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14)
“화재는 명백하게 작은 집에서 시작된 겁니다. 그을음이나 화재의 패턴도 그렇고 말이죠.”
“그렇군요.”
송정한은 안타까운 얼굴이 되었다.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더 이상 도와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건 저도 압니다.”
노형진은 이미 그 사실에 대해서 이창직에게 들어서 실망하지는 않았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형진이 그를 만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그러면 이건 전기로 인한 화재는 아닌 건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경찰에서는 전기에 의한 화재라면서 이 집을 지목했을까요?”
“글쎄요.”
그 부분이 확실히 이상했는지 사진을 보던 심학규는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는 새끼군요.”
“새끼?”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는 새끼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누군가 저기에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데 새끼라는 말은 무척이나 경멸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화재 조사관 말입니다.”
심학규는 조사했다고 되어 있는 이름을 가리켰다. 이해만. 조사관의 이름이었다.
“제가 아는 놈입니다. 같이 일했지요. 그때는 소방관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조사관이 될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데 새끼라니요?”
소방관들의 우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함께 목숨을 걸고 불을 끄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이 일했던 사람보고 새끼라니? 이해할 수 없는 언동이었다.
“이 녀석, 문제가 좀 많습니다. 아니, 많았지요.”
심학규는 노형진에게 그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소방관인데 전형적인 비리형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거 싫어하고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려고 하며 심지어 출동하는 것도 귀찮아하던 녀석.
“인성은 안 보고 뽑으니 이딴 쓰레기가 들어온 거죠.”
“그런데 왜 화재 조사관이 된 걸까요?”
“화재 조사관은 불끄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는 그냥 가서 불이 왜 났는지만 판단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일하기 싫어하는 그로서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래도 일만 제대로 한다면야…….”
“제대로 할 녀석이 아니니까 문제죠. 전형적인 비리 공무원입니다. 아니, 그렇게 될 만한 싹이 보였지요.”
소방관은 돈이 생길 만한 자리가 아니다. 당연히 무슨 뇌물이 들어오거나 돈을 챙길 만한 곳은 없다.
“하지만 화재 조사관은 이야기가 다르죠.”
“네?”
“스파크에 의한 화재와 전기에 의한 화재의 차이점은 아십니까?”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스파크는 불똥이 튀는 거고 전기에 의한 화재도 전기 때문에 불똥이 튀는 거다. 그런데 그 차이라니?
“잘 모르겠습니다.”
“이 두 개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지요.”
스파크에 의해서 화재가 난다고 하면 그 가능성은 넓어진다. 그 안에는 정전기 같은 불가항력한 부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선이라고 표기하면 그건 건물주에게 책임이 전가된다.
“그럼 스파크는 법적인 책임이 없어지는데 합선은 책임이 있다는 뜻이군요.”
“네, 그리고 그걸 쓰는 게 바로 화재 조사관입니다.”
노형진은 대충 알 것 같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화재 조사관이 그걸 보고서를 조금만 고쳐서 내면 그 화재는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적지 않게 받겠군요.”
“네.”
단순 벌금의 문제가 아니라 손해배상이라는 점도 있다. 그런 만큼 질지 좋지 않은 놈들은 화재 조사관에게 로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확실히 이상하군요.”
심학규는 사진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 화재는 작은 집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만큼 딱히 조작하지 않아도 그 배상책임은 강석현에게 있다.
‘그런데 왜 보고서를 조작했을까?’
더군다나 합선과 유류에 의한 화재는 그 패턴이 확실하게 다르다. 만일 아는 사람이 본다면 확실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무리해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심학규도 이해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걸 했는지 모르겠군요. 그럴 필요가 없는 사건인데요.”
“뭔가 감춘다는 뜻인가?”
“네.”
송정한의 질문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감추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네요.”
노형진은 조용히 사진을 계속 살폈다. 아무리 봐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 화재가 난 곳도 이상하고 더군다나 기름에 의한 화재라는데……. 기름에 의한 화재가 왜 거기서 나지? 애초에 기름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위치인데?’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노형진. 그런데 그런 노형진의 눈에 보인 것이 있었다.
“어?”
“왜 그러나?”
“창문 형태가 이상해서요.”
“창문? 다 깨진 창문에 뭐가 이상한데?”
“그러니까요. 이거 보이십니까?”
“응?”
노형진이 사진을 들이밀어서 어느 지점을 가리키자 그곳을 바라보는 송정한. 송정한은 그걸 보다가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틀이? 좀 짧네?”
“네.”
불이 나서 그을리고 완전히 유리창이 깨진 곳인데 이상하게 창문 중 하나의 높이가 다른 곳보다 낮았다. 문제는 그 위에 다른 창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텅 비어 있었다는 것.
“깨진 거 아닐까?”
“흔적이 다른데요?”
아무리 창문이 깨졌다고 해도 그곳에 유리가 있었다면 다른 흔적이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곳은 흔적이 다른 곳과 달랐다. 너무 깨끗하다고 할까?
“무슨 창문을 이렇게 설계했지? 이러면 위가 뻥 뚫려 있는 셈이잖나?”
무심결에 넘어가던 부분을 보던 송정한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화재가 난 집에만 집중했지, 다 부서진 호텔의 창문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흠…….”
노형진은 그걸 보다가 문 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노 변호사? 어디 가나?”
“잠시만요!”
“노 변호사?”
노형진이 후다닥 뛰어나가자 황급하게 일어나는 송정한. 심학규도 그가 뭔가를 발견한 듯하자 황급하게 노형진을 따라서 바깥으로 나갔다.
“아니, 어딜 가는 건가?”
송정한이 부랴부랴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 노형진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왜?”
“하늘이 아닙니다.”
노형진이 바라보고 있었던 곳은 하늘이 아니라 맞은편 상가였다. 그리고 그 상가 벽 쪽에 붙어 있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거, 어쩐지 형태가 비슷하지 않습니까?”
“응?”
노형진의 말에 사진을 들어서 그 창문과 비교해 보는 송정한.
“확실히 비슷하군.”
창문 구석에 난 구멍. 그리고 위는 텅 비어 있는 형태. 하지만 사진과 다르게 그곳에는 커다란 연통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저건?”
“고깃집이군요.”
뒤에서 다가오면서 말을 하는 심학규 조사관. 노형진은 황급하게 기록을 살피면서 그 호텔에 입점한 업소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노 변호사님도 같은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군요.”
“같은 생각이라니요?”
노형진이 찾는데 방해될까 싶어 심학규는 송정한에게 차근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기에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기름이 나옵니다. 대부분은 아래로 떨어지지만 일부는 위로 올라가지요. 그리고 그걸 보통 유증기라고 하지요.”
“그런데요?”
“그런데 그 유증기도 기름입니다.”
“기름요? 기름도 증발합니까?”
수분이 증발한다는 말은 들어 봤어도 기름이 증발한다는 말은 처음 들은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증발하지 않지요. 하지만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온도는 높습니다. 그 정도 온도에서는 기름도 충분히 증발합니다. 그래서 가끔 그런 화재가 나옵니다. 그걸 보통 유증기에 의한 화재라고 하지요.”
“유증기에 의한 화재?”
“네.”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연기에는 적지 않은 동물성 기름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연통은 그런 동물성 기름과 연기를 바깥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그 역할을 할 때 곤란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해당 유증기가 급격하게 식으면서 그 안에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유증기가 그 연통 안에 달라붙는 거죠.”
“그거랑 화재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면서도 그런 사건을 몇 번 봤거든요.”
그렇게 유증기가 쌓이지만 그 안을 청소하는 가게는 거의 없다. 즉,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연통 안에는 엄청난 양의 기름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름과 먼지가 쌓이면 위험하게 변할 수가 있습니다.”
먼지를 빨아들인다는 뜻이며 그것은 열기도 함께 빨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십 대의 화로에서 나오는 열기가 얼마나 뜨거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걸 연통 하나로 모아서 바깥으로 빼내지요.”
“아!”
송정한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자신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원인이었다.
“그러니까 그 열기로 인해서 불이 났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 수가 있지요.”
상당 기간 쌓인 기름 성분. 거기에 범벅이 된 먼지들. 먼지들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불이 나면 그 불은 기름 성분을 타고 쫙 퍼지게 된다.
“그리고 공기는 계속 바깥으로 밀어 내어지지요.”
“그러면?”
“네, 그러면 그 불은 연통을 타고 바깥까지 가게 됩니다.”
이번 대답은 노형진이었다. 그는 아까 보던 사진을 꺼내서 위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유증기는 연통뿐만 아니라 바깥에 있는 벽에도 붙게 되죠. 마지 저 건물처럼요.”
확실히 연통 너머의 건물 벽은 덕지덕지 기름기가 가득한 것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연통 내부에 불이 붙으면 불은 나갈 곳을 찾습니다. 아래는 불가능하죠. 계속 연기와 공기가 흡입되니까. 시간이 충분하다면 연통을 녹이고 나가겠지만 그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리죠.”
그러면 당연히 그 연통을 타고 바깥으로 불은 번질 것이다. 연통이라는 밀폐된 공간을 넘어서 말이다.
“그러고는 벽에 붙겠지요.”
노형진은 그 구멍 난 창문과 벽이 같이 찍혀 있는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맞은편이었다.
“벽에는 이미 그동안 토해 낸 유증기 덕분에 기름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테니.”
“불이 붙었겠군.”
“네, 하지만 최초의 불이 보이기에는 아마 그곳에서 시작된 걸로 보일 겁니다.”
연통 안은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이 시작된 지점이 그 부분으로 보일 수밖에.
“그러니까 안쪽에서 불이 나고 연통에서 나와서 옮겨붙었다?”
“네.”
“흠…….”
그 말에 심학규는 조용히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이해만이 그렇게 쓴 이유가 맞군요.”
“맞다고요?”
“네, 이해만이 아무리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합선과 유류 화재를 구분할 정도로 멍청한 놈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합선으로 썼다는 건.”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뜻이죠.”
만일 노형진의 추정대로라면 도리어 강석현이 강성태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강성태로서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합선으로 썼군요.”
심학규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만일 유증기에 의한 화재라고 쓴다면 경찰이나 소방관이 의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