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38)
그리고 며칠 후.
“아 썅, 언제까지 이래야 해?”
“조금만 참아라. 오늘 하루면 끝날 거다.”
이미 관련 증거는 다 나왔고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난 상황. 재판부도 다 이야기해 놨다. 저쪽에서 뭐라고 하든 오늘이 마지막 기일이다.
“망할 검사 새끼, 왜 그렇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건데?”
“그런 놈들이 있는 법이야.”
“썅, 나가기만 해 봐 죽여 버릴 거야, 개새끼.”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당분간은 자중하라고. 일단 들어갈 병원은 특실 준비해 놓으라고 했으니까 거기 있어.”
“거기서 미친놈들이랑 어떻게 1년을 버텨!”
“미친놈들이랑 같이 있을 일 없어. 특실에 텔레비전이랑 컴퓨터랑 게임기 다 있으니까 그냥 쉰다 생각해.”
담당 변호사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백승모를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서 차에서 내렸다.
“어?”
그런데 눈치가 이상했다. 입구에는 족히 삼백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데?’
나름 분위기 잡는다고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오기는 했지만 아직 어린 학생임을 감출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어? 뭐야?”
순간 백승모도 당황했다. 이런 건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형님 오셨다!”
그 순간 누군가의 외침. 그러자 분분히 퍼져 있던 아이들이 통로로 모여들었다.
“이 무슨…….”
백승모의 변호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 아이들은 백승모를 향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형님! 힘내십시오! 우리는 모두 형님 편입니다!”
그들은 얼마 전 모 회장님이 출두할 때 있었던 장면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회장이 재판하러 가자 회사에서는 수백 명의 직원들을 동원해서 ‘회장님 힘내십시오!’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걸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우리 자칼은 언제 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변호사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 * *
“에……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백승모는 도정만의 괴롭힘으로 인해서 정신이상이 발작하여…….”
변호사는 말을 하면서도 배심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절망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차갑다 못해서 어이가 없다는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란 말인가?’
그는 손하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하균도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건 그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백승모가 도정만의 괴롭힘으로 인해서 정신병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들어오면서 못 보셨습니까?”
“그게…….”
무려 삼백 명이나 모여 있던 아이들. 물론 대부분은 안 나오면 팬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나온 아이들이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 수가 없었다.
“제가 들어 보니 가관이더군요. 백승모는 자칼이라는 해당 동네 청소년 폭력 집단의 수장 노릇을 했답니다. 도정만도 하이에나라는 청소년 폭력 집단의 수장이었고요. 그런데 괴롭힘으로 인한 살인요? 장난하십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알아보니 지금 하이에나 멤버는 한 스무 명도 안 된답니다. 그런데 아까 바깥에 보셨습니까? 제가 봐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삼백 명은 되어 보이던데, 삼백 명짜리 폭력 집단의 수장이 스무 명짜리 집단의 수장한테 괴롭힘을 당해서 정신이상을 일으켜요?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
‘이런 젠장.’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는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이건 수치의 장난이다. 애초에 두 세력은 비슷했다. 하지만 노형진에게 혼쭐이 난 애들이 탈퇴하면서 하이에나는 쪼그라든 반면 자칼은 세를 과시할 생각으로 소속도 아닌 애들을 강제로 끌고 와서 그 숫자는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사진상으로는 분명히…….”
애써 변론 아니 변명을 해 보는 변호사.
“사진 증거는 확실히 명확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진은 피해자인 도정만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진입니다. 정작 백승모의 얼굴은 아주 희미하게 찍혀 있지요. 안 그렇습니까?”
“…….”
그들이 제출한 사진은 총 열 장. 그중 백승모가 찍혀 있는 장면은 두 장이었다. 나머지는 도정만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상한 게 이게 어떻게 피고인 측에 넘어간 겁니까?”
“도정만의 지인이 증거로 넘겨준 겁니다.”
“그러면 그 지인을 증인으로 요청하고 싶은데요.”
“그분은 신분을 감추길 원합니다.”
“그분? 보아하니 도정만의 친구 같은데 그럼 학생인데 그분?”
그 말에 ‘아차.’ 한 변호사. 하지만 이미 말은 나갔고 일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하이에나라는 폭력 조직이 뒤에 있어서 신분을 드러내기가…….”
그 말에 유창식은 코웃음을 쳤다.
“보아하니 핸드폰으로 찍은 것 같은데 이 당시 사진 찍은 각도만 봐도 누군지 알겠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고작 스무 명밖에 안 되는 곳이니 누군지 알 거 아닙니까?”
“…….”
땀을 뻘뻘 흘리는 변호사.
‘젠장, 실수다.’
맨 처음 계획은 백승모를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만들어서 정신이상을 주장하고 정신병으로 꺼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정표를 받기 위해서 배심제를 신청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배심원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는 상황. 일이 틀어진 것이다.
“재판장님…… 아무래도 외부의 혼란 때문에 더 이상 재판은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보입니다. 그러니 다음 재판 기일을 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부에서 압력이 행사된 이상 공정한 재판은 무리입니다.”
보다 못한 손하균이 나서서 재판을 중지시키자 안 그래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던 재판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합시다.”
그렇게 재판이 중지되고 나자 황급하게 나가는 백승모와 변호사.
하지만 손하균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대신에 관람석에 앉아 있는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네놈 짓이냐?”
노형진은 그 말에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다.
“전 변호사라서요. 이건 형사사건이라 제가 할 일이 없는데요?”
“웃기는군.”
그런데도 여기까지 와서 꼼꼼히 재판을 볼 리 없다. 노형진이 뭐라고 하든 손하균은 이미 노형진이 저지른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머리 잘 썼구나.”
모든 게 완벽했다. 남은 건 풀려나는 일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들이 저지른 일 덕분에 자신들의 가장 큰 주장인 백승모 피해자론이 힘을 잃어버리고 배심원들의 시선은 차갑게 변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배심원의 결정을 재판부가 무조건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걸 따르지 않는 순간 이번 사건은 서로에게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라.”
그렇게 말하고는 노형진을 노려보다가 멀어지는 손하균. 노형진은 멀어지는 그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운이 아니라 실력이지요.”
노형진의 아직 최선을 다한 게 아니었다.
* * *
“이 사진이 이상합니다.”
“이상?”
“네.”
노형진은 백승모가 맞고 있는 모습이 찍힌 두 장의 사진을 건네면서 말했다.
“이번 사태로 알겠지만 백승모가 도정만에게 맞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사진이 있을까요?”
“합성이군요.”
유창식은 씁쓸하게 말했다. 그거 말고는 이 사진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럼 이걸 조사하면 뭐든 나올까요?”
합성이라는 걸 증명하면 유리한 것은 맞다. 그러나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쉽게 걸리게 만들었을 리 없다.
“과연 나올까요? 보다시피 이 사진에서 백승모는 공포에 질려서 두들겨 맞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얼굴만 붙여 넣은 게 아니라는 소리이죠. 즉, 얼굴을 붙여 넣으면서 감정이 전달될 수 있게 조절했다는 소리입니다.”
“전문가로군요.”
“네.”
그것도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사진을 옮겨 넣으면서 감정을 넣을 수는 없다.
“그러면 합성했다는 증거도 별로 없을 겁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이걸 국과수에서 검사해야 하는데 그들이 국과수에 힘을 쓸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큭.”
검사가 국가와 적이 되어 싸우는 상황이라는 사실에 유창식은 씁쓸한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외부에 맡길까요?”
“이런 거 하라고 있는 게 국과수입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맡긴 걸 인정할까요? 아마도 외부는 신뢰성에 문제가 있으니 국과수에 맡기라고 하겠지요.”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국과수, 그러니까 국립과학 수사원은 과학적 분석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즉, 동시에 제출되면 당연히 국과수가 우선이다. 외부에서는 돈 받고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면 이쪽에서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젠장, 이거 곤란하네요.”
유창식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건 진짜 답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 사진의 진실을 찾는 거고, 두 번째는 백승모가 왜 도정만을 죽였느냐는 겁니다.”
“사실 후자는 알 것 같습니다만.”
“저도 그렇습니다만 예상하는 것과 증거는 다르니까요.”
백승모와 도정만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인간이다. 다른 점이라고는 도정만은 없는 집 자식이고 백승모는 있는 집 자식이라는 정도.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도정만이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소리지.’
그리고 백승모는 그걸 못 버텼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어찌 되었건 그걸 증명해 내야 살인이 인정될 겁니다.”
“후우.”
“일단은 사진의 진실을 찾아봐야지요.”
“하지만 어떻게요?”
“방법은 이미 재판 중에 나왔습니다.”
“나왔다고요?”
“이런 사진을 찍을 녀석들은 뻔하지 않습니까?”
“아!”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도정만과 같이 움직이는 녀석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낄낄거리면서 찍을 정도면 아주 친하다는 뜻이다.
“그런 녀석들 중에서 최근에 돈을 펑펑 쓰는 녀석을 찾아내면 되겠지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 * *
“이 사진을 찍을 만한 녀석들 중에 아는 녀석들 없냐?”
노형진은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었지만 하이에나, 아니 하이에나였던 놈들은 잔뜩 움츠러든 채로 노형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건 잘…….”
“그래? 그럼 지난번에 하던 거 마저 끝내도 되는 거지?”
“헉!”
“지난번에는 불쌍해서 봐줬지만 이번에는 안 봐준다.”
노형진이 적당히 겁주자 다들 움츠러들었다. 그들은 탑차에 실린 채로 어느 산속의 폐가까지 끌려갔던 것이다.
‘그런 준비까지 해 둘 줄은 나도 몰랐지만 말이지.’
사실 노형진은 그냥 적당히 길거리에 세워 주고 보내라고 이야기했는데 경호 팀은 진짜로 폐가에 수술용 침대를 가져다 두고 비닐로 막아서 수술실까지 만들어 뒀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본 학생들은 거품을 물면서 자지러졌고 결국 무려 개인당 10억이라는 돈을 갚는 조건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자신의 장기를 자신이 사는 조건이었다. 물론 진짜 받을 돈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신이 번쩍 날 일이기는 했다.
“다들 도정만하고 붙어 다니지는 않았을 거 아냐?”
이런 녀석들은 같이 붙어 다니는 녀석들과 다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놈은 그런 놈 중 한 명일 것이다.
“결국 붙어 다닌 놈 중 하나일 텐데 몰라?”
“자…… 잠시만요.”
그들은 황급하게 사진을 보면서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 한 명이 있어요.”
“누군데?”
“규진용이라고…… 졸업 직전에 퇴학당한 선배요. 듣기로는 그래서 졸업을 다른 학교에서 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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