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64)
“아오, 진짜 팀장님. 오늘은 다른 것 좀 먹어요.”
“다른 거 뭐?”
“뭐든요! 하다못해 햄버거라도 먹어요. 며칠째 과자만 먹었다고요.”
“하아.”
황 팀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아무리 일이 좋아도 몸이 상할 수는 없지.”
며칠간 그렇게 과자만 먹었더니 입맛이 없어서 당연히 아무것도 안 먹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질려 하는 얼굴이었다.
“이미 몸은 상했다고요.”
“내 목구멍은 어쩔 거예요······. 에효, 불쌍한 내 목구멍.”
“끄응······.”
반쯤 농담 삼아 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리 바로 토해 낸다고 하지만 그렇게 한번 토하고 나면 목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니까 일 끝나면 한동안 휴가이지 않나? 병원비도 회사에서 지원하고.”
“젠장······ 그냥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게 낫지······.”
“맞아요. 이게 뭔 꼴이야.”
툴툴거리는 직원들. 그들은 며칠간 제대로 된 밥도 못 먹어서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알았다, 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오후는 쉬고 저녁때 제대로 된 밥을 먹으러 가자고.”
“우와!”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가면 안 될까요?”
“지금 다들 배가 물과 과자로 꽉 차 있을 텐데?”
“아······.”
그걸 토해 낸다고 해도 뒤집힌 배를 진정시키려면 못해도 세 시간은 지나야 한다.
“과자는 여기까지.”
“우와!”
“난 돌아가면 당분간 과자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아민 양, 그래도 과자 아주 끊겠다는 소리는 안 하네?”
“호호호.”
웃는 사람들.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씩 웃었다.
“그러면 제가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 드리지요.”
“오, 노 변호사님이 알고 계시는 곳이 있나요?”
“그럼요.”
회귀 전에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노형진이다. 물론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앞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끝내주는 스테이크집이 있습니다. 과자는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이니까 단백질을 좀 채워 넣지요.”
다들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침 흘리는 인간은 과자 먹인다.”
그걸 본 황문서가 장난삼아 한 말에 다들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 * *
“우와!”
스테이크를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스테이크라는 것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스테이크의 상식을 뛰어넘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파는 스테이크의 두 배도 넘겠어요.”
김아민이 탄성을 지르자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미국 사람들은 고기를 좋아합니다.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대식가이기도 하고요. 결정적으로 고기가 싸죠.”
“아······ 하긴.”
한국에서 가장 비싼 소고기는 당연히 한우다. 그리고 가장 싼 소고기는 호주산이다.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이 안 되고 있는데 호주산보다 훨씬 싼 것이 미국산이다. 그것도 수입 비용과 이런저런 이윤을 포함하고 나서도 싼 것이다.
“우리가 과자를 수입하려고 하는 것과 똑같지요.”
노형진의 말에 황문서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싼 가격에 수입해서 팔면 성화는 버티기 힘들 게 뻔하다.
“그러니까 부담 없이 드세요. 그리고 이곳은 스테이크로 유명합니다.”
“그래요?”
“네.”
다들 나이프와 포크를 쥐고 고기를 썰어서 입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감동적인 얼굴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이게 오리지널 스테이크구나······. 처음 먹어 봐요.”
“맛있죠?”
노형진도 빙긋 웃었다.
‘하긴 나도 회귀 전에는 여기서 적지 않게 먹었으니까.’
회귀 전에는 이곳에서 여러 번 고기를 먹었다.
‘그나마 지금은 그때처럼 바글거리지는 않네.’
이곳은 회귀 전에는 엄청나게 손님이 많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직까지 그렇게 유명한 곳이 아닌지라 그다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새로 연 지 6개월밖에 안 된 스테이트집이다 보니 아직까지 사람이 많이 알지 않았던 것이다.
“반갑습니다.”
노형진 일행이 와서 먹고 있자 주방에서 나오는 인심 좋아 보이는 남자. 그는 노형진 일행을 보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열 명이 넘는 단체 손님은 처음 받아 보는군요. 반갑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특별히 주방에서 나온 모양이었다.
“뭐래요?”
“단체 손님이 처음이라고, 반갑답니다.”
노형진은 중간에서 통역해 준 뒤, 그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스테이크가 무척이나 맛있네요. 이런 곳은 흔치 않은데요.”
“하하하, 우리 집이야 뭐 스테이크집이니까요. 스테이크는 양념이 어쩌고저쩌고하는 게 아니라 고기 맛 그 자체를 즐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긴.”
스테이크는 그다지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스테이크 소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찍어 먹는 수준이지, 고기 맛 자체를 가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고기 그 자체로만 승부를 보거든요.”
“하긴 그게 정답이죠.”
노형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기 맛이 없으면 아무리 양념을 해 봐야 스테이크는 맛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24개월 미만 블랙 와규만 씁니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주인장. 그런데 그걸 듣고 있던 황문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와규는 일본산 소 아닙니까?”
그는 책임자이자 팀장이다 보니 영어에 능통했다. 다른 사람들은 미각을 보고 데리고 온 거지만 그는 일을 진행해야 하니까.
“아,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이 일본보다 많을걸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주인장.
“네?”
“그럴 겁니다. 일본 와규는 맛있기로 유명하지요. 그래서 와규 품종을 미국으로 들여와서 많이 키웁니다.”
노형진이 이해 못 하는 황문서 팀장에게 설명해 주자 그제야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가요?”
“이런 일은 흔합니다. 미국에는 한우를 키우는 곳도 있습니다.”
“허······.”
“사람들의 입맛은 뭐랄까······ 간사하거든요.”
“입맛은 간사하다라······. 이해했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황문서였다.
입맛은 간사하다. 맛있는 집은 홍보를 안 해도 흥하고, 맛없는 집은 아무리 홍보해도 망한다. 인간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맛있는 것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도 그 부분이 참 곤란하지요.”
황문서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아무리 잘 가지고 간다고 해도 결국은 해외의 낯선 과자들이다. 한국에서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기를 무심결에 입에 넣다가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문득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좋은 생각요?”
노형진이 뭔지 알아차렸다는 얼굴이 되자 황문서는 기대되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하하하, 그건 나중에 하고 오늘은 고기나 먹읍시다.”
잠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일이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계획은 착착 만들어지고 있었다.
* * *
“아, 또 과자다······.”
“우우······ 고기······ 고기······.”
“시끄러워. 제대로 고르면 거기 한 번 더 먹으러 갈 거니까 열심히 먹으면서 골라.”
“이건 식고문이야.”
“해병대 제대하고 나서 이런 거 안 당할 줄 알았는데······.”
툴툴거리면서 모여 앉은 직원들. 그들은 봉투에 가득한 과자를 와르르 쏟아 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뭐야?”
“아니, 오늘 담당 누구야? 왜 과자 잘못 사 왔잖아!”
“어? 그러네? 뭐야?”
직원들은 당황해서 황문서 팀장을 바라보았고 황문서도 당황했다. 거기에는 미국산 과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산 과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아니, 한국 과자가 더 많았다.
“오늘 담당 김아민 씨 아닌가?”
김아민은 황급하게 손을 저었다.
“아니, 저기 이건······.”
노형진은 그녀가 곤란해하기 전에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진정하시고 일단 드셔 보세요.”
“엉?”
“진정하시고 드셔 보세요. 계획이 있으니까요.”
“아니······ 국산 과자야 뭐······.”
한국에서도 질리게 먹은 과자들이다. 더군다나 노형진이 사 가지고 온 과자들은 다름 아닌 성화에서 나오는 과자들이다.
“일단은 먹어 봐요.”
“움······.”
무심결에 초코 과자를 하나 까서 입에 넣던 김아민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
“왜 그래요?”
“이거 한국하고는 맛이 다른데요?”
“오잉?”
다들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걸 하나씩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러지?”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초코 과자다. 그런데 맛이 완전히 달랐다.
“이상하네요.”
“우리가 그동안 너무 미국산만 먹어서 그런가? 훨씬 맛있어요.”
우걱거리면서 먹는 사람들. 순식간에 사 가지고 온 샘플이 바닥을 드러냈다.
“다음은 이겁니다.”
노형진은 다른 국산 과자를 꺼내 들었다. 당연히 성화에서 만든 것이다.
“움······ 이건 맛은 똑같은 것 같은데?”
“양은 많네요.”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양이 많은지 거의 한국산의 두 배 이상 되는 듯 했다.
“그럼 이건?”
노형진은 그렇게 국산 과자들을 건넸고 사람들은 그걸 주는 대로 먹었다. 그리고 그걸 다 먹고 나서야 황문서는 노형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도대체 성화의 과자는 왜 사 오신 겁니까?”
“수입하려고요.”
“네?”
노형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수입하려고 성화 과자를 사오다니? 자신들은 성화를 타도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정작 성화의 과자를 수입하자고? 그것도 한국에 있는 과자를?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노형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황문서는 진지하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 일단 순수하게 과자만 보면 어떻습니까?”
“음······.”
“맛있기는 하더군요. 미국 와서 그런가?”
“초코 과자는 맛있는데 이건 양은 많은데 맛은 똑같은 것 같아요.”
“아, 이 과자는 브랜드명은 똑같은데 한국에는 없는 과자이네요. 칠리 맛? 하여간 맛있는데요?”
다들 긍정적인 얼굴이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이 초코 과자의 경우 국산은 준초콜릿이고 미국산은 진짜 초콜릿이거든요.”
“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준초콜릿과 초콜릿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초콜릿은 코코아 매스와 코코아 버터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러한 코코아 매스와 코코아 버터는 당연히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코코아 가루와 팜유로 비슷하게 맛을 낸 것이 준초콜렛이다.
“헐?”
“그럼 한국에서 먹은 건?”
“쉽게 말해서 가짜 초콜릿이죠.”
“으엑?”
“와, 너무하네.”
다들 발끈했다.
“미국은 이런 쪽으로 규정이 엄격합니다. 준초콜렛이 들어간 과자는 초콜릿이라는 이름 자체를 못 써요. 한국으로 보면 바나나 맛 우유랑 비슷한 거죠. 정작 바나나는 안 들어가지만요.”
“음······.”
“그러다 보니 여기에서 수출해야 하는 과자는 준초콜릿이 아니라 진짜 초콜릿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왜 국산보다 싼데요?”
노형진과 함께 과자를 사 온 김아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딱 봐도 국산보다 가격도 싼 데다가 양도 많다.
“미국은 질소가 더 비싼가 보지, 뭐.”
어떤 남자 직원이 툴툴거렸다. 진짜로 질소가 비싸서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음식으로 장난치다가 걸리면 징벌적 배상으로 인해서 엄청난 배상을 해 줘야 할뿐만 아니라 애초에 판매 허가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