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69)
물론 아예 기업 자체에서 하는 거라면 돈 걱정이야 없겠지만 성화의 경우 대리점 형태로 운영이 되면서 공급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구해야 한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런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분명히 새로운 대리점을 구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계약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후후후.”
유민택은 그런 점을 예상하고 노형진과 함께 해당 지역에서 그런 공간으로 쓸 수 있는 부분들을 모조리 선점했다. 물론 그 많은 물량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공간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들에게 찾아가서 새론, 또는 새론과 거래하겠다는 사람이 찾아올 경우 그들과 거래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계약하면 1천만 원 주겠다고 한 것이다. 만일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접근한다면 그들이 주겠다는 돈의 30%를 더 주겠다고 했다. 저쪽은 개인인 만큼 그 돈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는 대기업이다. 작은 가게의 월세의 30% 정도는 충분히 올려 줄 수 있다.
“그러면 몇 달간 제대로 공급이 이루어질 수가 없지.”
“그렇게 되면 성화로서도 별수 없지요.”
두 사람은 눈이 반짝거렸다. 특히 유민택의 눈빛에는 안타까움까지 드러나 있었다.
“우리가 전면에 나서는 순간의 그들의 얼굴을 봐야 하는데.”
노형진은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 * *
“저 새끼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성화의 변호사인 곽재현은 상대편 변호사의 얼굴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어떻게…….”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재판을 하러 나왔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다름 아닌 노형진이었던 것이다.
“이런 쌰앙…….”
곽재현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는 전에 다니던 회사인 청계가 망하고 난 후 울며 겨자 먹기로 성화에 입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청계가 범죄를 설계한 것이 발각되면서 망하고 그곳에 다녔던 모든 사람들은 의심을 피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인맥이 있던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인 변호사를 하든가 기업 변호사로 가야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성화의 법무 팀에 취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눈앞에 청계를 날려 버린 장본인이 서 있다. 더군다나 그는 성화와 전쟁하는 대룡을 도와주는 새론의 대표적인 변호사이기도 하다.
“당했구나…….”
그는 이를 박박 갈았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재판은 시작되었고 이제 적은 눈앞에 있다.
“계약 해지 처분 취소 소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서기의 말과 함께 시작된 재판.
노형진은 일어나서 상대방 변호사를 보면서 싱긋 웃고는 앞으로 나갔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이번 사건은 성화 측의 일방적 계약 해지를 취소하기 위해서 나선 재판입니다. 성화 측은 합당한 사유 없이 원고 측과의 계약을 해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원고 측이 피고 측에 제공하였던 보증금조차도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생계마저도 불확실해졌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피고 측에 계약 해지 처분 취소 소송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피고 측은 원고 측과 계약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여 사회적 기업의 바른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형진의 차분한 공격. 그 모습을 보면서 곽재현은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왜 저 녀석이 온 거지?’
대룡이 끼어든 걸까? 그건 무리다. 대룡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럴 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룡은 식품 쪽은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다. 아니, 쓸 수가 없다. 과자 공장이 없으니까.
“피고 측 변호인, 변론 안 합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는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형진의 존재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변론을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재판장님, 피고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일단 원고 측이 피고 측에 손해배상 소송을 먼저 걸었습니다. 물론 피고 측 역시 일부 질 나쁜 사원들의 행위로 인해서 원고 측이 손해를 입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관하여 피고 측은 아무런 잘못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측은 피고 측과 아무런 상의 없이 소송을 걸었습니다. 결국 원고 측의 행동으로 인하여 양측의 신의는 완전히 상실되었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서 행동해야 하는 원고 측이 극단적 선택으로 신의를 상실한 이상 더 이상 그 믿음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서 계약을 해지한 것입니다.”
노형진은 반박하는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말은 잘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쉽게 말해서 양쪽 다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믿는다는 약속 같은 거다. 모든 계약은 그 신의성실의 원칙 위에 체결되어야 한다. 누군가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기본으로 깔면 어떻게 계약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걸 먼저 깨 먹은 것은 저쪽이지.’
성화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제품을 밀어내면서 협박을 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꺼내 든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성화 쪽에서부터 먼저 깨 버렸습니다. 대리점은 말 그대로 성화를 대리해서 판매하는 것이지, 성화의 재고 처리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화 측은 그러한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위 ‘밀어내기’라는 방식으로 무차별적으로 재고를 떠넘겼으며 이를 처분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깎는 등 잔혹한 짓을 일삼았습니다.”
과자가 비싸 봐야 얼마 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1억 5천이나 보증금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밀어내기 방식으로 재고를 던져 준 다음에 그 돈을 내지 못하면 보증금에서 깐다. 그렇게 몇 년만 지나면 그들은 그 보증금을 다 까먹고 성화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과 계약을 해지한다. 성화라는 이름만으로 그들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계약하려고 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결국은 대리점이 아니라 재고 떨이용 희생량.’
그 짓거리를 숱하게 본 노형진으로서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신의성실이라는 게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모든 원인은 일부 사원들이 무단으로 협박하면서 밀어내기를 시도한 탓이지, 성화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화는 상생의 가치를 최고로 치며…….”
“풋.”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비웃음. 곽재혁은 그쪽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게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상생이란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 장기 팔아서 돈 내놓으라면서 상생이래.”
“내 살다 살다 가장 웃긴 말이다.”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비웃음으로 가득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피고 측 변호인, 어서 변론하세요.”
‘그래, 떠들어라. 이건 이기는 싸움이다.’
저들이 아무리 떠든다고 한들 저 판사는 자신들에게 관리받는 사람이다. 즉, 이쪽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노형진이라고 해도 겁먹을 거 없어.’
천하의 노형진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는 이를 악물고 변론을 시작했다.
“성화는 상생을 제1의 가치로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일부가 전부인 것인 양 모든 책임을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성화에게 뒤집어씌워서 이참에 한몫 단단히 뽑을 셈인 것입니다.”
“일부가 아니라 전부입니다. 이번에 참가한 분들은 서른 명 정도입니다. 영업하는 데 있어서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관련된 직원은 고작해야 열 명 정도입니다. 그들은 이미 해직 처리가 된 이상 성화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해직했다고 해도 해당 직원이 해당 기업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기업이 책임지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직원들이 해직 처리가 되었다면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전적으로 그들이었다면 그들을 해직한 이상 계약을 해지할 원인이 해소된 셈인데 어째서 피고 측은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마저도 돌려주지 않은 것입니까?”
“계약 해지는 양측의 신의가 해지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보증금에 관한 내역은 이미 계약서 내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판장님, 여기 계약서에 따르면 대리점 해지를 하는 경우 어떠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대리점주가 책임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계약서를 들이밀면서 자신들은 잘못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곽재현.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법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아 둔 걸 모르나?’
불공정 거래 행위란 어느 한쪽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상대방에게 심한 타격을 입히는 행위이다. 당연히 법적으로 불법이다. 이번 사건의 중요한 이유가 된 밀어내기 역시 불공정 거래 행위로서 불법이며 또한 이렇게 보증금에 관하여도 자세한 이유도 없이 무조건 일방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 다른 사람들한테는 먹히겠지.’
하지만 상대방이 개인이며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먹혔을 것이다. 그러나 노형진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먹힐 리 없다.
“피고 측의 계약서 내용은 원고 측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상 문제가 많더군요. 해당 계약서 사본을 공정거래 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사본 내에서 총 백스물한 개 조항이 현행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해당 계약서 내용의 조항의 수는 총 백여든네 개. 계약서상의 대부분의 내용이 현행법상 불법 조항으로 개설되었고 아무리 사인간(개인 대 개인을 뜻하는 법률 용어) 계약이라 할지라도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은 아무런 효과도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 2005 다 ○○○○호에 따르면 이런 경우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흠…….”
판사는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노형진이 대법원 판례까지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 난처하겠지.’
대법원 판례는 법은 아니지만 하위직 판사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발휘한다. 사실 법보다 더 강하게 지키기를 요구받는 게 대법원 판례다. 만일 여기서 자신이 그걸 부정한다면 승진에도 영향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급심에 가면 어쩔 수 없이 판례가 뒤집힌다.
“재판장님, 그건 어디까지나 약측 중 일방이 계약 해지를 하고자 할 때 판단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 어찌 되었건 기존의 계약을 원고 측 역시 인정하면서 계약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상 그 계약이 설사 불공정하다 할지라도 그 효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곽재현이 다급하게 변명하자 노형진은 그 부분을 반박했다.
“그러면 피고 측은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상황이니 결과적으로 일방이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상황 아닙니까? 당연히 계약 내용의 불공정성을 따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의미가 없습니다. 피고 측은 계약으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측이니까 당연히 계약 내용의 불공정성을 따질 이유가 없지요.”
“이득을 본다라. 그러면 불공정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거네요? 그런데 왜 이득을 보는 계약을 굳이 해지하려고 하는 겁니까?”
곽재현은 아차 싶었다. 결국 불공정 계약을 인정한 셈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신의성실을 위반했으니까요.”
“그쪽이 불공정하게 계약한 시점에서부터 이미 신의성실은 상실된 거 아닌가요?”
노형진이 공격할수록 곽재현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