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40)
바로 백승모가 도정만을 그렇게 괴롭히면서 죽인 이유다.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거냐?”
“그게…….”
“사실대로 말해 봐.”
“하아, 백승모가 연합 조직을 만들려고 했거든요.”
“연합 조직?”
“네.”
자신의 발아래 도정만의 조직을 흡수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유창식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이 새끼가 미쳤나?’
물론 고등학생 양아치들에게는 짱이니 전국구니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렇다고 진짜로 조직을 흡수하는 행동까지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도정만은 거부했어요. 빡큐를 날린 거죠.”
“그게 끝?”
“네, 그거 말고는 이유도 없어요. 자기 말 안 듣는 새끼는 살려 두고 싶지도 않데요…….”
그 말에 유창식은 노형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통제하지 못하면 발광하는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게 바로 도정만이라 이건가?’
그래서 죽였다는 생각에 기가 막혀 하는 그였다.
“이런 미…….”
미친놈이라고 말하려던 유창식은 입을 다물었다. 그 녀석이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하는 변명이 자기는 미친놈이라는 거다. 그러니 그 말을 하면 그 녀석 편들어 주는 기분이 들어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넌 끝이야. 흐흐흐.’
백승모의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유창식의 입가에 슬슬 웃음이 피어올랐다.
>2장. 뜨는 해, 지는 해>
“그래서, 규진용은 증언한답니까?”
“일단 구워삶고는 있습니다.”
납치에 관련한 녀석인 만큼 그 녀석이 중요한 증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유창식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그래서 노 변호사님에게 도움을 부탁드리고자 온 겁니다.”
“흠…….”
확실히 규진용이 증언해 준다고 해도 그걸 확실하게 증명할 게 없으면 재판부가 인정 안 하면 그만이다.
‘참 지랄 같네.’
증언이라는 것 자체가 강력한 법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이 법원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고 그건 온전히 재판장들의 판단에 달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판장들이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는 거죠.”
“흠…….”
“더군다나 규진용은 이런저런 잡다한 전과가 많더군요.”
“그래요?”
“네.”
그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말한다고 다 증언이 아니다. 사람마다 신빙성이라는 것이 있다. 평생 공부만 하고 대기업을 다닌 사람과 규진용처럼 공부도 안 하고 사고도 많이 쳐서 전과가 많은 사람은 아무래도 그 믿음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판부에서는 안 받아들인다고 하면 가장 강력한 증거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노형진은 침묵을 지키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방법이 있을 텐데…….’
규진용에게서 읽은 기억. 그 안에 분명히 카드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에 노형진은 몇 번이고 그 기억을 더듬거렸다.
‘규진용이 도정만을 부르고 도정만은 규진용이 도와 달라는 말에 다급하게 나왔어. 그리고 규진용을 만나는 사이에 백승모가 뒤통수를 내리쳐서 기절시켰지…….’
블랙박스도 없고 사건이 벌어진 현장도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공간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 대한 기억은 없는 상황.
‘그렇다면…….’
노형진은 문득 한 가지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차량은요?”
“차량요?”
“네, 백승모가 봉고를 가지고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 그래도 그 부분을 뚫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 번호를 몰라서 추적할 수가 없더군요.”
규진용은 차를 가지고 온 것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 차의 번호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노형진의 기억에서도 확인한 점이니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막혀 버린 겁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차종을 알아보면 되지 싶은데요?”
“차종요?”
“네.”
“하지만 한두 대도 아니고.”
“한두 대도 아니기는 하지만 봉고라고 불리는 차들은 대부분 사용처가 정해진 차량들이지요.”
“음…….”
유창식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규진용이 확인한 차량은 다모스라고 하는 배달용 봉고다. 커다란 크기가 아니라고 작고 가벼운 골목 배달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차량.
“일단 렌터카는 아닙니다. 렌터카는 그런 돈이 안 되는 차량은 안 빌려주죠.”
“하긴…….”
렌터카는 일반적으로 승용차를 빌려준다. 극히 일부 봉고를 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수 여행용의 커다란 물건이지 다모스같이 작은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어디서 차량을 훔친 것도 아니구요.”
그에게 차량을 훔치는 기술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주변에 그런 걸 빌려줄 만한 사람이 있느냐는 건데.
“없군요.”
그의 주변에 다모스를 빌려줄 만한 사람은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다모스는 생계형 차량이다. 장시간 빌려주면 생계에 지장이 있다.
‘그렇다고 회사 차를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럼 남은 건 한 가지뿐이지요.”
“대포차.”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하는 유창식. 대포차. 주인이 따로 있지만 압류당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모는 차량.
“그리고 대포차를 쉽게 구하는 곳은 한 곳뿐이죠.”
바로 강원랜드. 가장 많은 대포차가 나오는 곳.
“그곳을 뒤져 보죠.”
노형진의 말에 유창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다음 날 유창식은 노형진과 함께 바로 강원랜드로 향했다. 강원랜드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내국인 도박장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인생을 저당 잡힌다.
“하지만 쉽게 나올까요?”
이곳에서 저당 잡힌 차량은 돈을 가지고 오면 돌려주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걸 돌려받지 못한다. 그러면 전당포 업주는 그걸 대포차로 팔아 버리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를 찾을 수가 없다. 일단 전당포의 이율이 하루 1%다. 한 달 만에 30%가 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찾을 수 있겠는가? 대부분 도박에 빠져서 전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역시…….”
노형진을 두고 몇 군데 전당포를 다녀온 유창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들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네, 도무지 방법이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바보도 아니고 알려 주겠습니까?”
“후우.”
그렇다고 법원의 영장을 받자니 명확하게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받을 수 있을 리 없다.
더군다나 이곳은 유창식의 관할도 아니다. 당연히 이 지역 경찰이나 검찰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
“애초에 안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유창식을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어쩐지 너무 쉽게 말씀하신다 했습니다.”
대포차를 파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그런데 전당포 주인들이 인정할 리 없다.
“설마 여기까지 따라오신 분이 방법이 없는 건 아닐 테고.”
“후후후, 절 믿고 따라오세요.”
노형진은 그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들이 간 곳은 무료 급식소가 있는 곳이었다.
“여긴?”
“여기에 있는 부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급식소입니다.”
“여기는 왜요?”
“여기에 왜 이렇게 부랑자들이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아!”
이곳은 그다지 상권이 발달한 것도, 유동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척이나 부랑자들이 많았다. 당장 줄을 서서 밥을 먹는 사람들만 족히 이백 명은 되어 보였다.
“다 털린 사람들이군요.”
“네.”
저들은 도박에 빠져서 패가망신한 사람들이다. 물론 강원랜드에 가서 패가망신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즐기기 위해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이 바로 강원랜드였다.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박에 전 재산을 바친 사람들.
“아마도 여기 있을 겁니다.”
노형진은 앞으로 나서서 사람들에게 외쳤다.
“혹시 다모스 차주분 계십니까?”
그 말에 무슨 일인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이 다모스 차주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다모스를 전당포에 맡기신 분을 찾습니다. 같이 가서 차량을 확인해 주시면 20만 원씩 드립니다.”
그 말에 눈에 불이 확 켜진 사람들. 그중 몇몇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걸 본 유창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숫자가 얼마 안 되는군요?”
분명히 수십 명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온 사람들의 수는 고작해야 다섯 명. 무척이나 적은 숫자다.
“다모스는 생계형 차량입니다. 여기까지 가지고 오는 사람은 드물죠. 더군다나 그 사람들 중에서 도박에 빠져서 그거마저 저당 잡히는 사람들은 더 드물 겁니다.”
“이해했습니다.”
유창식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맨 처음에 올 때는 족히 수만 대는 되어 보이는 차량에서 어떻게 차를 찾을까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런 곳에 있는 차들은 대부분 다모스가 아니라 승용차들이다. 다모스같이 생계형을 맡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자, 그럼 같이 가실까요?”
노형진은 돈이라는 말에 눈을 번득이는 사람을 앞세우면서 다시 전당포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그러니까 차는 어디 있느냐고요!”
“아니, 그게…….”
세 번째로 간 곳에서 남자는 전당포 주인을 마구 다그쳤다. 그리고 전당포 주인은 땀을 뻘뻘 흘렸다.
“그게 잠깐…… 빌려줬습니다.”
“그래서 누구한테 빌려준 겁니까?”
“…….”
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
“후우, 당신 말이야, 진짜 고발 한벌 당해 볼래?”
유창식은 전당포 주인을 마구 다그쳤다. 다른 곳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차량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면서 노형진이 들어온 것은.
“아,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유창식은 여기 주인이 말하지 못하자 그를 다그치고 있었고 노형진은 남은 두 사람을 데리고 확인하러 다녀온 것이다.
“한 곳은 경매 절차로 넘어 갔습니다. 한 곳은 아직 있고요.”
그 말에 유창식의 눈이 불이 확 켜졌다. 그 말은 이곳에서 차가 나갔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모스 어디 있어?”
“빌려줬는데…….”
“이 새끼가 진짜!”
유창식이 뭐라고 하려고 하는 찰나 노형진은 유창식을 말렸다.
“그래요. 빌려줄 수도 있죠.”
“노 변호사님?”
어리둥절한 유창식. 노형진은 유창식의 귀에 입을 대고 작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영장이 없습니다.”
“아…….”
지금 자신들에게 영장이 없다. 영장이 없다면 검사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영장이 나올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다.
“그러니 제가 하겠습니다.”
그 말에 유창식은 어깨를 어쩔 수 없이 끄덕거리면서 뒤로 물러났고 노형진은 전당포 주인에게 다가갔다.
“전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의뢰인은 그 차를 다시 찾고 싶어 합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원래 차주는 무슨 소리인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유창식이 옆구리를 쿡 찌르자 서둘러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니 그 차를 돌려주시지요.”
“크험…….”
아까 겁을 주던 유창식과 다르게 정중하게 말하는 노형진을 보자 전당포 주인은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뭐, 추궁하려고 한 겁니까?”
“추궁이라니요. 그럴 리가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차를 찾으러 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왜 검사가…….”
“아무래도 지인분이다 보니 발끈한 겁니다. 애초에 저 검사분은 이쪽이 관할도 아니에요.”
“그래요?”
의심쩍은 얼굴로 바라보는 주인. 하지만 명함을 받아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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