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78)
사실 소송에 관련된 것은 모두 짠 것이다. 노형진과 유민택은 필요에 따라서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피해서 의뢰를 받는다는 타이틀이 달갑지 않다. 반대로 유민택의 입장에서는 노형진의 말이 맞다면 한번 내부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 핑계가 절실하다. 그런데 만일 내부에서 제대로 관리 안 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소송이 들어오면 적당한 핑계가 된다. 더군다나 소송의 대상을 단순히 대룡이 아닌 대룡의 회장인 유민택을 했다. 직접적으로 유민택을 노리고 있다는 이미지를 줌으로써 실질적으로 유민택이 분노하고 내부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서 내부 정리를 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가요?”
“이런 게 굴러간 게 이상할 정도일세.”
오늘 벌어진 것은 그동안 몰래 조사한 것에 대한 확인 절차일 뿐이었다. 그나마 자신까지 올라온 보고서에 관한 것만 해도 이 지경인데 자신에게 안 올라오는 부장급 선이나 이사급에서 끝난 일이라면 얼마나 개판인지 답이 안 나왔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고질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네.”
유민택의 입장에서는 돌아 버릴 일이다. 아무리 동의했다지만 자신이 소송당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사실 이런 일이 그다지 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동의해서 노형진에게 소송을 진행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오는 것까지 가로채서 보고할 정도면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 썩어 빠진 것이다.
“원래 가장 쉽게 썩는 시기가 외부에 적이 있는 시기라고 하죠.”
“끄응…… 부정을 못하겠군.”
외부에 확실한 적이 있으면 모든 핑계를 그들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다. 가령 극우라는 인간들이 사회적으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지적하면 종북으로 몰아가면서 빨갱이 타령하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 대룡의 가장 큰 적은 성화입니다. 그리고 성화를 이기기 위해서는 실적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더욱 경쟁적인 겁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일단 뭐가 잘못되면 성화의 방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화의 방해는 무척이나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처벌을 안 하는 것도 있다.
“미국이 가장 썩고 부패했던 시절은 구소련과 대립하던 시절입니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뒤집어씌우면 되거든요”
“지금 우리가 그런 상태라는 건가?”
“별로 다를 바 없죠.”
공적은 빼앗아 가다가 일이 잘못되면 성화에 그래도 안 되면 부하에게 뒤집어씌운다. 차라리 위험부담을 자신이 책임지면 덜할 텐데 공은 자신이 피해는 부하에게 뒤집어씌우니 능력 있는 직원들은 학을 뗄 수밖에 없었다.
“흠…….”
유민택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 자를 수도 없고.’
당장 이사급의 연봉은 일반 사원의 열 배를 훨씬 넘는다. 즉, 무능력한 이사 한 명을 자르면 능력 있는 젊은 사람을 열 명 넘게 고용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렇다고 막 자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소송을 넣은 거죠”
“그렇기는 하지.”
마지막 카드가 있기는 했다. 애초에 유민택이 소송에 동의한 것도 결국은 마지막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송하는 게 아니라 그런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마지막 카드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카드라는 것이다.
“해야 하나?”
“안 하신다면 상관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노형진은 유민택에게 이미 충분한 설명을 했다. 그걸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의 선택이다.
“하지만…….”
“어차피 자존심은 자기가 가격 매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의 자존심은 비싸다. 그는 대룡의 총수이며 대한민국 대기업 회장이다. 하지만 노형진의 작전이 맞다면 도리어 사람들은 자신의 편을 들어 줄 터.
“감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았네.”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다음 날, 대룡에서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안 그래도 대룡의 소송 문제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상황에서 대룡의 기자회견은 사람들의 관심일 이끌었고 그 현장에서는 유민택이 있었다.
“회장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그래.”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유민택은 피식 웃었다.
“내가 이 회사를 차리고 자존심으로 세운 거라 생각하나?”
대룡은 유민택이 세운 회사다. 당연히 이곳을 세웠을 때 이곳을 키우기 위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버리고 뛰어다녀야 했다. 애초에 집안의 도움으로 컸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금전적인 부분이지, 사회적인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최고의 권력자지. 그들이 돈을 쥐고 있으니까.”
“회장님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게 더 웃긴 거야.”
더군다나 이건 다 사전에 예정된 쇼다. 성공하면 자신들에게 엄청난 이득이 오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그다지 손해는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하는 게 맞다.
“내가 알아서 하겠네. 내가 지시한 것만 확실하게 이행하게.”
“네.”
비서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민택은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파파팍!
그가 나오자마자 터지는 카메라들. 유민택은 침착하게 그들 앞으로 나가서 인터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그동안 벌어진 일에 사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소송 당사자들이 했던 말들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소송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을 알지 못합니다. 대부분은 하위직 직원이고 저와는 접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책임을 회피하는 건가요? 모르셨다고?”
유민택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질문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대응이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지.’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터지면 일단 모른다로 일괄한다. 특히 회장이 연관되면 더욱 그런다. 기업보다는 회장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괴상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 점을 노렸다.
“이번 소송에 관하여 저희 대룡은 과실을 100% 인정합니다.”
“네에?”
“아니, 그게 무슨……?”
“지금 그게 사실입니까?”
보통 이런 건수에 있어서 일단은 부정하고 ‘지금은 알아보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시간을 끄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소송할 때는 저 새끼들이 나쁜 새끼라는 식으로 돌변하는 게 정상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그래 왔다. 그런데 대놓고 100% 인정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100%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대룡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막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도 그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 순간 기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민택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물론 특정한 사항에서 자신들이 불리할 때 대기업 총수들이 고개를 숙인 적은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사항도 아니었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인지라 다들 모르는 게 아니었고 그걸 고치려고 기대도 안 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게 사과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고소한 사람들의 인생이 박살이 났다면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유민택이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이다.
파파팍!
플래시가 엄청나게 터졌으나 유민택은 일어날 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사람들이 웅성거림을 멈추고 나서야 유민택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단상에 섰다.
“지금 발언 법적으로 불리하다는 거 아십니까?”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었던 한 기자의 말.
“법적으로까지 갈 생각 없습니다.”
“네?”
“새론에서는 원고 측이 요구한 요구 금액 전부를 지불할 생각입니다.”
“네에? 자…… 잠깐만요? 전부를요?”
“네.”
“하지만 그 배상금에는 회장님께 요구한 것도 있을 텐데요?”
“당연히 그것도 지불할 것입니다. 물론 그건 제 개인의 부덕의 소치로 저에게 청구가 된 것인 만큼 자비로 지불될 것입니다. 저희 기업의 주주분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습니다.”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도 회사가 돈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자신은 회사 돈이 아닌 자비로 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치밀한 작전이다. 회사에 청구한 금액은 1인당 500만 원. 회장에게 청구한 금액은 1인당 50만 원이다. 소송에 참가한 사람들은 총 열 명이니 그래 봐야 5,500만 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기업의 마인드가 놀라운 것이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소송을 하신 분들에 관해서는 전원 복직을 시키고 5년간 고용 안전 계약을 시켜 드릴 것입니다.”
“전원 복직?”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번 분란을 일으킨 직원을 쓰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분란을 일으켰는데요?”
“저는 이게 분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란이 아니라고요?”
“이건 기업을 지키기 위한 자정 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확실하게 기업에 타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이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잘못된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걸 지적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지적이라는 것은 애정이 없다면 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헐…….”
다들 깜짝 놀랐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복직한다고 해도 내부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회장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텐데요?”
자르지 않아도 내보내는 방법은 많다. 적당히 왕따를 시키면 안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5년의 시간을 약속한 것입니다. 만일 5년 이내에 자의든 타의든 나가게 된다면 약속된 5년 동안의 임금을 무조건 지급합니다. 또한 이직하게 되는 경우 이곳에서 받는 임금과 그곳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분에 대해서 지급할 것입니다.”
“헉!”
이건 생각도 못한 조건이었다. 대룡에서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지켜 주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내부적 적으로 암행 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암행 제도라니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암행 제도란 말 그대로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진짜 하실 겁니까?”
“현재 우리나라에 암행 제도는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건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백화점이다. 백화점에는 주기적으로 암행이라고 해서 손님으로 가장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의 상태나 행동 등을 조사한다.
“우리는 직원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물론 직접 고객들과 대면하면서 파는 사람들의 행동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건 회사의 매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 역시 회사의 매출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사기가 낮다면 과연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까요?”
“그러면 상시 감시 체제를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감시가 아닙니다. 암행입니다. 감시는 의심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거지만 암행은 그들의 행동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만을 보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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