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46)
“우리라고 귀가 없는 줄 아십니까? 설마 그쪽에 우리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선두에 선 남자의 말에 비서실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젠장, 그걸 어떻게?’
이번 건수는 철저하게 비밀이다. 그런데 시장의 반대파가 끼어든 것이다.
“지금 전쟁하자 이겁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당장 수세에 몰린 비서실장은 진땀을 흘리면서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 * *
“역시나…….”
노형진은 갑자기 잠잠해지는 시청 쪽 압력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일이 무마되는군요.”
손예은은 기가 막히다는 듯 중얼거렸다.
“다안은 확실하게 군침이 나는 먹잇감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시가 많은 먹잇감이기도 하지요.”
“아.”
노형진은 정치권과 정면충돌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반대파와 친밀해질 수밖에 없으니 새론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
“그럴 때는 상대방을 조금만 건드리면 되지요.”
“하긴…… 그쪽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손예은도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안의 가장 큰 힘은 정보력이다. 어둠의 정보들과 그 증거들. 그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게 다안이다. 어둠의 세계에 국정원같이 정보력을 가진 집단 중 하나가 바로 다안이다.
“아마 시의원들은 기겁할 겁니다.”
지금 시의원들은 시장과 사이가 무척이나 안 좋다. 단순히 소속 정당이 다른다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교류를 안 하고 심지어 공적인 일조차 서로 안 하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이 다안을 집어삼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노형진이 노린 게 바로 그것이다. 노형진은 그들에게 마치 우연을 가장해서 시장이 다안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갈 수 있게 한 것뿐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겠지요.”
“네.”
다안을 손에 넣으면 시의원들의 약점을 잡으려고 할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시의원들 역시 정치하는 사람들. 그런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장에게 몰려간 거군요.”
“네, 시의원들은 현 시장이 대권에 욕심을 가지고 서울시를 총동원해서 대권 준비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다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뭘 할까요? 바로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찍어 내려고 하겠지요.”
현재 그들은 시장의 대권 준비를 방해하는 세력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그들을 찍어 낼 수만 있다면 서울시는 그의 공화국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이제이죠.”
“그러면 그쪽은 일단 다안 쪽에 신경을 쓰지 못할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시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무슨 뜻인지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우연히 들어간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시장이 그게 진짜 우연이라 생각할 가능성은 없다. 분명히 이걸 경고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럼 조심하겠지요.”
현 시장은 욕심이 많다. 그리고 과하다. 하지만 멍청이는 아니다. 멍청했다면 서울시장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다안이라는 곳이 군침이 나는 먹잇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건드리기에는 너무 큰 먹잇감이라는 걸 알았을 겁니다.”
사실 조말숙이 정치와 선을 끊고 조용히 살아서 그렇지, 원한다면 정치인 한두 명쯤 보내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애초에 조말숙이 노형진이 아닌 다른 정치인에게 부탁했다면 시장은 장난은커녕 쳐다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건 결국 나중에 짐이 되니까.”
그래서 조말숙은 노형진에게 의뢰한 것이다.
“자, 이제 내부 정리만 하면 될 것 같군요. 후후후.”
* * *
“뭐라고요?”
성준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시장의 측근으로부터 이번 일에서 손떼겠다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이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릴 생각입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아가리 찢어 가면서 집어삼킬 수는 없지 않은가? 소화도 못 시킬 걸 집어삼키면 탈 나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모르는 자네하고 더 이상 이야기하긴 그렇군. 거기에 일하면서 그곳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다니. 이만 끊겠네.”
“실장님! 실장님!”
하지만 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뚜’ 하고 전화가 끊어진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성준기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들고 있던 전화기를 던져 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리기 시작했다. 자신들과 손잡았던 정치인들이 마치 덴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 손 떼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그는 이를 박박 갈다가 부하를 불렀다.
“김 기사!”
“네?”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김 기사는 얼굴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쪽에서는 한 말이 없습니까?”
“소화도 못 시킬 물건에 욕심은 안 부리겠다는데?”
“소화요?”
“그래.”
“혹시…… 안당 어르신, 아니 조말숙 쪽에서 작업이 들어간 거 아닐까요?”
습관적으로 조말숙의 호인 안당 어르신을 말하던 김 기사는 얼른 호칭을 바꿨다.
“작업?”
“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를 텐데?”
성준기는 얼굴을 찌푸렸다. 조말숙의 정보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자신들은 그 정보를 통제하는 다안이라는 곳의 중심에 있다. 그래서 그 정보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새론은 개별적으로 정보 팀을 운영하지 않습니까?”
“큭.”
성준기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 망할 놈들을 잊고 있었다.’
새론의 정보 팀은 노형진이 체계적으로 키운 조직이다. 기존에 어쭙잖은 양아치들이 운영하는 흥신소 같은 곳이 아닌지라 자신들보다 못하긴 해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허가가 안 나는 이상한 상황에서 그들의 감시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
“차라리 작전을 바꾸심이…….”
“뭐라고?”
“이대로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마지막 카드가 외부 세력을 가지고 오는 거였습니다. 이 바닥에서 조말숙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크흠…….”
그는 김 기사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건 미친 짓이야.’
아예 시작도 안 했으면 모를까, 이미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시작한 상황에서 실패했다. 더군다나 그게 새론과 안당이 알아 버렸다.
‘그렇다면…….’
그쪽에서는 주범을 찾기 위해서 들쑤시고 다닐 테고 자신이 드러나는 것은 말 그대로 순식간일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어.’
그렇게 되면 자신은 분명 내쳐진다. 내쳐지는 정도가 아니라 처절하게 보복당할 것이다.
‘이 모든 게 내 것인데…….’
처음에는 그냥 포기하고 충성만 바쳤다. 그런데 후계자 싸움이 시작되고 나서 그의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건물, 이 정원, 이곳에 오는 정치권의 손님들…… 그 모든 게 내 것이 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더 이상 화류계가 아니라 정치권에 들어가서 금배지도 달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화류계는 돈은 많을지언정 존경은 받을 수 없는 자리. 성준기는 이곳을 벗어나서 존경받는 자리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의 돈과 파워가 필요했다.
‘이렇게 된 이상…….’
성준기는 무섭게 눈빛을 빛내고 있었고, 그 앞에서 김 기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 *
“뭐라고요?”
노형진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성준기가 뭔가 저지를 것 같습니다.”
“저지른다고요?”
“네.”
자신을 김 기사라고만 소개한 남자는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아마도 이번 불허가 결정 뒤에는 누가 있는지 아시겠지요?”
“뭐, 대충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형진은 김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는 극구 꺼리고 있었다.
“왜 우리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사실 김 기사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가 이번 사건의 주범인 성준기의 최측근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거야…….”
김 기사는 씩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미소가 아니라 의미가 있는 약간은 어색한 미소였다.
“정의를 위해서지요.”
“정의?”
“네, 전 바르게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노형진은 어이가 없었다.
‘퍽이나.’
노형진이 봤을 때는 그는 그냥 버스를 갈아타는 것뿐이다. 사실 성준기가 무슨 짓을 하든 그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은 그다지 않지 않다. 하지만 성준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 때 그가 당할 보복은 상상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정의를 위해서 움직입니다. 비록 머리가 부족해서 노 변호사님처럼 변호사가 되지는 못했지만요.”
물론 전혀 아니다. 한국 최고의 대학인 한국대를 나온 게 아니라고 하지만 고현대 역시 그에 못지않은 명문이다. 그런데 머리가 부족하다니.
“제 진심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뭐…… 생각은 해 보겠습니다.”
“전 이만.”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김 기사를 보던 노형진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손예은 변호사를 불렀다.
손 변호사는 바로 노형진의 방으로 건너왔다. 그러고는 김 기사가 한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짓을 할까요?”
“글쎄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저들은 어차피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재단이 만들어지면 그 후에는 그들은 절대로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 그저 재단에서 고용되는 사람일 뿐이다.
‘물론 그냥 있었다면 이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섣불리 움직였고 그 덕분에 이제 이사가 될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았다.
“제가 봐서는 일단 안당 어르신에게 말씀드려야 할지 싶은데요.”
“뭐, 말씀이나 드리겠습니다만 안당 님이 모르실 것 같지는 않은데요?”
노형진은 툴툴거리는 안당을 생각하면서 입맛을 쩝쩝 다셨다.
* * *
“그래서 뭐?”
안당은 여전히 곰방대를 빨면서 노형진과 손예은을 바라보았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아십니까?”
“이놈들이 저질러 봐야 뻔하지.”
그녀는 곰방대를 통에다가 탕탕 두들겨서 재를 빼내고 거기에 다시 담배를 채웠다.
“어르신, 그렇게 피우는 거 안 좋습니다.”
손예은은 그런 조말숙을 보면서 만류했지만 조말숙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내 무슨 좋은 꼴을 보겠다고 이 좋은 걸 끊고 오래 사누? 안 그런가?”
“하하, 그냥 놔두세요. 담배로 쓰러질 정도로 안당 님은 약한 분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좋은 꼴 못 볼 거, 내 좋은 거라도 마음대로 하고 살란다.”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곰방대에 불을 붙이는 조말숙.
‘하긴, 쓰러질 사람이 아니기도 하지.’
사실 노형진의 기억 속에서 조말숙이 죽으려면 아직도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마저도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지, 질병이나 노환으로 인한 게 아니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카랑카랑하게 언성을 높이던 게 그녀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일이 해결되면 미래에 벌어질 일은 해결되는 건가?’
안당은 후계자를 두는 데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세 명을 자기 후계로 키웠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으면서 그들의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