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47)
‘그러고 보면 난리도 아니었지.’
그들은 외부 세력과 조폭들까지 동원해서 서로를 죽이려고 덤벼들었고 그 와중에서 정치인들조차 재산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국가에 환수되는 과정에서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다안은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다안은 사라지고 세력은 결국 갈가리 찢어진다.
“뭘 그렇게 생각하누?”
“아닙니다. 그냥 뭐가 생각나서요. 그런데 뻔하다니요?”
“이 바닥에 들어온 녀석들이 왜 멍청한데? 배운 게 없어서 멍청한 거다. 그런 녀석들이 뭐 변호사를 사겠나, 아니면 나한테 사기를 치겠나?”
“하긴…….”
변호사를 산다 한들 법적으로 아무런 권리 없는 게 사실이고 조말숙이 사기를 당할 만큼 어리숙한 사람도 아니다.
“그럼 뻔하지. 사람이나 풀겠지.”
그 말에 움찔하는 손예은. 하지만 조말숙은 담담하게 곰방대를 빨 뿐이었다.
“그런 게 어디 한두 번도 아니고.”
‘하긴…….’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여자다. 여자라는 이유로 더욱 만만하게 보고 덤빈 사람들도 있었을 터.
“그런 거 무서워하면 이쪽 바닥에서 일하지 못하지.”
조말숙은 무심결에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럼 어쩌실 생각입니까?”
“오는 칼을 기다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말이지.”
안당은 여성으로서 여기까지 올랐다. 물론 선대가 물려준 힘도 적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 세계에서 여자라는 것은 무척이나 불리한 조건이다. 더군다나 안당은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여자 종업원들을 꼼꼼하게 챙겨서 남자들이 싫어했다. 당연히 온갖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번 일에는 손 떼라. 더 이상 네가 나설 일은 아니다.”
조말숙의 단호한 말. 이쪽은 어둠의 세계의 일이라는 뜻이리라.
“그만두십시오.”
“뭐?”
그런데 노형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 물러날 수가 없었다.
“현재 정치권의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이 내부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그쪽에 핑계만 줄 뿐입니다.”
“언제는 안 그랬나?”
“그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그쪽에 욕심을 부리기 전이죠.”
하지만 조말숙이 재산을 만들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후계자 전쟁이 벌어진 이상 그쪽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다.
“뭐 하나 걸리면 어르신도 편치는 않을 겁니다.”
“협박이냐?”
“사실이죠.”
조말숙은 노형진은 무섭게 노려보았다. 자신에게 편치 않을 거라고 한 사람들 중에서 편하게 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노형진 역시 물러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네놈은 뭘 하고 싶은 것이냐?”
결국 뒤로 물러난 것은 조말숙이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노형진의 말이 맞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처럼 싸울 수 없는 시점이다.
‘쯧쯧.’
이게 문제다. 자신의 아래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인간들. 그들은 현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가 전면에 안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 시대에는 자신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그것도 모른 채로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다.
“이번을 기회 삼아서 정리할까 합니다.”
“정리?”
“네.”
“어떻게?”
“그거야 어르신이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흥.”
조말숙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곰방대를 옆으로 내려놓았다.
“그래, 어디 네놈의 그 작전이라는 것을 들어 보자.”
그렇게 그녀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 * *
“조말숙이 병원을 다닌다고?”
“네.”
김 기사의 말에 성준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쪽 이야기로는 입원한다고 합니다.”
“그 노친네도 죽을 때가 된 건가?”
“아닙니다. 검사 차원이라고 하더군요.”
“검사 차원?”
“네.”
“하긴 그 노친네가 요 며칠 기침이 멈추지를 않았지.”
자주 보는 얼굴은 아니다. 하루에 딱 한 번, 회의 때만 보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 자기말로는 감기라면서 주변에 역정을 내기는 했지만 무려 일주일 가까이 기침이 계속되었다.
“자기 몸 귀한 건 아는가 보군.”
성준기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조말숙은 손대기 무척이나 힘든 대상이다. 하지만 병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병원은 이곳처럼 보안이 확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람이 많이 배치될 수도 없다.
“어떻게 꽃이라도 보낼까요?”
“그럴 필요 없다. 다음번에 보낼 일이 있을 거야.”
“다음번이라니요?”
“그런 게 있다. 오늘은 물러가도록.”
“네.”
김 기사가 물러나고 나자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흐, 조화를 보내 드리지.”
그는 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어디론가 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몇몇 사람둘이 조용한 방 안에 모여들었다.
“들었습니까?”
“검사차 입원했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성준기와 동일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었다. 조말숙이 재단을 만들면 팽 당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 후계자가 아니라 고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합심해서 반기를 든 것이다.
“함정일까요?”
“아닙니다. 며칠째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하고 기침도 늘었다고 하더군요.”
“흠.”
그녀가 아픈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종합검진을 받는다. 그녀가 담배를 그렇게 피워 대는 골초이면서도 건강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치안이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경호원이 있을 텐데요?”
“경호원은 빼돌릴 수 있습니다.”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자신들이다. 그러니 잠깐 빼돌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료사고로 노인이 죽는 건 흔한 일 아닙니까?”
“하지만…….”
그중 한 명이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런다고 우리가 뭐가 바뀌지요? 결국 국고로 환수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성준기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시청 측과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시청 측과?”
“네, 환수 작업에서 우리 업체를 끼워 준다고요.”
그 말에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 이들이 말하는 업체는 자신들이 뭉쳐서 만든 기업이다. 그곳은 비밀리에 얼마 전에 만든 곳이다.
“그곳을 통하면 적지 않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서로의 이익이 맞았다고 할까? 이들은 그냥 있어 봐야 팽 당할 게 뻔하고 정치인들은 이 재산을 탐낸다. 그러니 조말숙이 죽고 국고로 환수할 때 적당히 빼돌리면 적지 않게 남길 수 있다.
‘최소한 절반은 남길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자신들이 나눠 가진다고 해도 여기에서 일하면서 받는 것에 비할 바 아니다.
“어차피 이 일은 오래 못합니다. 재단이라는 곳이 생기면 여기처럼 막 하지 못합니다. 감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지금은 받는 임금 말고도 적당히 알음알음 받는 게 있다. 하지만 재단이 되면 분명 새론에서 감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런 알음알음도 불가능하게 되고 그나마도 서로 이권을 나누지도 못한다. 어찌 보면 지금보다 훨씬 조말숙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 있을까요?”
“적당한 녀석이 있습니다.”
성준기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 * *
“춥군.”
차지성은 옷깃을 여기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한겨울 밤. 거기에다 눈까지 온 날씨이다 보니 사람은 없었다. 체감 온도는 영하 25도.
‘하늘이 돕는군.’
이런 날씨에 이런 밤에 병원에 오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특실로 올라가는 곳은 더욱더.
철컥.
차지성은 카메라를 피할 생각으로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비상용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최상층은 30층.’
지하에서 올라가려면 적지 않은 높이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그곳을 올라가 시작했다.
‘이번 한 번이다.’
이번 한 번만 하면 그는 손을 씻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이 짓거리를 할 생각도 능력도 안 되는 상황. 그의 나이는 무려 쉰이 다 되어 간다. 이 바닥에서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헉헉헉.”
과거에는 숨 하나 고르지 않고 올라왔을 테지만 이제는 떨어진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하악.”
그는 목표 층에 도착하고 난 후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는 문으로 다가갔다.
“역시.”
VIP만 들어가는 층답게 문에는 보안 카드가 달려 있었다. 바깥에서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예상이나 한 듯 복제 카드를 열고 그걸 문에 대고 긁었다.
철컥.
그와 동시에 열리는 문. 그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고 그 너머에는 컴컴한 복도만 보였다.
‘역시.’
성준기는 분명 경호원을 치워 준다고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항시 있어야 하는 경호원은 어디로 간 건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번 일은 쉽군.’
그는 조용히 특실 문을 열었다. 기름칠을 충분히 해 둔 고급스러운 문은 아무런 소음도 없이 조용히 열렸고 거기에는 한 사람이 누워서 잠들어 있었다. 킬러는 조용히 누워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확인했다. 혹시 모르니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맞군.’
거기에는 조말숙이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다.
‘이제 끝이다.’
그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사람과 연결된 링거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주사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흐흐흐.’
섣불리 약물을 쓰면 살인인 게 드러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인간에게는 공기가 필수기는 하지만 웃기게도 공기가 혈액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은 죽는다. 그러니 이렇게 주사기로 공기를 넣으면 공식적으로 그는 링거에서 발생한 공기가 들어간 사고로 죽는 걸로 처리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다 준비된 상황.
“잘 가라.”
그는 주사기를 꾸욱 눌렀고 주사기는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쑤욱 들어갔다. 그리고 누워 있는 사람은 그걸 느낀 건지 움찔했다.
“그래도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그는 다시 한 번 공기 방울을 밀어 넣으면서 확인 사살을 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나오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어?”
그다음 순간 그는 움찔했다. 특실에 붙어 있는 화장실. 그 안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는 대번에 일이 틀어졌다는 걸 알았다. 거기에는 작은 창문이 달려 있어서 빛이 나는 게 보이게 되어 있다. 그런데 들어올 때는 그 빛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단 하나, 누군가 그 안에 있다는 것.
“눈치는 빠르시네요.”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사람들. 한 명도 아니고 건장한 다섯 명의 사내들이 나오자 킬러는 아랫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함정이었나.”
“이제 알았냐?”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방금 전까지 누워 있던 조말숙이 일어나서 자신의 곰방대를 물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금연입니다, 어르신.”
“빈 거잖아.”
툴툴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었다.
“어떻게?”
“이거 말이야? 애초에 팔에 들어가지도 않았어.”
바늘이 연결된 부위를 뜯어내는 조말숙. 그러자 그 내부가 드러났는데, 바늘은 그냥 피부 위에 부착되어 있을 뿐이었다.
“크윽.”
킬러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이를 악물었다.
“멍청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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