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70)
“이 새끼들아! 지금 제대로 일을 하는 거야!”
상대방이 새론의 노형진을 데리고 왔다는 사실에 김두만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이 모든 배후에 대룡이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룡은 관련이 없을 듯합니다.”
비서관은 쩔쩔 매면서 그런 김두만을 진정시켰다.
“뭐? 새론이라고! 더군다나 우리 사건인데 관련이 없다는 게 말이나 돼!”
“그게 방금 전 보고가 올라왔는데 며칠 전에 박문성을 비롯한 소송 당사자들이 그곳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당사자들이라니? 그 새끼들이 새론을 찾아갔다고?”
“네, 새론을 감시하던 사람들로부터 보고가 왔습니다.”
며칠 전 김두만을 비롯한 몇 명이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노형진이 나타났다.
“그동안 노형진의 행동 패턴을 봤을 때 이번 사건이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 쿠헉!”
보고하던 비서관은 얼굴을 부여잡으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김두만이 갑자기 다짜고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걸 이제야 보고해? 이 새끼야! 지금 장난해?”
“그게······ 거기서 감시하는 작자들은 박문성을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단순 손님인 줄 알고······ 쿠헉!”
쓰러진 비서관을 발로 차는 김두만. 그는 그렇게 그의 배를 퍽퍽 차면서 이를 박박 갈았다.
“망할 새끼, 그 돈을 처먹고 일을 그따위로 해?”
‘그러면 어쩌라고.’
비서관은 비명을 속으로 삼키면서 이를 박박 갈았다. 건물 바깥에서 감시하는 것이 성화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나마도 주변을 상시 감시하는 새론의 경호 팀 때문에 쉽지 않다.
‘젠장······ 네가 들어가 봐, 이 새끼야.’
수많은 인간들과 수많은 회사들을 감시 했지만 새론은 다른 곳과 다르게 무척이나 들어가는 게 힘들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내부에 스파이를 넣으려고 하면 매번 걸리고, 어떻게 해서든 안에 사람을 포섭해도 순식간에 발각되어 해고당한다. 앞에다가 감시하는 사람을 붙이면 경호 팀이 쫓아냈다. 심지어 도청도 시도했지만 매주 도청 검사까지 하는 꼼꼼함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 결국 할 수 있는 건 부정기적으로 가서 감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비서를 때려눕힌 김두만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일단 그 새끼가 대룡 때문에 온 건 아니군.”
하긴 성화가 노형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들과 악연으로 묶여 있는 노형진이 자신들과 싸울 기회를 피할 리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계약 해지시켜.”
“네?”
“꿍꿍이가 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계약을 지켜 주려고 하는 거 아냐! 노형진 그 새끼가 얼마나 능구렁이인데! 그 새끼가 우리 좋으라고 계약 유지 소송하겠냐?”
기존의 노형진의 행동을 보면 언제나 자신들보다 세 수나 네 수쯤 앞서가는 인간이었다. 그런 녀석이 계약 해지 소송을 한다면 노리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절대로 계약 해지시켜.”
“그러면 다른 녀석들은요?”
“다른 녀석들?”
“조금씩 이탈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무조건 해지시켜.”
“네에?”
“어차피 쉽게 구할 수 있잖아! 괜히 계약 유지시켰다가 내부에 스파이라도 심으면 어쩔 거야?”
“······.”
맞는 말이다. 노형진에게 도움을 받아서 계약을 유지시킨 인간들이라면 당연히 노형진과 친밀해진다. 그러면 당연히 내부에 적을 두는 셈이 된다.
“알겠습니다.”
“노형진과 조금이라도 선이 닿은 놈은 한 놈도 남겨 두지 마.”
박문성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 * *
김두만이 그렇게 분노를 내뿜고 있을 때, 노형진은 박문성과 함께 성화의 창고에 도착하고 있었다.
“뭐야?”
그들이 도착하자 창고에 있던 직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형진의 뒤에 보이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압류관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들 뭐야!”
“뭐긴요. 압류하는 사람들이지.”
“아니, 왜 당신들이 온 건데?”
“가압류하러 왔습니다.”
“가압류?”
노형진의 말에 다들 어리둥절했다.
“현재 이분들은 성화와 계약 해지 처분 취소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권리금 반환 소송도 진행하고 있지요.”
“그래서요?”
“그 권리금을 받아 내기 위해서는 일단 담보할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담보?”
“네.”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압류관들에게 눈치를 줬다.
“하아.”
압류관들은 한숨을 쉬면서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법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아무리 하기 싫다고 해도 가압류를 안 할 수는 없다.
‘사이에 끼지는 않겠지.’
상대방이 성화라는 사실에 그들은 약간 주저했지만 일단은 압류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겁니까!”
딱지를 붙이기 시작하자 얼굴이 사색이 되는 성화의 직원들.
“보다시피 압류하고 있지요.”
“아니, 왜 과자를 압류해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런 기계는 살 사람이 한정되어 있지요. 한국에서 이런 기계를 살 사람은 얼마 안 됩니다. 그러면 차라리 현금화가 쉬운 과자를 압류하는 게 당연한 거죠.”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자, 빨리 가압류하세요.”
압류관들은 서둘러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법원의 명령서를 본 직원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 *
바로 다음 날부터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자는 상당히 소비가 빠른 물건이다. 그런데 그 과자가 소비가 되었는데 들어오는 게 없었다. 납품 업자들은 소송 중이라 과자를 넣을 수가 없었고 공장은 가압류 상태라 과자를 줄 수가 없었다. 가압류된 물건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 과자인가?”
유민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어봤다. 돈 될 만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닌데 과자라니? 과자는 크기에 비해서 가격이 싼 편이다. 소송 당사자가 서른 명이니 1인당 1억 5천만 원만 해도 45억이다. 그걸 과자로 압류하면 거대한 산만큼 쌓일 것이다.
“슬슬 우리도 잇속을 챙겨야지요.”
“잇속을?”
“뭐, 우리가 대리점을 위해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화를 퇴출시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니 일단 입맛을 바꾸게 해야지요.”
“그러니까 과자를 못 풀게 해서 목 먹게 하겠다 이건가?”
“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피식 웃었다.
“하여간 빈틈이라고는 안 주는구만.”
“하하하.”
물론 성화에서 황급하게 가압류 취소 소송을 내기는 했다. 그리고 특이한 일이 없는 한 그건 통과될 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압류가 풀릴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압류하면 그만이지요.”
“허가가 안 날 텐데?”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성화를 더욱 화가 나게 하는 거니까요.”
“하긴.”
자신들의 목적은 성화가 계약을 해지하게 하는 데 있다. 만일 여기서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대룡의 입장에서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하지만 이제 타결은 물 건너갔을 겁니다.”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대룡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우리가 역습할 시점이지.”
유민택은 곧 다가오는 그때가 기대되는지 연신 손을 비비고 있었다. 하긴 그들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제과 쪽에 타격을 입히는 건 처음이니까.
“김일성 회장의 얼굴을 보고 싶어지는군. 후후후.”
* * *
우시열은 당황했다. 회사에서 잘린 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그의 앞으로 배임 및 업무상 횡령 그리고 공갈 협박으로 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자신이 무려 4억 가까운 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형사님, 전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그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하지만 형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들 억울하다고 하지. 그런데 그러면 그 돈은 어디 갔는데?”
“모른다고요.”
“장난하나? 한두 푼도 아니고 4억이야, 4억. 그 돈이 어디 갔는데?”
“전 모른다니까요.”
그는 억울해서 죽을 맛이었다.
“공갈 협박은 인정하면서 횡령은 인정 안 한다는 게 말이나 돼?”
“하지만 그 돈은 다 과장님께 드렸다고요!”
문제의 돈은 속칭 지원금이라고 하는 돈이었다. 일단 공갈 협박이야 떡값을 내놓으라고 해서 받는 돈이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원금은 다르다. 공식적으로 성화에서 개인 사업자인 대리점에 주는 지원 장려금으로 그건 그들이 써야 한다. 하지만 그건 공식적인 거고. 비공식적으로는 그 돈은 그대로 돌려받아서 뇌물로 쓰거나 기업에서 말 못할 곳에 쓰는 게 관례였다. 그렇게 하면 조용히 비자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그러면 준 기록은 있는데 그 돈이 어디를 가?”
그렇게 준 돈을 우시열을 비롯한 영업 사원들은 상부에 상납했다. 안 할 수가 없다. 자신들이 대리점에게 갑인 것처럼 성화는 자신들에게 갑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위에 줬다니까요.”
“전혀 모른다잖아!”
이들은 그 모든 돈을 위에 줬다. 하지만 지금 성화는 이 모든 사태가 일부 부도덕한 직원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벌어진 사태이면 자신들은 그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로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다는 건 다시 돌려받은 지원금에 대해서도 부정한다는 뜻이다.
“이야, 간땡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어. 고작 2년 만에 4억? 허허, 참.”
“아니에요. 진짜 아니라고요!”
매달리는 이우열. 그러나 너무나 증거가 명확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뭐라고 하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황급하게 함께 해직당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공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들 고발당한 겁니까?”
“네.”
“아니, 왜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그들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독박을 쓰고 감옥에 가게 생긴 것이다.
“연락 좀 해 본사람 있어요?”
이우열은 다급하게 주변에 물어봤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이 우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알아서 하래요.”
“네?”
이우열은 얼굴이 멍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다들 얼굴이 멍해졌다.
“그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충성을 다했는데!”
그들이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대기업인 성화가 폭력배를 직원으로 뽑은 건 아니니까. 그들도 멀쩡하게 학교를 나오고 대학까지 나온 그것도 인 서울급 이상의 대학만 나온 인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온 것은 무차별적인 욕설과 폭행뿐이었다. 밀어내기 안 하면 자신들이 당한다는 상황에서 그들은 점차 깡패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전과를 달고 윗놈들은 우리가 준 돈 빼돌리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발끈해서 마구 분노하는 그들. 그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우리가 성화를 고소하는 건 어떻습니까?”
“성화를 고소하자고요?”
몇몇은 움찔했다. 여전히 성화라는 이름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다음 말에 공포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차피 우리가 남은 게 뭔데요?”
“······.”
그들에게 남은 건 공갈 협박이라는 피할 수 없는 죄목뿐이다. 그나마도 그건 어찌 집유로 감방을 안갈 수도 있겠지만 수억 원의 횡령죄는 수감을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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