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5)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재판. 두 천재의 싸움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방청하러 온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그걸 보고 힐끗 상대방 변호사를 본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얼었군.’
척 봐도 이은영은 얼어 있었다. 안 봐도 뻔했다. 지금까지 해 본 사건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나름 천재 소리를 들으면서 일단 작은 사건 몇 개를 해결했을 테지만 이렇게 주변의 관심을 받는 사건을 맡는 건 처음일 것이다. 그저 간단한 사건이라고 수임했는데 전 수석 졸업자라니. 그것도 작년이다. 작년 수석 졸업자가 상대방이 되어 버리니 호사가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관심을 처음 받은 그녀는 얼어붙은 것이다.
“원고 측 변호인, 진술하세요.”
“친애하는 재판장님, 이번 사건은 피고 서무학이 원고 측의 개 럭키가 사망하자 해당 개의 무덤을 도굴한 다음, 무단으로 사체를 절취하여 식용으로 사용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개고기를 사고파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며 사건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서 럭키의 판매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고 측은 판매를 거부하였고 그 와중에 럭키가 사망하자 해당 무덤을 도굴하여 럭키의 사체를 무단으로 절취하여 식용으로 판매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입니다. 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바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이은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길 수 있을까?’
전설까지는 아니지만 노형진이 이룩한 업적은 사법연수원에서 제법 유명했다. 아무래도 재판을 대비하는 곳이다 보니 일종의 가상 법원 같은 곳을 만들고 연습도 하는데, 그곳에서도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이도 어린데.’
나이가 어린 것은 둘째 치고 그의 전적은 화려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대룡에서조차 그를 관심 있게 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이길 수 있다.’
그녀는 당차게 일어났다. 어차피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면서 말이다.
“재판장님, 이번 사건에서 피고는 확실히 럭키의 사체를 취득하여 가공해서 판매하긴 하였습니다. 하나 해당 개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즉, 해당 개의 사망으로 인해 원고의 소유권은 소멸된 상태이며 이를 묻는 순간, 즉 폐기하는 순간 그 소유권 역시 포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묘에 대한 보호는 인간을 대상으로만 성립되는 바, 해당 분묘의 파손 및 절취에 대한 손해배상은 부당하다 할 것입니다.”
‘쯧쯧쯧.’
노형진은 그걸 보고 혀를 찼다.
‘내가 언제 분묘의 파손에 대해서 따졌냐?’
분묘의 보호는 인간에 대해서만 해당된다. 개의 분묘까지 보호해 줄 정도로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노형진은 그 부분은 소장에 넣지도 않았는데 그쪽에서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아직 애송이네. 그러고 보니 변호사로서 공격하는 건 처음인가?’
생각해 보니 노형진이 변호사로서 원고 측에 서서 제대로 공격하는 건 처음이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여러 번이지만.
‘내가 불쌍해서 살려 준다.’
당당하게 말하고서는 자기가 잘한 건가 고민하는 이은영을 보고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저는 분묘의 파손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만?”
“아…….”
그 말에 아차 하는 얼굴이 되는 이은영.
“그 부분은…… 철회하겠습니다.”
사실 잡고 늘어지려면 못 할 건 없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건수도 있는데 사소한 걸로 재판을 질질 끌고 싶지는 않았다.
“흠…….”
판사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가 봤을 때는 양측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양측 다 자기주장을 한번 해 보세요.”
드디어 시작된 싸움. 노형진은 앞으로 나가서 이은영을 바라보았다.
“피고 측 변호인, 변호인의 주장은 사망과 동시에 그 소유권이 소멸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개는 법적으로 어떠한 것입니까?”
“그거야 소유물입니다. 그러나 개가 사망하였으니 그 소유권이 종결된 것입니다.”
‘걸렸다.’
저들의 주장에는 논리적인 오류가 있었지만 그들은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이번 공격의 핵심이었다.
“그렇습니다. 개는 법적으로 소유물 객체입니다. 애견인들의 주장이야 어떻든 간에 법적으로는 그저 물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은영이었다.
‘왜?’
자기들한테 불리한 말을 하는 변호사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물건의 소유권의 소멸이 언제인지 봐야 할 것입니다. 만일 제가 가진 핸드폰이 고장 났다면 그건 가치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가진 핸드폰의 소유권은 소멸한 것인가요?”
그 말에 이은영은 아차 했다. 자신의 말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만일 생명체로 본다면 소유권을 운운하기가 곤란해진다. 즉,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 포기 주장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물체로 본다면 죽든 말든 그 소유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은 논리적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핸드폰은 고쳐 쓸 수 있지만 개는 아닙니다. 사망하면 부차적인 이용 방법이 없습니다.”
“부차적인 이용 방법이 없다고요? 피고가 해당 개의 사체를 절취하여 가공·판매한 것은 사용한 것이 아닙니까? 또한 동물의 경우, 박제를 통하여 과거의 형태를 유지한 채로 보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탄소 기반 석화 작업을 통하여 보석화시킬 수 있습니다.”
“보석화?”
“참고 자료로 제출합니다. 반려견 또는 반려짐승의 사체를 소각 후, 탄소 결정화하여 보석으로 만드는 업체의 팸플릿입니다. 보다시피 애견이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체가 완전히 썩어서 소멸하지 않는 이상 그 사체에 대한 이용은 가능하니 사망과 동시에 그 소유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멍해진 이은영이었다. 선배들로부터 괴물 같은 사람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완전히 예상했다는 소리잖아?’
지금 그의 주장은 자신이 한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현장에서 생각한 거라면 저런 팸플릿이 있을 리가 없다. 즉, 그는 자신이 이런 주장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그걸 반박하기 위한 자료를 가지고 온 것이다.
“피고 측 변호인, 할 말 없습니까?”
“그게…….”
뭐라고 반박해야 하는데 자신의 논리가 막혀 버렸기 때문에 뭐라고 할지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었다.
‘경험 부족이군.’
누가 봐도 경험 부족으로 인한 모습이었기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쩐지 이름이 기억이 안 나더라.’
변론하다 보면 역공당하는 건 부지기수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당황해서 허둥거리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법연수원에서 가상 재판을 한다지만 그건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현실의 재판과는 전혀 다른.
“없습니다.”
결국 반격하지 못하는 이은영. 그게 그녀의 실수였다. 노형진은 그 틈을 노리고 치밀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체의 소유권은 아직까지 원고인 고광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이 그에게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관리를 포기한 이상, 그 권리 또한 포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예 소유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다가 안 될 듯하니 아예 노선을 바꿔 버리는 이은영.
‘생각보다는 적응이 빠른데?’
패닉에 빠져서 방어 방법을 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찾아냈다. 즉, 점유를 포기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관리의 개념부터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리라는 것은 해당 물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원고는 럭키의 사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무덤의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해당 사체를 넣었습니다. 또한 외부에 폐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 내에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럭키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소유 대상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여 관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고의 변호인은 점유를 포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까도 말했다시피 무덤을 만들고 관리했다는 것 자체가 점유를 포기한 것이 아닌 단순한 점유 장소의 변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노형진의 말에 판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걸 본 이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저 논리를 어떻게 깨란 말이야?’
철저하게 논리적인 공격이다.
“피고 측 변호인, 할 말 없습니까?”
“하지만 무덤을 만든 이상, 점유를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점유 이탈이라는 것은 해당 물품에 대하여 완전히 관리가 불가능해질 때 성립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고 측은 해당 무덤을 원고가 소유한 토지에 만들었고 그 위치는 원고의 집에서 채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게 과연 점유 이탈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그 말에 이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
“피고 측, 할 말 없습니까?”
“없습니다.”
“원고 측은?”
“없습니다.”
“그럼 다음 변론 기일을 잡겠습니다. 다음 기일은…….”
“대단하네요.”
결국 이은영은 찍소리도 못 하고 나갔다. 무태식은 그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천재라고 불리던 사람이니 어느 정도 대항은 할 거라 생각했는데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한 것이다.
“실력 부족입니다.”
“실력 부족?”
“사법시험부터 사법연수원까지 그저 달달 외우면서 공부하는 형태이다 보니 통찰력이 부족해지죠. 그러니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지 못한 겁니다.”
“아.”
하긴, 무태식 역시 마찬가지다. 노형진과 함께 여러 사건을 할수록 그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그가 법전을 달달 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자체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는 어떤 법이 있고 해당 사건이 어떤 조항에 해당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지를 알고 있다.
“그럼 이은영은 다음에 어떻게 할까요?”
“아마도 지속적으로 점유 이탈물 횡령을 주장하겠지요. 사실 자기 토지 내부에 있다고 해도 스물네 시간 내내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그런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 건 아닐 텐데요?”
어찌 되었건 점유 이탈물 횡령이라고 할지라도 손해배상은 피할 수 없다. 점유이탈물횡령죄라는 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배상액을 줄이려고 하는 데에 집중할 겁니다. 그녀에게는 그게 최선이니까요.”
“그럼 노 변호사님은요?”
“복수해 드려야지요.”
“네?”
형진은 그동안 몇 가지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주변에서는 제법 유명한 개장수라는 것을 말이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수임받은 건 단순히 승리가 아닙니다. 복수죠.”
“하지만 법률상 복수는…….”
“압니다. 불법이죠. 하지만 법적인 복수는 합법입니다. 제대로 민사재판하는 거 못 보셨죠?”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민사는 상당히 많은 사건이 복수입니다. 금전적인 보상을 원하는 깔끔한 사건이 아니에요.”
“네?”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것 역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시게 될 겁니다.”
민사사건의 대부분은 사실 그 피해에 대한 배상보다 심리적 고통에 대한 배상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고 변호사를 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민사의 상당 부분이 법적인 복수를 원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감정적 충돌이 있는 사건을 맡아 보지 않은 무태식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
고광수는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가족이었던 럭키에 대한 복수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변호사는 승리보다는 복수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럼 단순히 배상금을 받는 게 아니라 복수해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슨 수로요?”
민사에서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뻔하다.
“이런 경우에는 민사소송이라는 것은 일종의 도구가 되는 거죠.”
“도구? 결판을 내는 현장이 아니구요?”
“네, 유능한 변호사는 모든 걸 도구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전히 무태식은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은 재판이 없는 날을 이용해서 고광수의 주변 동네로 향했다.
“그 인간? 하긴, 개고기라면 환장했지.”
여기저기서 들리는 사람들의 의견. 그들의 의견은 비슷비슷했다. 개고기라면 환장한다, 안하무인이다, 배운 게 없어서 무식하다 등등. 그러나 노형진이 노리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죽은 개?”
“네.”
노형진이 알아보고 다니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은 개였다.
“죽은 개야 많지.”
“그럼 그중에서 이상하게 죽은 개도 있습니까?”
“이상하게 죽은 개라니?”
“가령 급사한 개라든가.”
“급사라.”
“개도 급사를 하나?”
“좀 덩치 있는 개들로요.”
“덩치 있는 개들?”
“그렇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남자. 그런데 그 옆에서 듣고 있던 남자가 끼어들어 참견했다.
“아! 거 있잖아, 최씨네. 김씨네도 있고.”
“그러네! 그러고 보니 박씨네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어?”
하나가 기억나기 시작하자 봇물 터지듯이 떠오르는 기억들. 그리고 그 얘기들을 들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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