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85)
물론 거기서 세뇌를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룡의 어린이집에서 대룡에 물건을 쓰고 대룡의 가전제품을 보면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성장했을 때 과연 뭘 선택할까?
‘한편으로는 무섭군.’
노형진은 이런 초장기전에 약하다. 재판이라는 것은 길어야 3년 안에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유민택은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땅도 가지고 있지.”
“땅요?”
“그래. 우리는 전국 주요 도시의 관공서나 도심지에 상당한 규모의 건물을 가지고 있지. 뭐,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 그렇겠지만.”
“그래서요?”
“과연 어린이집을 그런 곳에 만들면 사람들은 어디를 찾아가겠나?”
“하하하.”
노형진은 할 말을 잊었다. 사람은 출근할 때 멀리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두고 오기 싫어한다. 그나마 버스로 데려간다고 해도 데리러 갈 때는 자신이 가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곳 가까이에 있다면 당연히 대룡의 어린이집으로 갈 것이다. 그들은 대룡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우호적으로 변해 갈 테고 그들의 선택은 점차 어디로 향할지는 뻔하다.
“돈 안 들면서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아깝지 않나. 하하하.”
유민택은 그렇게 웃었지만 노형진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역시나 거대 기업을 만든 능구렁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싫은가?”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일 대룡에서 끼어든다면 세 번째 문제는 해결되는군요.”
일단 대룡에서 공간을 제공할 테니 그곳에 아이들이 가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대룡으로 위주로 도심지에 만들다가 확장해 가면서 주거지에 만들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나도 궁금한 게 있네.”
“뭐 말입니까?”
“어린이집이 확실히 돈 냄새가 나는 사업이기는 하네. 그러면 자네 이름을 걸고 차라리 사업체를 하나 만들지 그러나?”
노형진이 가진 자산이면 이 사업을 진행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새론이라는 로펌을 굳이 끼어서 간다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유민택이었다.
“지금 별로 돈이 없어서요.”
“하아? 장난하나?”
“진짜입니다.”
몇 년 뒤면 금값은 두 배로 뛴다. 그걸 확실하게 기억하는 노형진은 그나마 있던 자금도 모두 금으로 바꾸고 있는 상황.
“그리고 아무래도 소송해야 하니까요.”
“소송?”
“네, 설마 우리가 그렇게 비싼 돈 들여서 시설 만들었는데 부모들이 ‘우와, 시설 좋다.’라고 하면서 300만 원씩 싸 들고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실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이 계획은 귀에 듣고 유민택은 솔직히 어리둥절해졌다. 이미 어린이집이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회비도 싼 것도 아니고 무려 300만 원. 나중에 팔거나 나중에 환불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무척이나 큰 돈이다.
“그러니까 자극을 줘야지요.”
“자극?”
“과연 부모들이 가지는 가장 두려운 공포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유민택은 노형진이 무척이나 섬찟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변호사는 재판이 목적이다. 그런데 지금 노형진의 눈빛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 그건 자식이지.”
어찌 그걸 모르겠는가? 성화의 음모에 두 자식을 잃어버리고 아들이라 생각했던 녀석의 배신에 가슴이 찢어졌다. 그가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 마지막 남은 자손인 손자에게 성화가 없는 대한민국에 대룡을 넘겨주기 위해서이다.
“네, 자식을 위해서라면 돈 300만 원은 돈도 아니지요.”
더군다나 돌려주는 돈이고 그 보증 대상이 다름 아닌 대룡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재판이 목적이 아닙니다. 당연히 꼭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번 사건에서 재판은 도구일 뿐입니다.”
“도구라…….”
유민택은 노형진이 살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들은 재판을 최종적인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 재판에서 이기면 자신이 승리자라 생각한다. 그런데 노형진은 그렇지 않다. 노형진은 변호사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재판마저도 도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제대로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공포감을 가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안전한 곳을 찾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거대 기업이라는 곳이 운영하는 곳이 얼마나 든든하고 안전할지 사람들은 기대하게 될 테니 당연히 조금 더 돈을 쓰더라도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곳으로 올 것이다.
“허허허.”
유민택은 웃으면서도 살짝 어이가 없었다. 계획을 보면 자신이 떡밥을 물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말한 것도 아니고 넌지시 찔러 본 것도 아니다. 대룡이라는 거대한 물고기는 노형진의 그물에 이미 걸려 있었던 셈이다.
“기분 나쁘십니까?”
“나쁘지는 않네.”
자신이 슬쩍 손쉽게 수저나 올릴까 했는데 도리어 이용당한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냥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런 관계니까.
“다만 이번 일이 잘되면 좋겠군.”
유민택의 웃음은 누군가에게는 저주로 다가가고 있었다.
* * *
“진짜예요?”
노형진과 유민택이 바로 시작한 것은 피해자들을 찾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라고 하면 스스로 변호사를 찾아오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네.”
“진짜로 소송을 맡기면 돈을 주겠다는 거예요? 그것도 2천만 원이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왜…….”
송수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려 2천만 원. 적은 돈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양심 제보를 하고 난 후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자를 데리고 오면 그에게도 2천만 원을 준단다. 최대 스무 명까지 말이다. 무려 4억이다.
“이번 사건에서 표면적 의뢰인이 되어 주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표면적 의뢰인?”
“네, 현재 실질적은 의뢰인은 대룡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사유 때문에 대룡은 전면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신 전면에 나설 대리인이 필요한 거죠.”
“그게 우리라고요?”
“네.”
“하지만…… 그거…… 불법 아닌가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불법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간간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다름 아닌 군 가산점 제도다. 그 당시 군 가산점 제도 소송을 할 때 여성 단체는 장애인과 여성이 피해를 입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군대에 가지 못한 장애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그 덕분에 군 가산점은 헌재에서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에는 바로 돌변했지.’
당연히 그다음 순서는 장애인을 위한 다른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 단체들은 그렇지 않았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고 난 후 효용이 다한 장애인 단체는 말 그대로 버려지고 말았다. 애초에 그들은 여성만 신청하면 욕먹을 게 뻔하니까 장애인들을 얼굴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당성을 얻어 낸 것뿐이다.
“이런 사건이 없지는 않습니다. 전면에 나서면 곤란하지만 일단 다른 사람을 미끼로 삼아서 자신들이 노리는 것을 무너트리는 거지요.”
“그게 고작 어린이집이라고요?”
송수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룡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밟으려고 하는 게 고작 어린이집이라니? 물론 자신이 있던 어린이집의 사장은 다른 어린이집이 무려 세 개나 있는 큰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룡에 비할 정도가 아니다.
“네, 사실 다른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집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대충 말씀하시는 게 뭔지는 알겠는데.”
송수아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자신들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인터넷에 올렸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번개같이 글은 삭제되었고 자신은 해직당했다. 그런 일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초년생에게서 흔하게 벌어진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선생님들에게는 절대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송수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어린이집 문제 해결의 막이 올랐다.
* * *
“기가 막히는군.”
일단 송수아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과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자료들은 정리하던 남상주 변호사는 어이가 없어서 발끈했다. 올라온 김에 이번 사건의 끝을 보겠다면서 굳이 사건에 끼어든 그였지만 기록상에 나타난 증거들은 말 그대로 욕지기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흘 전에 만든 떡을 먹이고 일주일 된 케이크에 아이 한 명당 쿠키 반 개? 이게 간식이야?”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노형진도 솔직히 놀랐다.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두 가지 영향 때문이었다. 첫째, 원래 역사보다 일찍 터진 것. 둘째, 송수아가 일했던 곳이 유독 상태가 안 좋은 것.
“난 말이야, 이거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싶네.”
송정한은 그런 사진을 보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대단하다니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남상주가 발끈하려는 찰나 송정한은 그를 진정시켰다.
“좋은 쪽으로 대단하다는 게 아닙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나흘 전에 만든 떡을 먹이고 일주일 된 케이크을 도대체 어디서 구합니까? 이건 돈이 있어도 못 구합니다.”
“하긴…… 그러네요.”
요즘은 먹을 게 넘치는 시대이고 이런 물건을 팔았다가 탈이 나면 버는 돈보다 배상하는 돈이 많기 때문에 절대로 이런 물건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판다고 하면 엄청나게 싸겠지만 말이다.
“전 더 놀라운 게 쌀입니다.”
“쌀?”
“저런 건 어디서 구할 수도 있죠. 주변에서 일단 파는 거니까요. 그런데 송수아 씨 말로는 정부미를 사다 먹였다는데 그거 주변에서 파는 거 보셨습니까?”
“으음…….”
“확실히 정부미라는 건 본 적도 없군…….”
정부미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똑같은 쌀을 정부에서 비축분으로 쌓아 놓는 것이니까. 문제는 이 쌀들이 말 그대로 비축분, 즉 비상용으로 쌓아 두는 것인지라 대부분 오래된 쌀이라서 맛이 없다는 것이다.
“저도 정부미라는 건 군대 제대하고 처음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미는 군대에 납품되거나 비상사태에 나눠 주거나 빈민 구제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즉, 시중에서 원한다고 살 수 있는 쌀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건 도대체 구한 건지…….”
“그러니까요. 더군다나 다른 식품들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노형진은 사진 한 장을 들어서 흔들면서 한숨을 쉬었다. 떡국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에 보이는 떡에는 여기저기 곰팡이의 흔적이 보였던 것이다. 물론 한번 끓였으니 탈이야 나지 않겠지만…….
“이걸 팔아먹는 새끼들은 어린이집에 가는 걸 몰랐을까요?”
“그럴 리가 있나.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양이 계속 이딴 식이면 자기들끼리 무슨 재고 처리 같은 걸 약속한 것일 걸세.”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남은 재고를 싸게 판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이런 물건은 구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송수아의 말에 따르면 우유까지 그 지경이었다고 하니 한 지역의 상권에 속한 사람들이 단체로 미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이 나가면 볼 만하겠구만.”
송정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볼 만할 겁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끼겠지요.”
물론 이런 짓거리를 한 녀석들에게 그건 너무 늦은 후회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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