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10)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 일종의 르포 형식으로 알려지면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지.”
“르포?”
“그래,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지. 그런데 만일 관심을 가진 사건의 진실이라는 식으로 기사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
“흠…….”
확실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뉴스가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언론사라고 해도 그 지면을 주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아니, 사실은 그런 지면이 있어.”
“뭐?”
신진혁은 깜짝 놀랐다. 그런 지면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희 소속사도 알걸?”
“안다고?”
“그래.”
“무슨 소리야?”
“쉽게 말해서 보도 자료야.”
“보도 자료?”
“그래.”
연예 쪽은 매일같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면과는 다르다. 사회면은 정치부터 사회까지 많은 부분이 관련되어 있고 수많은 사건이 있지만 어지간하면 연예인들은 몸조심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사건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없는 사건을 만들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연예면을 무작정 비우고 갈 수도 없고.”
“그렇겠네.”
신문은 정해진 규칙이 있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면은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신문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이기 때문이다. 연예 뉴스가 없다고 지면을 줄인다는 것은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고 광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버는 돈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연예 기획사에서 뿌리는 보도 자료라는 것을 이용해지.”
“그런가?”
“그래.”
보도 자료란 홍보를 위해서 연예 기획사 같은 곳에서 마치 언론에서 취재한 것처럼 쓴 것을 말한다. 얼핏 보면 기사와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하지만 사실상 그걸 보고 나면 특정 연예인의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연예 기자 쪽이 퍼 나르기가 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그런 거야.”
“아!”
그리고 이번에 그 퍼 나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말이다.
“뭐, 공항에서 누가 화력하게 입국했네. 어디 갔다 오는데 여자 연예인 몸매가 끝내주네 같은 건 대부분 보도 자료라고 봐도 돼.”
“흠…….”
“넌 연예인이면서 그것도 모르냐?”
“뭐 그런 건 소속사에 일임했으니까.”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는 신진혁.
“하여간 그래서 우리가 주는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은 언제나 있어. 그래서 내가 그걸 요구한 거고. 그리고 언론사의 입장에서도 우리한테 배상금을 주기보다는 그게 싸게 먹히고.”
그 말에 신진혁은 혀를 내둘렀다. 다른 변호사들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일이 터지고 다른 변호사들을 안 만나 본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런 보도 자료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일단 보도 자료 형식으로 자료를 뿌리고 나면 너에 대한 이미지는 깨끗해질 거야.”
“형진아…….”
다른 변호사들은 그저 손해배상이나 받고 말려고 하는데 자신의 이미지까지 바꿔 줄 생각을 하다니 신진혁은 왠지 코끝이 찡했다.
“질질 짜지 마라. 아직 복수 안 끝났다.”
“복수? 아! 맞다. 그놈이 있었지!”
“그래. 아주 혼쭐을 내놔야지. 그래야 나중에 편해질 거다.”
노형진은 사건의 마무리를 생각하면서 씩 웃었다.
* * *
김길승은 갑자기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주변 기자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상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후속 기사가 없느냐면서 다그치듯이 물어보던 기자들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뭐야!”
김길승은 자신도 모르게 옆 사람의 손에서 신문을 낚아챘다.
“당신 뭐야!”
옆 사람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지만 김길승은 그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도리어 황급하게 자신이 본 뉴스를 찾아서 살피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는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당시 현장에 촬영된 카메라 영상에 따르면 그 시각 도로의 주행속도은 20킬로미터로…….
현장에 있었던 일을 다시 재취재해서 나온 듯한 뉴스. 그리고 그 뉴스는 자신의 논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는 황급하게 지하철에서 내려서 신문 가판대로 갔다. 그러고는 가판대에서 마구 신문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이봐요! 뭐하는 짓이요!”
“시끄러워!”
그는 대충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서 던지고서는 신문들을 보고 시작했다. 그 뉴스들은 내용이 조금씩 달랐지만 확실히 자신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라고 알려진 신진혁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사회적 지탄을 무릅쓰고 나선 것으로…….
가해자였던 이철수는 소방 활동을 막아서 두 명의 사망을…….
신진혁의 발 빠른 조치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망자들이…….
자신과 전혀 다른 이야기. 그는 멍해진 얼굴로 뉴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들이…….”
뉴스의 마지막 부분. 언론사가 틀리고 기자가 틀려도 마지막 부분은 다 똑같았다.
취재 결과, 모 언론사의 K 모 기자가 신진혁의 소속사에 금전을 요구한 후 이를 거부하자 벌어진 일로…….
이에 언론사는 해당 기자가 현재 연락 두절이며…….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김길승은 신문들을 집어 던지고 황급하게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대차게 까 댄 기자중 한 명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장 선배! 우리끼리 이러기입니까!”
장성만에게 전화한 김길승은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내가 가져다준 뉴스가 몇 개인데 이렇게 뒤통수 까기에요!”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장성만.
“선배! 말 좀 해요!”
차라리 욕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선배가 말을 하지 않자 김길승은 더욱 불안해졌다.
“어…… 그러니까…….”
장성만은 잠시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전화가 올 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정작 오자 뭐라고 할지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가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아니, 행동도 하나뿐이었다.
“미안하다.”
“선배!”
김길승은 황급하게 장성만을 불렀지만 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뚜.’ 하는 전화가 끊어짐을 알리는 소리뿐이었다.
“이런 썅!”
그는 황급하게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회사로 전화했다.
“편집장님, 저 길승입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 전화했는데 그 너머에서 들어온 목소리는 곤란함으로 가득했다.
“이 새끼야, 지금 전화하면 어떻게 해!”
“네?”
“넌 공식적으로 잠수 탄 상태라고, 이 새끼야. 네가 전화하면 우리가 곤란하잖아!”
“하…… 하지만 편집장님!”
“아, 몰라, 이 새끼야. 내가 그러니까 작작 해 처먹으라고 했지.”
“해 처먹으라니요! 광고 팔라고 한 건 편집장님이시잖습니까?”
“난 모르는 일이야. 너는 공식적으로 연락 두절이고!”
“편집장님!”
“아, 진짜 말귀 못 알아듣네! 끊어!”
또다시 ‘뚜.’ 하는 소리와 함께 끊기는 전화기. 그 전화기를 들고 있던 김길승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런 썅!”
그가 말을 못 알아들은 게 아니다. 알아들었다. 공식적으로 연락두절. 쉽게 말해서 모든 걸 다 자신이 뒤집어쓰라는 소리다.
“내가 그렇게 쉽게 물러날 것 같아! 앙! 내가 누군지 알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김길승. 그런데 그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누구긴, 김길승이지.”
“누구?”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거기에는 한 남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서 있었다.
“너 찾느라고 고생 좀 했다, 야.”
“넌 뭐야, 이 새끼야?”
“나? 난 변호사.”
“뭐?”
“그리고 이쪽 분들은 형사.”
“형사? 형사가 왜…….”
하지만 그는 마지막 말을 하지 못했다. 노형진의 뒤에 있던 두 사람이 앞으로 나오면서 그의 손에다가 수갑을 채운 것이다.
“김길승, 널 협박 및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체포한다.”
“헉! 어째서!”
“어째서긴. 그거야 네가 잡혀 갈만 하니까.”
“자…… 잠깐! 난 아냐! 난 아니라고!”
“아니긴 개뿔. 자기라고 하는 거 봤냐!”
경찰에게 끌려가면서 김길승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허허 참.”
다시 꽉 찬 광고 요청서를 보면서 신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왜 놀랍냐?”
“놀랍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나도 안 들어오더니.”
“그게 이미지의 힘이다.”
노형진은 그 보도 자료를 절묘하게 만든 다음 다른 기자들의 이름을 빌려서 뿌려 버렸다.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약점이 잡혀 있는 상황이니 그거에 동의했고 신진혁은 순식간에 자신의 안위와 상관없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살인범과 싸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광고는 이미지야. 그리고 넌 지금 아주 이미지가 좋을 때지. 그러니까 광고가 밀려들어 올 수밖에.”
“그래도 그렇지…….”
밀려드는 광고를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신진혁.
“그런데 그 기자는 어떻게 될까?”
“누구? 그 김길승인지 뭔지 하는 기레기?”
“응. 네가 그때 기자들한테 부탁한 게 그런 것인 줄은 몰랐어.”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노형진은 기자들에게 부탁해서 김길승과 선을 끊으라고 했다. 그리고 절묘하게 김길승을 까는 기사를 내 달라고 했다.
“쉽게 말해서 그 녀석에게 독박을 씌우라는 거지. 그 대신에 이번에 벌어진 일은 불문에 붙이는 거고.”
“헐…….”
결국 기자들은 이번 사태의 주범이자 최초 취재, 아니 최초 조작자인 김길승에 대해서 대차게 까 버렸고 그와 동시에 노형진은 그를 협박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고발 넣어 버렸다.
“그 사람은 다시는 이제 못 돌아올까?”
“못 돌아와. 내가 왜 기자들에게 까 달라고 했는데? 기자들이 심심할까 봐? 천만에. 다 이유가 있어.”
김길승을 까 버린 기자들이 있는 이 바닥이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영 불편한 관계가 되어 버린 김길승이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럼 그 녀석만 협박으로 넣은 건? 애초에 그 녀석이 요구한 건 돈이 아니라 광고를 사라는 요구였잖아?”
그 광고를 파는 것은 당연히 언론사다. 그런 만큼 고발하려면 언론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노형진은 신진혁과 소속사에 광고 이야기는 빼고 돈 이야기만 하라고 한 것이다.
“이번에야 언론과 싸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론을 적으로 돌리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니니까.”
“아아.”
지금이야 노형진의 파워와 법적인 문제를 축소하기 위해서 한발 물러났을 테지만 쓸데없이 언론사와 싸우면 나중에 분명히 조금만 실수해도 물어뜯어 죽이려고 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그래, 그래서 다른 기자들을 처벌하지 않은 거야.”
물론 노형진이 원하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자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에게서 다 돈을 뜯어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변호사들은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 너의 연예인으로서의 수명은 극도로 짧아지지.”
“그렇겠네.”
신진혁은 이해했다. 하지만 노형진 덕분에 언론사도 기자도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 오로지 단 한 명. 처음 사고를 친 김길승만이 처벌받게 된 것이다.
‘아예 앙금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하지만 자신들에게 실질적으로 피해가 온 게 없으니 아주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한창 이슈로 기사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 심각하게 미워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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