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89)
“내가 위에다 전화하면 대룡이고 뭐가 다 망하게 할 수 있어!”
“사람을 쳐?”
“개 같은 년이 맞을 짓을 하잖아!”
“죽어라!”
싸움은 단순 말싸움을 넘어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상황까지 넘어갔고, 단상에 있던 노형진은 그들의 어리석음을 좋아해야 하나 싫어해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 * *
“준비는 잘되어 간다고 하나?”
“네, 저항도 그다지 없고요.”
기존에 있던 어린이집이 프랜차이즈 시스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라 크게 바뀌는 건 없었다. 선생님을 더 고용하는 정도와 2주 간격으로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 말고는 말이다.
결국 그날 멱살을 잡고 싸운 패거리는 완벽하게 둘로 나뉘었다. 기존 세력을 옹호하는 측과 프랜차이즈로 넘어오려는 측.
그 덕분에 도리어 일은 편해졌다. 상대방을 설득해서 막으려는 시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왜 1인당 한 개로 선을 그은 건가? 프랜차이즈는 상관없지 않나?”
송정한은 그게 궁금했다.
프랜차이즈는 자신이 원하면 세 개든 네 개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세력에 남은 인간들을 한번 보세요. 그들은 한번 패악질을 했던 인간입니다. 그들이 남은 이유도 거기서 자신이 차지했던 힘을 놓치기 싫어서 그런 겁니다. 만일 여러 개를 허용하면 그게 그들의 힘이 될 테고, 그들이 세력을 가지면 분명히 대룡에 어떻게 해서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겠지요.”
“아아.”
그들은 뭉쳐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세력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선동하는 인간도 나올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이지, 세력질이 아닙니다.”
“흠…….”
“애초에 사고 친 녀석들을 안 받아 주는 게 나중에도 좋구요.”
저런 인간들이 프랜차이즈를 한다고 해서 착해지지는 않는다. 당연히 다른 꼼수를 부려서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이걸로 해결된 걸까?”
“글쎄요…….”
노형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대룡의 힘을 빌려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 아프다, 진짜.’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건 일단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 사업이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의 말대로 어린이집은 지금 자리가 없어서 난리다. 따라서 그들 또한 잠깐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마 후에 인구가 급감하는 시기가 온다.’
그때 그곳이 버틸 가능성은 별로 없다.
물론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버티는 걸 넘어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리 없지.’
그럴 녀석들이라면 벌써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을 테니까.
가끔 그들은 자신들이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너무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자리가 부족해도 자신들은 결국 서비스업이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망하는.
“그나저나 오늘 신입들이 오는 날이군.”
“그런가요?”
“그러네. 몰랐나? 올해는 한 스무 명 정도 된다더군.”
“많네요?”
새론은 사원 복지도 빵빵하고 월급도 많은 편이다. 다만 업무량이 많은 게 문제. 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왔다가 나가는 사람도 많은 편이었다.
“기존에 일하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은 영 적응을 못하더군.”
“그렇겠지요.”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이 정도로 많은 일을 시키지 않는다. 물론 살인적인 업무량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여유롭게 업무를 해 오던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일단 가서 인사나 해 보겠나?”
“그러지요.”
노형진은 송정한과 함께 그들이 입사 교육을 받고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아이구, 반갑습니다. 여기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송정한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우리 회사에서 제일 유명한 변호사인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여러분도 알죠? 하하하.”
웃는 송정한.
“반갑습니다. 노형…….”
노형진은 인사하다가 입을 쩍 벌렸다. 거기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 히히히.”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손채림이었다.
노형진은 그녀를 보고 혼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2장. 꽃뱀은 진짜 뱀이 아니다>
“자네랑 아는 사이였나?”
“네, 아는 사입니다.”
“안 좋은 관계는 아니지?”
“그건 아닙니다만……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겁니까?”
“왜 온 게 아니라 우리가 뽑은 거지.”
“허…….”
노형진은 나중에 송정한으로부터 사정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법적인 지식도 충분하고 사회 경험도 많고 더군다나 3개 국어를 하는 재원 아닌가? 당연히 잡는 게 좋지.”
“3개 국어요?”
“영어랑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하던데?”
“그건 2개 국어인데요?”
“한국어가 있지 않나?”
“아…….”
하긴 이해가 간다.
애초에 자신을 이기게 하려고 손채림의 아버지가 법 공부를 시켰으니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해도 상당한 실력인 건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다 살 만한 집이라 제대로 영어 교육도 받았다. 집을 나가고 난 후 독일에서 혼자 살려고 버둥거렸으니 독일어 역시 상당한 실력일 건 뻔한 일.
“왜, 불편한가?”
“제가 불편한 건 아닙니다만 그 아버지가 문제입니다.”
“손하균 변호사 말인가?”
“네.”
손하균은 자신을 싫어한다. 아니, 그 집이 이상하게 노형진을 싫어한다.
그런데 딸이 노형진과 같이 일한다? 그건 문제가 있다.
“알고 있네.”
“그런데도 선발하신 겁니까?”
“설마 우리를 염탐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말이야. 태양의 손하균 변호사가 미쳤다고 자기 딸을 염탐 보내겠나? 뭐, 집에서도 거의 의절했다고 하더군.”
“그건 사실입니다만.”
“그러면 상관없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니까.”
“그런가요?”
“자네 팀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제 팀요?”
“자네만 팀이 없지 않나?”
“그거야 그렇지요.”
새론은 변호사 한 명을 기준으로 팀이 구성되어서 사건을 진행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사건 전반을 통찰하면서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그 형태를 구성한 노형진만 팀이 없다.
시도는 해 봤지만 다른 변호사들의 업무량보다 훨씬 많은 데다가 들어오는 사건의 특성상 무척 고난이도다 보니 다들 질려서 나가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제 팀으로 넣으시려고요?”
“안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손채림 양의 스펙은 오버 스펙이지.”
“끄응…….”
“불편한 사이인가?”
“그건 아닙니다만…….”
노형진은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필요하기는 하다.’
자신 역시도 팀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사건을 진행할 때 자신을 도와주는 변호사의 팀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자신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 더군다나 자신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하는 데 힘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손채림 양이 자네를 도와줄 걸세.”
“다른 사람들은요? 팀이라고 한다면 두 명은 더 있어야 합니다만?”
팀은 크게 내근직과 외근직으로 나뉜다. 내근직은 말 그대로 내부에서 행정적·서류적 업무를 하는 성격이고 외근직은 변호사와 함께 현장에서 뛰면서 일 전반을 조율하는 업무를 한다.
“채림이는 내근할 성격은 못 됩니다만.”
“그럴 것 같더군. 내근직도 선발했네.”
“끄응.”
아예 미리 구성되어 있다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 아닌가?
“점점 일이 많아질 걸세. 아니, 많아지고 있네. 자네 혼자 커버하는 데 한계가 있어. 불만도 많고.”
“불만요?”
“작년에 그만둔 사람 대부분이 자네랑 같이 일했던 변호사들일세.”
노형진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하긴 갑자기 처리하는 사건의 양도 늘고 난이도도 엄청나게 높아져 버렸으니 그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제가 팀을 꾸리는 수밖에 없는 셈이군요.”
“그렇지.”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찌 되었건 손채림이라면 일을 설렁설렁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을 하나 맡아 줘야겠어.”
“그런 의미에서라니요?”
“아무래도 드러나는 사건인지라 자네가 좀 나서 줘야 할 듯해.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줘야 하거든.”
“최선?”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새론이 아무리 성장 중인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 규모가 이제는 작지 않다. 그런데 그런 새론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아,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언론에 관련된 일일세.”
“언론이라…… 곤란하군요. 무슨 일인데요?”
“자네, 오성식이라고 아나?”
“오성식?”
노형진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했다.
“남자 가수일세. 요즘 한창 잘나가는 팔라딘이라는 그룹의 가수지.”
“모릅니다.”
노형진은 어지간한 걸 다 기억한다. 사건을 많이 맡아서 연예계 쪽 사건도 해결할 줄 안다.
하지만 정작 그 연예계 쪽 가십이나 이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 걸 그룹을 덕질하는데 남자 그룹 따위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덕은 다른 쪽에 관심 안 가지는 법입니다.”
“허허, 참.”
피식 웃은 송정한은 사건을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오성식은 팔라딘이라는 그룹의 보컬이네. 그리고 리더이기도 하지.”
“그런데요?”
“강간으로 고소당했네.”
“강간이라. 남자 측은 뻔하겠네요. 사귀는 사이다, 또는 합의에 의한 관계다. 둘 중 하나군요.”
이건 추론이고 뭐고, 둘 중 하나밖에 답이 없으니까. 아니면 강간한 거 맞다고 인정하는 건데, 그게 맞다면 이쪽으로 사건이 넘어올 리 없다.
“전자일세.”
“전자?”
“그래.”
“그 녀석 나이가 얼만데요?”
“스물네 살.”
“어리군요.”
“자네랑 그리 차이가 안 나네만?”
“그런가요? 하하하.”
“하긴 보통 어린 나이기는 하지.”
“네, 어린 나이죠. 저만 이상한 겁니다, 저만.”
“그건 잘 아는구만.”
어린 나이에 데뷔, 그 후에 이어지는 인기.
문제는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는 인생을 살면서 이런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 좋다고 매달리는 여자한테 걸린 거군요.”
“그래, 물론 여자 쪽은 그냥 지인이라는 주장이지만.”
“거참.”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강간 사건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소위 꽃뱀이라고 불리는 사건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성 관련 사건이 벌어지면 대부분의 경우 경찰은 여자 편을 든다. 확실한 증거가 없거나 여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증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정액이 있다면 강간의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합의하의 관계라는 증거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강간으로 고소되는 순간 그건 빼도 박도 못하고 강간의 증거로 확정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그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 뭐 그런 거지.”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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