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77)
“그런 만큼 기업은 타격을 입는 겁니다. 솔직히 월급을 더 받는 사람들은 그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회사죠.”
“흠…….”
황철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점을 인정한다. 당장 이런 문제는 한국 전반에 걸쳐서 생긴 일이다. 그렇다고 고치느냐? 고치지 않는다. 아니, 고치지 못한다. 고쳐야 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겁니다.”
“대룡에요?”
“네.”
“허.”
황철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곳이라면 거래를 끊어 버린다. 하물며 대체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새론이 아무리 크다고 하지만 상당한 규모의 로펌은 한국에 쌓이고 쌓였다.
“그 과정에 대룡과 척을 진다고 하더라도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변호사는 의뢰인의 수익을 위해서 일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도망가거나 굽실거려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변호사는 변호사로서의 자긍심뿐만 아니라 존재 의의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상대가 주 거래처라 할지라도?”
“네, 원래 세상은 간신보다는 충신이 쓴소리를 하는 법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황철수는 왠지 모를 감동을 받았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기는 있구나.’
수많은 로펌들과 변호사들이 권력에 딸랑거리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새론은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감동적입니다.”
그는 최대한 이번 일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 *
투욱.
신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새벽일보를 기점으로 시작해서 수많은 언론사들이 새론과 대룡이 사이가 틀어졌고 소송한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소문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벌써 주식이 흔들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성화가 새론을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거 어쩔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유민택의 말에 부하들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진짜로 성화로 새론이 넘어가게 되면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한마디로 악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소송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서류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만일 소송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하고 그걸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서 준비하게 된다. 즉, 좋든 싫든 새론은 대룡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뜻이다.
“새론에는 뭐라고 합니까?”
“현재 새론은 대룡과 소송 중이라서 접촉은 자제해 달랍니다.”
일이 터지자 너도 나도 새론으로 전화를 걸었다. 몇몇은 새론으로 직접 달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론에서는 그들과 접촉하지 않았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는 몇몇 변호사들은 접촉하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다.
“회장님…… 혹시 회장님은 아시는 거 없습니까?”
유민택의 이마에 빠직하는 혈관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사는 아직도 그것 못 보고 다시 물어봤다.
“아무래도 회장님은 노형진 변호사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최 이사.”
“네?”
“지금 대가리에 총 맞았나?”
“그…… 그게 무슨?”
“내가 소장 복사해서 읽어 보라고 보낸 게 어제야. 그런데 그런 질문이 나와, 지금?”
“그…… 그게…….”
최 이사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소장에는 정석적인 내용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최 이사를 보다 못한 옆 사람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최 이사, 이번 사건의 담당 변호사가 노형진 변호사예요.”
“헉!”
사색이 되는 최 이사. 그리고 그걸 보면서 유민택은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능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 거야?’
물론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장이 직접 복사해서 회의 전까지 읽고 오라고 한 것에 대해서 이런 실수를 하는 인간이면 아래서 올라오는 보고서에 대해서 얼마나 검증해 줄지는 미지수다.
“최 이사, 나가요.”
“네?”
“나가라고 했습니다.”
“회…… 회장님! 그건 실수입니다!”
“실수고 나발이고 나가요.”
소장에 떡하니 노형진의 이름이 쓰여 있고 기자가 인터뷰한 사람도 노형진이다. 최소한의 관심만 있었어도 노형진이 담당 변호사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회장에게 물어보다니.
“회장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최 이사. 하지만 유민택은 그렇지 않았다.
“끌어내.”
“회장님!”
그걸 본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사급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하물며 이곳은 대룡이다. 대룡은 유씨 집안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유민택은 그 집의 장손이며 또한 기업을 책임지고 있다.
‘몸 사려야 한다.’
얼마 전 유지훈이라는 사람이 지방으로 발령받았다. 승승장구하던 그것도 유씨 집안의 사람인데 갑자기 이유도 없이 지방으로 발령받았다. 그런 상황인데 과연 자신들의 목이 안전할지는 모를 일이다.
“이 일들이 사실입니까?”
유민택은 이를 빠드득 갈면서 물었다. 그리고 이사들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박 이사.”
“네, 넵!”
“그러고 보니 박 이사가 지난번에 자신이 추진한 프로젝트라고 가지고 온 거 말입니다.”
“어…… 어떤 거 말씀이신지?”
“SNS를 통한 홍보 전략이라는 프로젝트 말입니다.”
“네? 아, 네. 제가 올렸지요.”
유민택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박 이사가 하는 그 SNS 좀 봅시다.”
“네?”
“그 SNS 좀 보자고요. 설마 SNS도 하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았다고 보기는 힘들고.”
박 이사는 눈을 떼굴떼굴 굴렸다.
“주소 좀 불러 봐요.”
“그게…….”
“주소 모릅니까? 그러면 나한테 문자로 링크라도 보내든가.”
박 이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SNS를 안 해서…….”
유민택은 입을 쩍 벌렸다.
“지금 장난합니까?”
바로 얼마 전 보고서에서 SNS 의 이점과 효과 그리고 비용 등을 열심히 설명하던 사람이 정작 그걸 안 한단다.
“그러면 그런 정보나 설명은 누가 한 겁니까?”
“그게…… 아래에서.”
“아래? 누구요?”
“최 부장이…….”
유민택은 바로 내선을 들어서 콜을 때렸다.
“홍보 팀 최 부장 들어오라고 해요.”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헐레벌떡 들어온 최 부장. 유민택은 그런 최 부장을 노려보면서 지그시 물었다.
“최 부장.”
“네…… 회장님.”
“자네가 SNS 홍보 전략을 만들었다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자네 SNS 좀 둘러보세.”
“네?”
“자네 SNS 좀 보자고. 주소 모르나?”
박 이사와 같이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최 부장을 보면서 유민택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네가 만든 거 아닌가?”
“그게…… 제가 관련된 게…… 맞기는 합니다만…….모든 책임은 곽 과장에게 있습니다.”
“곽 과장?”
“네,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곽 과장이 만든 겁니다.”
유민택은 어이가 없었다. 최 부장까지야 자신이 아는 사람이지만 곽 과장이라는 인간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부서랑 정확한 이름이 뭐야!”
결국 그까지 불러일으킨 유민택. 그리고 그 곽 과장이라는 사람이 왔을 때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김 대리가 만든 겁니다.”
“김 대리는 또 누구야?”
“그게…… 김성삼 대리라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모든 걸 만들었습니다.”
“허…….”
이제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유민택. 결국 그 김성삼 대리라는 사람까지 불러왔다.
“대리 김성삼…… 부름 받고 왔습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바짝 얼었다. 회장부터 이사 그리고 부장에 과장까지 일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졌다는 느낌이 확 들었기 때문이다.
“김성삼 대리.”
“네?”
“자네가 SNS 홍보 전략 짜서 올렸나?”
“그…… 그게…….”
“아니다, 맞다만 이야기해.”
“죄송합니다. 제가 한 게 맞습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게 잘못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씨발…… 잘리겠구나.’
이 정도로 일이 커진 거면 잘리는 것은 확정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장이 직접 호출하다니.
‘망했다.’
잘리는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룡과 일하는 새론은 악착같은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분명 손해배상을 요구할 거라는 생각에 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네 SNS 좀 불러 봐.”
“네…… 제 SNS 주소는…….”
포기하고 사실대로 말하는 김성삼 대리. 유민택은 그 안으로 들어가서 SNS를 잘 살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많군.’
그를 소위 팔로우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와 소통하는 사람도 많다. 얼핏 보이는 방식이 보고서에 있는 방식과 비슷하기도 하다. 이건 명실상부하게 그가 만든 프로젝트다.
‘기가 막히는군.’
보아하니 대리가 만든 프로젝트를 과장이 가로채고 그걸 또 부장이 가로채고 그 후에 이사가 가로채는 과정을 밟아 온 것이다.
‘어쩐지…… 돈 냄새가 나더라니.’
유민택은 프로젝트에서 돈 냄새를 남을 느꼈다. 그래서 극찬했는데 정작 가로챈 녀석들은 아예 SNS를 하지 않는다. 운전하지 않는 놈이 아무리 이론으로 배운다고 한들 그걸 이해할 가능성은 없다.
“하아.”
머리를 부여잡는 유민택. 그는 문득 노형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월급 루팡이라고 아십니까?”
“월급 루팡?”
“루팡이란 어떤 소설에 나오는 괴도, 즉 도둑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일은 안 하고 남의 실적 가로채면서 월급을 도둑질해 가는 사람을 월급 루팡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은 보통 20%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민택은 피식 웃으면서 설마라고 대답했다.
‘20%? 장난해?’
당장 김성삼 대리가 한 걸 세 명이 뜯어먹었다. 이런 식이면 월급 루팡이 20%가 아니라 20%가 일하고 나머지는 다 월급 루팡이라는 소리가 된다. 더군다나 그 뜯어먹는 놈들의 월급이 몇 배다. 이사의 경우는 대리 월급의 열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하아.”
유민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가요.”
“네?”
“다들 나가라고 했습니다.”
“회…… 회장님.”
“나가라는 말 안 들려요?”
“알겠습니다.”
우물쭈물 나가는 사람들.
“나가기 전에 김성삼 대리에게 상여금 지급해요. 400만 원.”
“네?”
“일 잘했으면 상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쭈뼛거리면서 나가는 사람들은 말하지 못했다. 졸지에 상여금을 받게 된 김성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가요…….”
“네…….”
어리둥절한 김성삼을 밀어서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나가고 난 후에 노형진은 자신이 앉아 있던 소파 아래에서 작은 핸드폰을 꺼냈다. 회장이 쓴다고는 볼 수 없는 작고 초라한 핸드폰.
“노형진 변호사, 날세.”
그건 노형진이 연락하기 위해서 준 대포 폰이었다. 공식적으로 유민택과 노형진은 연락하지 않아야 하니까.
“아, 안 그래도 연락하실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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