사과 기사를 요구하면 그때는 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사의 문제가 되고 이런 문제를 일으킨 기자를 언론사가 그냥 둘 리 없기 때문이다.
“사과 기사도 안 바랍니다.”
“네?”
노형진은 씩 웃었다.
“사실을 요구합니다. 단 각 언론사는 매일 한 번 이상 최소 2주 이상 관련 뉴스를 내보내는 조건입니다.”
“네에?”
사과도 아니고 진실을 알리는 뉴스라니?
“단, 조건이 있습니다. 논조와 방향은 우리가 정합니다.”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기자들.
“그건 언론에 대해서…….”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그 자리에 있던 진실에 대해서 아는 분 계십니까?”
“…….”
그 말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우리가 준다고 해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장성만을 비롯한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카드는 저쪽에 넘어갔다. 자신들은 노형진의 말대로 현재로써는 빼도 박도 못하게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저지른 상태이다.
“아, 그리고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기…… 저희가 들어 드린 조건이 적은 조건이 아닙니다.”
아무리 합의라고 하지만 일주일간 언론사의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이라니.
“물론 무리한 조건은 아닙니다. 후후후.”
* * *
“아니, 왜 사과문을 안 받고?”
신진혁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 변호사들은 합의금과 일부 돈 그리고 사과문 정도를 가지고 오지 지면의 일부라는 꼴은 처음 들어 봤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이다, 사과문 사람들이 볼 것 같냐?”
“응?”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신진혁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사과문을 올리면 사람들이 볼 것 같냐고.”
“그거야…….”
신진혁을 말을 하려다가 침묵을 지켰다. 느껴지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네 생각이 맞아. 사과문은 올라가 봐야 안 봐.”
사람들은 사과문을 올린다고 해도 보지 않는다. 그냥 사과문이 올라왔다는 수준이지, 누구한테 왜 사과하는지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거 하루 올려 봐야 얼마나 보겠냐?”
“흠…….”
“그리고 말이야, 요즘은 대부분 사람들이 포털을 이용해서 뉴스를 본다고 결국 사과문을 올린다고 해도 극히 일부만 알 뿐이야.”
포털은 그 언론사의 뉴스 중 일부 주요 뉴스를 보여 줄 뿐이지, 그 안에 사과문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물론 본 사람들은 일부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것 같냐?”
“흠…….”
노형진은 경험상 그런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고 있다.
“넌 연예인이야. 정치인이나 일반인이라면 그런 게 나쁘지 않지. 외부에 드러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에 관한 일이니까. 하지만 넌 연예인이야. 연예인이 이미지가 망가지만 그 손해는 엄청나다고.”
“끄응, 무슨 뜻인지 알겠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런 식으로 소송한 연예인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결국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애초에 사과는 그냥 사과일 뿐이다. 그 후에 다시 씹어 버리면 그만이거든.”
“흠…….”
일단 사과는 자신의 명예는 살릴 수 있지만 이미지는 살릴 수 없다. 하지만 연예인으로서 중요한 것은 명예보다 이미지다.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본 거구나.”
“그래.”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과를 받아도 사람들의 인식에 박혀 있는 이미지를 바꾸는 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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