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60)
“연예인이라는 년이 왜 이리 독해.”
“그년 나오라고 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인간들. 그들은 다름 아닌 고소당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었다.
“하아.”
노형진이 이렇게 한숨을 쉬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망할 놈들을 어쩐다.’
이 녀석들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용서를 요구하고 있었다. 연예인이니까. 그리고 고소당한 사람이 학생이니까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면서 마치 자신들의 권리를 찾듯이 용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친 새끼들. 용서는 구하는 거지,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용서를 요구하는 건 두 가지 때문이었다. 기부를 해야 하는 100만 원이 아깝거나 반성문을 쓰는 것이 자존심 상하거가.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자신들이나 자신들의 아이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합의 조건 아니면 합의 없습니다. 보아하니 다들 좀 사시는 분들 같은데 그냥 좋은 데 쓴다고 하고 기부하세요. 좋잖습니까? 그리고 기부한 거 손해도 아니잖습니까? 여러분들이 기부한 거 세금 공제되는 거 아시죠?”
공식적으로는 합의금을 기부하는 거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기부한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받는다. 즉, 100만 원 어치 세금을 안 내는 것이다. 당연히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어린년이 괘씸해서 그래.”
“맞아. 나이도 어린년도 돈독이 올라서는.”
“돈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어찌 되었건 페이백으로 돌려받을 거 아냐.”
‘아니, 우리가 자기들 같은 줄 아나?’
노형진이 발끈하려는 찰나, 더 웃기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 되겠습니다. 우리, 그년의 집으로 갑시다.”
“그럴까요?”
“가서 사과라도 받지 않으면 화가 나서 잠도 못 자겠어요.”
“우리 딸이 지금 화가 나서 얼마나 방방 뛰는지 알아요? 당장 그년 집으로 가서 끌어내서 사과하라고 합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심지어 그들은 강수련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이런 미친 새끼들.’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입을 쩍 벌리는 노형진. 그들은 그런 노형진을 내버려 두고 강수련을 욕하면서 몰려 나갔다.
“진짜 우리 집으로 가는 거예요?”
눈치를 보면서 안에 있던 강수련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마도 과거 주소로 가겠지.”
“과거주소?”
“그래, 네가 이사한 곳은 저들도 모를 거야.”
안전을 위해서 현재 강수련이 이사 간 새로운 집 주소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 소속사가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과거 강수련의 주소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뜨니 그쪽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진짜 저거 두고 볼 건가?”
송정한 변호사도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살다 살다 뻔뻔한 인간을 많이 봤지만 거참…….”
자신들이 가해자다. 그런데 가해자인 주제에 도리어 반성은커녕 강수련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
“잘만 하면 합의금 달라고 하겠는데요.”
“절대 그 말이 농담으로 안 들리네.”
노형진은 농담 삼아 한 말일지 모르지만 송정한이 봤을 때는 저런 인간들이면 그러고도 남을 듯했다.
“어떻게 그냥 둘 건가?”
“그럴 리가요. 전에 언론에도 말했지만 다른 조건으로는 합의 안 합니다. 저쪽에서 거절했으니 당연히 우리가 역관광으로 영혼을 털어 줘야지요.”
“하지만 어떻게?”
“잘요.”
“그래?”
송정한은 그들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쯧쯧, 영혼도 안 남겠구만.”
그리고 그건 절대 농담이 아니었다.
* * *
“야, 너 아직 합의 안 했다면서?”
“엄마가 그년 끌어다가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든대.”
“헐…… 하긴 너희 엄마는 그럴 만하지.”
백혜선은 친구들과 깔깔거리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페가수스의 운영진인 그녀의 어머니는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이다. 아파트에서도 부녀회장을 하면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백혜선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다 해결한다면서 쫓아다니고 있었다. 엄마의 힘을 알고 있는 백혜선은 두려울 게 없었다.
“기다려 봐. 그 년이 나타나서 나한테 잘못했다고 싹싹 빌 거야. 그러면 인터넷에다가 찍어서 올려야지.”
“너무한 거 아냐? 그래도 변호사도 있는데.”
“어쩔 건데? 우리 아빠가 방송국 PD야. 그런 년 출연 금지시키는 건 일도 아니라고, 깔깔깔, 진짜 웃겨. 우리 오빠들도 제대로 모르는 년이 무슨 연예인이야?”
“그러게?”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사회와 세상에 대해서 눈치챌 정도는 뻔하다. 그리고 방송국 PD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다려 봐. 조금 있으면 내 앞에서 질질 짜면서 빌 테니까.”
“그럼 봐줄 거야?
“미쳤어? 우리오빠한테 꼬리를 치는 미친년인데.”
백혜선은 절대로 강수련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미성년자에게 무척이나 관대하다. 이미 자신은 집행유예가 나왔다. 자신이 처벌받을 일은 없는 것이다.
“호호호.”
그녀는 웃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엄마. 내가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
일단 엄마인 걸 확인하고는 버럭 화내는 백혜선. 그런데 그다음에 들린 말은 강수련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혜련아! 지금 큰일 났다!”
“응?”
“집에 압류가 들어왔잖어!”
“아니,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압류가 들어오다니? 왜 압류가 들어와?”
“그 강혜선인지 뭔지 하는 년이 압류를 걸었어!”
어머니의 말에 백혜선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데, 나 먼저 갈게.”
그녀는 친구들에게 말하고는 황급하게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건장한 사람들이 집안에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고, 아이고! 안 돼! 혜선아, 이게 무슨 일이니? 응?”
그녀의 어머니는 백혜선을 보자마자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다짜고짜 몰려온 사람들이 갑자기 법원 명령이라면서 집에다가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법원 명령의 가해자는 다름 아닌 딸인 백혜선이었다.
“이게 무슨……. 아저씨! 뭐예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백혜선은 다급하게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사람, 즉 노형진은 웃으면서 그녀에게 법원의 명령서를 보여 줬다.
“보다시피 법원 명령으로 가압류 중이란다.”
“네?”
“왜요?”
“글쎄, 이집에 있는 누군가가 탤런트 강수련을 모욕하면서 허위 사실 유포를 했거든. 그래서 압류하는 거지.”
백혜선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자신이다. 물론 노형진도 그걸 알고 있다.
“그…… 그건…….”
“그래그래, 말 안 해도 안다. 네가 한 거겠지.”
“근데 왜 우리 집 재산을 압류해요!”
“현행법상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부모가 책임지게 되어 있거든. 형법적으로 대신 감옥에 갈 수는 없지만 민법적으로는 그 손해배상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인터넷에 써 둔 말 때문에 자신의 집에 압류가 들어왔다는 소리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 있지.”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그녀는 억울하겠지만 그게 법이다. 사실 모욕당하는 연예인들이 참아서 그렇지, 끝까지 싸우려고 한다면 연예인들이 불리할 건 하나도 없다.
‘어차피 형사로 가 봐야 의미 없다.’
형사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검사와 판사의 판단을 따른다. 그들에게 피해자의 의견은 전혀 의미가 없다. 당장 이번 사건만 해도 수천 명을 고소했는데 벌금이 나온 사람은 채 서른 명도 안 된다. 나머지는 모조리 집행유예다. 하지만 민사는 다르다.
“현행법상 모욕 및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에 관해서 처벌할 때는 상대방이 얼마나 잘 알려지고 유명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지.”
노형진은 멍하니 정신이 나가 있는 백혜선을 보면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백혜선을 가장 처음 타깃으로 잡은 건 그녀가 단순한 악플러가 아니라 사실상 소문을 생산하는 최초 유포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PD라는 특성상 더 신빙성을 가지고 더 빠르게 퍼졌다.
“그리고 강수련은 만구파 사건으로 전 국민들 알고 있는 사람이고 스스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만구파로부터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탈출해서 세상에 만행을 알린 아이야. 그리고 지금은 연기자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대한민국 사람 중에 과연 강수련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백혜선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장담하는데 대한민국 사람 중에 강수련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도 만구파 사건은 너무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영웅적 모습 덕분에 쉽게 연예계에 들어온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강수련에 관해서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를 했을 경우 과연 배상금이 얼마나 나올까?”
“…….”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노형진은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못해도 3천 이상은 나올 거다.”
그 말을 들은 백혜선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풀리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 * *
“아차 싶은가 보네.”
노형진은 이제 와서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렇겠지요.”
쉽게 봐주는 듯하니까 만만하게 본 것이 그들의 실수다. 그러나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순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섭다고.
“그래서 전부 가압류한 건가?”
“네.”
“100만 원이면 무척이나 싼 건데 말이지.”
“그렇지요.”
노형진이 백혜련에게 말했던 대로 대한민국에서 명예훼손은 손해배상 규모는 상대방이 얼마나 유명한가에 따라서 바뀐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강수련은 엄청나게 유명하다.
“결국 그런 사람이 있는 법이지요.”
목이 칼이 들어오기 전에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기회를 줘 봐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 전 재판 다녀오겠습니다.”
노형진은 송정한에게 말하고 바로 재판정으로 향했다. 오늘은 명예훼손을 한 사람에게 민사하는 날이었다.
‘완전히 똥 씹은 얼굴이구만.’
노형진은 피고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100만 원이 아까워서 끝까지 자기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버텼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변호사만 못해도 400만 원은 줬을 테니 똥 씹은 얼굴일 수밖에 없다.
“재판장님, 이번 사건에 대해서 피고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고 측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대방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강수련이 무리한 요구를 해서 합의하지 못했다는 건데, 노형진으로서는 기가 막힌 말이었다.
“재판장님, 피고 측 변호사에게 한마디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피고 측 변호인, 그래서 이번 선임료 얼마 받았습니까?”
“네?”
“선임료 말입니다.”
“그거야…….”
말하지 못하는 피고 측 변호인. 합의금의 조건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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