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17)
“그러면 이번 사건이 고의적인 방화라는 겁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확실한 것은 이런 형태의 그을음은 일반적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재판장님, 미리 준비된 영상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은 미리 준비된 영상을 모니터에 연결해서 플레이시켰다. 그리고 그 안에 나오는 장면은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첫 번째 영상은 일반 화재입니다. 화재의 패턴이 유류 화재인 만큼 미리 벽에다가 기름을 좀 칠해 놨습니다.”
그렇게 기름이 칠해진 벽에 불을 붙이자 불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그 불을 껐을 때 보이는 모습은 명확하게 유류 화재의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실험은 좀 다른 방식으로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몇 가지 준비를 했습니다만. 일단 봐 주십시오.”
두 번째 화면은 방화복을 입은 누군가가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서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막대기의 끝을 벽 방향으로 대고 버튼을 누르자 무서운 속력으로 불기둥이 뿜어지면서 벽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임시로 만든 화염방사기 같은 겁니다. 안전을 위해서 최소량만의 유량으로 실험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채 1분도 안 되서 그 화염방사기는 꺼졌고 잠시 후 벽에 난 불도 꺼졌다.
“어?”
“저건?”
그런데 그 벽에 그려진 그을음은 화재 현장에서 발견한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위로 올라간 것과 다르게 그을음이 아래쪽까지 퍼지면서 둥글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건 말도 안 된다. 누가 봐도 화염방사기로 쏜 것이 현장과 똑같았다.
“강력한 불길로 벽을 향해서 쏜 겁니다. 그러면 불길이 위로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압력에 의해서 아래로도 내려가게 됩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위로만 그을음이 생기는 게 아니라 아래로도 그을음이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군가 고의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것입니까?”
판사의 질문에 강성태 측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판사님,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곳은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불을 지르려면 그냥 지르지, 누가 저런 곳까지 화염방사기를 가지고 갑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졸지에 주객이 전도된 변호사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피고 측 변호인, 저런 걸 가지고 왔다면 그에 맞는 가설이 있다는 뜻인데? 그 가설이 뭡니까?”
판사도 사람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듯 노형진에게 다른 증거를 요구했다.
“유증기에 의한 화재입니다.”
“유증기에 의한 화재?”
“그렇습니다. 피고 측의 바로 건너편에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삼겹살집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고기를 구울 때마다 나오는 유증기는 그곳에 있는 통로를 통해서 피고 측의 집으로 뿜어졌습니다.”
노형진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판사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강성태 측 변호사는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었다. 그런 건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배관이 화염방사기 같은 효과를 냈다?”
“그렇습니다.”
“그건 이론일 뿐입니다.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강성태 측 변호사는 그렇게 외쳤지만 이미 패는 이쪽으로 넘어 왔다.
“이미 관련 사건이 몇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이에 관련된 사건 기록을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또한 그 당시 배관을 입수하여 실험한 동영상도 있습니다.”
“배관을?”
“실험을 했다고?”
전혀 모르던 내용에 당황하는 변호사들. 당연하다 강성태는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무단으로 처리한 일이니까.
‘그러니까 의뢰인을 전적으로 믿는 게 아니라니까.’
딱 봐도 그들은 그냥 화재로 인해서 피해를 입었고 그에 관련된 배상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들은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다면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테니까.
“화재 이후에 해당 식당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배기관 역시 철거되어 나왔습니다. 그걸 입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말에 강성태 측 변호사는 애써 머리를 굴렸다. 상황이 이해가 안 가기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노형진이 가지고 온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리 없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그건 절도 입니다! 절도로 얻은 증거는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절도가 아닙니다. 해당 물품은 철거 업자를 거쳐서 폐기 업자에게 넘어갔고 저희는 그 폐기 업자에게서 구입한 것뿐입니다. 철거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미 소유권은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흠…….”
판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피고 측 변호인의 말이 맞습니다. 철거해서 폐기물로 배출한 상태에서는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봐야 합니다.”
“큭.”
애써 막아 보려고 했지만 막을 수 없는 상황. 노형진은 사진으로 몇 가지 증거를 제출했다.
“이 사진을 제가 현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노형진이 몰래 찍은 사진에는 천장 너머로 독특한 무늬가 들어 있는 배기관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냥 양철 판을 쓰겠지만 호텔인 만큼 나름의 무늬를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보면 저희가 수거한 배기관들입니다. 동일한 무늬가 보이시죠? 이건 주문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수거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사진을 보여 주는 노형진. 그 사진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리고 이 배기관의 안쪽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으로 찍은 배기관의 안쪽은 시커먼 색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 다른 배기관들 역시 안쪽이 검은색이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배기관은 기름때들과 먼지로 인해서 그런 것이라면 배기관 내부는 시커먼 그을음이 가득했다.
“저희가 해당 배기관을 손에 넣었을 때 상당수 배기관이 저런 식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조작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바로 반박하는 변호사들.
“배기관이 동일한 것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에 넣은 후에 태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조작하는 놈도 없지는 않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현장에서 철거하던 사람들의 증언이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뭐라고?”
“재판장님, 현장에서 철거하던 사람들 중 한 분을 증인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자신들이 알기로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겼다고 들었다. 그런데 증인이라니?
‘물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겼겠지.’
문제는 그 사람은 사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철거업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는다. 죄다 일당직을 데려다가 쓴다.
“그곳에서 일당을 받고 일하던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노형진은 그들이 조작이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철거 업체의 사장이 진실을 말할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어차피 일당직인 사람은 그거랑 상관없다.
“그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바입니다.”
“그들?”
“그렇습니다. 그 당시 일했던 스물세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입니다.”
그 말에 변호사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줄줄이 나오는 사람들. 노형진은 그들에게 일일이 그날 현장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 당시 배관의 상태는 어땠습니까?”
“절반 정도는 시커먼 색으로 속이 홀랑 탔던데요?”
“절반요?”
“네.”
“그러면 그 관련된 것은 다른 분들도 보셨나요?”
“당연히 봤지요.”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이분들의 근무 내역은 기록에 남기 때문에 이 기록을 토대로 근무 일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님, 해당 배관은 오랫동안 사용한 상태였습니다. 먼지가 끼어서 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변명해 보려고 했다. 아무리 사전에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멍하니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들이 패관을 분해한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배관은 몇 년 동안 사용된 것입니다. 그 안에 기름때가 있으면 불탄 것처럼 시커먼 색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기름때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는 소리군요.”
그 말에 ‘아차.’ 하는 얼굴이 되는 변호사들.
“재판장님, 그럼 이것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은 다른 사진을 꺼내서 판사에게 건넸다.
“이건?”
다른 쓰레기 더미의 사진. 그 쓰레기 더미의 의미를 모르는 판사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노형진은 그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줬다.
“해당 쓰레기는 벽지 부분입니다. 그런데 저 벽지 부분을 보며 색이 바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요.”
판사는 그제야 일부 벽지가 색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 다음 사진에서는 그렇게 색이 바랜 벽지는 따로 구분해서 모아 두기까지 했으니 색이 변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해당 벽지의 제조사에 문의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받았습니다, ‘벽지의 색이 바래는 증상은 아주 오랫동안 태양빛에 노출되거나 아주 뜨거운 열에 단시간 노출되는 경우 나타납니다.’라고. 원고 측 변호인, 이 점에 대해서 말해 보세요.”
“으으으…….”
원고 측 변호인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판사 역시 그런 원고 측 변호인을 바라보았다.
“제가 알기로도 그렇습니다. 원고 측 변호인, 이 점에 대해서 할 말이 있습니까?”
판사는 어려서 외갓집이 시골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갔을 때 소위 구들이라고 하는 뜨거운 자리에 있던 장판과 벽지가 색이 변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한 상황. 건물 바깥에 벽지를 바를 리 없으니 뜨거운 열에 드러났다는 소리다.
“참고로 이 벽지는 화재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으으으…….”
불이 나기는 했지만 그 불인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사망자 세 명도 열린 창문 사이로 연기가 들어와서 죽은 거지 불이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조……사해 보겠습니다.”
결국 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
“이상입니다.”
노형진은 변론을 마치면서 들어오면 씩 웃었다.
* * *
쾅! 강성태는 주먹으로 자신의 책상을 미친 듯이 두들겼다.
“뭐라고! 말이나 되는 소리야! 내가 준 돈이 얼만데!”
“회장님…… 그 노형진이라는 인간이 화재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든 말든 내가 준 돈값은 해야 할 거 아냐!”
강성태는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그에게 온 한 장의 통지서 거기에는 ‘배상 책임 없음.’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런 쌰앙!”
그 자리를 빼앗지 못하면 자신의 호텔은 지금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장 호텔의 자리는 좋지만 두 가지 문제 때문에 호텔은 몰락하고 있었다. 첫째, 낙후된 시설. 그거야 일단 돈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 가장 큰일은 바로 두 번째 문제인 주차장이다. 주변은 이미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서 주차장을 세울 자리 없다.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오래된 건물이라 주차장이 너무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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