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91)
“거기 봐 봐. 이상하지?”
“뭐가?”
“이 오피스텔 말이야. 단기 임대 형식으로 빌려주는 곳이야. 세상에 어떤 여자가 단기 임대 오피스텔에서 살아.”
“그게 무슨 문제인데?”
노형진은 그 광고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손채림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세를 살아 본 적이 없지?”
“당연히…….”
없다. 월세는 살아 본 적이 없다.
회귀 전에는 전세로 한번 살아 본 게 다였고, 변호사가 된 후에는 대출이 잘되니 돈 빌려서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러니 이게 문제가 뭔지 몰랐다.
“기본적으로 월세는 보증금하고 반비례한다고, 이 화상아. 월세가 쌀수록 보증금은 비싸.”
“그거야 알지.”
그건 상식적으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 같으면 단기 임대에 수천만 원짜리 보증금을 넣겠냐?”
“응?”
생각해 보니 그렇다.
세상에 단기 임대주택에 수천만 원짜리 보증금을 넣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이곳은 월세가 무척이나 비싸다는 소리다.
“애초에 여기에 살 사람이라면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안 산다고.”
“보증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잖아?”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그 이자를 내는 게 훨씬 더 남을걸.”
“흠…….”
노형진이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의 현장인 숙소.
노형진은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경우 그다지 현장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 현장이라는 의미뿐이니까.
“네 생각에는 치밀하게 준비된 거라며?”
“그렇겠지.”
그렇다면 당연히 숙소 역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일단은…… 그곳에 한번 알아봐야겠군.”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그곳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 *
“방을 빌리려고 하는데요.”
사무실에 있던 남자는 힐끗 노형진과 손채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몇 개?”
“네?”
“몇 개나 빌릴 거냐고.”
노형진은 순간 당황했다.
세상에 방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한꺼번에 빌리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네 개요.”
노형진이 아차 하는 순간 손채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고, 노형진은 그제야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변종 성매매 업소.’
이곳은 오피스텔이다.
공식적으로 오피스텔은 숙소의 개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피라 불리며 변종 성매매 업소의 이름이기도 하다. 만일 방을 한꺼번에 빌리는 거라면 그 이유 말고는 없다.
“방 하나에 보증금 300에 월 130.”
“헐.”
손채림은 비싼 가격에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 벌렸다.
보증금은 둘째 치고, 월 130만 원이면 같은 지역 동급 오피스텔과 무려 두 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물론 보증금이 터무니없이 낮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이 지역 오피스텔의 보증금은 8천만 원선.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까지 풀 옵션이니까 깎을 생각은 하지 마.”
“아, 그런가요?”
노형진은 저쪽이 무슨 착각을 하는지 알아채고는 천연덕스럽게 나가기로 했다.
아마도 옆에 여자를 끼고 방을 구하러 온 걸 보고 그쪽 사람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여기에 업소가 몇 개예요?”
“그건 알아서 뭐하게?”
“에이, 괜히 불똥 튈까 봐 그러지요.”
“얼마 안 돼. 두 개.”
‘그게 얼마 안 되는 거냐?’
방 네 개만 빌린다고 해도 두 개면 무려 여덟 곳의 성매매 업소가 있는 판국이다.
“안 빌리려면 말든가.”
노형진은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다.
성매매 업소는 치고 빠지기가 쉬워야 한다. 한자리에서 오래 장사한다는 건 그만큼 단속에 걸리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당장 방 하나만 옆방으로 바꿔도 그곳을 다시 단속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수사해야 한다. 당연히 영장도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러니 보통 그런 곳은 단기 임대를 선호하지.’
차라리 돈 얼마 내고 단기 임대를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유리하다. 돈 몇십만 원 아끼겠다고 2년짜리 계약을 하면 단속당할 확률은 어마어마해지기 마련이니까.
“이 건물은 장기 계약도 하나요?”
“안 해.”
시큰둥하게 말하는 관리인.
노형진은 손채림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피해자인, 아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소성애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기를 임대할 이유가 없다.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 이곳보다 훨씬 싼 원룸을 구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잠깐 생각 좀 해 볼게요.”
“생각이고 자시고, 이 근방에 단기 임대는 여기뿐이야.”
관리인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나온 노형진은 손채림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글쎄다. 나는 이런 쪽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퍽이나.”
물론 일반적인 여자라면 잘 모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 때문에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강제로 법을 공부했다. 자기 취향에 맞지 않아서 결국 포기했지만 말이다.
“뭐, 변종 성매매 업소인 건 맞고. 그 여자 직업이 뭐라고 했지?”
“어, 내레이터 모델.”
“내레이터라……. 그게 그거지? 개업한 업소에서 춤춰 주는 거.”
“응.”
“그러면 상당히 비싼 가격인데?”
내레이터 모델은 그다지 많이 받는 직종이 아니다. 그런데 한 달에 130만 원짜리 방이라면, 아무리 잘 번다고 해도 수입의 절반 이상이 숙박비로 나가는 셈이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절대 안 빌리지.”
“그러면?”
“다른 누군가가 빌려줬다는 게 맞지 않을까? 애초에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하면 솔직히 그 여자 혼자서 저지른 것 같지는 않아. 결정적으로 상해 흔적을 제출했는데, 여자 스스로 그런 상처를 만들지는 못하거든.”
손채림의 의견에 노형진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이런 곳을 빌리고 그러는 것까지는 소성애가 할 수 있겠지만 그녀 혼자서 상해 흔적을 만들 수는 없다.
“뒤에 누가 있다는 소리군.”
“그렇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확실하다.
세상에 누가 여자 얼굴과 몸에 상처를 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그러면 이곳도 그 사람이 빌렸을 가능성이 높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어찌 되었건 오성식이 함정에 빠지고 나면 그곳에서 오래 살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수천만 원씩 보증금을 걸고 2년을 버틸 수는 없는 노릇.
“이쪽을 파고들어 봐야겠군.”
노형진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 * *
“현금?”
“네.”
노형진은 고문학에게 그곳을 파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얼굴을 관리인이 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불법이 벌어지는 곳인 만큼 자신이 두 번 가서 물어보면 의심할 게 뻔하니까.
그래서 고문학은 노형진이 부탁한 기록을 파고든 것인데, 그로 인해 노형진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을 소성애 이름으로 빌린 것은 맞습니다. 그것도 현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계좌 이체로 빌린 거라면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노형진은 안타까웠다. 자신이 노린 것은 계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계좌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그 당시 왔던 사람이 남자라는 증언은 얻어 냈습니다.”
“남자요?”
“네, 남자가 두 달 전 그곳을 계약하고 그곳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카메라가 있습니까?”
“애석하게도…….”
“그렇겠지요.”
대놓고 성매매 업소를 받는 그곳에 CCTV가 있을 리 없다. 말 그대로 헛된 기대였다.
‘그것도 감안했겠지.’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 내역에는 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은 기록은 없다. 즉, 애초에 카메라가 없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재미있는 소리를 하더군요.”
“네? 어떤 소리를?”
“여자는 자주 오는 편이 아니었답니다.”
“자주 오는 편이 아니었다고요?”
“네.”
노형진은 멍하니 고문학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순식간에 한 가지 그림이 완성되어 갔다.
“역시 이쪽으로 방향을 잡기를 잘했군요.”
그곳이 이번 계획을 위해서 준비된 장소라면 진짜 소성애가 사는 곳은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즉, 소성애가 사는 곳은 따로 있으니 그곳을 털다 보면 이 사건의 주범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단 소성애의 주소지는 그 오피스텔로 되어 있지만 사건 이후에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현장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다.
“거기 내놓는다는 말도 없었지요?”
“네.”
만일 진짜 강간이었고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면 당장 방을 빼겠다는 소리를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는 건…….
“그 여자, 다른 곳에 집이 있을 겁니다.”
비록 주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진짜 집은 다른 곳이라는 소리다.
노형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흔적을 잡은 것이다.
* * *
“정상이 아닌데?”
“네가 봐도 그러냐?”
“응.”
손채림은 쇼핑을 하는 소성애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강간당한 여자 맞아?”
소성애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사건 이후에 경찰에 신고하고 완벽하게 잠수를 탔기 때문이다.
주소로 등재된 곳은 사건 현장이고 그곳이 진짜 주소가 아닌 것은 진즉에 밝혀진 사실. 그녀를 찾아낸 곳은 다름 아닌 시내의 다른 오피스텔이었다.
“도대체 어디가 강간당한 여자라는 거야? 경찰서에서 질질 짜던 그 여자 맞아?”
손채림은 기가 막히다는 소성애를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양손에는 바리바리 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먹고 마시고 해야 한다. 강간의 피해자라고 해서 쇼핑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저건 아니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수많은 종이 쇼핑백들.
그건 평범한 마트나 백화점의 쇼핑 가방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 그것도 상당히 고가 브랜드의 가방들이었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강간당했는데 웃으면서 명품 쇼핑을 하냐?”
심지어 여자인 손채림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그쪽을 바라볼 정도로,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쳐 보였다.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흠…… 쇼핑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는 것 아닐까?”
어찌 되었건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손채림의 입장에서는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어느 정도지. 저 여자의 손에 들린 양이면 얼마 정도 되는지 알아?”
“글쎄.”
“1천만 원이 넘는다고.”
“1천만 원이 넘어?”
“그래, 저기 보이는 구진파넬 쇼핑백은, 저 정도 크기의 종이 쇼핑백에 들어가는 건 가방뿐인데 그 가방 가격이 최소 350만 원이야.”
“헐.”
“그것뿐만이 아니라고.”
그녀가 가진 쇼핑백의 종류는 여러 가지였고 그 쇼핑백마다 명품 브랜드 이름이 다 달랐다.
노형진은 손채림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과거에 있었던 인터넷의 우스갯소리가 생각이 났다.
-진품인지 알기 위해서는 쇼핑백을 확인하라.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선물을 받았을 때 진품의 경우 자기네 매장 브랜드가 박혀 있는 종이 가방에 담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종이 가방은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짝퉁은 그런 데에 담아서 주지 못한다.
=======================================