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22)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챈 새론에서 주변을 수색한 결과 상당량의 피가 발견되었고 결국 경찰까지 나서서 수사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염전 주인이 발각을 두려워한 나머지 다섯 명이나 되는 희생자를 죽여서 파묻어 버린 것이 드러났다.
“염전은 그나마 움직이기 힘든 땅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섬입니다. 바깥에 나가서 버리면 찾지도 못해요.”
“그렇지유…….”
만일 누군가를 죽여서, 또는 죽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끌고 가서 바다에 던져 버리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매년 적지 않은 사람이 섬에서 실종됩니다.”
공식적으로 그들은 실종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이 작은 섬에서 나가는 배는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걸 타고 나간 흔적이 없다면 실종이 무슨 뜻이겠는가?
‘심각한 문제야.’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에 강성태가 슬며시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 가십니까?”
그 말에 히죽 웃는 강성태.
“방 잡으려고유.”
“방?”
“설마 변호사님이 가서 여자 대령하라고 하려구유?”
그 말에 노형진은 어벙한 표정이 되었다.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네.’
사람이 깔끔한 게 좋다고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곳에서 깔끔한 남자가 여자를 찾는다는 건 약간은 어색한 일이다.
“제가 알아서 할게유. 노 변호사님은 알아서 따라오기만 하셔유.”
“하하.”
노형진은 그 말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허름하군요.”
“노 변호사님이 가시는 그런 호텔은 없어유.”
“전 호텔 갈 일이 없습니다. 제가 무슨 호텔을 갑니까?”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왔다 갔다 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무심하게 관광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들어올 때 방은 잡으셨쥬?”
“일단은요.”
노형진은 강성태의 말대로 각자 방을 하나씩 잡았다. 이 섬에 아가씨가 몇 명이나 있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올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시간 차를 두고 부르면 같은 아가씨가 여러 번 올 수도 있고 말이다.
“각자 자기 방에 가셔서 아가씨 부르셔유. 부르는 법은 알려 드렸쥬?”
“그렇기는 한데…….”
역시 강성태라고 해야 하나? 그는 슬쩍 모텔 주인에게 가서 아가씨를 부르는 방법을 알아내서 온 것이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관광하러 온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중이었다.
“그러면 즐거운 밤 보내셔유.”
히죽 웃으면서 바깥으로 내모는 강성태.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고 자신의 방으로 가려고 했다.
“노 변호사님?”
“네?”
그런데 의외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정우찬이었다.
“여자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도망 못 가게 묶어둘까요?”
“우리는 그 여자들을 구하러 온 겁니다. 그런데 묶어 둘 필요까지야.”
“여자 말고 그 사람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 말입니다.”
“아!”
노형진은 아차 했다. 여자가 혼자 올 리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불러 봤어야 말이지.’
생각해 보니 강제로 잡아 두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혼자 보낼 리 없다. 당연히 그들을 감시할 누군가를 함께 보낼 것이다.
“끄응…….”
노형진은 잠시 고민했다. 일단 잡아 두고 차근차근 이야기하자는 자신의 계획이 잘못된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나오지 않으면 아마도 그 녀석들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제압할까요?”
“아니요. 그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일단 이 섬에 들어온 이상 모두가 적대적이라는 가정하에 움직여야 한다. 섣불리 건드리면 곤란하다.
“하아…… 방법은 하나뿐이군요.”
“어떤?”
“끊어야지요.”
“뭘 끊습니까?”
다시 묻는 정우찬의 질문에 노형진은 씁쓸하게 말했다.
“뭐겠습니까? 티켓이지.”
* * *
“오빠, 나 한 잔 마신다.”
‘저기, 아무리 봐도 내가 오빠는 아닌 것 같은데…….’
노형진은 자신의 앞에 온 여자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나이는 대략 4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여기까지 팔려 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처음에는 서울, 그다음에는 경기도 같은 식으로 점점 험악한 곳으로 팔려 오다가 결국은 도착하는 곳이 바로 이런 섬이다. 오죽하면 옛날 사람들이 섬에 팔아 버리는 게 말 그대로 인생이 끝장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했겠는가?
“그러세요.”
노형진은 일단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공식적으로는 커피를 사러 온 사람이니까.
“땡큐.”
커피 잔에 따라지는 한 잔의 커피. 노형진은 그걸 보고 약간 돈이 아까워졌다.
‘이건 뭐……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한 잔에 1만 원. 그나마 원두나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그냥 다방 커피다. 하긴 애초에 커피 팔러 온 게 아니니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저기…….”
“한 시간 15만 원.”
노형진이 묻기도 전에 나오는 가격. 그녀는 마치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
“잘해 줄게. 끊어 봐.”
“한 시간에 15만 원요?”
“응.”
노형진은 그 말에 입을 쩝쩝거리면서 다셨다.
‘생각지도 못한 돈이 나가게 생겼네.’
그냥 불러서 대화할 생각만 했지, 시간을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이야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다른 곳에 나가 있는 사람들도 결국은 비슷한 금액을 내고 시간을 사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의심을 안 받을 테니까.
“두 시간 하죠.”
“뭐?”
노형진의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여자.
“두 시간?”
“네.”
“선불인데?”
“여기.”
노형진이 30만 원을 내놓자 잽싸게 받아 챙기고는 전화하는 여자.
“어, 두 시간 콜.”
‘역시.’
노형진은 그걸 보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누군가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 전화는 그에게 하는 전화일 것이다.
“내가 잘해 줄게.”
전화기 끊기 무섭게 바로 옷을 벗으려고 하는 여자.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말렸다.
“잠깐만요. 전 그런 목적으로 끊은 거 아닙니다.”
“응?”
그 말에 뭔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는 여자. 노형진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사람?”
“네.”
다짜고짜 구해 주겠다고 하면 과연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그가 믿을 만한 다른 이유로 접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왜 날 불렀어요?”
“누가 올지 모르니까요.”
그 말에 눈썹이 꿈틀거리는 여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렇다는 것은 그 찾는다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 같은 처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몰라요.”
“묻지도 않았습니다.”
다짜고짜 모른다고 잡아떼는 그녀의 눈빛에서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그녀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눈빛에서 흐르는 공포의 눈빛은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미수라는 분을 찾습니다.”
“난 그런 사람 몰라요.”
황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는 그녀. 노형진은 그녀가 나가는 입구를 막았다.
“모르는 것 같지 않은데요.”
노형진은 그러면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당신도 같은 처지인 것 같은데 이 기회를 그냥 날릴 겁니까, 광숙 씨?”
“헉!”
그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광숙. 자신의 이름. 이곳에서 불릴 리도 없는 이름이다. 이곳에서 자신은 말자라는 가짜 이름을 쓰고 있다. 이 섬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고 관심도 가지지 않는 자신의 진짜 이름인 광숙.
“어…… 어떻게?”
“방법이 있지요. 당신도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습니까?”
“…….”
“도와주신다면 나갈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미심쩍은 얼굴로 바라보는 광숙.
“어차피 한 명을 빼돌리나 두 명을 빼돌리나 문제는 없으니까요.”
“…….”
광숙은 그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노형진은 그녀가 일단 진정된 듯하자 몸을 돌려서 침대로 와서 걸터앉았다.
“시간은 많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생각하세요.”
노형진의 말에 그녀는 순순히 의자에 앉아서 침묵을 지켰다. 어차피 두 시간이나 끊어 놨으니 그놈들이 중간에 들이닥칠 가능성은 없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죠?”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한 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그나마 그냥 모른 척한 것은 양반이다. 자신이 도와 달라고 한 점을 약점 잡아서 꽁짜로 하겠다고 하는 놈도 있었고 심지어 포주한테 모조리 까발리는 놈도 있었다.
“지금까지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이 저밖에 더 있습니까? 그것도 먼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함정일 수도 있잖아요?”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여기서 그 사람들이란 포주들을 말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 사람들이 함정을 팔 이유가 있습니까? 아니, 애초에 이런 함정을 팔 머리나 됩니까?”
“…….”
그 말에 광숙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에게 함정을 팔 이유가 없다. 판다고 해도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애초에 탈출을 포기한 거 뻔히 아는데 말이다.
“어차피 여기 오래 있으면 좋은 꼴 못 본다는 거 아실 텐데요?”
“…….”
여기서도 늙어서 버려지면 그냥 순순히 섬으로 돌려보내 줄까? 그건 희망 사항이다. 나가서 신고할 만한 사람을 그냥 보내 줄 것 같지는 않다. 늙어서 은퇴한 사람은 그녀는 딱 두 번 만났다. 한 명은 자살했다. 아니, 그렇게 소문이 났다. 그리고 한 명은 실종이다. 말로는 은퇴해서 나갔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에게 말도 없이 은퇴해서 육지로 돌아갔단다.
“어쩌실 생각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구해 드리죠. 물론 저희를 도와주신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
그 말에 광숙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미수 씨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미수 동생은 여기 안 왔어요.”
‘역시.’
만일 왔다면 다른 방에서 연락이 왔어야 했다. 그런데 연락이 없다는 건 다른 방에도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멀쩡하게 살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미수 동생을 어떻게 아는 거죠?”
“그분이 동생에게 구조 요청을 하셨습니다.”
“동생? 하지만 동생은 교도소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노형진은 그 사람이 자신이 찾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맞습니다. 그분께서 출소하는 동료에서 편지를 주면서 구조를 요청했고 저희 법무 법인에서 그 의뢰를 받았지요.”
“법무 법인요?”
“정식으로 인사하죠. 법무 법인 새론의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그 말에 광숙의 얼굴이 급속도로 환해졌다. 변호사라는 말에 조금 남은 의심마저 사라진 것이다. 포주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에게 변호사까지 동원하면서 함정을 파겠는가?
“여기에 잡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저희 가게에만 다섯 명요.”
“가게에만?”
“다른 가게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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