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9)
“내 동생이지만 내 은인이야.”
원래 그 납치의 대상은 동생이 아니라 자신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멀쩡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여기저기 팔아먹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은 시대였으니까. 납치범들은 건장했던 김성식을 노리고 납치를 시도했는데 그걸 본 동생이 납치범들을 물어뜯으면서 방해했단다. 그 덕분에 그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사람들이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오자 녀석들이 자신을 포기하고 저항하던 동생을 끌고 가 버렸다는 것이다.
“난 그 애를 찾기 위해서 검사가 된 거네.”
아버지는 동생을 찾다가 화병으로 쓰러져서 돌아가셨다. 그는 동생을 찾기 위해서 검사가 되기로 했다. 그 당시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조폭이었으니 조폭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검사가 되고 난 후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시책에 맞춰서 조폭을 깡그리 잡아들였다. 개인적인 복수였지만 그 엄청난 실적 덕분에 그는 승승장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생은 결국 찾지 못했지.”
인신매매를 하던 수많은 조폭들을 잡았지만 동생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찾은 건가?”
“사실은…….”
노형진은 기억을 읽었다는 부분은 빼고 우연히 만났으며 경찰의 행동이 수상쩍어서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그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개새끼들. 그럼 동생은?”
“새론에서 파견된 변호사가 보호 중입니다.”
“새론?”
“네, 전 혼자 일하지만 그쪽에 인맥이 있어서요.”
“내가 은혜를 입었군.”
그는 당장이라도 가려고 하는 눈치였기에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노형진의 전화벨이 마구 울렸다.
“무 변호사님?”
“노 변호사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이 새끼들이 구인장을 들고 왔습니다.”
“구인장을요?”
“네.”
구인장은 사람을 강제로 데려올 수 있는 일종의 법원 명령이다. 구속영장과 다른 점은 구속영장은 범인을 체포하여 구금하는 것인 반면, 구인장은 조사 대상이라면 누구든지 강제로 데리고 갈 때 쓰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담당 변호사가 아니니 상관없다는데요?”
“담당 변호사가 아니라니요? 무슨 소리입니까?”
“그게, 보호자라는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보호자가 나타났다구요?”
그 말을 하고는 노형진은 김성식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쪽에서는 보호자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최소 감금범, 혹은 납치범이다.
“당장 내려가겠습니다. 무조건 버텨요.”
“네? 하지만 법원 명령서인데요?”
“그럼 경찰서로 가든 법원로 가든 무조건 따라가세요. 진짜 가족을 찾았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절대 안 떨어지고 따라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이 전화를 끊고 가자고 하려고 보니, 김성식이 벌써 내선용 전화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당장 내근 중인 검사들더러 몽땅 들어오라고 해! 죽기 싫으면 3분 안에 다 내 방으로 오라고 말이야!”
그걸 보면서 노형진은 슬쩍 뒤로 물러났다.
‘흐미…… 이런 거 진짜 싫더라.’
오밤중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 시커먼 차들이 한 대도 아닌 수십 대나 줄을 서서 나란히 달리는 것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었다.
‘나는 왜…….’
김성식과 함께 있던 노형진은 괜히 자신에게 불똥이 튄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앙수사본부 부장이 불러들였으니 검사들이 헐레벌떡 들어왔는데, 그런 그들에게 김성식은 아직까지도 일을 제대로 못 해서 인신매매가 판을 치는 데다가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경찰에 판사까지 연루된 것이냐며 엄청난 분노를 뿜어냈기 때문이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던 검사들은 찍소리도 못 하면서 혼나다가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노형진에게 설명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노형진도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노형진이 한시라도 빨리 내려가야 한다며 말을 끊고 나서야 그들은 나올 수 있었는데, 그때 과거에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는데 판사가 구인장을 발부해서 다시 데려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비서에게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명복을 빌었다.
분노를 견디지 못한 김성식은 결국 검사들을 이끌고 우르르 내려갔다.
“파출소입니다. 네, 경찰이 저보고 가라고는 하는데 버티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거의 다 와 갑니다.”
노형진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옆자리에 있는 김성식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지는 못하군.”
무려 20년이다. 20년이나 찾지 못한 동생이 노예로 살고 있었다는데 괜찮을 리가 없다.
‘이것도 역사가 바뀐 것이겠지?’
자신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때쯤 가족들이 놀러간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그 남자는 아마도 그 경찰들에게 끌려가서 다시 주인이라는 작자에게 돌려보내졌을 테고 아마도 부려 먹히다가 백골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저기 보입니다.”
졸지에 운전수가 되어 버린 수사관의 말. 수십 대의 차들이 파출소로 들이닥치자, 주변에 그 안에서 무태식과 실랑이를 벌이던 경찰들이 깜짝 놀라서 뛰어나왔다.
“뭡니까?”
“당신들, 누구야!”
일단 소리부터 지르는 경찰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다.”
“뭐?”
검사 한 명이 신분증을 내밀면서 경찰을 밀자 경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시골의 경찰이라지만 검찰의 지휘 구조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 김성민 있지?”
“그런 사람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사람 모릅니다.”
딱 잡아떼는 경찰들. 하긴, 모를 수도 있었다. 이름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절대로 바뀔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서…… 성민아?”
문을 열고 들어간 김성식은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리는 남자. 그곳에는 자신보다 훨씬 늙어 버린 동생이 있었다.
사실 동생인지 확실치 않았다.
하얀색으로 변해 버린 머리카락. 고생으로 빼빼 마른 몸. 햇빛에 타서 시커먼 피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대부분 빠져 버린 이빨.
너무나 변해 버린 모습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는 무너졌다.
“성식이 형이다. 형……. 헤헤헤.”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알아보는 동생의 목소리에 김성식은 그대로 무너졌다.
“성민아! 어어엉!”
김성민을 붙잡고 우는 김성식을 보고 새파랗게 질린 경찰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노형진은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님은 이제 좆 된 거예요.”
몽땅 쓸어버려 (1)
이 사건은 언론에서 대서특필되었다.
현직 중수부장의 동생이 납치되었다가 수십 년 만에 나타났다. 그동안 노예로 살아 비참한 모습이 된 채로 말이다. 그런데 그 납치가 체계적이어서 주인이라는 작자들은 그들을 장애인으로 등록시켜 정부에서 나오는 돈을 착복했고, 지역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줬다. 그리고 경찰은 해당 지역에 있는 노예, 아니 납치 피해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 다시 주인이라는 작자들에게 넘겨주었으며, 거기에는 판사들까지 연루되어 있었다. 당연히 한 지역의 공무 체계가 발칵 뒤집혔고 언론에서는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이 문제가 아니었다.
“피바람이 부는구나.”
병원에서 김성민의 종합검진 결과, 그동안의 폭행과 고생으로 인해서 기대 수명이 길어야 10년밖에 안 될 거라는 말을 듣는 바람에 김성식이 말 그대로 폭발해 버렸던 것이다. 자신을 대신해서 납치된 동생을 간신히 찾았는데 길어야 10년이라는 말은 그의 뚜껑을 열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으하하하, 형진이 너는 우리 새론의 복덩어리야, 복덩어리.”
송정한은 기쁜 듯이 노형진의 두 어깨를 두들겼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뚜껑 열린 김성식이 대통령까지 면담하고 며칠 뒤. 정부에서 노예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방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노형진과 새론이 이득을 본 것은 손해배상에서였다. 검사들에게 무슨 말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검사들이 소식을 들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검사들이 그렇게 발견된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 가족들에게 노형진과 새론을 소개시켜 준 것이다. 안 그래도 울분에 날뛰던 가족들은 전문 변호사라는 말에 더 볼 것도 없이 그들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웃을 일이 아니네요.”
사무실, 아니 한때는 회의실이었던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건 기록을 보면서 노형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건 그렇군……. 내 생각이 짧았네.”
“아닙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사무실에 가득한 서류들 이 모든 것이 그 손해배상에 관련된 일이었다. 100건. 문제는 이게 한 도시에서 나온 수라는 것이다.
‘망할……. 도대체 얼마나 나오는 거야?’
하나의 도시에서 나온 게 이 정도라면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혀 있는 거란 말인가? 역사에 없었던 일로 피해자들을 구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시대가 이렇게 썩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자네, 결심한 건가?”
“네.”
지난번 사건 이후 노형진은 고민하다가 소속을 새론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자신이 노력한다고 해도 혼자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용하는 건 너무 비싸다.
‘그래…… 이곳에서부터 시작하자.’
자신의 방법을 이곳에 전수시켜서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노형진의 목표였다.
“우리야 생큐지.”
송정한은 그런 노형진에게 무척이나 좋은 조건을 달아 줬다. 그가 쓰게 될 정보 라인의 운영비는 자신들이 내며 노형진이 따로 뽑을 사람의 인건비도 자신들이 낸다. 그 대신 노형진은 총수입료의 10%를 내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극단적으로 노형진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어차피 노형진의 방식을 배운 민시아와 무태식이 정보 라인을 요구하는 상황이었고, 노형진이 처리하는 사건의 양을 보면 전담 비서를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도 뽑아야 할 정도였다. 쉽게 말해서 노형진에게 받는 건 그냥 사무실 사용료 수준인 것이다.
“그럼 첫 번째 사건을 부탁해도 되겠나?”
“뭡니까?”
기본적으로 로펌은 모든 변호사들이 평등하다. 물론 실상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규정은 그렇다.
“김성민 사건을 담당해 주게.”
“김성민 사건을요?”
“그래, 자네도 알지?”
“알죠.”
김성식을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복수를 외치고 있었고 검찰은 그의 수족이 되어서 노예로 데리고 있던 사람뿐만 아니라 관련된 공무원과 경찰, 심지어 판사까지 털어 내고 있었다. 원래 판사는 손대지 않지만 워낙 병신 같은 짓을 한 데다가 김성식의 분노가 커서 같은 판사들조차 병신 같은 놈이라고 혀를 끌끌 찰 뿐, 해당 지역 판사의 도움 요청을 매몰차게 끊어 버렸다.
“그쪽에서는 처절한 복수를 원하네.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 쪽으로도 말이야. 뭐, 이런 상황에서는 판사가 절대적으로 우리 편이기는 하겠지만.”
“적용 법률이 문제군요.”
“그렇지.”
판사가 편들어 주기는 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쪽에서 청구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자네가 개시하게 되면 다른 사건들 역시 같은 패턴을 따르게 될 거야.”
“100건인가요?”
자신의 방식을 따라서 사건이 진행되게 될 100건의 사건.
“더 될 걸세.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직도 전국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하더군.”
“전국에서 나오는 상황?”
“빼돌릴 테니까.”
수사가 시작되었으니 분명 납치 피해자들을 노예로 데리고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빼돌릴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경찰들이나 공무원들 역시 잘못이 있으니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김성식이 말 그대로 이 잡듯이 뒤지고 있고 대통령까지 개별 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니 도피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새로 대통령에 되신 분까지 관심을 가진 상황이네.”
“차라리 절 죽이세요.”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더 부담을 주는 송정한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원래 새로 대통령이 되면 치적을 확실하게 보여야 좋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침 납치와 감금 그리고 인신매매와 노예라는 극악한 범죄가 걸렸으니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으려는 모양이었다.
“자네만 믿네.”
“아오…….”
노형진은 왠지 한숨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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