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49)
“역시 안당 어르신이라니까.”
그가 여자의 몸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용병술을 가지고 있어서, 그러니까 적재적소에 사람을 쓸 줄 알아서였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중요한 사람이 한 명이 빠진 거죠.”
“하아, 그건 문제군.”
당장 손예은은 다안의 문제 때문에 거기에 매달려서 일을 해야 한다. 아니, 손예은뿐만 아니라 몇몇 변호사들이 당분간 거기에 매달리게 생겼다. 감사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인 것이다.
“일단은 다른 사건부터 해결하고 있도록 하지요.”
“그렇지. 안 그래도 자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저를요?”
“그래. 평등재단 쪽에서 의뢰가 들어왔네.”
“평등재단요?”
평등재단은 대룡에서 노형진의 조언을 받아서 만든 곳으로, 사람들에게 공평한 법적인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은 변호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변호사 비용를 지원해 주는 곳이다.
“그런데 신청한 사람이 좀 특이해.”
“뭐, 지난번에는 검사 부탁까지 받았는데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그런 노형진의 모습에 왠지 어색하게 웃는 송정한. 그는 한숨과 함께 그 신청자가 누군지 말해 줬다.
“신청한 사람이 형사일세.”
“형사요? 잠깐, 경찰이란 말입니까?”
“그래.”
“아니, 경찰이 왜 우리한테 신청한답니까?”
“사건이 이상한데 수사를 막는다고 하더군.”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수사를 막는다? 그 순간 노형진이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 중 하나가 생각났다. 그 당시 경찰은 정신지체아에게 터무니없는 죄목을 뒤집어씌워서 감옥에 보냈다. 그리고 지금의 느낌은 어쩐지 그때와 비슷했다.
“설마 누명과 관련된 겁니까?”
“자네, 양산 오거리 살인 사건 기억하나?”
“양산?”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양산 오거리 살인 사건. 인적이 드문 길에서 택시 운전기사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그런데 경찰은 그 범인으로 그 사건을 신고한 가출 청소년을 잡아넣었다.
“그런 식으로 잡아넣고 경찰은 그 공훈으로 승진하고 훈장도 받았네. 그런데 말이야, 다른 경찰이 사건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그런데요?”
“그래서 그걸 파고들려고 했는데 좌천당했다고 하더군.”
“좌천?”
“그래, 원래 강력계였는데 갑자기 좌천된 모양이야.”
노형진은 머릿속에서 비슷한 사건을 찾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비슷한 사건을 떠올렸다.
“혹시 그거, 가출 청소년한테 뒤집어씌운 사건 아닙니까?”
“뒤집어씌워?”
“아니, 뒤집어씌운 게 아니라 가출 청소년이 잡혀간 사건 맞죠?”
“맞네.”
‘맞네.’
노형진은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노형진이 해결했던 다른 사건, 그러니까 살인범의 자수 민사소송 사건과 닮아 있었다. 경찰이 오로지 공적을 위해서 범인을 만들어 낸 사건.
‘이게 해결된 게 2019년이었지, 아마?’
형량이 끝나고 피해자가 풀려난 후에 재심을 통해서 진실이 밝혀진 사건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 누군가 수사해서 진짜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범인을 풀어 줬다는 말도 들었다.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사건에서 기억하는 것은 그냥 뉴스에서 본 정도였다. 다만 그 당시 본청에서까지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는 증거가 나왔다는 정도였다.
‘흠…….’
“왜 그러나?”
“아닙니다. 그 사람을 만나 보고 싶군요.”
“그런데 가능하겠나?”
“글쎄요…….”
노형진은 영 찝찝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본청에서 나서서 그 수사를 했던 수사관을 강력계에서 파출소로 좌천시켰다는 그 기억.
‘본청이라…….’
본청이라는 건 절대로 단순히 지역 단위 경찰이 아니다. 본청이란 말 그대로 본진, 즉 경찰청을 뜻한다.
‘도대체 왜?’
본청이 지방에 사건을 감시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설사 한다고 해도 그걸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그 당시에 분명히 본청에서 간부가 군산으로 왔단 말이지?’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그 경찰의 좌천이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상식적으로 본청의 간부가 군산같이 지방에 서장으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며, 하물며 그 사람이 오자마자 특정 사건을 덮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더더욱 드물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일반 승진도 아니고 간부가 직접 서장으로 내려왔다가 사건을 덮고 다시 올라갈 정도면 그 뒤가 어마어마하게 구리다는 거다. 지난번처럼 어쭙잖은 경찰들이 그냥 자기들 실적을 위해서 범인을 만든 건 아니라는 뜻.
“해 볼 건가?”
송정한은 무심하게 물어봤다. 하긴 그는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해서 경찰청이 직접 움직였다는 것을 모른다.
‘이건 모른 척 넘어가자.’
괜히 말하면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 노형진은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해야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김성식 변호사님의 손을 좀 빌리고 싶은데요?”
“김 변호사를?”
“네, 아무래도 그의 힘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그걸 느끼고 있었다.
* * *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김성식입니다.”
“황극환입니다.”
피곤한 얼굴의 남자는 얼굴을 문지르면서 말을 꺼냈다.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는 방법이 없어서.”
“파출소로 좌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파출소로 쫓겨났습니다.”
“흠…….”
김성식도 그걸 들으면서 이상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그는 강력계다. 세상 천지에 강력계를 난데없이 파출소에 처박아 두는 법은 없다. 아무리 징계가 강해도 경찰서 내부에 다른 부서로 보내는 정도인데, 파출소라니.
“뭔가 이상하군요. 제 경험상 그런 일은 극히 드문데요.”
‘역시.’
노형진이 김성식을 부탁한 것은 그가 이런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사건 전반에 대해서 듣기도 전에 사건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상한 겁니다.”
황극환도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그 사건이 이상한 것 같아서 수사하기는 했지만 이게 그렇게 죽일 놈을 만들 일은 아니거든요. 물론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찰 노릇만 20년 넘게 했습니다. 살다 살다 사건 수사했다고 좌천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하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포기 못 하신다 이건가요?”
“네.”
“그렇군요.”
노형진은 그를 만나기 전에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몇 가지 기억을 더 떠올릴 수 있었다.
‘확실히 황극환은 정년퇴직할 때까지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어.’
경찰청에서는 결사적으로 그를 내치려고 했다. 단순히 파출소에 쫓아낸 정도가 아니라 별의별 핑계를 다 대면서 그를 징계했다. 한때 표창까지 받던 그가 갑자기 수차례의 징계 덕분에 1년 가까이 감봉받기도 하고 2개월간 정직되기도 하는 등 온갖 고초를 다 겪었다.
“그럴수록 오기가 더 생기더군요. 하지만 솔직히…… 말할 곳이 없었습니다.”
경찰청 내부에서 감추려고 매달리는 사건인 만큼 한낱 경찰인 그로서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상 포기한 채로 지금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새론에서 해결한 사건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찰이 조작한 사건을 새론에서 해결했더군요.”
“그러면 찾아오시지요?”
“저는 당사자도 아니고…….”
말을 흐리는 황극환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사자도 아니라서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선임할 만한 돈도 없다. 가뜩이나 박봉에 몇 번이나 감봉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평등재단을 찾아갔습니다. 혹시 거기에서는 어떻게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리고 평등재단에서는 그를 새론에 소개시켜 준 것이다.
“일단 자세한 기록은 말로 설명해 봐야 의미가 없어서 여기 서류로 다 준비했습니다.”
그는 제법 두툼한 서류를 노형진과 김성식에게 건넸다. 노형진은 그걸 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합니다. 이제 이걸 두고 가시면 됩니다.”
“네?”
고개를 갸웃하는 황극환.
“황극환 씨는 여기 온 적도 없고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사건은 제 원한이 맺힌 사건입니다.”
발끈하는 황극환. 하지만 듣고 있던 김성식은 그를 말렸다.
“그래서 물러나시라고 하는 겁니다. 공식적으로 이건 황극환 씨가 가지고 온 사건이 아닙니다. 만일 황극환 씨가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하면 어떤 보복이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보복요?”
“네, 극환 씨도 이상하다는 거 느끼셨잖습니까?”
황극환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확실히 사건을 수사하는 게 편해질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는 현직 경찰이니까. 하지만 그건 자기들 편하자고 황극환의 삶을 망가트리는 일이다.
“만일 우리가 황극환 씨로부터 사건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최악의 경우 해직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연금도 압류당할 겁니다.”
황극환은 움찔했다. 경찰은 힘들고 박봉에 욕먹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것은 퇴직 후 받는 연금 때문이다.
“그 정도라고요?”
“그 정도로 위험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꿀꺽…….”
황극환은 침을 삼켰다. 김성식은 잠시 노형진을 바라보다가 다시 황극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동의합니다.”
“김 변호사님도요?”
“저도 검찰에서 올해 있어서 압니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은 심각하죠. 그런데 내부 고발도 아니고 어떤 사건을 재수사한다고 파출소로 좌천해 버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렇다는 건?”
“어찌 되었건 이게 경찰의 역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그걸 건드리면 어떤 보복이 올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황극환은 침묵을 지켰다. 그도 경찰이다. 그러니 노형진과 김성식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리 없다.
“그래도 전 하겠습니다.”
“황 형사님.”
“도둑놈 열 놈을 놓쳐도 억울한 피해자 한 명을 만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 거 무서워하면 경찰 못합니다.”
그의 확실한 신념.
‘좋은 사람이기는 한데.’
경찰 내부에서는 흔하지 않은 좋은 사람이기는 하다. 그래서 노형진은 그가 안타까웠다.
“그러니 그 부분은 저희한테 맡겨 주십시오. 황극환 씨가 피해를 입으면 다른 사람을 구할 기회도 놓치게 되는 겁니다.”
“음…….”
“우리는 진짜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하는 겁니다. 황극환 씨도 선량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고요. 그런데 어떻게 황극환 씨에게 피해만 강요하겠습니까?”
“하지만…….”
“황극환 씨의 도움 없이도 해결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진짜 방법이 없으면 그때 부탁드리겠습니다.”
노형진이 간곡하게 말하자 그제야 황극환은 뒤로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간신히 황극환을 설득해서 보내고 난 후 노형진은 제법 많은 수사 기록을 사이에 두고 김성식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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